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37화
옆에 있던 봅이라는 사람이 열심히 떠드는 저그를 한대 치며 무안을 주었다.
“이 녀석이 꼭 내가 말만하면 넌 손부터 먼저 올라가지….”
“니가 맞을 짓을 하잖아.”
이드는 그런 둘을 외면하고 옆에 있는 도트에게 물었다.
“그럼 공작 가의 영애라서 이렇게 호위인원이 많은 가요?”
“뭐….. 그런 면도 있긴 하지만 평소엔 이렇게 많진 않지…. 그런데 수도까지의 거리가 멀 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자네는 뭘 하지? 검을 가지고 있긴 해도 그렇게 잘 쓸 것 같진 않은데….”
“…. 검도 쓸 줄 압니다. 그리고 정령 마법도 좀….”
이드의 말에 옆에서 투닥거리 던 봅과 저그도 싸움을 그치고 이드를 돌아보았다.
“정령? 정말이냐? 어디한번 볼 수 있을까?”
“맞아. 나도 마법은 본적이 있어도 정령을 본적은 없거든? 넌 어떤 정령과 계약했는데?”
“우선 바람의 정령만…..”
“그래? 그럼 보여줄 수 있냐?”
도트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조용히 실프를 소환했다. 그러자 이드의 앞으로 페어리와 비슷한 모습을 한 투명하면서도 파란 몸의 실프가 나타났다.
“호~ 이게….”
“실프다, 임마. 기초상식도 모르냐?”
“말로 듣던 대로 예쁜데….”
“그런데 이드 넌 소환할 수 있는 정령이 이 실프 뿐이냐?”
“아니요. 바람의 정령은 상급까지 소환할 수 있어요.”
“그래? 대단하네..”
도트의 칭찬에 한번 웃어 준 이드는 실프에게 돌아갈 것을 명했다. 실프는 그런 이드의 주위를 한바퀴 돌더니 공중으로 사라져 버렸다. 대화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가던 일행의 앞으로 작은 마을이 나왔다. 벨레포가 계산해놓은 곳인 듯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일행은 다시 말을 몰았다.
점심때도 용병들은 자신들이 호위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용병들이나 병사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으나 그녀는 인에서 방을 접아 거기서 식사를 한 것이었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말을 달린 일행은 해가 지고 잠시간이 지난 후 앞에 지나왔던 마을과 비슷한 크기의 마을에 들 수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벨레포 씨의 거리계산이 꽤 정확한 것 같았다. 잘못했으면 노숙을 했을 텐데 말이다.
“이드, 너무 그쪽으로 붙지만 너 불편하잖니?”
옆에 누워있던 가이스가 벽 쪽으로 바짝 붙어있는 이드를 당기며 하는 말이었다. 사실 지금 이드가 있는 방은 3인 실이었지만 여관의 방이 부족한 관계로 5명이 묶게 되었다. 거기다 지금 이드가 있는 방은 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모두 여자였다. 원래대로라면 이드 역시 남자들 방에서 껴 자야겠지만 지아와 가이스가 그렇게 못하겠다며 이드를 데려온 것이었다. 거기다 같이 방을 쓰게 된 두 명의 용병 여성들 역시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여성들의 방으로 들어가는 이드를 보며 나머지들은 상당히 부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몸이 작은 이드와 가이스가 같은 침대를 쓰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누나가 불편하잖아.”
“걱정마. 전혀 불편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별로 그렇게 추울 것도 없지만 이불을 덮어주며 눈을 감았다. 이드 역시 잠시 어색하게(사실은 좋을지도^^ 부럽다…) 있다가 스르르 눈이 감기는 걸 느끼며 잠이 들었다.
“야! 이드 그만 일어나.”
지아는 침대에서 모로 누워 이불을 끌어안고 있는 이드를 흔들었다. 침대 옆에서는 가이스가 메모라이즈를 하고 있었다.
“하아~암, 알았어요. 일어날게.”
그렇게 말하며 이드는 침대에서 한바퀴 구르더니 부시시 일어났다.
“잘 잤어? 지아 누나? 가이스누나…..는 메모라이즈 중이네…”
“그래, 너도 어서가서 씻어. 아침식사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단 말이야.”
“알았어……”
그렇게 말하며 부시시 일어난 이드는 손에 수건을 쥔 다음 발걸음을 옮겼다. 이 여관은 샤워실과 세면실을 같이 쓴다. 그렇기에 샤워실로 가야 했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이드는 흔들거리는 몸으로 일층으로 내려갔고 샤워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샤워실 밖에는 어째서인지 병사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러나 이드를 제지하진 않았다. 그들도 용병들의 얼굴을 대충 알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드는 용병들 중 제일 어리지 않은가?
병사들이 서 있던 곳을 지난 이드는 자신의 앞에 있는 두 개의 문을 보고 졸린 눈으로 왼쪽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드가 가고 닫힌 문에는 –레냐 아가씨 사용 중– 이라는 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샤워실로 들어온 이드는 샤워실 안을 휘감고 있는 수증기와 수증기 안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의아해했다.
“응? 이런 때에 샤워하는 사람이 있나?”
이드의 말대로 이 시간에는 대개가 세면만을 위해 이곳에 온다. 샤워를 원한다면 이 시간 이 지나고 세면이 다 끝났을 때나 하는 것이 정상이다.
“뭐…. 자기 맘이지..”
그렇게 생각한 이드는 수증기를 해치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 이드의 귀로 물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려왔고 잠시 후 수증기가 장애가 되지 않는 곳에 이르렀을 때 하나의 인영이 보였다.
그 인영은 상당히 갸냘퍼 보였다. 거기다 파란색의 물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머리를 허리까지 드리우고 있었다.
“용병단에 저런 사람이 있었나?”
그런 이드의 중얼거림에 저쪽에서 샤워하던 사람 역시 들었는지 몸을 돌렸다.
“류나니?”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던 그…. 녀는 이드를 본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그러기는 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맑은 소녀의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소녀였다. 그것도 알몸의…..이 드 역시 순간적으로 굳었다가… 정신이 들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음…..저…..어…..”
그렇게 이드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저쪽에서 먼저 확실한 반응을 보여왔다.
“꺄아아아아악!!!!!”
그녀의 비명이 샤워실 안을 쩌렁쩌렁 울려 퍼졌고 밖에서도 그녀의 비명성에 시끄러워졌다.
“아가씨 무슨 일입니까….아가씨.”
밖에 있던 두 명의 병사는 차마 들어오지는 못하고 힘차게 불러댔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드는 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죄…죄송합니다….. 잠결에…잘못….들어… 아무튼 미안해요.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며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렇게 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오는 바람에 앞에 있던 병사들과 부딪치고 말았다.
“으아…엉덩이야… 야, 너 어떻게 여기서…”
“임마….”
두 명의 병사는 자신들과 부딪혀 바닥에 앉아버린 이드를 보며 황당해 했다. 이드가 나온 곳은 바로 공녀가 들어간 샤워실이 아닌가…
“아이고….. 미안해요.”
“임마…그게 아니잖아. 니가 어떻게…”
그때 비명성을 들은 몇 명의 인원이 샤워실 앞으로 다가왔다.
“그게…저…. 잠결에 들어간다는 게…잘못 들어가서……….”
얼굴이 빨개진 체 더듬거리며 말을 하는 이드를 보며
모두들 헛웃음을 지었다.
“임마 실수하게 따로 있지….. 깜짝 놀랐잖아.”
“그만해요. 나도 놀랐다고요….”
그 말에 몇 명이 웃음을 지었다. 샤워실로 들어가서 갑자기 여자의 알몸을 보았으니 놀라지 않았겠는가…. 그런 이드를 보며 몰려왔던 인물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런 그들 사이로 달려오는 소녀가 한 명 있었다.
아마 아까 메이라라는 소녀가 부른 그 류나라는 시녀인 듯 했다. 그녀가 급히 샤워실로 들어가는 걸 보며 이드도 몸을 일으켜 옆에 있는 원래 목표인 샤워실로 들어갔다.
“이드, 어떻게 그 레냐라는 아가씨 예쁘던?”
이드의 옆에 앉아 있던 타키논이 장난스레 이드에게 물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