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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50화


그리곤 그도 별말 없이 그녀들과 함께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보크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부엌과 붙어 있는 식당에서 가이스와 벨레포 등이 열심히 요리 중인 보크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채이나가 뚜벅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에 보크로의 요리 솜씨를 구경 중이던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돌아갔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채이나에게 향하자, 채이나 역시 이쪽을 보며 말했다.

“이봐, 당신들이 데려온 그 인질 꼬마 어디 눕혀 뒀지?”

그녀의 당당하다 못해 건방져 보이기까지 하는 물음에 가이스가 답했다.

“저기 저쪽 방에 눕혀 두었는데 왜 그러시는지…..”

그러나 가이스는 뒤돌아서는 채이나의 등만을 보았을 뿐,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그렇게 등을 돌린 채이나는 가이스가 가리킨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잠시 후 품에 그 아이를 안고 나왔다.

그리곤 역시 일행 쪽으론 얼굴도 돌리지 않고 그 아이를 안고서 이드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지?”

“글쎄……….”

“이드에게 데려가는 건가?”

채이나는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오면서 이드를 향해 말했다.

“데려왔어. 그런데 네 말이 맞는 모양이구나…….. 무언가 병이 있는가 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에 안긴 여자아이를 이드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 눕혔다.

그리고는 다시 그 여자아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드는 누워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손을 뻗어 그 아이의 맥(脈)을 진맥해보고 그녀의 혈(穴)을 훑어보았다.

그렇게 잠시간이 흐르자 채이나가 먼저 아이를 살피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이어 이드 역시 아이의 맥을 집어보던 것을 마쳤다.

그렇게 맥을 다 집고 고개를 드는 이드를 보며 채이나가 말을 꺼냈다.

“알겠어?”

“그러는 채이나는요?”

“글쎄…… 인간의 병에 대해서 다는 알지 못하지만 이런 특이한 거라면…… 앤 아이스 플랜이 아닌지…..”

그러나 그녀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이드였다.

“그게 무슨 병인데요….”

“자세히는 알려진 게 없어…… 몇 가지 알려진 바로는 이 병은 거의 선천적이라는 거, 그리고 인간뿐 아니라 다른 종족도 걸릴 수 있는 병이며 전신의 피와 마나가 서서히 굳어지며 죽어버리는 병이지. 지금까지 아무런 치료방법이 개발되지 않았어. 이 병은 서서히 몸이 약해지면 인간은 성인에 접어드는 20살 정도에, 엘프 역시 성인이라 할 수 있는 50살 정도에 그 병이 절정에 이르러 죽게 되지……… 어쨌든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별 치료법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 단지 여러 방법으로 생명을 조금 연장할 뿐……… 듣기로는 최고위급 사제가 자신의 신성력을 바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지만 확인된 바는 없지. 워낙에 이 병이 희귀한데다…… 그런 최고위급 사제를 보기가 쉬워야지…..”

그녀의 말에 이드는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도 거의 불치병인가 보네요….”

“응?”

“아, 아니에요..”

“그래? 뭐…. 그나저나 넌 알고 있니? 이 병에 대해…”

그녀의 물음에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아요. 병명은 육음응혈절맥(六陰凝血絶脈)이라고 부르는 건데….. 우리 몸에 마나와 피가 흐르는 중요한 길에 마나와 피가 서서히 얼어붙으며 굳어버리는 거죠…. 피와 마나가 얼어서 굳어버리니……. 살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죠.”

이드의 말에 채이나는 별말 없이 이 병이 그런 건가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던 이 병의 정체를 이드가 어떻게 알고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리고 아까 채이나의 말대로 몸의 성장이 절정에 이르는 20세 정도가 되면 차가운 기운이 극에 달해서 마나와 피가 굳어 죽게 되는 거죠.”

“그럼 치료방법은?”

“어렵긴 하지만 있죠……”

“정말? 치료법이 있다는 말이야?”

채이나가 놀라서 물었고, 이드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이렇게 된 거, 구해야 하는 것 중에 몇 가지를 추가해야겠어요….. 그러니까, 태양초라는 건데 강한 열기를 머금은 건데…………………………..”

그렇게 한참을 이드와 채이나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 부엌에서는 모든 요리가 끝나 있었다.

“자~ 멀수 스프 완성, 그리고 여기 호밀빵과 과일하고……”

보크로는 그렇게 말하며 식탁에 여러 가지 음식들을 놓기 시작했다.

벨레포와 여인들은 자신들 앞에 차려지는 음식들을 보며 보크로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특히 그중에는 여인들이 더 신기해하는 듯했다.

솔직히 말해 여기 여성들 중 메이라의 하녀인 류나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뭐…. 밖에서 먹던 그런 요리를 든다면 그건 제외다. 그게 어디 요리인가?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먹는 것이지….

뭐… 요리를 좀 하는 사람은 밖에서도 제대로 해 먹긴 하지만 말이야…..

“벨레포 씨도 여기서 드실 겁니까?”

“예, 그랬으면 합니다.”

“그럼 그러시죠…. 저는 채이나와 이드를 데려오죠.”

식탁에 모든 음식을 준비해둔 보크로는 한쪽에 열려 있는 방문으로 다가갔다.

보크로가 갔을 때는 마침 이드가 이야기하던 것이 끝났을 때였다.

보크로는 방문 있는 곳에 서서는 열려진 방문을 똑똑 두드리며 말했다.

“대충 이야기 끝났으면 여기 와서 식사해… 그리고 이드, 넌 어떡할래? 갔다 줄까?”

보크로의 말에 이드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요, 일어날 수 있는데요 뭐….. 그런데 음식 맛있어요?”

“물론~! 누구 솜씨인데…. 어서 와서 먹어봐.”

대화를 마친 세 명은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아직 음식에 손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그리고 이드 등이 다가오자 자리를 빼주었다.

이드는 자신 앞에 놓인 은은한 초록빛이 도는 스프를 한 스푼 입에 넣었다.

그건 다른 일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어서 일행들의 얼굴에서 만족한 표정이 떠올랐다.

스프의 맛은 상당히 괜찮았다. 따뜻한 것이 상당히 맛있었다.

비단 스프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른 요리들 역시 거의 음식점을 낸다고 해도 될 것 같은 맛을 갖고 있었다.

이드는 자신의 앞에 있는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어 오물거리더니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런데 채이나, 약초들은 어떻게 구할 거죠?”

“응? 약초? 무슨 약초?”

이드의 말에 식사 중이던 다른 일행들이 의아한 듯 물어왔다.

“그냥…. 필요한 게 있어서요, 어떻게 사람들하고 같이 찾아야 되나요?”

이드의 말에 채이나는 피식 웃으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힘들게 그럴 필요 뭐 있어? 게다가 사람들이 많아 봤자 그런 거 제대로 알아나 보니?”

“그럼요….”

“둔하긴. 이럴 땐 머리를 써야지. 정령술사가 정령을 이럴 때 써야지…… 숲의 정령과 땅의 정령더러 찾으라고 하면 되는 거야…”

“아~!!!”

이드는 미처 그런 생각은 못 해봤다는 듯 감탄성을 발했다.

고정관념이라는 게 그런 건가 보다. 정령의 존재를 모르는 중원에선 사람들이 약초를 직접 찾으러 다니니…….

정령을 사용할 생각을 못 한 것이다.

한편,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멀뚱멀뚱 눈만 껌뻑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어서 이드는 얼굴 전체로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에게 대충의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제 몸에 있는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서죠. 물론 프로카스와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는 나았지만 그전에 입은 상처가 있거든요.

그리고 저기 저 아이……. 병이 있더군요. 저 상태로라면 엄청 안 좋아요………

그래서 그 아이도 치료하고 저도 치료하기 위해서 필요한 거죠….”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이드의 설명에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신들의 앞에 놓인 요리들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모두 식사를 마치자 채이나는 일이 있다며 이드와 같이 밖으로 향했다.

물론 설거지는 보크로에게 남겨졌고 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시 류나를 남겨두고 슬금슬금 빠져나와 채이나와 이드를 따랐다.

이드들이 나온 오두막 밖에서도 한참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저기 냄비가 걸려 스프가 끓고, 한쪽에서는 빵과 고기를 뜯고 먹고 있었다.

그들은 오두막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눈길을 돌렸으나, 벨레포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어 주고는 채이나를 따랐다.

채이나가 간 곳은 오두막의 뒤뜰 쪽이었다.

용병들과 병사들 모두 집 앞쪽으로 장소를 정했기에 이쪽으로는 아무도 없었다.

“노르캄, 레브라!”

마치 친구를 부르는 듯한 채이나의 말에 그녀의 앞으로 땅의 중급 정령인 노르캄과 숲의 중급 정령인 레브라가 소환되어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정령들을 보며 생긋 웃으며 이것저것 약초의 이름을 대며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말과 함께 그녀의 앞에서 정령들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이드가 정령을 소환했다.

물론 채이나와 같은 노르캄과 레브라였다.

이드 역시 그 둘에게 같은 명령을 내렸다. 물론 구체적인 식물의 이름은 채이나가 대신 말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들 뒤에서 있던 가이스, 메이라, 벨레포 등은 보기 쉽지 않은 정령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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