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이드 – 220화


그 날 아무런 수확도 없이 발길을 돌린 두 사람은 다음 날 다시 어제 그 자리에 다시 서 있었다. 그 중 라미아의 손에는 커다란 소풍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그 안에 이드와 먹을 점심과 간단한 간식이 들어 있었다. 잠시 후 이드와 라미아는 도시락을 그 자리에 내려놓고서 정면에 보이는 벤네비스 산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먹음직스런 냄새가 나는 소풍 바구니만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산짐승 중 그 누구도 그 냄새의 근원의 맛을 본 녀석은 없었다. 겁없이 다가가던 녀석은 가벼운 전기 충격과 함께 튕겨 나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일렉트리서티 실드. 라미아가 소풍 바구니를 지키기 위해 걸어 놓은 마법이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렇게 사흘을 연속으로 나와서 주위 산 세 개를 뒤졌다. 하지만 레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흘째 되는 오늘도 이드와 라미아는 지난 사흘 동안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중 라미아의 손에는 여전히 맛있는 냄새를 솔솔 바람에 실어 나르고 있는 소풍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둘과 조금 떨어진 바위의 한 쪽. 이상하게도 검게 변해 버린 털 색을 가진 다람쥐가 라미아의 손에 들린 소풍 바구니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다. 이 다람쥐는 바로 지난 사흘 동안 그 의지를 굽히지 않고 소풍 바구니를 공략했던 다람쥐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힘으로 일렉트리서티 실드를 깨는 것은 역부족이다. 해서 다람쥐는 오늘부터는 기회를 엿보기로 했고, 그래서 이곳에 숨어서 기회가 보이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저 인간 여자와 남자는 잠시 후 저 맛있는 냄새가 나는 바구니를 놓고, 갈 것이다. 바로 그때를 기다리자.’

그것이 다람쥐의 계획이었다. 헌데, 그런 자신만만한 계획을 실천하기도 전인 지금. 인간 여자가 이상해 보였다. 자신들이 매가 무서워 매가 있는가를 알기 위해 확인하는 하늘을 저 인간 여자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때 인간 여자에게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리 나쁘지 않은 소리였다.

“큰일 났어요. 이드님. 아무래도 파리에 무슨 일이 있나 봐요.”

인간 여자의 소리에 인간 남자도 소리로 답했다.

“무슨 소리야?”

인간 남자의 소리 역시 듣기 좋았다. 저 소리가 그들의 말하는 방법인 모양이다. 자신 역시 저 밑에 살고 있는 갈색 다람쥐와 자주 만나 말을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고소한 알밤이나 도토리를 갉아먹는다.

“알람이 울렸어요. 제가 파리에서 나오기 전에 디엔에게 주었던 스크롤이요. 제가 무서울 때나 괴물이 나올 때 찢으라고 했었어요.”

인간 여자의 말이 빠르다. 오늘은 이상하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때 인간 남자의 얼굴이 이상해졌다. 마치 우리들이 먹을 것을 두고 싸울 때 짖고 있는 표정과 비슷해 보인다. 어! 그럼 저 인간 남자와 인간 여자는 싸우는 건가? 그럼, 오늘은 저 바구니 가까이도 못 가보는 건가.

“그럼 디엔이 몬스터를 봤다는 이야기인데… 가디언 본부에 있을 디엔이 몬스터를 봤다면…. 몬스터 떼가 몰려온 건가? 라미아, 곧바로 파리로 갈 수 있어?”

인간 여자가 고개를 흔든다. 저 인간 남자에게 진 건가?

“네, 하지만 두 번에 나눠서 이동해야 돼요. 이곳의 좌표점이 흔들리기 때문에.”

“좋아, 그럼 바로 준비해서 바로 가자.”

“그럼 오엘은요?”

“… 지금 데리러 갈 수 없잖아. 혹시 늦으면 찾으러 올 테니까… 이곳에 몇 자 적어 두면 되겠지.”

어? 이번엔 인간 남자가 바위 위에 앉아서 뭔가를 한다. 인간 여자가 인간 남자의 짝이 되기로 하고 화해를 한 건가? 저 옆에 황색 다람쥐도 그렇게 해서 짝을 맺었다는데. 얼마 있으면 새끼들이 나온다고 했었지.

“참, 그런데요. 이드님. 우리가 텔레포트 해 가게 되면요. 디엔이 있는 자리에서 위쪽으로 백 미터 지점이 되거든요. 이번에도 잘 잡아 주세요.”

“뭐… 뭐?”

“텔레포트!!”

“야, 라미아~”

어엇! 너무 밝다. 눈이 안 보여. 이번엔 몸이 뜨거워지고 따끔거리는 함정이 아니라 이런 건가? 그럼 내 계획은 소용없는데. 아니다. 하는 데까지는 해 본다. 뛰자!

다람쥐가 뛰어오르는 순간 이드와 일리나가 들어선 텔레포트 게이트의 문이 닫히며 빛이 사라졌다. 그럼 뛰어오른 다람쥐는?

우아~ 드디어. 맛있는 냄새가 나는 먹거리를 찾았다. 냠냠냠냠. 맛있다.

운 좋게도 라미아가 놓아둔 소풍 바구니에 들어가 있다. 거기다 벌써 한 개를 먹었는지 양 볼이 빵빵했다. 아마 녀석이 이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맛보는 극미(極味) 진수성찬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식사가 될 줄 다람쥐는 몰랐다. 그 극미의 맛에 취해 몸이 둔해지도록 먹고 잠든 것이 화근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항상 몸을 숨기고 있었을 녀석은 너무 맛있는 음식의 맛에 그것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텅 빈 하늘에 사지를 늘이고 잠잔 덕분에 매의 그 밝은 눈에 잡히고 만 것이었다. 다음 순간.

빼애애액…..

더 이상 다람쥐의 모습은 도시락 바구니에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매의 깃털 하나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파리 가디언 본부 상공 백 미터 지점.

꾸아아아악

거대했다. 거대한 한 마리의 와이번이 허공에서 춤을 추며 그곳을 급박하게 지나갔다. 그런 와이번의 등에서는 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핏줄기는 와이번이 날아가는 비행 경로를 따라 붉게 흩뿌려졌다. 그것은 마치 텅 빈 허공에 그어지는 붉은 색 연필 자국 같았다.

쓰아아아아아….

그 뒤를 따라 곧 한 대의 제트기가 뒤따랐다. 앞서간 와이번의 등을 적시고 있는 핏줄기도 이 제트기의 짓인 것 같다. 제트기는 앞서 날고 있는 와이번을 꼭 잡겠다는 뜻인지 어지러울 정도의 회전을 하며 앞으로 날았다. 그렇게 제트기가 날아간 자리엔 엔진에서 뿜어진 뜨거운 기류가 흘렀다. 그리고 그 뜨거움이 채 날아가기도 전. 바로 그곳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색찬란한 빛 무리가 무리를 이루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빛을 뿌리며 사라졌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그곳에는 한 덩이가 된 두 인형이 있었다.

“응? 뭐야? 이 뜨거운 느낌은….”

막 텔레포트가 끝나는 순간 라미아의 말을 기억하며 라미아를 끌어안았던 이드는 얼굴에 와닿는 화끈한 열기에 순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잠깐의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드는 라미아를 안은 채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슬쩍 비틀어진 몸을 바로 세우며 자신이 내려설 땅을 바라보았다. 그런 이드의 눈에 많이 익숙한 건물이 보였다. 바로 가디언 본부였다. 가디언 본부 상공에 나타난 걸 보면 디엔은 아직 가디언 본부 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주위 어딘가에 몬스터가 있단 말인가. 이드는 운룡대팔식의 운룡회류를 시전하며 허공 중에서 그대로 한 바퀴 몸을 돌렸다. 너무 빠른 속도라 보통 사람이었으면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드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가디언 본부를 중심으로 북쪽. 두 개의 산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관문처럼 보이는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전투 지역은 엄청나게 커 보였다. 그 사이 이드와 라미아의 몸은 가디언 본부 건물 옥상에 거의 다다라 있었다. 그렇게 느낀 순간 이드의 양발이 강하게 허공을 박찼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말이다. 헌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허공을 찍어 내는 이드의 발 아래로 강한 충격음이 들리더니 한순간 떨어지던 속도를 모두 무시한 채 라미아를 안은 이드의 몸이 그대로 허공 중에 멈추어 버린 것이었다.

허공답보(虛空踏步)

특별한 신법도, 보법도, 경공도 필요 없는 허공을 걸어 다니는 경지. 바로 그것이었다. 이드는 라미아를 안은 채 천천히 허공 20미터 지점에서 가디언 본부의 정문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이드와 라미아는 정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디엔과 디엔 어머니였다. 그 둘을 제외하고 현재 가디언 본부는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누나, 형!”

“디엔아. 아무 일 없었구나.”

“꽤 멀리서 텔레포트해 온 모양이야. 허공에서 떨어지는 걸 보면.”

디엔 어머니는 라미아가 디엔을 안아 주는 모습을 보며 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이드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쪽으론 지금 검은 연기와 불꽃과 폭음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었다. 거기다 와이번과 그리폰, 전투기와 헬기의 공중전도 치열했다. 그리고 공중전이란 특성상 파리 전역을 무대로 서로 싸우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 아침에 몬스터들이 공격해 왔는데, 그야말로 대군이야. 쌍둥이 산 때문에 몬스터들이 몰려오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날이 새는 것과 함께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어.”

이드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복장을 바로 했다. 원래 이곳에서의 전투엔 별로 개입하고 싶진 않았지만, 꽤나 친분이 생겨 버린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쉽게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당장 눈앞의 디엔이란 꼬마만 해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아마 저 녀석이 위험하면 제일 먼저 라미아가 달려나가 마법으로 쓸어 버릴 것 같았다.

“녀석들의 숫자는요?”

“정확히는 잘 몰라. 하지만 처음 보고될 때 대략 1만 2천 정도라고 했었어. 우리 측 전력의 두 배에 가까운 전력이지. 그 전력 차이를 줄여 보려고 처음에 대형 병기를 엄청나게 쏟아부은 덕분에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까 무전을 받아 보니 별 차이 없는 것 같았어. 나는 디엔과 이 건물을 지키고 있으라는 말에 여기 있긴 하지만… 불안해.”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공중에서 봤을 때 전투의 스케일이 커 보였다. 그때 문득 이드의 뇌리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그런데 제이나노도 저곳에 있는 건가요?”

“부상자들이 가장 많이 생기는 곳이 전쟁터니까.”

“그거야… 그렇죠. 라미아. 빨리 가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라미아는 이드의 재촉에 고개를 끄덕이며 디엔을 놓아 주었다. 어지간히 디엔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라미아는 디엔의 얼굴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

“디엔은 여기서 가만히 있어. 이 누나가 디엔을 무섭게 하는 저 녀석들을 모두 쫓아 줄 테니까. 디엔은 엄마를 지키고 있어. 알았지?”

디엔은 라미아의 말에 다무지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응, 디엔 여기 있을게. 그런데 누나하고 형아하고, 아프지 마.”

“물론이지. 이 누나와 형을 아프게 할 녀석은 저기 아무도 없어. 그럼 갔다 올게. 갔다 올게요.”

“둘 다 조심해.”

이드는 디엔 어머니의 말에 한 손을 들어 보이며 땅을 박찼고, 라미아는 마법을 사용해 허공을 날았다. 5, 6미터 정도를 뛰어오른 이드는 그때부터 북쪽으로 이어져 있는 집의 지붕들을 밟고서 빠르게 달려 나갔다. 너비스 마을과 벤네비스 산을 오갈 때의 속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속도로 간다면, 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배 이상 빠를 것 같았다. 달려가는 간간이 큰 건물 안으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큰 건물 쪽으로 우선 도망을 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지금 저 허공에서 날고 있는 제트기나 와이번이 떨어져도, 작은 건물보다는 큰 건물이 좀 더 안전할 테니까 말이다. 전투 지역에 가까워질수록 은은히 들려오던 폭음이 더욱 생생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몇 가지 무기는 아까 전부터 쉬지도 않고 계속 쏘아지고 있는지, 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라미아, 네가 보기엔 상황이 어때?’

이드는 자신보다 상공에 날고 있는 라미아가 더 정확하게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물었다. 잠시 후 그녀의 눈에 보이고 있는 전투지의 모습이 이드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라미아가 자신이 보고 있는 장면을 그대로 이드에게 보내 온 것이다. 아직 6천을 넘을 것 같은 거친 몬스터의 군대와 그들을 조금이라도 접근시키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포탄을 쏘아 대는 군대. 그리고 간간이 그 포탄을 뚫고 들어오는 몬스터들과 우회해서 달려드는 몬스터를 상대하느라 정신없는 가디언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군대와 가디언들이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쓰러지는 놈들의 시신을 밟고서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전진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6천이라… 저 녀석들을 막을 방법이라면 뭐가 있을까?’

‘많죠. 우선 한 번에 보내 버리는 방법으로는 메테오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랬다가는 가디언들과 군대도 함께 말려 들어가 버릴 테고… 그럼 역시 자연력을 이용한 마법이 제일 잘 먹힐 것 같은데요. 물론 이런 마법들을 사용하기 위해선 이드님의 마나가 필요한 건 당연하고요.’

‘아, 그래, 그래…’

이드는 라미아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초 고위급의 마법을 사용한다면, 저 6천이란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를 한 번에 쓸어 버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선뜻 내키지 않는 이드였다. 며칠간 라미아와 함께 의논해 본 카르네르엘의 말 때문인지도 몰랐다. 순리를 위한 피, 순리를 향한 고통이라는 말. 또 한 세계가 피를 흘린다는 말과 전 세계의 몬스터가 날뛰고 있는 것.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전투가 순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순리라도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것이 곧 자신에겐 순리가 아닐까. 특히 라미아 같은 경우는 디엔을 생각해 절대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드의 눈에 제일 앞서 전투에 참여하는 곳의 뒤로, 바쁘게 포탄과 실탄을 나르는 그 뒤로, 군인들을 지휘하는 것 같은 모습의 여러 사람들이 바쁘게 명령하고 있는 그 뒤로 보이는 부상병들을 치료하는 듯한 곳이 보였다. 하얀색의 천으로 만든 천막에 그려져 있는 빨간색의 십자가 모양.

‘우선…. 제이나노부터 찾아보자.’

아군이 조금씩 밀리고 있기는 하지만 눈에 확 띌 정도가 아니고 아직 반나절 정도의 여유는 있어 보였다. 이드는 최전방의 전투 지역으로 뛰쳐나가던 속도를 천천히 늦추었다. 임시 병원은 전투 지역의 제일 뒤쪽, 파리의 주택가를 바로 코앞에 두고 지어져 있었다. 아직은 거리를 두고 있어 몬스터와 직접 싸우는 군인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도, 병원은 상당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드와 라미아는 그런 사람들과 좀 떨어진 곳에 내려섰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갑작스레 나타난 두 사람에 대해 의아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경계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과 싸우고 있는 것은 같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라 불리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는지, 약간 흐린 푸른색 가운을 걸친 유난히 큰 눈의 여자 군의관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가디언들 같은데… 무슨 일이죠?”

군인인 때문인지 조금은 딱딱함이 들어 있는 말투였다. 이드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주위에 있는 병원 막사는 네 개 그 중 하나에 제이나노가 있을 것 같았다.

“저희들은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제이나노라는 리포제투스 님의 사제님을요. 혹시 알고 계시나요?”

그녀는 이드의 말에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표정이 되었다. 하기사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파리 내에 있는 사제들과 치료라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이 모여 있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정확하게 제이나노를 알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여군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흐음. 제이나노라면 그 말 많은 사제님 같은데….”

“바로 그 사람입니다!”

요, 얼마간 이드들과 함께 다니며 수다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제이나노가 말이 많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더구나 사제라는 이름으로 파리에서 봉사하는 동안 말을 많이 한 덕분인지, 다시 그 수다가 원래의 기세로 살아나는 듯했었다.

“저 두 막사 중 한 곳에 계실 겁니다. 절 따라오세요.”

군의관은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두 개의 막사를 가리켜 보이더니 그 중 조금 시끄럽다 하는 쪽 막사로 걸어갔다. 확실히 수다스러운 제이나노를 찾으려면 그게 정답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군의관은 정확하게 답을 맞춘 듯했다. 막사 안쪽에서 군의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제이나노 사제님. 막사 밖에 사제님을 찾아오신 가디언 분들이 계세요.”

“아, 알겠습니다. 중위님. 마침 이 분의 치료도 막 끝났거든요.”

이어 좀 가벼우면서도 투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제이나노가 막사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막사 밖으로 나온 그는 밖에 서 있는 이드와 라미아를 보았는지 얼굴 가득 활짝 미소를 드리워 보였다.

“아, 두 사람. 언제 왔어요? 이곳 상황을 알고 온 건가요? 잘 왔어요. 두 사람의 실력이라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런데 오엘 양은 보이지 않는군요. 무슨 일이 있나요?”

“하아… 제이나노.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한꺼번에 쏘아 대면 대답하기가 힘들잖아.”

이드는 한꺼번에 다다다 쏘아 대는 제이나노의 말에 한 손을 들어 막았다. 라미아는 이미 고개를 돌리고 제이나노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우선 오엘은 너비스에 있어. 우리도 거기 있다가 디엔에게 주고 갔었던 스크롤이 사용된 걸 알고서 달려온 거야. 이제 막 도착한 거지.”

그 말에 제이나노는 놀랐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럼! 텔레포트로 거기 너비스에서 여기까지 왔단 말이에요? 어떻게, 그 먼 거리를 텔레포트해 올 수가. 아! 그렇지. 맞아. 거기 넬 씨가 있었죠. 그럼… 혹시 넬 씨도 같이 오셨나요? 넬 씨는 이드와 라미아와 친하잖아요. 혹시 도와주러 오신 건. 그분만 도와주신다면, 이런 전투는 순식간에 끝나 버릴 수도 있을 텐데… 아, 맞아 혹시 그분에게 블루 드래곤이 왜 도시를 공격하고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하아~”

이드는 나직한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저었다. 저 놈의 수다가 다시 불붙었구나. 데리고 가야 하는 건가? 이드는 이번 전투에서 본신의 실력을 드러내게 될 경우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너비스로 떠날 생각이었다. 이곳에 있으면 있을수록 파리에서는 어떻게든 자신들을 잡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과 같이 몬스터에 드래곤이 날뛰는 상황에 이드와 라미아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전력일 테니 말이다.

“제.이.나.노. 좀 하나씩 천천히 말해! 그리고 여기 텔레포트해 온 건 라미아의 실력이야. 넬은 아직 보지도 못했어.”

이드는 중얼중얼대며 넬이 전투에 개입하면 생길 일을 말하고 있는 제이나노에게 큰 소리로 소리치고 말았다. 그 말에 중얼대던 제이나노는 한순간 멍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그것도 잠시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있는 라미아를 바라보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와아~ 대단한 실력이네요. 너비스에서 이곳까지 텔레포트 할 정도라면… 후아~ 정말 굉장해요. 그럼 영국에서 벤네비스 산을 향해 갈 때 여러 번 텔레포트한 건 실력을 숨기기 위해서?”

이번 말은 무시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돌리고 있던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은요. 너무 눈에 띌 것 같아서. 미안해요. 같이 동행을 했으면서도 그런 걸 숨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라미아의 사과에 제이나노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런 그의 얼굴에선 일 점의 기분 나쁜 감정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누구나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면, 우선 분하기 마련이건만 제이나노는 전혀 그런 것이 없어 보였다.

“아니요. 사과하지 말아요. 어차피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었잖아요. 그리고 이드와 라미아가 나쁜 뜻을 가지고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 테고,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숨기고 있는 비밀이나, 남에게 쉽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죠. 전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그러니까, 사과하지 말아요.”

“훗, 고마워요.”

정말 사제 같은 발언이었다. 라미아는 그런 제이나노의 모습에 활짝 웃어 보였다.

“대신! 여기 전투는 최선을 다해서 도와줘야 해요. 우연히 한 병사에게 들었는데, 지원이 늦어지고 있데요. 우리 측은 조금씩 밀리고 있는 상황인데… 잘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쪽도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심각한 상황을 말하면서도 제이나노의 표정은 여전히 밝아 보이기만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드는 제이나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우리가 여기 뭣 때문에 온 건데. 특히 라미아의 경우엔 디엔을 위해서라도 그냥은 있지 않을 걸.”

“하하하… 그럼 됐네요. 라미아가 나선다면, 이드는 자연히 따라 나가게 되어 있으니까 말이에요.”

제이나노의 이야기에 이드는 시선을 돌려 버렸고, 라미아는 생글거리며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두 분이 저는 왜 찾아오신 거죠? 곧바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도 될 텐데… 무슨 할 말이 있나요?”

제이나노가 의아한 듯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제이나노를 찾아온 이유를 깨달은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바로 했다. 하지만 이드는 그 말하려던 것을 조금 뒤로 미루어야만 했다. 말하려는 순간 제이나노가 한 손을 들어 이드의 말을 막았던 것이다.

“잠깐만요. 이드가 곧바로 절 찾아온 걸 보면, 뭔가 이야기가 길 것 같은데…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하죠. 마침 앉을 만한 것도 있고요.”

제이나노가 가리켜 보인 곳은 병원과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이었다. 또 그곳엔 군수품으로 보이는 몇 가지 물품들이 놓여 있어 앉아 있기에도 적당해 보였다. 물론 군인들이 본다면 노발대발했겠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전투 중으로 군수품은 의자 대용으로 쓰고 있는 세 사람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 그럼 말해 보세요.”

이드는 제이나노의 말에 루칼트에게 전해 들었던 카르네르엘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라미아와도 오엘과도 이야기를 해 본 내용이지만, 제이나노가 들었다는 신언의 균형과 카르네르엘의 순리. 물론 두 개의 단어는 다르지만 큰 뜻에서 생각해보면 같은 내용과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리포제투스는 균형을 위해 커다란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했었고, 카르네르엘은 엄청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 할 것이라 했다. 이도 유사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리포제투스와 카르네르엘은 같은 말을 자신들의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그 둘의 말과 맞추어 돌아가는 문제점을 찾는다면 단연 몬스터와 블루 드래곤의 문제였다. 그 외에 제로라는 단체가 있긴 하지만, 지금 설쳐 대고 있는 몬스터들과 블루 드래곤에 비하면 양반 중에 양반이다.

“제이나노의 생각은 어때요?”

이드는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제이나노를 바라보았다. 제이나노 역시 신언을 듣고 뭔가를 상당히 생각해 봤던 모양인지 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었다. 제이나노는 이드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사제복을 매만졌다. 아마도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잠시 후 생각을 모두 정리했는지 제이나노가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사실 저도 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이드의 말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일을 해 가면서요. 그리고 제가 낸 결론도 두 분과 똑같아요. 지금과 같이 날뛰는 몬스터를 제외하고 혼란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적어 보였죠. 사실… 신들께서 내린 결정이긴 하지만, 이렇게 피를 흘리는 혼란을 겪게 하시리라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래도 이젠 이 몬스터들의 일이 리포제투스님께서 말씀하셨던 혼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이나노의 말에 이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이렇게 피를 흘리는 일이 균형을 위한 것이라니. 사제인 그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후에는 균형이 있다고 하셨으니, 참아야겠지요. 그리고 넬 씨가 말했다는 순리… 넬 씨의 말대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투가 그분의 말대로 순리라면 우리가 그들과 맞서 싸우는 것도 순리라고 생각해요, 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곧 순리이겠지요. 오히려 우리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죽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역리라고 생각하는데요. 살려고 하는 것이 순리이지. 가만히 앉아서 죽는 것이 순리가 아니죠.”

거기까지 말한 제이나노는 잠시 쉬더니 이드와 라미아를 바라보며 활짝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두 분이 나서 싸우는 것도 순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사제는 사제인 모양이다. 평소 덜렁거리고 수다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끝에 제이나노의 말엔 별로 동의할 수가 없었다. 순리. 맞서 싸우는 것이 순리이기는 하다. 하지만 피를 흘리고 고통을 견뎌 내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 자신과 라미아의 힘이 끼어든다면. 그것은 역리라고 생각되었다. 두 사람이 힘으로 관여하는 일에 있어서 인간은 최소한의 피밖에 흘리지 않을 것이며, 고통도 없을 것이기에. 그렇기 때문에 이드가 함부로 전투에 나서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순리라고 했다.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던 이드가 결정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라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와의 생각이 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을 모두 정리한 이드는 앞에 앉아 있는 제이나노를 바라보았다.

“뭐… 끝 부분에 대해선 입장의 차이 때문에 서로 의견이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네 생각과 같다. 이렇게 싸우는 것도 순리의 일부겠지.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나서지 않아.”

이드의 단호한 말에 제이나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이야기에 동의한다면서 싸우지 않겠다니. 그건 또 무슨 이유인가. 제이나노는 이어질 이드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내가 방금 이야기했었지. 너비스에서 이곳으로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왔다고.”

“네, 물론이죠.”

“그런 일은 보통의 마법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이야. 지금 현재까지 모아진 마법이 7서클까지. 그리고 그 외에 번외 급의 마법들이 나와 있지. 하지만 7서클의 마스터라고 해도 너비스에서 파리까지 오고서 지치지도 않은 표정이 될 수는 없어.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제이나노는 이드가 뭘 말하려는지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나게 마법을 잘한다는 거겠죠.”

“맞는 말이야. 하지만 지금 네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그런 것 이상으로 라미아의 실력은 강해. 내가 장담할 수 있지. 7서클과 번외급의 마법 이상의 마법들을 라미아는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 하지만 그것들은 아직 세상에 허락되지 않은 힘이야. 때문에 세상일에 관여할 수 없는 힘이기도 하고. 아, 왜 허락되지 않았는지는 묻지 마. 나중에 이야기해 줄 테니까.”

중간에 제이나노의 말을 제지한 이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 힘 또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이야. 우리 둘이 나선다면 저기 있는 6천의 몬스터는 얼마 되지 않아 모조리 죽여 버릴 수 있지. 아마 우리들의 존재와 힘은 리포제투스가 말했던 혼란과 균형에도, 카르네르엘이 말했던 순리에도 들어 있지 않을 거야. 때문에 우리가 이 전투에 참여하는 것은 말 그대로 역리지.”

제이나노는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갑작스런 이드의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힘으로 6천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것도.

“…. 그럼 이 전투를 모른 척한다는 말인가요?”

“아니, 그것도 아니야. 이 세상에서 보자면, 우리들은 역리지.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행동은 순리야. 이미 우리와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이 있지. 특히 아까 전에도 말했지? 라미아는 디엔을 봐서라도 나설 거라고. 우리는 이번 일엔 나설 거야.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몬스터를 쫓아 버리는 쪽으로 몬스터의 희생을 줄일 생각이야. 그리고 그 후에는 여간한 상황이 아니면 나서지 않을 생각이야. 우리들의 순리로 인해 이 세상의 순리가 흐트러지는 건 바라지 않거든.”

제이나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확실히 이해는 가지 않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은 이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드는 무엇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그럼,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이유는요?”

“사실 그것 때문에 찾아온 거기도 한데… 계속 우리들과 함께 다닐 거야? 아마 이번 전투에서 우리들의 본신 실력을 보이게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이런저런 귀찮은 일이 생기게 될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이 전투가 끝나는 대로 볼 사람만 보고 일찌감치 떠날 생각이야. 상황이 이러니까 네가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잖아? 이곳에 그냥 남아 있을 거야? 아니면 따라갈 거야?”

제이나노는 그제야 이드와 라미아가 자신을 찾은 이유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 곳을 돌아본 만큼 세상에 대해서 제법 알게 된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가 이번 전투에서 얼마만한 힘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서 국가와 군대는 두 사람을 잡아 두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쓰려고 할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이런 점 때문에 전투가 끝나는 대로 서둘러서 떠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정확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드는 제이나노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지금 당장 대답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이 전투가 끝나고 나서야 우리도 떠날 테니까 그때까지 생각해 봐. 그럼, 오랜만에 힘 좀 쓰러 가 볼까나? 라미아.”

“네, 네. 이미 준비하고 있다구요.”

이드는 자신 옆으로 와서 딱 달라붙는 라미아를 바라보며 전투가 한창인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포탄이 얼마나 많은 건지 아직도 쾅쾅거리고 있다. 도대체 이번 전투가 끝나고 나면 저 포탄들이 떨어진 땅 모양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 둘 다 조심해요. 뒤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이드는 뒤에서 들리는 제이나노의 말에 한 손을 쓱 들어 보이는 것으로 답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