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57화
토레스는 소리없이 열린 문사이로 발소리를 최대한 죽인체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훌쩍….
‘훌쩍?…….. 도둑이 울먹이며 도둑질을 하나?…. 아니지.’
토레스가 의아해하며 바라보는 곳에는 책상을 뒤적거리던 인물이 목적한바를 찾지 못한듯 자신의 옷소매를 끌어 눈가를 닥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렇게 눈가를 정리한후 다시 책상에 펼쳐진 책으로 눈길을 주는 모습…. 이것은……
‘…………아무리 봐도 도둑은 아닌것 같지?……’
그렇게 생각한 토레스는 손에 들었던 검을 다시 허리에 있는 검집에 넣었다. 물론 검손잡이에 손을 대어 놓은체 말이다.
“흠! 흠!”
“응?”
한참 책에 빠져 있던 이드는 서제의 문이 있는 곳에서 들려오는 헛기침소리에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든 그의 얼굴은 뭐랄까…. 상당히 소녀틱한 얼굴이었다. 그렇잖아도 갸름한 얼굴에 그에 맞게 귀엽게 깍여져 찰랑이는 짭은 머리….. 거기다 방금 눈물을 흘린탓으로 조금 붉은 기가 도는 촉촉한 눈동자… 이정도 되는 상대로서 할말은…..
“훗, 꼬마 아가씨가 울었던 모양이군….”
토레스는 눈에 눈물을 머금은 꽤 귀엽게 생긴 소녀의 모습에 경계를 완전히 풀어 검에 대고 있던 손까지 놓았다. 그러나 돌아온것은 꽤 싸늘한 목소리였다.
“누가 꼬마 아가씨야?”
“이런 꼬마라고 해서 화난건가? 그런데 못보던 얼굴인데….. 어제 벨레포 숙부님과 함께 온 일행인가?”
그의 물음에 책읽기를 그만두기로한 이드는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눈에 남아있는 물길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말이다…..
“그건 맞지만…… 나는 절대 여자가 아니야.”
“훗…. 그래?”
‘욱! 저게…..’
사실 여기서 토레스만 탓하지 못할게….. 눈가에 눈물을 지우며 일어나는 소녀틱한 머리에 귀여운 인상을 한 이드의 말은 분위기상 그렇게 설득력이 없었다. 호히려 무언가에 삐친 소녀의 모습으로 비칠 뿐…..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물론…..”
“저게…”
“그런데 뭘 읽고 읽었기에 꼬….꿀꺽 울고 있었지?”
토레스는 꼬마 아가씨라는 말을 붙이려다가 싸늘하게 자신의 입을 바라보는 이드의 시선에 그 말은 꿀꺽 삼켜 버리고는 책상에 놓여진 책의 제목을 읽었다.
“이건가? 허긴…. 엄청나게 눈물 나게 쓴 소설이니까…. 도로시도 이 책 읽다가 엄청나게 눈물을 흘렸으니까…”
“흥, 그러셔….”
이드는 그렇게 쏘아준 후 발걸음을 옮겨 그를 지나쳤다. 아니 지나치려고 했다.
“어디 가는 거지? 꼬마…..”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게다가 내가 어딜 가든 당신이 무슨 상관…”
“이것봐, 네가 언제 내게 이름 가르쳐준 적 있어? 게다가….. 보아하니 일찍 일어난 덕에 할 일 없으니까 이곳에 들어온 것 같은데……. 밖에 나가면 뭐 할 거라도 있어?”
이드는 그의 말 중에 틀린 말은 없는지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저 인간의 모습이 보기 싫은 건 사실이다.
“이드, 내 이름은 이드다. 그리고 할 일 없더라도 당신이 보기 싫어서라도 나갈 거야…..”
대충 얼버무린 이드는 다시 서재의 문을 향해 발길을 돌려 걸었다.
사뿐사뿐…..
뚜벅뚜벅…..
미치 이드의 발걸음에 맞춘 듯이 이드의 뒤에서 들려오는 발걸음은 상당히 신경에 거슬렸다. 특히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보자마자 ‘꼬마 아가씨’라고 부른 그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야…. 게다가 얼굴에 띄우고 있는 무언가 재밌다는 듯한 표정까지….. 상당히 신경에 거슬리는 인간이었다.
신경질이 난 이드는 걸음을 조금 빨리해 서재의 문을 열고 나오며 문을 닫아 버렸다.
“제기…. 혈(穴)을 어느 정도 풀고 처음 보는 게 저런 인간이라니….. 재수 없게스리…”
찰칵…… 텅….
이드는 방금 자신이 서재에서 나오며 들었던 소리와 똑같은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오는 것을 들으며 잠시 멈추었던 걸음을 빨리했다.
사뿐….사박 사박…..
뚜벅 뚜벅……
이드의 뒤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이드가 복도를 걸어 거실을 거쳐 밖으로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으~ 저 화상이 진짜 죽을라고……’
정문에서 나와 정원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이드는 그 자리에 우뚝 서더니 은근히 살기를 뛰우며 획 뒤돌아 섰다.
그리고 뒤돌아선 그곳에는 얼굴에 장난끼 어린 미소를 띄우고 있는 토레스가 서 있었다.
“당신 뭐야….. 왜 따라오고 난리야….”
“당신이라니…. 내 이름은 토레스라고 그렇게 부르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지… 이드양?”
“으~~~~”
그의 말에 눈을 꼭 감고 주먹을 말아쥐는 이드를 보며 토레스는 상당히 재미있어 했다.
‘훗 꽤 귀여운 애야….. 순간순간 발끈발끈하는 게….. 왜 이러나 몰라… 보통 땐 잘 이러지 않는 난데…. 하하….. 하?’
부웅~~
급히 뒤로 물러선 토레스는 자신의 앞으로 바람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작은 주먹을 보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어이…. 이드, 이건 장난이야… 그만 진정해… 미안하다니까….”
‘쉽게 흥분하는 만큼 금방 달려드는 군… 이거 조심해야겠어….’
그의 사과하는 말에 이드는 씩씩거리며 그에게 휘두르려던 손을 거두었다. 물론 여전히 주먹을 꼭 쥔 채 말이다.
‘이렇게 쉽게 평정심을 잃다니……. 진짜 짜증나는 인간이야…….’
“그만 진정하고…. 놀린 건 사과하지…”
“됐어, 그리고 이제 따라오지 마….”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 이드를 보며 토레스가 급히 돌려 세웠다.
“이봐….. 어차피 서로 할 일 없는 건 마찬가지인데 같이 시간이나 보내자구….. 너도 심심할 거 아니야…”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당신은 싫은데?”
‘큭! 상당히 삐졌군….’
“어이! 혼자서 뭘 중얼거리는 거야?”
“아니야…. 그리고 아까 사과했잖아 그만 화풀지….. 내가 꽤 볼만할 걸 보여주지….”
토레스의 말에 어느 정도 화가 풀려 있던 이드는 시간도 때울 겸 그의 제안을 승락했다.
“좋아, 가 보지….. 먼저 앞장서시지.”
“이왕이면 같이 걷지….”
“앞장이나 서.”
토레스는 이미 이드의 신경을 상당히 긁어 놓은 관계로 별 말 없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