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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53화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남의 일 구경하는 듯한 표정이랄까?

동행이 결정되자 일행들은 모두 발걸음을 옮겼다.

그중엔 사람을 업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타키난과 라일이었다. 각각 현재 인질 역할을 하고 있는 소녀와 이드였다.

사실 이드는 상처가 다 나아서 걸어도 되었지만, 오늘 아침 단약이 모두 완성되자 말했다.

“한 시간 있다가 들어와서 업고 가요. 한참 동안 깨지 못하고 계속 잘 거니까요.”

그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드의 말대로 한 시간이 지난 후 방에 들어가 보니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 있는 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채이나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내가 듣기로는 상처를 치료하는 거라고 하던데.”

그녀의 말에 일행은 그런가 보다 하고 다시 시선을 이드에게 돌렸다. 그렇게 해서 마차가 있는 곳으로 갈 때까지 타키난이 이드를 업기로 한 것이다.

몸이 약한 인질인 소녀는 아침에 이드가 먹인 자색빛의 약을 먹고는 이드처럼 곤한 잠에 빠져 버렸다. 그래서 소녀는 라일이 업게 되었다.

“참~! 이 녀석 진짜 잘 자네…”

타키난은 자신의 등에 업혀 있는 이드를 한 번 돌아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앞에 있는 나뭇가지들이 이드에게 찔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세심함은 잊지 않았다.

잠시 그렇게 터덜터덜 걸음을 옮긴 일행들은 마차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이스는 마차를 보며 걸어놓았던 마법을 해제하고 말을 마차에 매었다. 이후 메이라와 이드 등을 마차 안으로 들여놓았다.

물론 채이나도 마차로 안내되었으나, 답답하다는 이유로 타지 않겠다고 말하며 말에 올랐다. 덕분에 마차에는 네 명의 인원만 오르게 되었다.

“자~ 그럼 하루를 잘 쉬었으니 힘차게 출발하자… 하! 이랴.”

선두에 선 벨레포가 외치며 말을 몰았고, 뒤이어 용병들과 병사들, 그리고 마차가 따랐다.

그렇게 숲을 빠져나가는 마차와 일행들을 지켜보는 인물이 있었다. 갈색 머리카락에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듯한 표정을 한 프로카스였다.


일행은 산들거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다행히 아무런 방해도 없어 상당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깨어난 이드는 일어나, 누워 자고 있는 소녀에게 자색의 단약과 금색의 단약을 입에 넣어준 후 자신 역시 세 가지 단약을 입에 넣고는 다시 마차 안의 넓은 쇼파 같은 곳에 누워 잠들어 버렸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메이라와 류나는 약만 먹고 다시 잠들어 버리는 이드를 이상한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드는 단순히 약만 먹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실프를 이용해 공기로 자신의 혈도를 찌른 상태였다. 공기가 모양을 이루고 있어 눈에 보이지는 않았고, 미약한 마나의 흐름만을 메이라가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이드 녀석 너무 자는 거 아닌가?”

타키난은 그렇게 말하며 비록 노숙이지만 편하게 몸을 눕혔다. 다행히 채이나의 정령 덕에 불침번을 설 필요가 없었기에 많은 이들이 이를 반겼다. 정령은 사람보다 넓고 정확한 반경을 커버할 수 있었기에 모두가 안심하고 잠들 수 있었다.


이드가 마차가 잔잔히 흔들리는 가운데 죽은 듯한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깨어나자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마차의 낮은 천장을 보며 멍하니 누워 있다가 이내 몸을 일으켰다.

“깨어났네요!”

소리가 들린 쪽에는 메이라와 류나가 나란히 앉아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류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꽤 오래 잔 것 같은데… 오후인가요?”

“아니요, 아직 오전 중이죠… 뭐, 잠시 후면 정오지만요.”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이드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옆에 누워 잠들어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이드는 손을 뻗어 소녀의 맥문(脈門)과 단전을 살펴보았다. 잠시 후, 손끝으로 약하지만 분명히 열류(熱流)가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약효가 있군…”

그때 마차가 멈춰 섰다. 밖으로부터 벨레포의 외침이 들려왔다.

“여기서 잠시 쉬면서 식사를 한다. 모두 준비하도록.”

“예.”

“자, 준비하자고.”

여기저기서 말소리가 들리며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깐 동안만 움직인 것으로, 자리만 조금 옮긴 듯했다. 이내 마차가 완전히 멈추고, 문이 열리며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여기서 식사를 할 것입니다. 내리시지요… 어? 녀석 깼냐?”

그 병사는 메이라에게 말하다가 깨어나 앉아 있는 이드를 보고 말을 건넸다.

“너도 나와라. 그렇게 잠만 잤으니 배도 고플 것 아니냐.”

그의 말에 이드도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 밖으로 걸어나갔다.

“야~! 잠팅이 1박 2일을 풀로 잘 수 있다니… 대단하다.”

마차에서 내려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이드를 보며 타키난이 처음 한 말이었다.

“쳇, 그러는 형은 별수 있을 줄 알아요?”

“음! 그러셔?”

역시나 이드의 말은 타키난에게 별다른 약발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쨌든 여기 앉아라.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만 잤으니 배도 고플 테니까…”

타키난은 그렇게 말하며 이드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손에 쥐고 있던 사과와 비슷한 과일을 이드에게 건넸다. 이드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타키난이 건넨 그것을 한입 깨물었다. 그러자 입안으로 답꼼한 과즙과 함께 부드러운 과육이 씹혔다.

‘헤, 생긴 건 사과 같은데… 부드러운 게 맞네…’

그렇게 사과처럼 생긴 과일인 나르를 다 먹었을 때쯤, 따뜻한 스프와 빵이 이드 앞에 놓였다.

“잘~ 먹겠습니다. ^^”

‘태청신단(太淸神丹), 공령단(空靈丹), 청령내심단(淸靈內心丹)… 이걸로 준비 완료다!’

다시 출발하는 신호에 마차에 오른 이드는 세 가지의 단약을 손에 쥐고 입에 떨어 넣었다.

“메이라, 지금부터 제 몸에 손대면 안 돼요. 그냥 가만히 놔둬요! 알았죠?”

무슨 이유에서인진 모르지만, 이드가 제법 진지하게 말하자 메이라뿐만 아니라 류나까지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는 대답을 듣고 아까와 같이 마차의 침대(?)에 누웠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양손이 단전(丹田)에 얹혀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자리에 누운 이드는 별다른 내공심법이 아니라 정심주(定心住: 이것은 눈을 감고 가만히 자신을 관찰하며 몸과 마음과 기를 보며 집중하는 것이다.)로서 가만히 약력(藥力)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며 잠깐씩 약력이 나아갈 방향을 지정해주었다. 약력은 조심스럽게 흐르며 이드 체내의 진기를 유도하여 주요 혈맥을 가만히 감싸며 돌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녁 때가 가까워서야 레크널이라는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크널 영지는 드라시드 레크널 백작의 영지로, 그는 벨레포와 어릴 때 같이 자란 친한 사이라고 한다. 레크널 영지는 꽤 큰데다 상인들이 많이 지나가기에 번화해서 꽤 알려진 곳이었다. 더군다나 이곳에 위치하고 있는 ‘카린의 나무’ 또한 유명했다.

“그런데 저 카린의 나무라는 게 뭐야?”

영주의 성으로 가는 길에 영지 중앙에 위치한 높이 12m 정도 되고, 장전 대여섯 명이 같이 팔을 벌리고 서야 할 만큼 큰 나무인 카린의 나무를 보며 콜이 물어왔다. 그러나 그의 대답에 정확히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주워의 용병 중에는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가이스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참~나… 용병이나 되서 그런 얘기도 못 듣고 뭐했을꼬… 저 카린의 나무란 말이지, 옛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900년쯤일 거야. 그때 카린이란 이름의 마도사가 있었는데, 그는 흔치 않게도 인간 중에서는 거의 익힐 수 없다고 보는 마법의 클래스인 10클래스에 들었다고 전해지더군… 뭐 사실 여부의 확인은 할 수 없지만 9클래스를 마스터한 것은 확인된 사실이니까. 어쨌든 그런 그가 말년에 이곳에 정착하게 됐지. 그러던 중에 어느 날, 그의 아들이 품에 어린아이를 안고서 그를 찾아온 거야. 물론 그 아이는 그의 손자였지. 그때 그 소년은 상당히 희귀한 병에 걸렸다고 하더군. 처음에는 몇 군데의 신전에 가봤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자, 심상찮음을 느낀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온 거지. 어쨌든 자신의 손자를 건네받은 카린은 손자를 살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해 보았고 또한 방법을 찾아다녔지… 그러던 중 어떤 존재를 소환해 그 아이를 치료할 방법을 찾아내게 되었지. 그렇게 되기까지 무려 2년 가까이 걸렸다고 하더군. 어쨌든 그는 방법을 찾은 순간 바로 그 소환에 들어갔지… 바로 이곳, 레크널에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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