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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54화


“그는 방법을 찾은 순간 바로 그 소환에 들어갔지… 바로 이곳 레크널에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가이스는 하던 말을 잠시 끊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타키난이 제촉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끝을 맺어야 할 거 아니냐…”

“알았어, 그런데 어느 정도 정확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여기까지가 다야. 나머지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카린이 소환해 낸 것이 이 나무라는 이야기, 또는 소환한 것이 악마 비슷한 것이어서 자신이 직접 봉인했다는 설… 등의 몇 가지 이야기가 있어. 하지만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나무가 유명한 이유는 10년을 주기로 한 번씩 맺는 열매 때문이지. 일명 카린의 열매라는 것으로 거의 하이프리스트 정도의 치유력을 발휘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뛰어난…”

“허~ 그거 꽤 비싸겠군…”

“당연하지. 그렇게 대단한 물건인 만큼… 하지만 거의 팔진 않는다고 들었어. 거의가 황궁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 게다가 한 번 맺어봐야 10개 내외 정도야.”

“그러니까 엄청나게 유명한 나무시구만…”

“이봐, 수다 다 떨었으면 그만 출발하자구… 구경도 이만하면 됐으니까 말이야.”

앞서가던 선두에서 외치는 소리였다.

“예, 그만 보고 전부 앞으로 가!”

“알았어….”

“카린의 열매라… 나도 그런 거 하나 가지고 싶은데.”

“헤~ 꿈에서나~”

벨레포가 앞장선 일행들은 영주의 성까지 쭉 뻗어 있는 평탄한 길을 따라 천천히 말을 몰아갔다. 아직 거의 초저녁인지라 거리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거기다 꽤 번화한 영지인데다 상인들이 있기에 보통의 영지보다 오히려 활기찰 정도였다. 그런 그들도 저녁 때 영지 안으로 들어선 대인원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거기다 거의가 검을 찬 용병에 병사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움직이던 일행들의 눈앞으로 성의 문이 보이고 있었다. 성문은 아직 활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앞을 지키는 4명의 경비병으로 보이는 병사들이 보였다. 그들 역시 그쪽으로 다가가는 일행들을 본 것인지 잠깐 소요가 일더니 한 명이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냥 몇 명의 인원이라면 우선 일행의 말부터 들어보겠지만, 거의 40명에 이르는 인원이니 저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거리가 좁혀지며 일행들이 경비병들 앞까지 도착했을 때였다. 그리고 그때 성문 안에서 몇 명의 인원이 더 나왔다. 아까 경비하던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과 기사 차림을 한 기사 한 명과 가벼운 튜닉을 걸치고 손에 백색의 검집에 싸인 롱소드를 들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들이 나오는 것을 보며 벨레포의 병사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갈색의 머리에 검은색의 눈을 가진 꽤 순해 보이는 듯한 사람이었다. 키는 180 정도로 기사들 사이에서는 평범한 정도였다. 게다가 덩치 역시 우락부락한 면이 없어 어떻게 보면 전혀 기사나 싸움을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름은 킬리라고 하는데 벨레포의 병사들의 대장이며 벨레포로부터도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나서서는 자신의 앞에 있는 두 명의 기사 중 튜닉을 걸친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에게 씩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셨습니까. 토레스님.”

그의 말에 토레스라 불리운 청년 역시 의외인 듯 그를 바라보았다.

“킬리, 자네가 여기까지… 아니, 숙부님.”

그는 킬리를 향해 말하다가 그의 뒤에 이제는 말에서 내린 벨레포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오랜만이구나, 토레스….”

“예, 숙부님. 그런데 이렇게 늦게… 아니, 그보다 안으로 드세요. 크레인 가서 아버님께 벨레포 숙부님께서 오셨다고 알리고 방과 저녁을 준비하라고 일러주게.”

“예.”

토레스의 말에 그의 옆에 서 있던 기사가 뒤돌아 성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그런데 숙부님, 어쩐 일로 이곳에? 게다가 이렇게 대인원이라니.”

그가 벨레포 옆에 서서 그를 안으로 안내하며 물어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로는 말에서 내린 일행들과 마차가 따르고 있었다. 자못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오는 그를 보며 벨레포는 허허거리며 웃어 버렸다.

“인석아! 뭐가 그리 급하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그렇게 궁금한 건 아니지만… 알겠습니다.”

성문을 지난 일행들은 성의 넓은 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다가오는 벨레포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일행에게 다가오며 입가에 허허거리는 상당히 기분 좋은 듯한 웃음을 지으며 벨레포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맞잡았다.

“이 사람, 오랜만이야.”

“그렇군, 자네는 잘 지냈나?”

“나야 늘 그렇지… 그런데 자네, 이런 시간에 이런 인원과 왜… 무슨 일이 있는가?”

그의 물음에 벨레포의 얼굴이 사뭇 진지하게 굳어지며 자신의 뒤에 멈춰 선 마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에 따라 레크널 백작과 그의 아들인 토레스의 시선 역시 마차로 향했다.

“아가씨, 도착했으니 나오시죠.”

벨레포가 정중히 말하며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뒤에 있던 레크널과 토레스는 그가 그렇게 예의를 차리는 상대가 누구인가 하는 궁금함에 마차의 문을 바라보았다.

마차에서 여행자의 복장을 한 류나가 내렸고 이어 그녀의 도움을 받으며 메이라가 마차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알아본 두 사람이 다가왔다.

“이런, 이런 곳에서 메이라 아가씨를 만나는군요.”

“네, 안녕하셨어요. 레크널님.”

“허허…. 편하게 부르시라니까요.”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토레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토레스.”

“이렇게 뵙는군요. 레이디 메이라.”

서로 인사가 오가자 레크널이 말했다.

“서로 인사도 끝났으니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들어가서 이야기 하세.”

“음. 그런데 이 사람들이 머무를 곳이 있겠는가?”

벨레포의 말에 레크널은 뒤에 있는 일행들의 수를 가늠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듯, 허이. 내 준비시키지.”

“고맙네, 그런데 아가씨, 이드는….”

벨레포가 마차를 다시 바라보며 메이라에게 물었다.

그의 물음에 메이라가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드는 다시 잠들었어요. 잠들기 전에 자신의 몸에 손대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해서 깨우지도 못하고 있어요.
참, 아저씨, 그 여자 아이는 제 방으로 옮겨 주세요. 제 방에서 재우게요.”

“예, 그렇게 하지요. 이봐 킬리, 자네가 들어가서 아이를 안고 나오게. 그리고 이드에게 접근하지 말고 …..”

그의 명령에 킬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가 곧바로 어린 여자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보던 레크널 부자(父子)는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멀뚱히 서 있을 뿐이었다.

“이보게, 저 아이는….. 또 이드란 누군가…”

“그게 이야기가 좀 길다네…. 그것도 다 이드는 데리고 나오지 못하겠는데…”

그의 말에 이어 가이스가 말문을 열었다.

“그건 제가 하지요, 벨레포님. 마법으로 문을 잠궈두면 뒤니까요.”

가이스의 말에 벨레포는 곧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방법 외에는 방법도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이스가 벨레포를 부르는 호칭이 씨에서 님으로 바뀐 것은 얼마 전 벨레포가 일행들(용병들)을 모아두고 자신의 신분과 자신들이 호위하고 있는 메이라의 신분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부터는 님자를 붙이게 된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상대는 백작에 전장의 트라칸트라 불리는 대단한 남자인 것이다.

뭐, 가이스 등이야 알고 있었지만 띠를 낼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모두 다 알았으니 이렇게 님자를 붙이는 것이다.

벨레포 등은 가이스가 마차에 마법을 거는 것을 보고는 발길을 돌려 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머지 일행들은 아까 토레스와 같이 있었던 크레인이란 기사가 그들을 안내해 갔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마차 안에는 이드가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들이 들어가 앉을 때도, 그리고 식사를 시작했을 때도, 또 식사를 마치고 벨레포와 레크널 등이 앉아서 이야기를 할 때까지 말이다.

“그러니까 카논 쪽에서 우릴 끌어들이기 위해서 메이라 아가씨를 노린다는 말이군.”

“음…. 그것도 꽤 심각해, 적들의 병력이 예상외로 강력했거든…. 우리 쪽이 공격 받았을 때도 약하지만 검기를 사용하는 이들이 꽤 있었거든… 이상할 정도로 말이야…”

“그렇다면 역시 그들이 병사들에게 무슨 짓인가 하고 있다는 말이 맞는 건가?”

“그건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위험해….”

“그렇지, 중앙에서도 느끼고는 있지만 카논 쪽에서 지금까지 움직임이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던 거지, 그런데 이렇게 반응을 보이다니….. 녀석들, 우리까지 적으로 돌리게 되면 곤란할 텐데…”

그의 말에 레크널이 조금 생각하는 표정을 지은 뒤 묵직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면……… 뭔가 밑는 것이 있던지.”

“음?”

벨레포는 예전부터 전술이나 적의 의도 등을 파악하는 데 능한 레크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자신 역시 얼마 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카논 쪽에 그럴 만한 것이 있는가 하는 거지.”

“후~ 어쨓든 자네 수도로의 길을 서둘러야겠구만…”

“물론….”

그리고 그런 그들과 자리를 함께한 메이라와 토레스, 그리고 토레스의 누이동생이 도로시 역시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 심각해 있을 때, 마차에 편하게 누워 있던 이드는 서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마차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과 마차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착한 건가?”

이드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몸을 좌우로 흔들고 팔을 휘둘렀다.

“으~ 찌뿌등한 게 이틀이나 이렇게 누워 있었더니만…….으~~~~차!”

이드는 다시 크게 기지개를 한 번 펴더니 다시 자리에 정좌(正坐)하고 앉았다.

“이제 사전 준비는 완벽하게 했고….. 시작해 볼까!”

그렇게 말한 이드는 양손의 장심혈(掌心穴)을 발바닥의 용천혈(龍天穴)과 맞닿게 하고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반개(半開)하고는 몸의 진기를 다스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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