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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180화


617화

마르텔을 바라보는 이드의 눈에 날이 섰다.

처음부터 그가 사이좋게 티타임이라도 가지자고 찾아왔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쳤다.

멀쩡한 수련장에 쳐들어와서는 멀쩡한 만검수련을 트집 잡아 잘못되었다고 깽판을 놓고, 잘 배우고 있는 수련생들을 뒤흔들었다.

거기다 자신의 말에 힘을 실으려고 수련생 하나를 구슬려 빼돌리기까지 했다.

이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바보로 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수십 년 세상을 먼저 살아온 선배에 대한 예의로 참을 상황은 한참 전에 지나갔다.

수련생으로서 이드에게 배우기는 잘 배워 두고 지금은 마르텔 뒤에서 시치미 떼고 서 있는 수련생 놈에게 미련은 없었다. 어차피 저놈에게 수업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 아쉬울 턱이 있나!

더구나 저놈은 수업에 그렇게 열심도 아니었다. 눈이 검 끝보다 스폴과 데일리를 향할 때가 더 많은 놈이었다.

오히려 저놈이 빠지고 나면 필히 수업의 질은 올라간다. 장담할 수 있었다.

마르텔이 사람을 가르치는 데 얼마나 소질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놈은 어딜 가더라도 대성하기는 틀린 놈이었다.

그러나 그런 놈이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가면 수련생들에게 좋지 못했다. 방금까지 같이 수련장을 뒹굴던 놈이 갑자기 삼검왕에게 배우게 되었으니, 고요한 마음으로 수련해도 모자를 수련생들의 마음이 얼마나 사정없이 흔들릴지는 뻔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효용 없는 수련으로 수련생들이 시간 낭비 하는 일을 막겠다면서 쳐들어온 인간이 벌여 놓은 것이다! 이쯤 되면 수련생들을 위한다는 말은 돼지껍데기 같은 핑계일 뿐이고, 사실은 이드를 찔러 볼 생각이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클라인 백작의 예고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그 방법으로 죄 없는 수련생들을 이용하느냔 말이지!’

좌우간 관계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피해를 주는 놈들이 정말 싫었다.

이렇게 대놓고 싸움을 거는데, 자존심까지 죽여 가며 피할 이유가 없다.

이전에야 내부 사정도 모르고 굳이 싸울 이유가 없어서 모르는 척 넘겼지만 지금은 달랐다.

당장 지금 일을 이드가 모르는 척 피해 버리면 마음이 뒤숭숭한 수련생들이 흔들린다.

그리고 생명의 관에 연관이 있는 것 같은 혼돈의 파편을 쫓기 위해서라도 지금 물러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서 영향력을 확보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이드라는 이름을 단순히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가 아니라 블러디 혼의 뿔을 꺾은 강자로 만들어 줄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마침 마주선 마르텔이 야수처럼 웃었다.

이드의 마음은 몰라도, 이드의 눈 속에 선 시퍼런 날을 알아본 것이다.

“흐…………… 불쾌하다라. 그런데 이거 어쩌나? 오만과 독선이라고 했지? 그 말은 감히 내가 듣기에는 참을 수 없이 불쾌한 말인데.”

“그럼 누구 말이 단순히 트집을 잡는 불쾌한 말이 아니라 진실을 말한 것인지 가려 봐야겠지요.”

“좋군. 그 자격이란 결국 실력이겠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수련법이든 사람이든 그보다 한참 높은 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고 세세히 파악할 정도는 되어야 잘잘못을 논하고 능력을 평가할 기본적인 자격이 있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이드가 논하는 자격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저따위 기본 자격은 듣도 보도 못했다. 그게 기본이라면 이 세상 선생과 평론가는 모두 능력 미달로 사표 써야 한다.

그러나 마르텔은 당연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했다.

그는 스스로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며, 다른 사람들도 그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좋군. 좋아!”

마르텔은 입술을 핥고는 크게 웃었다.

수련장에 먼저 올라가는 이드의 뒷모습에 흥이 났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것 같았다. 바로 저것이었다!

이런 싸움의 무대가 바로 그가 바라던 것이었다.

시시한 말장난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이럴 때는 삼검왕이라는 이름과 소드 팰러스라는 장소가 싫었다.

쓸데없는 요식행위와 명분이 필요했다.

만약 전장이었다면, 검으로 어디 한 곳 잘라내고 봤을 텐데!

‘클클. 역시 난 전장이 어울린단 말이지. 하지만 이 무대도 좋군. 마인드 마스터 후예의 피는 얼마나 특별할지 기대되는군!’


수련생들은 난리가 났다.

“억! 이거 진짜야? 진짜야?”

“보면 모르냐! 꿀꺽. 내가 직접 마르텔 님의 무공을 보는 날이 올 줄이야.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조용히 좀 해라. 이런 빅 매치는 어디서도 못 본다.”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르텔 님과 이드 님이다. 삼검왕 대 마인드 마스터의 후예라고.”

“어우씨, 이럴 때 마법사가 있어야 하는데, 영상으로 남겨야 하는데!”

“누가 가서 마법사 좀 불러!”

흥분을 이기지 못한 수련생들이 날뛰었다.

삼검왕에게 검을 들다니, 수련생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눈을 번쩍이며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기 위해 수련장으로 다가가는 수련생들을 스폴과 데일리가 막아서며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수련생들과 다르게 굳어 있었다.

수련생들과 달리 두 여기사는 이 대결의 결과가 어떠하든 그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한 것이다.

마르텔에게 동조해 다른 수련생들과 갑자기 뚝 떨어진 수련생, 빅터는 뻘쭘했다.

스스로 다른 수련생들과 자신은 이제 신분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당장 홀로 있으니 난감했다.

‘X발! 마르텔 님 제자가 된 날 눈먼 칼에 맞아 죽으면 소드 팰러스가 없어지는 날까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거야!’ 빅터는 스스로 마르텔의 제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코 이런 행운을 두고 죽을 수는 없었다.

빅터는 힐끔힐끔 눈치를 보며 스폴과 데일리 뒤에서 거북이처럼 고개를 내밀고 있는 수련생들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다 수련생 친구 하나와 눈이 딱 마주치자 그대로 굳어 버렸다.

“……”

하지만 어색한 것도 한순간이었다.

터엉!

뼛속을 울리는 충격음에 빅터는 겁을 뭉텅이로 집어 먹은 얼굴로 수련생 옆으로 달려갔다.

순간 낄낄거리는 놈의 얼굴이라니.

자신이 마르텔의 제자로 아무리 대단해져도 이 망신은 영원할 것 같았다.

‘일단 마르텔 님의 제자로서 높은 자리에 오르면 이놈은 필히 멀리 보내야지!’

빅터는 시원한 김칫국을 원샷하며 굳게 다짐하고, 수련장을 살폈다.

마르텔이 이기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래도 어떤 대결이 이어질지 궁금했다.


시작 신호도 없었다.

두 사람의 성격을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빅터를 꽁지에 불붙은 강아지처럼 혼비백산하게 만든 충격음은 마르텔의 공격이 시작이었다.

마르텔의 첫 공격은 성격만큼이나 거칠고 지저분했다.

당연하지만 용병처럼 침을 뱉거나 검에서 냄새가 난다는 뜻이 아니다. 검 끝이 미친 황소처럼 미쳐 날뛰며 어디를 찔러올지 예상치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런 검도 맞아야 의미가 있는 것.

이드는 검의 검로(劍路)를 일 검에 차단하고 튕겨 냈다.

순간 마르텔의 눈이 번뜩였다.

찰나의 반탄력을 이용해서 회전하는 순간 은밀히 손에 든 단검으로 이드의 사각으로 옆구리를 노리고 찔러들었다.

그러나 자신만의 영역을 각성한 무인에게 사각은 무의미했다.

이드는 일라이져의 손잡이로 단검을 처리하고 마르텔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푸훅-

비록 철황권의 패력은 아니지만 바위를 산산조각 낼 힘이 깃든 주먹에서 난 소리가 바람 빠지는 소리라니.

동시에 마르텔의 몸이 미끄러지며 이드의 측면을 노리고 돌았다.

그리고 그 뒤를 다시 이드가 따라 작은 회오리를 만들며, 단 한 순간도 발이 멈추지 않는 공방이 이어졌다.


‘허!’

이드는 마르텔의 검을 보며 내심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감탄했다. 무공의 근본은 인간이듯 무공도 사람의 성격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마르텔의 무공은 그의 성격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무지막지한 패검을 예상했던 이드에게 은밀하고 섬세한 마르텔의 검술은 깜짝 상자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조각칼처럼 이드의 영역을 깎아내려는 검을 뒤따르는 단검은 살수와 같았다.

이드는 힘으로 들이받는 마르텔을 더 큰 힘으로 일격에 패퇴시키려던 생각을 바꿨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마르텔을 갈아 버리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던 무극의 힘이 한발 물러서고 분영화의 초식을 따른 쾌검이 그림자처럼 마르텔의 검에 붙어 움직였다.

밉상짓을 하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그의 검을 좀 더 자세히 볼 생각이었다. ‘이 인간, 막무가내인 척하는 모습은 위장이고 그 속은 되게 음험한 거 아냐?’ 이드가 생각을 바꾸자 폭풍 같던 두 사람의 공격에 숨 쉴 구멍이 생겼다.

숨도 쉬지 못하고 지켜보던 수련생들이 참고 있던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러는 중에도 두 눈은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는 듯 깜빡이지도 않고 대결을 향했다.

소드 팰러스에 있으면서 유명하다는 기사들과 용병들의 대결과 무공을 보았지만, 지금처럼 화려한 대결은 처음이었다.

그 속에서 빅터는 초조함에 입술을 쪽쪽 빨았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설마, 이드의 실력이 저렇게 대단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드를 버리고 마르텔로 라인을 바꾼 그는 다른 수련생들처럼 마음 편히 대결을 지켜 볼 수가 없었다.

쪽쪽쪽-


끼리리리링-

검기가 흩어지고, 검강이 깨어지며 수련장 바닥이 점점 엉망이 되어 갔다.

마르텔은 그림자처럼 자신의 검극을 쳐 내는 이드의 검강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대결을 기대하며 떨리던 흥분은 흔적도 없었다.

마인드 마스터의 이름이 있는 만큼 그레이드 소드급의 실력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 그 이상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는 블러디 혼이라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이드의 피를 보는 일이 결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그의 검을 완벽히 막아내지 못했다.

야금야금 상대의 영역을 파고드는 공격에 당황하다가 은밀하게 숨은 블러디 혼에 피를 뿌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이드에게는 그게 통하지 않았다.

끄그그극―

아무리 상대의 영역을 공략해도 마치 철판을 긁는 쥐새끼처럼 검이 영역을 파고들지 못하고 있었다.

미끄러지고 내리누르는 힘에 수련장에 검흔(劍痕)만 늘려 나갔다.

겨우 틈을 벌리고, 한 치 파고들었다 싶으면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검후가 활이라면 이놈은 철벽이다. 단단한 요새야.”

단단한 요새는 단검으로 아무리 찔러 봤자 흔적도 남지 않는다.

‘섬세함보다는. 힘이 필요하다.’

비록 그가 삼검왕으로서 높은 명성을 얻었지만,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었다.

당장 그와 같은 삼검왕인 두 사람만 해도 자신의 작은 뿔로 뚫어내기가 버거운 상대들이었다.

설마 그들을 상대로 닿지도 않는 뿔을 허공에 찔러 대는 바보짓을 했을까!

마르텔은 빠르게 뿔을 바꿔 달았다.

더 크고 길고 강해서 요새를 뚫어 낼 수 있는 뿔로!


검이 변했다!’

이드는 마르텔의 공격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즉시 알았다.

마르텔은 허허실실의 장검 속에 숨기던 단검을 장검의 손잡이에 결합한 후 면도날에서 도끼로 바뀐 검으로 이드를 찍어 눌렀다. 

“부서져라!”

지금까지 섬세하게 수련장을 수놓던 예술가는 어디 가고 도끼를 쥔 거한이 나타났다.

생긴 것답지 않게 예술가에서 벌목공으로 스타일 변신이 자유자재다.

그러나 이드는 조각도도 도끼도 맞아 줄 생각이 없었다.

이드가 빗겨 낸 마르텔의 검강이 수련장을 찍으며 폭발이 일어났다.

콰쾅!

순간 돌가루가 빽빽이 공간을 채웠다. 마르텔이 그 사이로 검강을 날렸다.

그가 힘과 속도에 더 신경을 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 섬세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드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앞서 마르텔이 했던 것처럼 어느새 마르텔의 옆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드의 얼굴은 심드렁하게 변해 있었다.

섬세하고 예리한 마르텔의 무공은 그의 속마음을 엿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단순했다.

“바닥이 너무 빨리 드러나는군요.”

“너엇! 끄어억!”

이드의 말에 급히 몸을 틀던 마르텔은 옆구리에 이드의 발이 틀어박혀서는 수련장 바닥을 굴렀다.

꽈당!

먼지 속에서 튕겨 나온 마르텔이 바닥을 구르자 수련생들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지이이익.

이드가 선 자리에서 발을 끌자 수련장에 가득하던 먼지가 칼로 자른 듯 쪼개지며 고통에 일그러진 마르텔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 블러디 혼이 어디 황궁의 첨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고작 다락방 창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정수리를 보는 정도였군요.”

“이놈, 무슨 개소리냐!”

이드의 이죽거림에 마르텔은 순간 늑골이 부러진 통증도 잊고 소리쳤다.

“고작 그 높이에서 보이는 게 그 정도라는 소립니다. 그 높이에서는 오 층에 있는 만검수련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다락방에 있는 건 네놈이겠지! 벤딩 따위 일 층도 아깝다.”

더 듣지 않겠다는 듯 마르텔이 바닥을 찍었다. 그의 발을 따라 퍼져나간 거미줄 같은 내력이 수련장을 찍어 눌렀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떠오른 돌과 검강이 이드를 향해 쏘아졌다.

빙글!

이드가 빗살 같은 공격을 향해 손을 돌리자 마치 구멍 난 그물처럼 구멍이 생겼다. 구멍을 통해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어 부딪히자 파도 같은 경력이 앞서 발출된 마르텔의 공격을 무너트리고 폭발했다.

강렬한 폭발음과 충격에 저택의 창문이 모두 깨어져 나갔다.

미리 마법으로 좀 방비를 해 둘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창문값과 수련장 수리비는 책임을 지셔야겠습니다.”

“흥. 내가………… 왜!”

이드는 힘겹게 대답하는 마르텔을 보다 마주하고 있는 주먹을 비틀었다.

뿌드득.

“끄……”

마르텔의 입에서 억누른 신음이 흘러나오고 부러진 손가락들이 덜렁거리며 늘어졌다.

“그건 당연히 패자의 몫이니까요.”

“누・・・・・・가악!”

마르텔은 ‘패자’라는 말에 발악하듯 부러진 손으로 검을 잡았다. 말을 듣지 않는 손가락을 단련된 근육만으로 잡아당겼다. 이 갈리는 투지였다. 그러나 이드의 눈에 그런 건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에게 시비를 걸었으면 저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다.

그는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색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 마르텔을 이 이상 상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고집 부린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지요. 무형검강이라고 아시나?”

부우우우-

이드의 말과 함께 마르텔의 얼굴 앞에 교차되어 있던 일라이져에 은빛 검강이 안개처럼 뭉클거렸다.

“……그거 마인드………… 마스터의!”

마르텔은 무형검강이라는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마인드 마스터가 사용하던 은빛 검강에 대해서는 기록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력이 떠올라 물러서려는 순간, 덜컥하고 거인의 손에 잡힌 듯 몸이 굳어 버렸다.

어느새 안개 같은 은빛 강기가 마르텔의 몸을 제압한 것이다.

씨익.

다음 순간 이드는 마르텔을 향해 살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게 당신들이 그렇게 바라던 마인드 마스터의 무공. 무형기류입니다!”

지이이잉!

이드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은빛 강기가 진동하며 부러진 마르텔의 뼈를 자극했다.

고통에 마르텔의 입이 벌어지려는 순간 마르텔과 일라이져를 감싼 은빛 강기에 스파크가 일어나 폭발했고, 그 충격에 마르텔은 수련장 밖 정원에 장식된 커다란 바위를 부수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대결이 시작되던 초반과 달리 너무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결과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순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까먹고 말았다.

그들에겐 그만큼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잠시 후 가장 먼저 빅터가 겨우 입을 열어 말했다.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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