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이드 – 52화


그런 그들의 앞에 가는 이드는 무언가 상당히 즐거운 듯 콧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다.

연후 이드는 계속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정령들이 가져온 약초들을 고르며 흥얼거렸다.

그러길 잠깐, 약초를 모두 고른 이드는 좋은 약초들이라는 말과 함께 채이나에게 큰 솥을 주문했다.

잠시 후, 이드의 말에 따라 가져온 검은색의 큰 솥을 들고는 뒷뜰로 향했다.

물론 정령들이 가져온 약들을 들고서 말이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채이나를 보고는 일행들은 오두막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미 약을 만들 거라는 것을 채이나를 통해 들은 일행들로서는 가까이 가서 지켜볼만한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그것을 배울 것도 아닌 바에야 더운 날 불을 지피는 곳에 붙어 있을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숲에 어둠이 찾아들었으나, 오두막 주위로는 그렇게 어둡지가 않았다.

이유는 오두막 앞에 죽치고 있는 일행들이 여기저기 불을 피워놓은 덕분이었다.

게다가 오두막 뒤쪽에서도 은은한 붉은 화광이 일고 있어 이 밝기에 한몫하고 있었다.

다만 이상한 점이라면 오두막 뒤쪽에서 일고 있는 화광에서는 전혀 연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라일과 타키난 등이 앉아 있는 곳으로 벨레포와 보크로가 다가왔다.

벨레포야 어차피 노숙해야 할 입장이지만, 보크로는 자신의 잠자리를 여성들에게 빼앗긴 것이었다.

물론 누가 내놓으라고 한 건 아니지만… 남자인 이상…

“크큭…. 역시 저 아저씨도 저렇게 쫓겨나올 줄 알았다니까…..”

차노이가 상당히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보크로를 바라보았다.

그의 그런 말에 보크로의 눈이 저절로 차노이를 향해 돌아갔다.

“얌마! 그런 너라고 별수 있냐?…. 그렇잖아도 좋은 잠자릴 내줘서 아쉬워 죽겠구만 남의 신경을 긁고 있어…..”

그리고 그때, 옆에 있던 타키난이 음흉한 미소를 띠우며 은근히 보크로에게 물어왔다.

“가이스에게 듣자니….. 요리하는 실력이 상당하다면서요……..”

타키난의 말에 보크로의 얼굴이 금방 확 구겨졌다.

자신이 채이나에게 잡혀 산다는 것에 상당히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보크로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너~ 그게 무슨 말이냐…….”

“무슨 말은요. 말 그대로 요리를 잘~ 한다는 말이죠…”

“윽~~”

보크로는 타키난의 유들거리는 말에 상당히 열받았다는 듯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어디 진심으로 싸울 생각도 아닌 이상 피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주먹… 고로 타키난은 그의 주먹을 가볍게 넘겼다.

“어이~ 아저씨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야~ 너 임마 진짜 죽을라고~”

그렇게 외치며 다시 주먹을 날리는 보크로를 보며 타키난이 일어나서 피하곤 주위로 크게 소리쳤다.

“야~ 이것 봐! 내가 이 아저씨한테 요리 잘~~ 한다고 칭찬 좀 했더니 이러신다~”

타키난의 외침에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앉아 있던 보크로가 얼굴이 벌게져서는 몸을 일으켜 당장에라도 달려들듯한 기세를 취했다.

그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이 상당히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났다는 듯 시끄럽게 떠들며 시선을 모았다.

“너~ 이놈….. 오늘 아주 끝장을…”

“조용히 해요!!!!!!!!”

아쉽게도 우렁차게 울려 퍼지던 보크로의 목소리는 뒤이어 들려온 날카로운 외침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바로 오두막의 문을 열고 나선 가이스였다.

웅성거리며 떠들어대던 남자들은 자신들의 귓속으로 들려오는 쨍쨍거리는 목소리에 순식간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가이스는 순식간에 침묵이 깃든 오두막의 앞쪽을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끄럽다구요. 집안에는 환자도 있다구요. 그리고 숙녀들도 있는데 예의 좀 지켜줄 수 없어요? 그리고 특히 타키난 너! 조용히 해!!!”

꽝!!!!!!!!!!!!!!!!!!

박력 있게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좋은 구경거리를 감사하려던 일행들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것은 보크로와 타키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봐, 남 말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보크로가 얼굴에 득의만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타키난은 아까 보크로가 지었던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보크로는 타키난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을 보며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때 모두의 귀로 나르노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휴~ 남자들이 전부 다 여자한테 잡혀서는………”

남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말이지만, 그게 현실이기에 누구도 나르노의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

그것은 자리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벨레포 역시 같았다.

‘여보……. 당신이 그립구려…..’

집에서 자신을 기다릴 순종적인 아내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떠오르는 벨레포였다.

숲속에 싱그러운 아침이 찾아왔다.

환하게 밝아오는 하늘과 아침을 노래하는 새들의 노랫소리, 깨끗한 이슬을 머금은 풀잎…

그리고 그 사이로 흐르는 비명… 비명?

“으아아아악~!”

좋은 성량으로 울려 퍼지는 굵은 비명소리에, 새벽의 단잠에 빠져 있던 일행들은 검을 쓰는 사람들답게 검을 잡으며 누워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서둘러 비명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린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땅바닥에 구르고 있는 보크로와 그 옆에서 양 허리에 두 손을 얹어 놓은 채이나의 모습이었다.

“뭐예요. 벌써 아침이라구요, 누군 밤새 고생하며 한숨도 못 잤는데 아직까지 자고 있어요? 빨리 아침 준비 안 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그를 향해 손을 뻗으려고 하자, 바닥에 구르고 있던 보크로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서는 오두막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채이나는 그런 보크로를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시선을 일행에게 돌렸다.

“당신들도 다 일어나요. 언제까지 누워 있을 거야!!!”

그녀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오두막 뒤쪽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일행들에게 한 가지 생각이 공통적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크엘프와는 같이 살지 말아야지……’


“저희들이야 같이 가주신다면 감사해야 할 입장이지만… 위험한 여행이 될 텐데…..”

벨레포는 출발 준비를 모두 마친 일행들의 앞에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벨레포와 채이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과는 달리, 뒤에 있던 남자들은 그렇게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과 동행하면 앞으로 채이나에게 시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걱정 마십시오. 저나 이 사람이나 그렇게 약하진 않으니, 게다가 이렇게 숲에만 있는 것도 이제 지겨웠었거든요.”

“허허….. 이거 그러시다면… 부탁드리지요. 저희들과 동행해 주십시오.”

벨레포가 이렇게 예의를 차려 답했고, 보크로가 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그 옆의 채이나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남의 일 구경하는 듯한 표정이랄까?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