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55화
그렇게 말한 이드는 양손의 장심혈(掌心穴)을 발바닥의 용천혈(龍天穴)과 맞닿게 하고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반개(半開)하고는 몸의 진기를 다스려 나갔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주위로 하얀색의 안개와 같은 김이 떠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흐릿하던 안개는 점점 짙어지더니 잠시 후에는 완전히 이드의 전신을 가두어 버렸다.
그리고 그런 마차가 세워진 곳이 내려다보이는 건물의 발코니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밤하늘의 별과 발코니 및으로 보이는 마차를 바라보는 메이라와 그런 달빛을 받고 서 있는 메이라를 멍하니 보고 있는 토레스였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는 관심 없다는 듯이 오빠인 토레스를 바라보고 있는 도로시였다. 그리고 때로 멍하니 있는 자신의 오빠를 바라보며 안 됐다는 듯 고개를 저어 대는 그녀였다. 그녀가 알기로는 자신의 오빠인 토레스는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메이라에게 마음이 있었다. 그가 처음 메이라를 보고 난 후 그는 공작가와 관련이 있는 일이라면 유난을 떨었다. 그런 이상한 모습에 도로시가 한가한 시간에 자신의 오빠를 유도신문(?)해본 결과 자신의 오라버니께서 메이라는 한 번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증세가 심각하게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가 몇 번 본 메이라는 토레스에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니, 남자라는 생물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오빠는 그런 메이라에게 빠져 있는 것이다.
“하유~ 불쌍한 우리 오빠, 저러다 헛물만 켜는 거 아닌지….”
“이거 일이 의외로 어려운데요.”
저번과 같은 방에는 세 명의 남자가 앉아 무언가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생각 외였어. 그 프로카스라는 자에게 이기다니.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 시력이라는 것은 들어서 아는데 말이야.”
“인질을 잡혔으니까……. 더군다나 그런 복병이 있을 줄이야….. 이 녀석들은 도대체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있기에… 덕분에 우리 정체가 완전히 알려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야.”
“어차피 난 게르만의 이런 방법은 마음에 들지 않았어.”
프라하를 바라보는 두 사람 역시 그렇게 좋은 표정은 되지 못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폐하께서 게르만을 전적으로 도와주라는 명까지 내리셨으니..”
“그렇지만 ……. 난 그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더군다나 놈이 단시간 내에 너무 많이 변해버렸어. 더군다나 기사들을 순식간에 소드마스터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다니, 그것도 별로 미덥지 못하단 말이네….”
“그렇지만 엄연한 사실이지 않나.”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꼭 그렇다고만은 말할 수 없지.”
“그게 무슨 소린가…”
“그렇게 좋은 소식은 아니네만…… 내가 알아낸 것으론 게르만은 우리나라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거지….. 실험적으로 실시된 병사들의 소드마스터 상향 작업에 투입된 몇 명의 병사들은 수소문해서 데려왔는데….. 봤더니 완전히 폐인이 되었더군….”
“그게….”
“놈은 우릴 속이고 있는 것이야….. 소드마스터의 상향은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단기간, 내가 알아낸 바로는 한 달에서 두 달 정도의 기간 동안뿐이야. 더군다나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모두 폐인이 되어 버리지…. 심할 경우 목숨까지 잃게 될 수도 있고 말이야…”
그의 말이 충격적이었는지 나머지 두 사람은 잠시 그의 말을 정리한 후…. 온몸으로 터질 듯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아마 이 자리에 이 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아마 벌써 기절했을 만큼의 강렬한 살기였다.
“감히……..”
“이… 사실을 황제께서도 알고 계시는가?”
관운장과 같은 수염을 떨며 프라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오자 그…… 바하잔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분은 이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 그런 분이 그런 계획에 참여할 것 같나…”
“그렇다면 놈이 황제와 우리…. 그리고 카논의 국민들을 혼자서 농락하고 있다는 말인가?”
“더불어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있는 벌레 같은 놈들도 몇 끼어 있고 말이야…”
“그런데 왜 지금까지…”
프라하는 그 일을 알아냈으면서도 지금까지 가만히 있는 바하잔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녀석 뒤엔 뭔가가 있어…. 함부로 건드렸다간 우리들의 내분으로 파멸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설마… 녀석의 세력이 그렇게나 강력하단 말인가?”
“모르지……. 내가 알아낸 것도 여기까지였으니까….. 무언가를 더 깨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더불어……. 분하긴 하지만 라일론과 아나크렌에게 비밀스럽게 물밑 접촉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해.”
“자네, 이 수치스러운 일을 타국에 알리잔 말인가?”
그러나 대답은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에게서 나왔다.
“그렇게 해야겠지. 사실상 우리 측에서는 두 나라에 시비를 걸어두 상태….. 만약 두 나라가 합공해 오면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으로 우리나라의 역사가 끝나게 될지도.”
“허! “
프라하는 기가 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고는 자신이 앉아있는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힘없이 입을 열어 허공을 향해 말했다.
“그래……. 접촉 방법은? 그리고 그 새끼는 내가 으드득…… 찧어 죽이고 만다.”
……………………….
“안녕하세요!”
새벽에 일어나 각자 분주히 움직이던 성내의 하인들 중 성의 정문을 청소하고 있는 몇몇의 하인들에게 들려온 밝은 목소리였다. 사람들은 그 밝은 목소리가 울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귀가 있는 볼 양쪽으로만 어색하게 긴 머리카락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의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입가에 뭐가 즐거운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인들은 이드를 보며 어리둥절해 했고 이드는 그런 그들을 일별한 다음 발걸음을 옮겨 성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이드의 행동이 자연스러운데다 어제 손님이 대거 들이닥친 덕에 그들 중 한명이려니 생각하고 다시 자신들의 일을 시작했다.
“꽤 예쁜 아가씨네…”
이 한마디를 덧붙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