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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41화


“각자 최대한 방어 형태를 취하고 마법사는 뒤에서 적을 공격한다.”

그런 명령과 함께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용병들과 병사들은 벨레포의 명령대로 마차의 안전이 우선이므로 방어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적을 기다렸다.

그리고 뒤로 물러서 마차 옆에선 두 사람의 마법사가 서둘러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아군과 거리가 있을 때 공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스궤이크, 화이어 블레스터.”

“크악….”

“와악….”

가이스가 기사들이 많이 모인 곳, 그래봤자 다섯 명 정도지만, 그곳에 땅을 파버리고 거기에 화이어 블레스터를 발사시켰다.

이어 용병인 파크스가 마법을 시전했다.

“모두 다 날려버려라. 화이어 토네이도.”

그의 외침과 함께 검은 기사들의 뒤쪽으로 불꽃을 머금은 회오리가 나타났다. 그것은 곧바로 기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불은 불로서… 다크 화이어 버스터.”

낯선 외침과 함께 검은 불꽃의 기둥이 토네이도와 폭발해 중화되어 버렸다.

그리고 낯선 목소리가 들린 곳은 검은 기사들의 뒤쪽, 한 명의 기사와 같이 있는 검은 갑옷을 걸친 30대의 남자였다.

그사이 가이스가 그 마법사를 향해 주문을 외웠다.

“라이트닝 볼트.”

그녀의 외침에 그녀의 손에서부터 하얀색의 굽이치는 번개가 발사되었다.

그러나 그 번개는 그 마법사에게 다가가다가 보이지 않는 막에 막혀 소멸되었다. 그리고 소멸되면서 은은한 붉은 빛을 내뿜는 벽은 그 마법사의 앞에 있는 양쪽으로 버티고 선 나무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실드의 마법진을 형성시켜 놓았어…..”

파크스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그 마법사는 두 개의 나무에 각각 실드의 마법진을 새겨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마법에 대응한 것이었다.

“준비가 철저하군….. 저 마법사…”

챵!

한쪽에서 검과 검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마차의 앞쪽, 검은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있는 쪽에는 이드의 일행들과 세 명의 병사가 한데 모여 있었다. 그들 역시 각자 검은 기사들과 맞붙고 있었다.

그중 타키난과 라일, 모리라스가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그 셋은 각자 소드 마스터에 든 이들이었다.

그중 타키난은 난해한 검술로서 검은 기사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적 기사는 소드 마스터인 듯 검에 마나를 주입한 상태에서 싸우고 있었지만 상당히 부자연스러웠다.

“헤이, 당신 소드 마스터라는 실력 어디서 주웠어? 너무 허술한데?”

타키난은 그렇게 상대를 비꼬기까지 하면서 검을 맞대고 있었다. 그리고 틈이 있으면 검에 마나를 실어 곧바로 찔러 들어갔고, 갑옷이지만 마나가 실린 검을 방어할 수는 없는 듯 여기저기 흠집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타키난의 옆으로는 라일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때 상대가 빠르게 검을 휘둘러 라일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그 검을 본 라일은 자신의 롱소드를 비스듬히 들어 상대의 검에 갖다 대서 검을 흘려버린 후, 잡고 있던 검을 휘둘러 앞으로 나오고 있는 기사에게 휘둘렀다.

서걱!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기사의 검을 들고 있던 팔이 어깨에서부터 떨어져 나가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크악!!!”

“편하게 해주지…”

잘려나간 한쪽 어깨를 잡고 비틀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기사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검으로 그의 가슴을 찔렀다.

그러자 그 기사는 전신을 한 번 격렬히 떨고는 뒤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때 라일은 자신의 뒤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급히 검을 시체의 가슴에서 빼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뒤돌아선 라일의 시선에 입에 피를 머금고 자신의 가슴 앞에 나와 있는 검날을 보고 있는 검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형, 조심해야죠.”

그런 말과 함께 시체가 앞으로 쓰러지며 나타나는 얼굴은 나르노였다.

나르노는 아직 검은 기사들과 정식으로 검을 맞댈 실력이 아니어서 뒤로 물러나 후방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그러던 중 라일의 뒤로 접근하는 기사를 보고 다가와 검을 날린 것이었다.

“그래, 고맙다 임마!”

나르노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웃어주고는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검은 기사와 다시 검을 맞대는 라일이었다.

“하압!”

카캉…..

“큭….. 이 계집이……”

지아가 빠르게 움직이며 양손에 잡고 휘두르는 짧은 세이버를 다시 막으며 검은 기사가 중얼거렸다. 그는 아까부터 자신의 주위를 빠르게 움직이며 자신의 사이사이로 검을 휘두르는 지아 때문에 약이 바짝 올라 있었다.

그렇다고 검을 휘두르자니 빠르게 움직이는 지아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아슬아슬하게 날아오는 감질나는 검술에 열 받은 기사는 어떻게 하든 되라는 듯 검을 크게 휘둘렀다.

“바보! 넌 걸렸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을 낮은 자세로 피하고 곧바로 적의 가슴으로 파고든 지아는 자신의 오른손에 있는 세이버를 상대의 목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때 날아온 주먹에 복부를 맞고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 아픈 배를 잡고는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검사를 보며 투덜거렸다.

“제길….. 끈질긴 녀석 그냥 곱게 죽어줄 것이지….”

그리고 배를 잡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선 지아 옆에서 검을 휘두르던 모리라스의 눈에 그런 지아의 뒤를 노리며 다가드는 검을 보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기사의 검을 뿌리치며 달려갔다.

“정신 차려 임마!”

카캉….

지아는 자신의 뒤에서 들리는 외침과 곧바로 뒤이어 들린 소리에 급히 몸을 빼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검은 기사의 검을 막고 있는 모리라스가 있었다.

모리라스는 자신의 검에 맞대어 있는 기사의 검을 크게 휘둘러 뒤로 튕겨낸 뒤에 지아를 향해 외쳤다.

“다쳤으면 뒤로 빠져서 나르노를 돕고 있어. 여기 있다가 괜히 다치지 말고…… 이놈 죽어라! 크합!”

그렇게 말하며 크게 검을 휘두르는 모리라스를 보며 지아는 다시 검을 잡았다.

“흥! 남 걱정하기 전에 자신 걱정이나 하시지….”

그렇게 쏘아붙인 지아는 다시 검을 휘둘러 앞의 적에게 달려들었다.

아까 명령을 내렸던 검은 기사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기사인 보르튼은 자신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훑어보며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제길….. 게른트 녀석, 이 정도 인원이라면 쉽게 전멸시킬 수 있다더니…… 돌아가면 가만 안 둔다……”

그의 말대로 전장은 거의 팽팽한 국면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검은 기사들 쪽에 좀 더 상황이 좋다고 할 정도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적 용병들 중에 상당히 실력이 있는 인물들이 꽤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자신의 부하들이 소드 마스터라 하나, 갑자기 소드 마스터에 든 탓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고 있는 것이다.

“젠장…. 그냥 구경이나 하다 가나 했더니……”

보르튼은 투덜거리며 자신의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 들어 자신의 앞에 있는 격전지로 다가갔다.

“저 녀석은 내가 맡아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벨레포는 자신의 롱소드를 뽑아 들었다. 그런 후 마차 주위에 머무르고 있는 몇 명의 병사들에게 말했다.

“저 녀석은 내가 맡는다. 모두 마차를 떠나지 말도록…”

그렇게 말하며 벨레포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다가오던 보르튼 역시 자신을 보며 다가오는 벨레포를 보며 그에게로 방향을 바꾸었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둘 사이를 가로막고서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2미터가량의 사이를 두고 서게 되었다.

“전장의 영웅을 직접 뵙게 되는군요….”

“카논인가?”

“대답하기가 곤란한 질문이네요.”

보르튼의 대답과 함께 그의 검이 벨레포의 허리를 향해 그어졌다. 그 검을 보며 벨레포는 피하지도 않고 자신의 검을 휘둘러 튕겨 버렸다.

“건방진…..”

벨레포의 검이 그의 머리를 향해 내리꽂혀갔다. 속도도 속도였으나 검에 마나가 실려 있는 데다가 힘 역시 상당히 실려 있는 듯했다.

“역시 대단한데요.”

보르튼은 검에 실려 있는 파괴력을 알아보고 검으로 막지 않고 급히 뒤로 물러났다.

우우웅

검이 지나간 자리로 모래가 일며 웅후한 소리가 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보르튼은 다시 긴장하며 비어 있는 그의 옆구리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그의 검에도 어느 샌가 마나가 흐르는 듯 은은한 청색을 발하고 있었다.

“넌 아직 어리다.”

벨레포는 그 자세로 곧바로 검을 휘둘러 보르튼의 목을 향했다. 그 속도가 빨라 보르튼보다 늦게 발출했으나 목표에 닿는 순간은 비슷할 정도였다.

“윽… 피하지도 않고…”

보르튼은 자신의 목으로 다가오는 검을 보며 급히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그대로 찔러갔다면 상대의 허리 부근에 중상을 입힐 수 있을지라도 자신은 확실히 죽을 것이다.

벨레포는 뒤로 물러나는 보르튼을 보며 휘두르던 자신의 검을 회수하지 않고 곧바로 앞으로 찔러 들어갔다.

뒤로 물러서고 있던 보르튼은 생각지도 않게 자신을 따라오는 검 날에 당황하여 즉시 몸을 뒤집어 땅에 한바퀴 구른 후 일어났다.

그런 보르튼의 눈에 이미 일어나 검을 겨누고 있는 벨레포가 들어왔다.

‘…. 이미…. 진 것과 다름없다…… 기력에서도 졌어…..’

보르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시 검을 잡았다. 자신이 벨레포를 잡고 있으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제길, 저놈의 마법사놈….”

“체인 라이트닝!”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주문을 외운 가이스였지만 역시나 체인 라이트닝의 하얀 빛은 앞으로 뻗어나가다가 중간에 중화되어 사라져 버렸다.

가이스와 파크스가 마법을 써댔지만 저쪽 마법사가 디스펠로 중화시켜 버리고 있었다.

거기다 그 마법사가 들고 있는 스펠의 기능을 확대해주는 하얀 구슬 덕분에 더블 디스펠까지 써대므로 가이스와 파크스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때 가이스의 귀로 작은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을 바라보자 마차의 커튼이 열려 있고 그곳을 통해 밖을 보고 있는 이드가 보였다.

“누나… 제가 신호하면 옆에 아저씨하고 같이 마법을 사용해요. 알았죠?”

이드는 그렇게 자기가 할 말만 한 다음 마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이스와 옆의 파크스는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차에서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요!”

가이스와 파크스는 무엇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별수 없이 이드의 말에 따라 마법을 시전했다.

“다크 버스터.”

“윈드 프레셔.”

두 사람의 마법에 저쪽의 마법사가 대항한다는 듯 입술을 들썩였다.

그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마차 안에서 가는 여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언그래빌러디.”

그 외침과 함께 외곽에 위치한 상당수의 검은 기사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뭐… 뭐야…..”

“나스척, 어떻게 된 거야…. 으….”

공중에 떠올려진 20여 명의 인원이 각자 처지에 맞게 소리질렀다.

그때 마차에서 다시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이콘, 떠오른 자들을 최고의 풍압(風壓)으로 날려버려…”

이드의 외침과 함께 마차 앞에 드래곤의 모습을 한 로이콘이 나타나더니 몸을 숙였다가 활짝 펴며 표호하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우르르릉

공중에서 공기가 격렬히 떨리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지들이 흔들렸고 나무 자체가 흔들리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떠올라 있던 20여 명의 기사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공중으로부터 떨어지는 나뭇잎 속에 한순간에 일어난 일에 멍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중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벨레포와 보르튼은 순식간에 상황을 인식하고 각자 명령을 내렸다.

“전원 공격에 나선다. 적은 이미 반 이상으로 줄었다.”

“전 인원 뒤로 후퇴한다. 나스척, 귀환할 위프 마법을 준비해라….”

그의 명령에 따라 뒤에 있던 마법사는 숲 쪽으로 달려갔고 나머지 기사들은 검을 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두 배 이상의 인원이 덤비는 바람에 상당수의 부상자를 안고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들을 뒤쫓으려는 듯 몇 명의 용병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만…. 어차피 마법으로 도망갈 것이다. 모두 마차를 보호하고 즉시 이 숲을 빠져나간다.”

그런 벨레포의 말이 있을 때 숲 속에서 하얀빛이 잠깐 일렁였다.

“우선 우리 측의 사망자를 모아라. 묻어주고는 가야 할 테니……”

그 말에 용병들과 병사들이 움직여 사망자들을 모아들였다.

사망자는 모두 용병들로 9명 정도였다.

그리고 시신은 마법으로 땅을 판 후에 묻고서 마차를 출발시켰다.

상처가 난 사람이 있기는 했으나 여기 있다간 다시 공격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서둘러 출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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