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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56화


“꽤 예쁜 아가씨네…”

이 한마디를 덧붙이며 말이다.

이드가 걷고 있는 성안은 하인들이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은 새벽에 속해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드 주위로 분주히 아침을 준비하는 하인들이 소리 없이, 몇몇 이드를 본 하인들은 의아한 듯 이드를 잠시 보았으나, 곧 별것 아니라는 듯이 자신의 할 일에 열중했다.

“조~용하네….. 저 사람들은 황궁에서 봤던 거 같이 소리도 없이 걷고…..”

이드는 성안의 구조도 모른 채 소리 내어 발걸음을 옮기며 잠시 눈에 띄는 소리 내지 않으려는 하인들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왜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거야? 지금이 몇 시인데….. 하여간 여기 귀족들은…”

끼~익…….

투덜거리는 이드의 앞 오른쪽의 꽤 큰 문이 열리며 안에서 하얀색의 옷을 걸친 소녀가 손에 걸레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열어놓은 문으로 책이 가득한 신내가 들여다보였다.

“아!….누구….신지”

소녀는 문 앞에 나타난 이드를 보고는 살짝 놀라며 물어왔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꽤 예뻐 보였다. 나이는 16 정도로 보였는데, 갈색 눈에 갈색의 머리카락으로 하얀 얼굴과 꽤 어울려 보였다.

“어! 안녕?”

“누구….. 어제 오신 손님이신가요?”

“어제 온 손님? …. 맞아. 어제 온 손님 중의 하나지..”

“예, 그런데 이런 이른 시간에 무슨 일로……”

그녀의 말에 이드는 두 손을 깍지켜서 머리 뒤쪽으로 넘기며 씩 웃었다.
그런 그의 머리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귀여워 보였다.
프로카스에게 목까지 뒷머리가 깍인 것을 뒤머리를 시작으로 턱선을 따라 깍아 내린 것이다. 물론 작업자는 이드고 말이다. 사실 녀석은 귀여우니 뭐니 그런 걸 따지지 않고 가장 손쉬운 방향으로 깍고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물론 자신은 자신의 일에 그렇게 관심이 없지만 말이다.

“뭐, 지금의 나에겐 그렇게 이른 시간이 아니니까. 그런데 여긴 뭐 하는 데야?”

이드는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나이에 귀여운 얼굴을 보며 쉽게 말을 놓아 말했다.

“이곳은 레크널 영주님과 도로시아 가씨께서 사용하시는 서재입니다.”

“서재???”

이드는 비켜서 주는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서재 안은 상당히 넓었으며 한쪽으로 나 있는 거의 벽 전체라고도 할 수 있을 창문을 뺀 나머지 3면은 모두 책으로 꽉 차 있었다.
이드는 눈으로 책이 꽂혀 있는 곳들을 휘~ 둘러본 후, 자신의 뒤에 있는 시녀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아침 식사 시간이 언제지?”

“약 두 시간 정도 후입니다.”

‘늦네……..’

“그럼 그때까지 여기서 책을 보고 있어도 될까?”

이드의 물음에 그녀는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드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게….. 저는 결정할 수 없습니다. 집사님이나 주인님께…”

“됐어. 있다가 내가 말하지.”

이드는 그렇게 대답해 주고는 발길을 옮겨 책이 꽂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녀는 당황한 눈으로 잠시 머뭇거린 후, 서재의 문을 조용히 닫고 물러났다.
이드는 자신의 뒤로 닫히는 문을 뒤로 하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역사 분야, 경제 분야, 군 실무, 정책 결정 등등등……

“에~ …. 여긴 건너뛰고”

이드는 오른쪽의 책장을 대충 둘러보곤 그대로 몸을 뒤로 회전시켜 뒤쪽의 책장에 꽂힌 책을 훑어 보았다.

“보자… 그러니까…. 내가 사는 이유는…, 이간이 자연계에 끼치는 영향, 진정한 악마란, 천국의 신화, 창세 신전….. 왜 전부 다 이런 종류야~씨…. 붉은 검의 화염? 그리고…. 대마법사의 일기… 햐~ 읽을 만한 소설들이 꽤 있네….”

이드는 책장에 꽂힌 책들 중 미에 있는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들 중 ‘슬픈 자의 여행’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빼들고는 창가에 놓인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이드가 앉은 의자는 몸을 푹 파묻을 정도로 푹신한 게 한참을 앉아 있어도 별로 피로감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앞에 놓인 책상은 꽤 큰 것으로 은은한 광택이 나는 나무로 짜여진 책상이었다. 그 위로 팬과 잉크, 종이 등이 놓여 있었다.

“와~ 옷칠을 한 건가? 매끈매끈한 게 엄청 좋은 물건 같은데… 자~ 그럼 앞으로 두 시간 정도의 독서나 해볼까나….”

이드는 손에 든 책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책의 첫째 장을 넘겼다.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에 살았던 한 검사의 이야기로 그의 슬픈 인생의 행로를 기록한 것이다. 그대 이 글을 읽고 그의 아픔에 기도를 보내주어라……
…………………]

그렇게 시작하는 소설을 읽으며 서재 내로는 책장을 넘겨 대는 소리만이 울릴 뿐이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토레스님!”

“수고하게.”

토레스는 보통 때보다 일찍 일어나 방을 나섰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복도로 바쁘게 아침을 준비하는 하녀와 하인들이 돌아다녔다.
잠시 동안 너무 일찍 일어나 할 일이 없던 토레스는 주위를 휘휘 돌려 보더니 발길을 옮겨 서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 자신이 보던 책 등이 있어 시간을 보내긴 딱 좋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3분 정도(귀족의 성이란 게 넓다….)를 걸어 그는 서재의 문 앞에 서게 되었다.
토레스는 소리 없이 열리는 문을 열어 한 시간 이상의 시간 죽이기 작업을 위해 서재 안으로 발을 들여 놓으려 했다.

“누구……..”

토레스는 말하려던 것을 급히 멈추고 허리에 달랑거리는 짧은 검을 조용히 빼들었다.
자신 앞에 보이는 광경은 누군가가 서재의 책상을 뒤지고 있는 장면이었다.

‘도둑인가? 아님…… 어제 숙부님의 말씀대로 카논?’

토레스는 소리 없이 열린 문 사이로 발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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