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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902화


1337화

맑고 아름다운 아리아가 울려 퍼졌다.

아아~!!

천지 사방으로 퍼져 나간 아리아는 쌓이고 쌓이며 수천 개의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되어 수라참마인을 막아섰다.

빠바바방!

얇지만 견고한 음파 벽에 수라참마인은 그 화려한 날갯짓을 멈춰야 했다. 그뿐 아니다. 연이어 벽의 접촉면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이 검강을 때리고, 일 초에 수천 번 급변하는 진동에 수백의 검강이 산산이 조각났다.

쩌러러렁!!

검강을 파괴하는 것도 아니고, 작은 나뭇조각처럼 산산이 부서트리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러한 의문을 뒤로 하고 부관주가 음을 바꿔 새로운 아리아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라~라라~!

싸라라락!

직후 진동하던 음파의 벽이 강물이 되어 흘렀다.

도도한 흐름은 검의를 상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검강의 조각을 잡아당겨 그 위에 띄웠다.

이후 강물은 순식간에 속도를 높이더니, 부관주를 중심으로 원을 그렸다. 그 모습은 마치 행성 주변을 도는 위성 같았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그렇게 속도가 절정에 이른 순간.

토옹!

무언가가 음파의 강물 속에서 튀어 올라 쏘아졌다.

회전으로 가속된 그것은 놀랍도록 빨랐다.

얼마나 빠른지 이드마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

“웃!”

자신을 향한 공격이지만 받아칠 엄두도 내지 못한 이드가 움찔하며 상체를 기울였다 생각한 순간이다.

쿠르르르르릉!!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산 하나가 날아갔다. 이드가 피해 낸 공격이 어느새 거기에 닿은 것이다. 최소 8 클래스 이상의 마법에 버금가는,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

“……!!”

그걸 눈앞에서 목격한 플레타의 얼굴이 뽀얗다.

오만하게 꼬여 있던 팔짱도 어느새 풀렸고, 자세 또한 엉거주춤하다. 도망이라도 가려고 했던 것일까.

어떻게 보면 꼴불견이지만 다행히 이런 모습을 눈에 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관주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라~

아니나 다를까. 끊이지 않던 아리아의 곡조가 다시 변할 때였다. 폭음 속에서도 분명하게 들려왔다. 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렸다기엔 너무나 예쁜 소리.

토토통!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셋.

거의 동시에 발사된 탄환의 속도는 역시나 놀라웠다. 공격의 방향은 모두 달랐지만, 목표는 하나.

바로 이드 자신,

‘확실히 놀랍도록 빠른 공격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비록 지금은 모습이 변했다고는 해도, 그 근본이 마법사인 부관주의 공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친 공격 방법이다.

자신도 처음에는 기겁해서 피해야 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같은 공격에 똑같이 허둥댈 정도로 자신의 경험은 얕지 않다.

추가 공격이 시작되는 순간, 이드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발은 앞으로 향했다. 뒤로 물러나지도, 옆으로 피하지도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부관주의 공격은 정말 놀랍도록 빠르고, 파괴적이다. 대신 그 위력만큼 약점 또한 뚜렷했다.

강력한 만큼 단순하다. 빠른 만큼 직선적이다. 어쩌면 마법사들의 가장 빠른 길은 직선이기 때문일지도?

아무튼, 이런 단점으로 인해 탄환의 탄도가 빤히 읽혔다.

세 개의 탄환이 교차하는 한 지점.

그건 바로 자신의 심장 앞이었다. 그리고 그 한 점을 비켜서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한 걸음을 뗀 순간.

파르르륵!

등 뒤에서 작지만 무시무시한 폭풍이 발생했다. 세 개의 탄환이 아슬아슬한 시차를 두고 교차하며 일으킨 충격파가 얽히고설키며 발생한 폭풍. 이드는 풍운보를 밟으며 이렇게 발생한 폭풍에 올라탔다.

충격의 여파로 발생한 폭풍의 바람결은 그야말로 예측 불허. 그러니 그에 올라탄 이드의 움직임 또한 예측 불허다.

천지 사방을 휘돌며 전진했다. 비록 폭풍이 예측 불허이나 풍운보는 그런 야생마에 방향을 정해 주는 최소한의 재갈 역할을 했다.

플레타가 그렇게 좁히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던 간격을 순식간에 좁혀 갔다.

반대로 부관주는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거체에 어울리지 않게 솜털처럼 날아올랐다. 동시에 아리아를 노래했다.

아아~!

이번 노래는 앞서와 달랐다.

넓게 퍼지지 않은 노랫소리는 한 소절씩 허공에 고였고, 뿌연 형체를 드러내며 층층이 쌓였다.

그 형태는 어찌 보면 잘 다듬은 막대기 한 묶음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양이 결정된 순간.

슈슈슈슉!

수십 개의 막대가 이드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막대들은 시간차 공격을 하는 것처럼 각자 떨어지는 속도가 달랐다.

이드는 그중 하나를 올려다보지도 않고서 피했다.

콰르릉!!

그러자 지진과 같은 진동과 함께, 땅에 이 미터 깊이의 구덩이가 생겼다. 막대의 힘에 잘 눌린 땅은 마치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매끈해져 있었다.

혹시 부관주는 플레타와 같은 초인기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저 무지막지한 무게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하지만 그에 대해 깊이 궁리할 시간은 없다. 그걸 시작으로, 허공을 뒤덮은 막대들이 비처럼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쿠쿠쿠쿵!

땅이 미친 듯 흔들렸다.

폭풍을 타던 이드의 보법도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대지를 압착하는 막대에 폭풍 또한 짓눌려 흩어진 것이다.

‘이거, 까딱하다간 쥐포 되겠는데?”

이드는 눈앞으로 떨어지는 막대를 피해 내며 내심 혀를 찼다. 쥐포도 문제지만, 떨어지는 막대가 자꾸 부관주로 향하는 진로를 가로막고 있다. 막 가속하려는 차에 맥을 끊는 막대만 아니었다면 벌써 부관주의 코앞에 도착하고도 남았는데 말이다. 참으로 고약하다.

자신을 피해 뒤로 물러나고 있는 부관주다.

이제 육십 미터 정도만 더 움직이면 하늘을 채운 막대의 범위에서 그녀가 벗어난다. 아마 그때가 되면 하나씩 떨어지던 막대가 벼락처럼 한꺼번에 내려칠 것이다. 지금 그러지 않는 것은, 바로 부관주가 공격의 범위 안에 함께 있기 때문.

그러니 부관주가 공격 범위 밖으로 나가기 전에 잡아내는 것이 최선인데.

쿠쿠쿵!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리는 막대가 자꾸 눈앞을 가로막는다.

‘어쩔 수 없지. 그쪽에서 이딴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쭛 하고 혀를 찬 이드의 눈매가 꿈틀하고 일그러진다. 동시에 반투명한 우윳빛 막대 뒤에 멈춰 선 그의 몸이 웅크려지더니.

파팟!

다음 순간, 기둥 뒤에서 두 개의 인형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얼굴과 옷, 그리고 호흡까지 똑같은 두 사람의 이드였다.

둘로 나뉜 이드가 부관주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허공에서 막대가 떨어지며 둘의 진로를 가로막았고.

파파파팟!

두 사람으로 늘어났던 이드는 다시 넷으로 늘어나는 재주를 선보였다. 넷으로 늘어난 이드는 순식간에 부관주를 압박하고 들었다. 그러자 쉼 없이 떨어지던 막대의 추락이 잠시 멈췄다.

넷으로 늘어난 이드가 압박하고 들어가는 방향을 모두 막으려 한다면 부관주 자신의 퇴로 또한 막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드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제 좀 조용해졌네. 마법이나 초인기는 충분히 본 것 같으니, 우리 부관주 씨. 이제 싸움 솜씨를 좀 볼까요?”

이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네 사람의 이드가 동시에 부관주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방법도 다양했다. 땅과 허공을 달리는가 하면, 그림자처럼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이드가 만들어 낸 분신이 각자 다른 보법을 밟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이것이 말하고 있는 사실은 간단했다.

현재 이드가 만든 분신이 보신경의 묘용으로 만들어 낸 단순한 허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허상은 결코 서로 다른 보법의 묘의를 살려 낼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이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결과로 만들어 냈다.

100미터. 60미터. 20미터.

이드와 부관주의 간격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이제 곧 손과 손을 마주할 찰나.

부관주의 머리에 솟은 뿔이 진동하며 사람의 성대를 대신해 말했다.

-거절합니다.

그와 함께, 팔을 대신해 날개처럼 하늘거리던 두 개의 띠가 쭉 늘어나 채찍처럼 허공을 휘저었다.

부부부부-

어떤 형식도 없는 그저 빠르기만 한 움직임이었지만, 그것이 만들어 낸 결과는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띠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공간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되어 네 명의 이드를 공격했다.

부관주의 대응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파문으로 이드의 접근이 잠시 주춤한 사이.

두 팔과 함께 날개처럼 하늘거리던 띠가 그의 등에서 툭 하고 떨어지더니, 마치 각자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허공을 날았다.

놈들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뱀과 같았다.

녀석들은 허공을 미끄러지며 네 명의 이드를 향했고, 동시에 부관주는 다시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다.

쩌저저정!

그에 이드가 혀를 차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띠를 향해 일라이져를 휘둘렀다. 네 명의 이드가 동시에 휘두른 검격.

네 번의 검격음.

직후 세 명의 이드가 꺼지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좋은 수법이었는데. 아깝네.”

그 모습을 보며 이드는 혀를 찼다. 나름 오랫동안 궁리해 만든 비장의 한 수였는데. 그 첫 시연에서 이렇게 실패해 버릴 줄이야.

더욱이 본체의 검에 베인 띠가 절반이 잘려 나간 것에 비해, 분신들의 검에 베인 띠는 잠시 주춤할 뿐. 검에 베이지도 않았다. 

“역시 아직은 내력의 질량이 부족한 모양이네. 어쩔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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