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218화
크라켄과 써펜더들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당한 피해는 엄청났다. 우선 크라켄이 배에 끼친 피해만 해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 크고 무식한 힘을 가진 다리로 조아댄 배의 곳곳에는 찌그러지고 우그러진 부분이 남았다. 특히 배의 심장이자, 배를 전진시킬 수 있는 프로펠러는 그놈의 다리 힘에 완전히 휘어지고 찌그러져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크라켄의 무식한 힘으로 두 번이나 흔들린 덕분에 배의 내부는 쉐이커-칵테일을 썩을 때 사용하는 도구-안의 칵테일처럼 화물과 가구가 뒤집어지고 부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런 물질적 피해가 아닌 인명 피해였다. 모두가 한 명의 겁 많은 남자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 인명 피해의 내용은 총 사상자 사백다섯 명에 그 중 사망자만 삼백칠십 명에 이르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 배에 타고 있던 승객 수가 구백팔십한 명이었던 걸 생각하면 승객의 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써펜더들에게 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 중 특히 사망자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조금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써펜더들의 그 갈고리형 손톱에 걸리고 온전히 남아 있을 것이 없는 때문이었다. 덕분에 사백다섯 명 중 살아 있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중상으로 팔이나 다리 하나씩을 잃었다고 생각해야 했다. 그것도 용병들이 늦게나마 써펜더들이 설치고 있는 곳을 찾아 그들을 막아냈기에 그 정도에 그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망자들의 시신은 함부로 버릴 수 없어 배의 창고 하나에 냉동 마법을 걸고서 삼백칠십여 구의 시신을 옮겨다 놓았다. 써펜더에 당한 상처가 워낙 심했고, 날씨도 후덥지근한 여름이다. 거기다 바다 위의 습기 많은 배 위이다 보니 시신이 쉽게 부패할까 하는 우려에서 취한 행동이었다. 시신을 옮기는 작업은 용병들과 베르캄프라는 가디언, 그리고 일부 승무원들이 도맡아 해야 했다. 그 외 사람들은 역한 피 냄새와 처참한 시신의 모습에 구역질부터 하거나 거품을 물고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라, 시신을 옮기다 시신 한 구 늘어나지 싶어 제외되었다. 이드와 라미아도 오엘과 함께 움직였다. 시체를 옮기는 일을 하진 않았지만, 시신들이 있던 곳을 물의 정령으로 청소하는 일을 한 것이었다. 배와 승객들은 공격을 받은 이틀째 되는 날 중간 기착지인 그리프트 항에 정박할 수 있었다. 무전으로 연락을 받고 달려온 배들에 의해 끌려온 것이었다. 이미 프로펠러를 잃어버린 여객선은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방향타가 크라켄에 의해 날아가 버려 다행이었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견인해 오는 과정에 여객선은 계속 다른 방향으로 향했을 것이고 자연 이드들이 그리프트 항에 돌아오는 것은 좀 더 늦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드와 타트 스승과의 사이도 점점 벌어졌을 것이다. 모든 상황이 끝나고서도 타트의 스승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두 말 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결국 그의 얼굴은 그리프트 항에서 배를 갈아탈 때까지 볼 수 없었다. 이드와 일행들을 태운 쾌속정은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내달려 그날이 다 가기 전에 리에버에 닿을 수 있었다. 회사 측에서 리에버로 향할 사람들을 위해서 마련해 준 배는 여객선이 있었지만, 어떤 사람들이 간 크게 죽을 뻔했던 바다로 바로 나가겠는가. 결국 여객선을 이용할 필요도 없을 정도의 소수의 사람만이 리에버로 가기로 희망했고, 배는 여객선에서 속도가 빠른 쾌속선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후아~ 여긴 여전히 시끄러운 걸요. 이드님, 우리들 저번에 못 했던 관광부터 하고 카르네르엘에게 가면 안 돼요?”
라미아는 방글거리는 얼굴로 빙글 돌아서 그녀의 등 뒤에 서 있던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라미아는 말 그대로 소년들이 꿈꾸는 상상의 미소녀였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자신들에게 모여지는 시선을 느끼며 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이드의 등 뒤로 찌든 때를 마법으로 커버한 리에버의 선착장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이곳 리에버는 그리 큰 변화가 없었다. 프랑스와 영국을 이어 주는 두 항구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 느껴졌지만, 이곳 리에버는 눈에 띌 정도의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 리에버 자체가 에든버러라는 대도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엘도 저번에 이곳을 구경하고 싶어 했었지?”
“…. 처음 와 보는 곳이라 서요.”
이드는 자신의 물음에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하는 오엘의 모습에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왁자지껄한 곳이다. 파리를 뒤덮고 있던 묵직한 긴장감과는 전혀 다른 활기가 가득한 곳. 이드는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해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텔레포트를 해서 이동하는 만큼 시간은 문제가 아니지만, 오랜만에 구경이나 하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가든 시장 만한 볼거리는 흔치 않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이곳은 항구의 시장이 아닌가.
“좋아. 가 보자, 어차피 해도 지고. 오늘은 여기서 묶고 출발하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여기서 헤어졌다간 찾는데 한참 걸릴 테니까 서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물론이죠. 오엘 가요.”
라미아는 그렇게 말하며 오엘의 손을 잡아 끌며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드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너무 바짝 따라다니면 자신만 피곤해지기 때문에 조금 거리를 두고 쫓아다닐 생각이었다.
‘쯥. 이번엔…. 희생자가 없어야 할 텐데…’
시선으론 두 사람을 쫓으며 천천히 사람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던 이드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말이 씨앗이 된다고 했던가? 이드의 말을 담고 있는 씨앗은 그의 입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피어났다.
퍼억.
처참함이 깃든 묵직한 소리가 이드의 귓가에 들려왔다. 오엘의 검집이 한 남자의 팔을 정확하게 가격하며 부러뜨려 놓으며 생긴 소음이었다. 워낙 순식간에 또한 깨끗하게 펼쳐진 움직임이기에 오엘의 하체 쪽으로 손을 뻗던 사십대의 남자는 꺾일 수 없는 곳에서 꺾여 있는 자신의 팔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순간적인 일이라 육체가 채 그 고통을 느껴 뇌에 전달하는 게 조금 늦어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곧 처참하게 굳어져 버렸다.
“끄아아아악…. 내 팔, 내 파알…. 끄아악 이 년이…”
이제야 그의 뇌에 충격과 고통이 전해진 것이었다. 그 남자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삼키기 위해서인지 자신의 팔을 지금과 같이 만든 오엘을 욕했다. 그러나 그는 앞서 오엘의 몸을 더듬으려던 것이 실패한 것처럼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그런 그의 입에서는 허연 거품이 뽀글거리고 있었다. 그가 채 뭐라고 하기도 전에 오엘의 검이 그의 명치 부분을 찔러 버린 것이었다. 그냥 주먹을 맞아도 아픈 곳인 만큼, 검집으로 두드려 맞았으니 가히 그 고통이 어떨지 상상이 될 것이다. 이드는 그런 남자의 모습에 쯧쯧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한때 용병 일을 한 때문인지 이런 짓거리를 걸어 오는 자 치고, 무사한 사람을 보지 못한 이드였다. 그때 한 남자가 쓰러진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다 오엘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검까지 들고 있는 걸 보면 능력자 같은데…. 그런 사람이 멀쩡히 지나가는 사람을 치다니. 당신 제 정신이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남자가 오엘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하기사 오엘에게 두드려 맞은 저런 변태들은 사람들이 많으면 오히려 시선이 가려서 못 본다는 것을 이용해서 변태 짓을 하는 것이니, 저 남자가 보았을 리 없다.
“… 사정을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지 말아요. 나는 사람 사이에 끼어서 변태 짓을 하려는 변태를 잡았을 뿐이니까. 약 한 달 전에도 이곳에 왔다가 겪은 일이지만…. 이곳엔 이런 놈들이 상당히 많군요.”
남자는 오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발아래 쓰러진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엘의 말을 바로 믿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어진 한 사람의 비명 같은 외침이 그를 믿음으로 인도해 주었다.
“크악… 생각났다. 한 달 전쯤에 열두 명을 병원에 실려 가게 만든 두 여자.”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웅성거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이곳에서 생활하는 만큼 한 달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실 변태 열 명이 나란히 병원으로 실려 가면, 자연히 기억에 남게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오엘에게 따지고 들던 남자는 오엘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그때부터 시장 구경하기는 쉬웠다. 오엘과 라미아에 대한 말이 그새 시장 전체로 퍼져 나가기라도 한 것인지 오엘과 라미아의 모습을 멀리서 구경하는 사람은 있어도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리에버에 라미아와 오엘에 대한 소문이 확실히 퍼진 모양이었다. 이드는 저녁 해가 질 때까지 두 사람을 따라다녔다. 별 관심 없는 곳에서는 멀찍이 구경만 하고 꽤 재미있거나 맛있어 보이는 것을 먹을 때는 같이 놀고 먹었다. 리에버의 시장은 확실히 항구를 끼고 있어서인지 크고 다양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놀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드는 한 걸음 앞서 가는 두 사람의 어깨를 건드렸다.
“이제 그만 여관 잡으러 가자. 노는 것도 적당히 해야겠지? 저녁 시간도 다 되어 가는데 말이야. 잘못하다가는 여관 방 잡기 힘들어 진다구.”
“흐음…. 좀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나머지는 다음에 구경하기로 하고, 여관 잡으러 가요.”
이드는 자신의 말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두 여성의 모습에 이젠 자신이 앞장서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따라 시장을 돌아다니는 사이 몇 사람을 붙잡고 좋은 여관을 물어 두었었다. 그리고 이드의 물음에 사람들이 하나같이 가장 먼저 입에 거론한 곳이 바로….
‘어서 오세요.’
…였다.
“…..”
“….. 이름이… 특이하네요.”
“하하…. 그렇지?”
이드는 오엘의 물음에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처음 이드도 한 사람에게서 여관 이름을 들었을 때는 그 사람이 여관업을 하는 줄 알았다. 갑자기 “어서 오세요.”라니. 저희 집이 좋은 여관이니 그리 가시죠. 라는 말로 들렸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오히려 그런 이드의 당황스런 반응을 노린 건지 이드의 모습에 시원스레 웃고는 여관 이름이라며 위치를 알려 주었다. ‘어서 오세요’는 오 층 높이의 평범한 빌딩처럼 보였다. 소개해 준 사람의 말에 따르면 주인이 예전 선장으로 호탕해서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또 그의 두 딸이 요리사라 음식 맛도 상당히 좋다고 했는데, 이 두 가지 이유로 한 번 이 여관에 머무른 사람들은 꾸준히 ‘안녕하세요.’를 찾게 된다고 했었다. 이드는 ‘어서 오세요.’를 소개해주던 말을 생각하며 입구의 검게 코팅된 유리문을 열었다.
웅성웅성…. 하하하하
순간 군침 도는 음식 냄새와 함께 웅성이는 소리가 확 하고 이드들의 코와 귀를 덮쳤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일 층을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드는 라미아와 오엘을 데리고 카운터로 다가갔다. 카운터 앞엔 이드와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포니테일의 머리 모양을 한 자그마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의 바른 말투에 영업용의 웃는 얼굴. 완전히 장사꾼이다.
“네, 하루 묶으려고 하는데요. 이 인실 하나와 일 인실 하나. 방 있습니까?”
“아, 방은 있어요. 하지만, 일 인실은 있는데 이 인실이 없네요. 대신 사인실은 있는데…”
이드는 그 말에 오엘을 바라보았다. 사실 사인실은 두 명이서 쓰기엔 너무 넓었다. 더구나 라미아는 보나 마나 자신에게 붙어 잘 테니…. 침상이 세 개나 비어 버리는 것이다. 오엘은 그런 이드의 생각을 알았는지 입을 열었다.
“그럼 사인실로 주세요.”
그녀의 말에 소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열쇠를 건넸다. 이미 손에 들고 있던 열쇠였다. 이드는 그런 소녀의 모습에 노련한 장사꾼의 모습이 비쳐지는 듯했다.
“그런데 저녁 식사는 하셨나요? 아직 식사 전이라면 저에게 주문해 주시면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메뉴판.”
“아, 메뉴판은 필요 없어요. 이 집 요리가 상당히 맛있다는 말을 듣고 왔으니까 직접 추천해 주세요. 삼 인분으로요. 그럼 잠시 후에 내려오죠.”
이드는 자신의 말에 소녀가 다시 웃어 보이는 것을 바라보며 카운터 옆의 계단을 올랐다. 이 여관의 시설은 상당히 현대식이었다. 정비도 잘 되어 있는 것이 가디언 본부 같았다. 세 사람은 방을 찾아 들고 있던 가벼운 짐과 시장에서 산 몇 가지 물건들을 내리고 손과 얼굴을 씻고 내려왔다. 그 모습을 봤는지 소녀는 곧장 카운터에서 일어나 일행들을 하나의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식당 안은 상당히 북적이고 있었다. 갖가지 요리를 앞에 둔 사람들은 상당히 만족스런 표정들이었다. 테이블에는 이미 요리가 하나 가득 차려져 있었다. 상당히 화려한 것이 맛있어 보였다. 대신 요리 하나하나의 가격이 상당해 보였다. 맛있지만 비싼 요리를 추천한다. 보통 상인들이 쓰는 상술을 이 소녀가 쓰고 있는 것이었다.
“으음… 사다이… 마잉응에여.”
“입에 입식 넣고 말하지 마. 그런데 확실히 맛은 좋은 걸.”
이드는 앞에 놓인 요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말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을 만한 요리집을 찾은 것 같았다. 이드는 테이블 위에 늘어가는 빈 접시를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식당 안을 돌던 중년의 남자가 빠르게 걸어왔다. 떡 벌어진 어깨에 상당히 재빠른 몸놀림이었다. 아마도 이 사람이 이 여관의 주인인 듯했다.
“네, 요리는 맛있으십니까. 손님.”
이드는 그의 말에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막 추가 주문을 하려 할 때였다. 입구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벤네비스산 쪽으로!!! 안돼. 그쪽은 너무 위험해.”
뭔가 놀란 듯한 큰 목소리였다.
“벤네비스?”
“네? 뭐라고….”
“아, 아닙니다. 저희가 먹었던 것 이외에 다시 추천해 주실 만한 요리가 있으면 부탁드릴까 해서요. 이번에도 삼인분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드는 맛있는 걸로 가져오겠다는 그의 말을 그냥 흘리며 막 들어서는 세 명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뿐만 아니라, 라미아와 오엘의 시선도 그쪽을 향해 있었다. 그녀들도 방금 전 벤네비스산이란 명칭을 들었던 것이다. 세 명은 각자 무공과 마법으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세 사람은 무언가 장사를 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벤네비스산이 있는 방향을 지나가겠다고 한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네, 그 근처로는 절대 가지 말아. 자네도 알겠지만 그 근처는 몬스터 천지야. 그것도 고만고만한 용병으론 상대도 못 할 대형 몬스터들이. 오죽하면 너비스 마을로 가려던 가디언들이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겠나? 그러니 다른 길을 찾아봐. 어려우면 내 조금 도와주겠네. 난 벌써 자네 같은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아.”
“후우… 고맙네. 하지만 배가 늦어 물건…..”
더 이상 들을 필요는 없다. 이드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만을 모두 듣고 각자 시선을 모았다.
“벤네비스산도 아니고 그 근처에 몬스터라고? 이건 생각도 못 해 본 일인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이드는 오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있을 것이다. 벤네비스는 카르네르엘의 영역이었다. 그녀의 영역 근처에서는 함부로 몬스터들이 날뛸 일이 없다. 실제 며칠간 너비스에 머물렀지만, 그녀의 레어가 있다는 벤네비스 산에서 내려온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주위엔 몬스터가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보통의 마을보다 몬스터 걱정이 없는 마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헌데 지금 저 상인은 그런 벤네비스 주위에 그것도 대형의 몬스터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주인 아저씨와 요리사 복장을 한 아가씨가 각각 양손 가득 접시들을 가지고 와서 내려놓았다. 이드는 그 접시들을 급히 받아들였다. 그때 라미아가 접시를 내려놓는 아저씨를 향해 벤네비스 마을에 대해 물었다.
“아, 그 말이요. 알긴 합니다만…. 이 곳 분이 아니신 모양이죠?”
“네, 저희들은 파리에서 오는 길인데 그곳에 아시는 분이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쪽 테이블에서 너비스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해서요. 그리고 말씀 편히 하세요. 저희 모두 아저씨보다 어린 걸요.”
“흐음… 그럼 그럴까. 그보다 너비스라.”
세 사람은 그의 입에서 뭔가 이야기가 나올 듯하자 그의 입으로 시선을 모았다. 주인은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 씨익 웃었다. 원래 귀 기울여 들어 주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일은 즐거운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몬스터가 날뛰기 시작한 게 오늘로 이 주가 넘었구먼. 하여간 맨 처음 몬스터가 날뛰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 거야.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몬스터가 벤네비스에 한 마리, 두 마리 나타나기 시작하더란 말이야. 그때는 이쪽도 몬스터의 공격이 한 번 있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5일이 지나서 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몬스터가 벤네비스 주위로 우글거리고 있었다는 군. 그리고 아까 자네들 그곳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그 사람을 만나러 가려 한 건가?”
“네.”
“그럼 안됐지만 포기하게. 그 많은 몬스터 때문에 근처에도 가지 못하겠지만… 가더라도 좋은 꼴은 못 볼 거야. 가디언 측에서도 그 마을이 걱정이 돼서 그 마을에 파견 나가 있는 가디언에게 연락을 해 봤다는 군. 헌데 전혀 연락이 안 되더란 말이지. 무사하다면 왜 연락이 안 되겠나? 좌우간 가디언들이 직접 가 보려고도 했지만 그 많은 몬스터들 때문에 결국 상처만 입고 되돌아왔다더군. 그러니 자네들도 그쪽으로 가 볼 생각은 하지도 말고,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야기 감사했구요.”
“뭘…. 그럼 맛있게들 들게.”
이드는 주인이 뒤돌아 가자 라미아와 오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내일은 아침 일찍 서둘러야겠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이야.”
“예, 그런데…. 혹시 벤네비스가 그렇게 된 게 거기 계신 드래곤 분이 그렇게 하신 건 아닐까요? 가령 유희를 끝내 버리셨다 던지….”
오엘은 약간 불안한 듯이 의견을 내놓았다. 오엘에겐 카르네르엘은 두려운 존재로서의 드래곤이었다. 비록 이드 앞에서 푼수 같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분명 기분이 상대를 골려 주겠다는 이유로 몬스터를 풀어 사람을 죽고 다치게 만든, 절대 인간이 아닌 존재. 인간을 놀이의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그녀인 만큼 유희를 갑자기 끝내 버리고 마을을 쓸어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녀의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고개를 내저으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
“확실히 드래곤은 두려운 존재야. 그건 사실이야. 또 네가 지금 걱정하고 있는 그런 일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몇 번이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기도 해. 하지만 카르네르엘은 아니야. 때에 따라서는 그녀도 그런 일을 할 수는 있지만, 나와 라미아가 봤을 때의 카르네르엘은 절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 그녀는 그때의 유희를 즐기고 있었고,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어. 그런 것을 중간에 그만두고 부숴 버릴 이유는 없겠지. 설령 무슨 이유가 있어서 유희를 끝낸다고 하더라도 그 마을을 쓸어 버릴 드래곤은 아니야.”
오엘은 이드의 말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이드가 단언하는 데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또 자신이 본 바로도 이드와 라미아는 그 그린 드래곤과 상당히 친분을 가지고 있는 듯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카르네르엘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그녀가 가진 생각은 버려지지 못했다. 이어진 식사는 조용했다. 세 사람 모두 카르네르엘에 대해 생각하느라 달리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었다. 물론 생각하는 내용은 다르지만 말이다.
츄바바밧….. 츠즈즈즛……
아무것도 없던 허공. 그 허공 중에 이유 모를 몽롱한 빛 한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빛은 곧 그곳이 좋았는지 자신의 친구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빛을 중심으로 불규칙적인 빛들이 생겨나며 자신들의 모습을 뽐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빛들은 하나의 거대한 구를 이룰 정도였다. 서로가 모인 기쁨에 빛들은 서로에게 자신의 빛을 뽐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구를 이루고 있던 빛은 엄청난 밝기를 자랑하더니 한 순간 터지듯 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그런 빛들의 장난이 벌어지고 있는 이곳은 벤네비스산 아래 자리한 너비스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동산이었다. 그리고 단 네 사람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 달 전쯤 이곳엔 지금과 같은 빛들의 장난이 있었다. 그때 빛들은 장난을 마치고 돌아가며 네 명의 인간들을 토해 놓았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빛들이 놀던 그곳에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엇… 또….”
“으앗. 이드님.”
“사숙. 이번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과연 빛은 이번에도 자신들이 사라진 자리에 인간들을 토해 놓았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것이 있었다. 그때는 네 명이었, 지금은 세 명이라는 점.
이드는 공중에서 라미아를 안아 들고 사뿐히 땅에 내려섰다. 오엘도 꽤나 익숙해졌는지 혼자서 땅에 가볍게 착지했다. 여러 번 겪다 보니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아우… 도대체 누가 이곳의 좌표점을 뒤흔들어 놓은 게 누구야! 조금만 실수했어도 정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갈 뻔했잖아.”
라미아는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듣는 사람도 없는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주위를 돌아보았다. 확실히 자신도 텔레포트의 마지막 순간에 뭔가 묘한 마나의 느낌을 받았었다.
“라미아, 도대체 뭐지? 텔레포트 마지막에 조금 이상했었어….”
“우씨… 누군지 몰라도 아니,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카르네르엘 뿐이죠. 그녀가 이곳의 좌표점을 흔들어 놓았어요.”
“좌표점을?”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텔레포트도 중 목적지의 좌표점이 흔들릴 경우 구현되는 곳과 주위의 좌표에 미묘한 영향을 주게 된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텔레포트의 부작용으로 주로 나오는 원자 분해나, 공간의 미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딘지 모를 곳으로 텔레포트가 끝난다는 것뿐이다. 문제는…. 텔레포트가 끝나는 지점이 상공 일 킬로미터일 수도 있고, 바닷속일 수도 있으며, 화산 속일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지만. 그리고 좌표점이 흔들리는 순간 그것을 바로잡는 것은 아주 힘들다. 좌표점을 뒤흔든 힘과 같은 힘이 작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라미아가 텔레포트를 시전했다는 것이 주요했다. 현재 그녀를 마법으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란 드래곤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잘 왔으면 된 것이다. 이드는 그렇게 간단히 생각하며 언덕 아래로 보이는 너비스 마을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이곳에서 바라보았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마을을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느긋한 걸음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 뭔지 모를 짐을 낑낑거리며 지고 가는 사람과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 올리는 건물 등.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망루에 보초를 서던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실과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돌아다니는 몇 마리 몬스터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마을 자체가 너무도 평화로워 보인다는 것뿐이었다.
“…. 어떻게 된 거야? 몬스터에 의한 피해는커녕, 오히려 여유로워 보이잖아.”
물론 파괴되어 버린 마을과 뼈만 남긴 사람들의 시신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 오기 전 들은 이야기 때문에 무언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와 보니 걱정하던 여러 가지 상황과 달리 너무도 평화스런 모습이 보이자 왠지 속은 것 같다는 기분이 불쑥 들었다. 그리고 그렇기는 오엘이 더했다. 이미 여관에서 카르네르엘에게 유린당하는 마을의 모습을 그려 본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을 주위에 결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은걸요.”
“결…. 계?”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가만히 마을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이드의 갈무리해 두었던 기운이 주위와 동화되며 이색적으로 모여 있는 기운을 찾아 낼 수 있었다. 너비스 마을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돔 형태의 거대한 결계. 타트의 스승도 펼쳐 내지 못할 그런 결계였다.
“우선 마을로 내려가 보죠.”
아직 결계를 알아볼 수 없는 오엘은 마을을 살피는 두 사람에게 말을 하고는 앞장서서 언덕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을에 다가갈수록 마을의 평온한 분위기는 더욱 확실하게 세 사람에게 다가왔다. 마을 주위를 감싸고 있는 결계의 존재도 좀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결계에 섞여 있는 묘하게 익숙한 기운의 느낌까지.
“아무래도…. 이 결계를 세울 때 그 중앙에 드래곤의 물건을 놓아둔 모양이야. 결계에서 경고하는 것 같은 드래곤의 기운이 느껴져.”
이드의 말에 라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이상으로 드래곤의 존재감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두 사람인 만큼 결계에 섞인 드래곤의 기운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결계에 다가올 몬스터에게 주의를 주기 위한 것인 듯했다.
“그렇다면 깨는 것보다는 안에서 열어 달라고 해야겠네요.”
“하지만 마을에서 먼저 저희들을 보는 건 힘들 것 같은데요.”
오엘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들과 마을과의 거리를 가리켜 보였다. 마을의 제일 외곽에 있는 집을 기준으로 자신들과의 거리는 오백 미터. 더구나 마을은 몬스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원형을 이루고 있는 덕분에 일부러 집들 사이의 작은 골목으로 얼굴을 내밀지 않는 한 이드들의 존재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드는 그런 오엘의 모습에 미리 대비를 해 두었는지 씨익 웃어 보였고, 라미아는 뭔가를 준비하는 듯했다.
“그럼 문제다. 넌 여기 있고 저 앞에 아는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넌 뛰어가서 아는 척할 수는 없어. 그럴 땐 어떻게 하지?”
“그럼… 이름을 불러야죠.”
잠시 머뭇거리던 오엘이 대답하자 이드는 씨익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라미아 옆으로 가서 서라는 듯 손짓해 보였다.
“맞았어 나도 지금 그럴 생각이거든. 이 결계는 출입을 막고 있을 뿐이지 소리까지 막는 것은 아니거든… 후우~”
말을 끝낸 그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라미아는 오엘과 자신에게 사일런스 마법을 걸었다. 조금 전 그녀가 준비하던 마법이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실례합니다!!!!!!!”
간단한 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했다. 천마후에 의해 발현된 이드의 목소리는 사일런스 마법을 걸고 있는 라미아와 오엘의 몸에 웅웅거리는 울림을 자아내며 이드의 주위로 작은 모래 먼지를 피어 올렸다. 음파의 충격에 이드 주위의 공기 층이 놀라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놀라기는 마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한 순간이지만 마을의 모든 움직임이 멎어 버린 듯했다. 놀던 아이들도, 바삐 움직이던 사람들도, 심지어 피어오르던 연기도. 모든 것이 잠시, 아주 잠시 멎어 버렸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겪을 때의 모습 같다고 할까? 곧 마을엔 엄청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사람들이 우르르 집 사이를 빠져 나와 이드들이 있는 쪽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드는 갑작스레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조금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눈치채길 바라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응할 줄은 몰랐다. 조금 당황스럽다고 할까? 그 사이 라미아와 오엘은 달려 나오는 사람들 중에서 카르네르엘을 찾고 있었다. 비록 거리가 오백 미터로 엄청 떨어져 있어,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긴 힘들지만 머리카락 구별 정도는 쉬웠다. 이 마을에 그녀와 같은 옥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때 많은 사람들 앞으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손을 들어 마을의 큰 도로가 있는 중앙 입구 쪽을 가리켜 보이며 그리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쪽으로 오라는 뜻인 것 같았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 외부에서 많은 물품을 사 오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사용하는 도로로 일종의 마을 입구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드는 그곳에서 왜소한 체격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남자와 마주 서 있었다. 남자는 이드와 그 뒤에 서 있는 라미아와 오엘을 찬찬히 바라보다 의심 가득한 눈길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칼칼한 목소리였다. 덕분에 상당히 날카롭게 들리는 목소리이기도 했고, 내용 또한 그랬다. 꼭 이름이나 어디서 왔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맞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여행자들입니다. 들어갈 수 있을까요?”
“우리 마을엔 외부인은 잘 받아들이지 않소. 더구나…. 이.런.곳.까지 온 여행자들이라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소.”
남자는 자신이 사는 마을건만, 꼭 오지 못할 곳에 온 사람처럼 말을 했다.
“아니요. 저희는 약 한 달 전쯤에 이곳을 찾아왔었습니다. 그때 ‘만남이 흐르는 곳’이란 이름의 여관에 머물렀었죠. 이번에 온 것도 거기 주인인 넬 아주머니를 찾아 온 건데요. 아, 그때 그곳에서 지내고 있던 루칼트라는 용병과도 안면이 있습니다.”
“…… 기다려보게.”
남자는 잠시 이드를 바라보더니 마을 사람들 중의 한 명을 불러 어딘가로 보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고 ‘만남이 흐르는 곳’으로 갔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 넬을 데려오거나 루칼트를 데려올 것이다. 아, 넬은 카르네르엘이 유희 중인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경계가 심한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해요. 보나 마나 이 실드도 카르네르엘이 쳤을 텐데… 유희 중에 이런 일을 한 게 잘 이해가 안 돼요.”
“뭐… 저기 누가 오고 있으니까 곧 있으면 알 수 있겠지.”
이드는 머리 위로 한가득 물음표를 떠올리는 두 여성의 대화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뒤쪽의 도로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두 명의 남자가 달려오고 있었다. 곧 두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 가려 잠시 보이지 않다가 사람들을 헤치고 나왔다. 그리고 그 중 한 남자가 나오자마자 일행들을 바라보며 반갑다는 표정으로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여~ 오랜만이야.”
그는 다름 아닌 루칼트였다. 그것도 녹색의 앞.치.마.를 걸치고 있는 모습의 말이다. 그런 루칼트의 모습에 이드들을 관찰하던 남자가 품 속에서 녹색의 길쭉한 돌멩이 같은 것을 꺼내 들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 물건의 모습에 눈을 반짝였다.
‘드래곤 스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