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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344화


781화

“퍼펙트. 즐거운 밤일 거야. 재밌게 즐기라고.”

이드는 시디푸가 가까이 선 어느 부인의 드레스 자락을 잡아 뜯는 장면을 끝으로 연회장을 떠났다. 이후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술만 취해도 꼴불견인데, 거기에 약까지 더한 발정난 개새끼는 얼마나 난동을 부릴까.

오늘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신 와인을 모두 식은땀으로 배출하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애초에 저딴 파티에 참석한 탓이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자고로 어울려서 좋을 자리가 아니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드는 게덴 부인을 눕혀 둔 곳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윌이 돌아와 있었다. 그가 덮어 준 듯 게덴 부인의 몸 위에는 짙은 녹색의 은은한 풀냄새가 나는 망토가 둘러져 있었다.

“윌은 좋은 남편, 따뜻한 아버지가 될 것 같군요.’

이드가 그 모습에 윌을 향해 엄지를 세워 보이자, 윌이 빙그레 미소로 답했다.

“남녀와 상관없이 당연히 책임질 일을 하지 않는 엘프는 짝으로 선택하지 않아요.”

“그렇죠. 그 당연한 일을 인간들은 너무 잘 잊어서 문제에요. 그보다 이 여자의 남편이 있는 곳은 찾았나요?”

윌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좋지 않네요?”

“그 남자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 여자 둘을 불러 열심히 생식 행위 중이더군요.”

“에휴~”

이드는 조용히 이마를 쓸었다. 게덴 부인의 전남편이 아내와 헤어짐으로 인해서 상단의 영향력이 줄어 아쉬워한다고 하더니, 벌써 털어 낸 모양이다.

수일 전 이혼한 아내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날 여자를,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침대로 불러 저러고 있다니.

이드는 망토로 가려진 게덴 부인의 배를 내려다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했다.

“아가야, 널 어쩌면 좋니.”

태어나 보니 엄마가 자식을 도구로 사용하는 게덴 부인에, 친아빠라는 작자는 이혼한 아쉬움을 다른 여자를 품는 것으로 달래고 있다니! 참 이런 막장 부모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물론 아기를 도구로 사용하려던 게덴 부인이지만, 막상 아기를 출산하고 나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모성애가 천성적인 부분도 있지만, 아기를 키워 나가며 자라는 부분도 있으니까.

혹시 모르지 않나. 거의 혼수상태였던 게덴 부인의 모성애가 태어난 아기에게 처음 젖을 물리는 순간 폭발할지.

하지만 아버지라는 작자에게 그런 부분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될 수 있으면 친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무래도 그건 힘들겠구나.”

이드는 아기를 생각해서 게덴 부인을 그 남편의 방에 넣어 두려 했었는데, 그 아버지라는 작자가 잠도 자지 않고 저렇게 성욕을 불태우고 있으니…….

이드는 아기에게 최대한 정상적인 가정을 돌려주려던 것을 포기했다.

이드는 그녀를 원래 그녀가 사용하던 방으로 데려가 눕혔다. 하지만 그냥 둔다면 시온 자작을 향한 그녀의 불건전한 유혹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그녀 인생의 흑역사를 만들려던 계획을 바꾸어 그녀의 혈 두 개를 점하는 것으로 끝을 냈다.

“아주머니.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고마워하고 제발 착하게 살아요.”

이드는 게덴 부인을 보며 혀를 차고는 밖으로 나왔다.


다음 날.

내성은 전날 파티로 인해 뒤숭숭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드가 만들어 놓은 발정 난 개새끼 씨로 인한 충격 때문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이 참가한 파티였기 때문에 입단속이 쉬웠고, 밖으로 소문이 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안에서의 충격은 컸다.

시디푸가 발정이 나서 달려든 여자가 모두 친인들. 그러니까 부하의 부인, 친적의 여자, 사촌 등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그렇지 이러한 행동은 분명 패륜이기 때문이다.

술에 취했다는 변명도 통하는 상황이 있고, 절대 통하지 않는 상황이 있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후자였다. 평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사무엘이 돌아오면 이 문제를 단단히 따지겠다고 벼르는 사람도 있었다.

겨우 깨어난 시디푸는 그런 상황을 기사에게 전해 듣고는 바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오, 빌어먹을. 해독제가 제대로 듣지 않았구나.”

이드의 존재를 모르는 시디푸의 생각은 그 정도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기랄. 뭐, 괜찮아. 사정을 이야기하면 다 이해할 테니까. 이드 명예 후작과의 연줄을 얻는 일에 이 정도 부작용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물론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무리 약 때문이라지만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덮치려 했던 것을 쉽게 잊을 사람이 어디 있나.

가볍게 넘기는 그의 생각과 달리 이 문제는 그의 미래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뭐야? 또 있어?”

“그것이 아니라, 게덴 부인께서 신관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자작이 고모님에게 상처라도 입혔단 말이냐?”

시디푸는 순간 자작에게 특별한 성벽이 있나 하고 생각했다. 딱 그의 수준다운 의심이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덴 부인께서는 그분의 방에 계시고, 아침부터 상태가 좋지 않아 급히 신관을 불렀습니다.”

“고모님은 별채에 계셔야 하는 게 아닌가?”

“…….”

시디푸의 질문에 기사는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시디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을 따르지 말라고 명령한 사람이 저렇게 물으면 뭐라고 답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멍청이들!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하지만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 않은 시디푸는 시뻘개진 얼굴로 기사를 밀치고 게덴 부인을 찾았다.

게덴 부인은 이드가 해 놓은 점혈 때문에 끝없이 구토하며 세상이 뒤집히는 어지러움을 느껴야 했다.

겨우 안정을 찾고 핼쑥한 얼굴로 누워 있다 시디푸를 보고 몸을 일으켰다.

“왔니?”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고모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신관을 부르신 겁니까? 신관이 오면 임신 사실이 들통 나는 걸 모르지도 않으신 분이!” 

“그럼! 너는 내가 아파 죽더라도 신관을 부르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이니?”

자신이 계획을 망쳤다는 사실에 조금 미안해하던 게덴 부인이었지만, 몸 상태도 묻지 않고 추궁부터 하는 조카의 태도에 짜증이 났다. 가장 아프고 아쉬운 건 자신인데, 왜 제 놈이 화를 낸단 말인가?

“아니, 제 말은 그런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게 아니면 뭔데?”

시디푸는 자신을 노려보는 게덴 부인의 시선에 이를 악물고 심호흡을 했다.

“휴우~ 됐습니다. 그래서 몸은 괜찮으십니까?”

“흥, 빨리도 물어보는구나.”

“괜찮으신 모양인데 쉬십시오. 임신한 것이 알려졌으니 시온 자작의 상대는 새로 찾겠습니다.”

“그래야겠지. 하지만 오빠의 명령 때문에 이혼을 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은 있어야 할 거야.”

순 억지였다. 서로 쿵짝이 맞은 일을, 한순간에 명령으로 둔갑시키다니. 어처구니없었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녀도 이제 자신의 미래를 챙겨야 할 테니까.

대답 없이 게덴 부인의 방문을 닫은 시디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책상 위의 물건들을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졌다.

와당탕!

“빌어먹을! 이래서 여자들과 중요한 일을 하는 게 아니야! 이랬다 저랬다. 하룻밤 새 생각이 바뀌다니!”

시디푸는 게덴 부인이 신관을 불렀다는 사실을 아이로 인해 마음이 바뀐 때문이라고 제 마음대로 단정하고 있었다. 한참 물건을 때려 부수며 화를 푼 시디푸는 조금 진정이 되는지 한쪽에 석상처럼 굳어 있는 기사를 노려보며 물었다.

“고모님이 저기 있다면 자작은 어쩌고 있는 거지? 약을 마신 이상 여자 없이 밤을 보내긴 힘들 텐데.”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그것부터 확인해! 고모님이 아니라도 자작의 옆에 백작가의 여자가 누워만 있으면 되는 거 몰라!”

“즈, 즉시 알아보겠습니다.”

시디푸의 닦달에 기사가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러나 그에겐 안타깝게도, 잠시 후 돌아온 기사가 전한 소식은 자작이 별채를 엉망으로 만들고 기진맥진해 잠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자작 옆에 백작가 여자를 눕혀 뒀어야지. 그 정도 눈치도 없으면 어쩌자는 거야!”

보고를 들은 시디푸가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지만, 어이없는 소리였다. 어디 기사가 충성을 맹세한 가문의 여식을 자작 옆에 눕혀 둘 수 있겠는가. 그것도 홀딱 벗겨서!

너무 어이없는 말에 잠시 정신을 놓고 있던 기사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자작의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작이 깨어났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지지리 운도 없지. 옆에 있는 것들은 죄다 멍청이에 되는 일도 없고!”

하늘을 보며 푸념을 늘어놓은 시디푸는 다시 파티를 준비시키고, 바쁘게 가문의 여자들을 불러 게덴 부인 대신 자작과 이어붙일 여자를 고르기 시작했다.

이드는 별채에 앉아 천시지청술로 그 이야기를 들었다. 백작성은 따로 방음에 대한 마법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손바닥 들여다보듯 백작성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 있었다.

“참, 좋지 않은 쪽으로 끈기 있네. 계획이 이 정도로 엉망이 되면 포기할 만한데.”

“이 짓거리를 또 한답니까?”

시온 자작도 질린 듯 물었다. 그는 기사의 보고와 달리 쌩쌩한 모습이었다.

“포기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언제 왕실에서 나올지 모르니 급하겠지요.”

“에휴~”

긴 한숨을 쉰 자작은 깨끗하게 씻어 둔 아티팩트 캡쳐를 다시 꿀떡 삼켰다.

시디푸의 실행력은 굉장했다. 파티는 그날 밤 다시 열렸다.

자작이 기운이 없다는 이유로 참가를 사양했지만, 시디푸는 최상급 포션까지 들고 와서 참석을 강권했다.

자작이 억지로 참석한 파티는 전날의 사고가 있어서인지 참가 인원이 조금 바뀌어 있었다. 특히 여성 참석자가 많이 줄어 있었다. 전날의 일을 암암리에 전해 들은 많은 남자들이 자신의 파트너를 숨기고 동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에 시디푸가 북북 이를 갈았지만, 자업자득일 뿐이다.

이후는 어제와 같았다. 자작은 시디푸가 주는 약물이 든 와인을 마셨고, 게덴 부인보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소개받아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별채로 갔다.

하지만 이드가 여자를 기절시키며 나타난 이후는 어제와 달랐다.

“참, 야망을 가진 여자는 남자 못지않게 위험하지.”

오늘 나타난 여자는 게덴 부인 못지않게 최악이었다. 시디푸와 만난 그녀는 그 자리에서 자작과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안전한 남자와 밖에서라도 만들어 오겠다고 공약했다.

도대체 어떤 정신세계를 가지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여기 터가 안 좋은가. 이 집안 여자들 왜 이래?”

천시지청술로 그들의 말을 엿듣던 이드는 백작성의 터를 의심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자작은 가벼운 여성 혐오가 생겼다.

모르고 보면 젊고 예쁘고 매력 있는 레이디지만, 낮의 목소리가 생생한 이드에겐 천하의 악녀로만 보였다.

“이런 악의 유망주는 크기 전에 재빨리 밟아 주는 것이 세상을 위한 일이지. 아무렴.”

덕분에 이드는 아무런 부담 없이 게덴 부인에게 쓰려던 방법을 썼다. 자작이 마신 술에서 분리한 약물을 절반으로 나누어 먹인 후 백작가 하인의

방에 그녀를 던져 버렸다.

하인과 밤을 보낸 것이 소문나면 그녀가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이드는 남은 반의 약물을 가지고 시디푸를 찾았다.

그리고 모자란 약물을 대신해 듬뿍 양기를 주입해 그를 다시 발정 난 개새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다음 날 깨어난 시디푸는 또다시 발생한 자신의 추태와 하인의 방에서 깨어난 사촌의 이야기를 들은 즉시 밖으로 나갔다.

함께 구입한 약물과 해독제를 불태우고, 기사를 보내 감히 불량품 따위를 판매한 악덕 상인의 목을 베어 버린 후 다른 상인에게 새로운 약물을 구입했다.

그러나 그는 그 약물을 쓸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가 열심히 파티를 준비하고 있을 때 왕실에서 자작을 데려가기 위해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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