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35화
그 날은 여행의 피로도 있었기 때문에 일행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드는 가이스와 지아에게 이곳 라클리도를 구경시켜준다는 명목 아래 끌려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 이드를 보며 나머지 두 여성과 같은 팀이었던 남자들은 안됐다는 표정과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드가 있었기에 자기네들이 당해야 할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데서 오는 안도감이었다. 이들도 한 번쯤은 당해 봤기 때문이다. 뚜렷한 목적도 없으면서 시내 곳곳을 끌고 다니는 그 무모함…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입장이련가? 의외로 이드는 잘 놀고 있었다.
이드는 처음 라클리도에 와보는데다가 가이스와 지아는 어린 이드에게 잘 신경 써 주고 있었다.
그런 증거로 지금 이드는 손에 막대사탕 하나가 들려있었다.
“이드야, 어디 가보고 싶은 곳 있니?”
가이스의 물음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한 이드가 가보고 싶은 곳이 있을 턱이 없다. 알아야 갈 것 아니가…
지아는 고개를 살랑대는 이드를 향해 눈을 빛냈다.
“이드야, 그럼 우리 백화점이라는 곳에 가보지 않을래?”
“백화점?”
“그런 것도 있었나?”
이드와 가이스가 동시에 의아함을 표했다.
둘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듯 지아가 설명을 시작했다.
“나도 얼마 전에 들었거든… 여긴 상업이 발달한 곳이잖아. 그래서 여기에 있는 상인들, 그것도 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거라고 하더라. 건물도 꽤 큰데 그 안에 드레스, 옷가게, 보석가게, 장신구, 고급 무기 등등 엄청나게 모여 있다고 하더라고. 뭐 값이 조금 비싸다고는 하지만 무슨 상관이겠어? 안 그래?”
지아의 설명에 둘도 호기심이 드는지 갈 것을 동의했다.
서로 의견일치를 본 삼인은 사이좋게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백화점의 위치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게다가 보통의 건물보다 크기 때문에 멀리서도 그 건물이 보였다.
“화… 지아 니 말대로 엄청 큰 것 같은데!!”
멀리서도 백화점이 보이자 한 가이스의 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백화점 앞에 서자 그 말을 이드와 지아 역시 하게 되었다.
“화~~ 크다.”
“엄청나네….”
그 말뿐이었다. 사실 그 말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 있다면 사람도 많다 정도?
백화점은 보통 큰 삼 층짜리 여관 서너 개가 합친 정도의 큰 크기였다. 게다가 높이 역시 5층 이상으로 보였다.
“자, 자. 둘 다 그만 놀라고 어서 들어가 보자. 기대 되는데!”
먼저 정신을 차린 가이스가 이드와 지아의 손을 잡고는 안으로 끌었다.
두 사람 역시 정신을 차리고 그런 가이스를 따라 백화점 안으로 들어섰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선 이드들의 눈에 많은 인파가 보였다. 그리고 그사이로는 싼 옷들이 팔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곳에서부터는 사람이 1층처럼 많아 보이지 않았다.
“1층은 싼 옷들을 처분하는 곳인가 본데… 올라가 보자.”
일단 1층에서는 별로 볼 것이 없자 세 사람은 위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1층에 있는 사람들을 지나서 2층으로 올라서서 본 것은 화려한 옷을 진열한 가게들이었다. 그리고 사람들 역시 그렇게 많지 않았다.
게다가 보이는 사람들 역시 꽤 있어 보이는 여인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인들 뒤로 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따르기도 했고 애인과 같이 온 듯 남자의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가이스와 지아 역시 잠시 둘러보다가 화려한 옷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드레스들은 한눈에 봐도 꽤 고급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옷들 밑으로 붙어있는 가격 역시 상당했다.
=7골덴 2실링=
그러나 가격은 별로 상관이 없었다. 원래 두 사람의 목적이 구경으로 보였기에 말이다.
이드는 정신없이 드레스를 구경하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본 후 자신이 입을 만한 옷을 파는 가게가 없는지 돌아다녔다.
잠시 훑어보던 이드의 눈에 자신이 입고 있는 옷과 비슷한 옷을 파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옷가게를 발견한 이드는 정신없이 드레스를 구경하고 있는 두 사람의 손을 끌고 그 가게로 향했다. 이대로 두었다간 서로 헤어지기 알맞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이드들이 가게로 들어서자 붉은 머리의 미인이 이드들을 맞았다.
“제가 입고 있는 옷과 비슷한 옷들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로 여행복으로 편한 옷으로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손님.”
총총히 이드가 주문한 옷을 고르러 가는 여인을 보며 가이스가 이드에게 물었다.
“너 옷 사려구?”
“응, 알잖아.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입고 있는 이 옷밖에. 더 있어야지… 그러니까 출발하기 전에 미리 사둬야지.”
“하긴 그것도 그렇다.”
“그런데 너 옷 살 돈은 있는 거야? 없으면 이누나가 내줄까?”
지아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쳇. 내가 돈이 없으면 무턱대고 여기 들어왔겠어요?”
“호 그러셔… 얼마나 가지고 있는데? 여기 보니 옷값이 꽤 나갈 것 같은데….”
“헤, 걱정 말아요. 돈은 충분하니까요.”
가게 한쪽에 있는 자리에 앉아 있으니 아까 그 여인과 귀여운 두 명의 종업원이 손에 옷가지를 들고 다가왔다.
그리고 앞에 있는 꽤 커 보이는 테이블이 옷을 올려놓았다.
“손님의 말씀에 맞을만한 옷들을 골라왔습니다.”
그녀가 친절히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드는 ‘고마워요!’라고 말해 준 다음 가이스와 지아와 같이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옷들의 옷감은 상당히 좋았다. 개중에는 잘 손질된 가죽으로 된 옷 역시 끼어 있었다.
“이드, 이 옷 어떠니? 괜찮아 보이는데.”
가이스가 깔끔해 보이는 옷을 한 벌 들어 올렸다. 움직이는데도 상당히 편할 것 같은 옷이었다.
“음… 괜찮을 것 같은데요. 우선 그거하고.”
“이드, 이건?”
지아에게 시선을 돌린 이드의 눈에 들어온 옷이란 완전히 왕자님 옷이었다.
여기 저기 달린 레이스와 주름, 거기다 움직이고 뛰기에는 상당히 힘들 듯 한 디자인이었다.
“누나~~!”
“애는 장난도 못하니?”
그러면서 옆에 있는 가죽옷을 내보였다.
“이거야 이거. 어때?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지? 그런데 비쌀 것 같거든?”
“괜찮아요,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 역시 한 벌 골라 총 세 벌의 옷을 붉은 머리 여성에게 건넸다.
“그걸로 할게요. 싸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고 옷들을 뒤에 있는 종업원들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싼 옷과 함께 계산서 종이를 이드에게 내밀었다.
=5골덴 3실링=
지아가 그 계산서를 보더니 놀라는 듯 했다.
“화~ 비싸네. 그런데 뭐가 이렇게 비싼 거야?”
“니가 고른 가죽옷. 가죽이 비싸잖아…”
옆에 있던 가이스가 지아에게 대답했다.
그때 이드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더니 안에 들어있는 세로 3s, 가로 5s가량의 네모난 모양의 금색인 골덴을 여섯 개 꺼내 들었다.
“여기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자주 이용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나머지 돈 7실링을 내주었다.
–
- 화페단위
1로 100원
1가르 1천원
1실링 1만원
1골덴 10만원 - 길이 단위
1kk(키크)=1km
1m=1m
1s(세르)=1cm
1g(지르)=1mm
이드가 주머니에 나머지 7실링의 돈을 넣는 걸 보며 지아가 말했다.
“야, 이드 너 돈 많은가 보다? 너… 이렇게 비싼 걸 사도 되는 거야?”
사실 지아는 이드가 이렇게 비싼 걸 살 줄은 몰랐다. 아직 아이로 보이는 이드가 그렇게 큰돈을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이지 않았다. 사실 돈이 부족하면 자신이 좀 보태줘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응! 나 돈 꽤 돼.”
돌아온 간단한 대답.
“야! 애가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 혹시 너희 집 부자니?”
“아니. 내가 누구한테 보석을 받았거든. 그래서 그걸 팔았더니…”
“헤… 누가 너한테 보석을 그냥 주냐? 누구니? 너 아는 사람이니?”
“뭐 아는 존재이기는 하지…”
그래이드론이 사람이 아니기에 존재라고 대신했다.
“그럼 너 용병 일 안 해도 되잖아!”
“누난… 내가 여기 있는 건 돈이 목적이 아니라 여행과 모험이라구.”
“호~ 그러셔? 그럼 돈 필요 없으면 니가 받을 보수 이 누나한테 넘겨라. 응?”
“그렇게는 못해.”
“쳇.”
가게에서 나온 이드는 주위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가이스와 지아 두 사람에게 물었다.
“누나 사고 싶은 옷 없어? 내가 하나 사줄게…”
“고맙지만 안 그래도 돼. 어차피 여기서 파는 건 거의가 드레스야. 용병이 드레스 입을 일이 얼마나 있겠니?”
가이스의 대답은 그러했으나 지아의 대답은 반대였다.
“아니야 가이스. 이드가 사준대잖아! 우리 여행복이라도 사자구요.”
그렇게 말하고는 가이스의 팔을 잡아끌어서 한 가게로 들어가 버렸다. 물론 그 뒤로 이드 역시 뒤따랐다.
잠시 후, 나오는 가이스와 지아의 손에 각각 하나씩의 짐이 들려 있었다. 가이스는 그 짐을 보며 상당히 미안한 듯 해 보였다.
“이드, 정말 괜찮아?”
“괜찮아요. 이 정도는…”
가이스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지아가 가이스에게 골라준 옷과 지아 자신이 고른 옷의 값이 꽤 되기 때문이다.
=6골덴=
옷이 고급인데다 여행복이지만 은은한 문양까지 들어있는 물건이었다. 때문에 가격도 상당했다. 사실 지아는 거의 장난으로 그런 걸 고른 것이었다. 너무 비싸서 이드가 반대할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지아 역시 얼떨떨한 듯 했다.
각자의 옷을 구입한 세 사람은 삼층으로 발길을 옮겼다.
삼층은 보석과 무기점들이 모여 있었다. 무기들도 상당히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여기서 두 사람이 또 눈길을 주위에 빼앗겨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도 그럴 것이 휘황찬란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똑같네. 약빙 누이와 설란 누이도 보석이라면 엄청 좋아했는데… 여자들은 다 좋아… 아니지, 사람들이라면 보석을 다 좋아하려나?’
이드 역시 보석 목걸이에 눈이 팔려있는 두 사람을 두고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상당히 값비싸 보이는 보석들이 대부분이었다.
“누나들, 그만해요. 슬슬 배도 고픈데 빨리 둘러보고 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응…”
“그래, 가자.”
아쉬운 듯 보석에서 눈을 떼고 4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4층에서 가장 좋아라한 인물이 바로 가이스였다. 4층은 바로 책과 교양서적, 마법서적 등등 별 희한한 것들만 모아놓은 곳이었다. 거기다 가이스는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마법사.
여기서는 이드 혼자 심심해하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이드와 같이 책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 지아가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무슨 놈의 책이 이렇게 많은 거야? 이걸 누가 다 읽는다고…”
“하~~ 배도 고픈데 그만 누나 끌고 가죠? 마지막 5층만 보고 가자고요.”
“그래, 나도 배가 고프긴 하니까.”
서로 의견의 통일을 본 두 사람은 책에 정신이 팔린 가이스의 팔을 하나씩 붙들고 마지막 5층으로 올랐다. 5층에 올라서는 이드가 가장 좋아했다. 5층은 바로 식당이었다.
그것도 꽤 고급 식당인 듯했다. 게다가 5층이라 주위의 경치 역시 시원하게 보이는 것이 아주 좋았다.
이드는 좋아라하며 창가 쪽에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은 자리에 거의 뛰다시피 다가가 앉았다.
식당은 상당히 고급이라 그런지 별로 인원이 그렇게 많진 않았으나, 앉아서 식사 중인 사람들은 거의가 귀족 급이거나 부자인 것 같았다.
어찌 아느냐 하면 그들의 옷차림이나 먹고 있는 모습으로 알 수 있다.
가이스와 지아가 이드가 앉은 자리로 다가가 자리에 앉자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여성이 다가와 메뉴판을 내밀었다.
메뉴판은 상당히 두꺼웠는데 한 쪽 당 하나의 음식이 써 있고 그 밑으로 그에 따른 설명이 붙어있는 형식으로 거의 백여 가지에 달하는 음식이 써 있었다.
이드는 즉시 가이스와 지아와 같이 상의해 음식을 주문했다.
가이스가 주문한 것은 해물 종류, 지아는 육식 종류, 그리고 이드는 해물과 야채 그리고 고소하고 담백한 요리 서너 개를 주문했다.
“감사합니다. 곧 음식을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종업원이 주문 음식을 적은 종이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누나, 여기 종업원들 상당히 친절하죠.”
“그래. 확실히 다른 곳보다 깨끗하고 부드러워…”
“여기 진짜 장사 잘 되겠다. 나도 이런 거나 한번 해볼까?”
“헤~~ 지아 누나, 이런 거 차릴 만한 돈은 있어요?”
“쳇, 벌면 되지… 혹시 아니? 운이 좋아서 모험 중에 던전에라도 들어가 보석이라도 발견할지?”
“과연 운이 따라줄 런지가 문제잖아요?”
“애는~~”
그때 여러 명의 인원이 각자 손에 음식을 들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화~ 맛있는 냄새…”
그녀들은 이드들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와 손에 들린 음식들을 주요 메뉴는 주문한 사람 앞에, 그리고 그 외 옵션은 중앙으로 모아서 놓은 다음 물러났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그런 후, 어느 정도 허기를 느끼고 있었던 이드는 입을 꼭 다물고(?) 음식만 먹기 시작했다.
가이스와 지아는 둘이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음… 여기 음식 맛좋다.”
“그래, 여기 맛있는데.”
“가이스, 여기 자주 오자…”
대충 이런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