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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59화


“자~ 어서 움직여, 최대한 빨리 수도에 당도해야 한다.”

성 앞에서 바쁘게 출발 준비를 진행 중인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소리쳐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 사이에 보지 못한 기사 5명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에 마차를 뒤로한 채 벨레포와 레크널 등이 모든 준비를 끝내고 서 있었다.

“천천히 가기는 글렀군…… 몇 일간 힘들겠어.”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아침에 같이 있던 그 이드라는 소….년이던가?
그 아이 입단속은 했나?”

레크널이 아침에 본 이드의 소녀틱한 모습을 기억해 내며 벨레포에게 물었다.
벨레포는 레크널에게 이드가 소년이라는 것을 말해줄 때를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그에게 대답했다.

“했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뭐 어차피 몇 일 정도가 흐르면 소문이 날 일이니까.”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면 4일 내로는 들을 수도 있을 거야…”

“글쎄, 그러기는 힘들 거야. 일행이 한둘인가 더군다나 여기 마차까지 있으니 하루는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후~ 그럴지도.”

그리고 잠시 후 토레스가 다가와 일행들의 이동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알았다. 너도 대열에 가서 서라.”

“예”

“그럼 집사, 내가 없는 동안에 수고하게나.”

“예, 영주님”

벨레포는 옆에서 레크널이 집사에게 몇 가지 당부하는 것을 들으며 일행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자~ 그럼 모두 빠른 속도로 수도를 향해 출발한다.”

“예~~ㅅ”

“레크널 자네와 나는 앞으로 나가세나.”

“좋지.”

두 사람은 빠르게 말을 달려 달려가는 대열의 앞에 서서 대열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일행들이 올 때와 같은 대형을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앞서 달리는 벨레포와 레크널 주변으로 5명의 기사가 보인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말을 천천히 달려 영지를 벗어난 일행들은 그때부터 속도를 높여 힘차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리서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는 인물 하나가 있었다.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띄우지 않은 채 달려가는 일행들을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물….. 포르카스……..
그러나 그런 포르카스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자신 외에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포르카스와는 달리 큰 나무 위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이였다.
푸른 눈에 갈색의 수수한 머리카락을 가진 부드러운 이상을 가진 20대 중반의 청년, 바로 바하잔이었다. 그 역시 포르카스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달려가는 일행들을
눈여겨보았다.
그러나 그 또한 알지 못했다. 자신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포르카스 역시 자신과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우리 카논 제국의 치부를 보여야 하다니…. 처음부터 게르만 놈을 맡아들인 것이 실수였다. 놈, 영혼조차 남기지 않으리라…”

자신의 친우(親友)들과 같이 있었을 때 침착했던 그가 지금은 강렬한 살의를 발하고 있었다. 물론 저쪽으로 가는 일행이 느낄 수 없도록 속으로 삭히며 말이다.
잠시 동안 앞서가는 일행을 바라보던 그 역시 나무에서 내려 일행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비록 말을 타진 않았지만 그의 속도가 상당한 것을 보아 꽤 높은 수준의 검사인 듯 했다.

이드 일행은 빠른 속도로 말을 몰았고 그 뒤를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두 사람이 빠른 속도로 그들을 따랐다.

“누구냐!!”

일행은 노숙을 한 지 이틀째 저녁에 식사를 준비하던 사람 외에 보초를 서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간단한 하더래더 차림에 허리에는 평범한 롱소드를 차고 있는 수수한 갈색의 머리카락에 불빛에 비쳐 푸른색을 띄는 눈을 가진 청년이 서 있었다.
그는 여러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돌아오자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여행자인 바하잔이라고 합니다. 여행하다가 노숙을 하게 됐는데 우연히 여러분을 보게 돼서….. 같이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얼굴에 조금 편안한 미소를 띄웠다.
그의 말에 그의 앞에 서 있던 보초는 뒤쪽, 그러니까 일행 중에서도 벨레포와 레크널 등이 모여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그의 말을 들었을 테니 새삼스레 물어볼 필요도 없고 두 사람의 결정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 보초병의 생각대로 두 사람은 그 바하잔이란 인물이 말하는 내용을 모두 들었다.
비록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두 사람은 무시 못할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뭐…… 워험한 느낌은 없는데..”

“그런가? 뭐, 자네의 사람 보는 눈은 정확 그 자체니까.”

벨레포는 레크널에게 그렇게 말해주고는 보초가 있는 곳을 향해 소리쳤다.

“같은 여행자인데 뭐가 문제겠소, 여기와 앉으시오.”

“하하, 이거이거”

보초가 길을 터주자 바하잔은 벨레포 등이 있는 일행의 중앙부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벨레포 등의 일행의 주요 인물이 앉아 있었고 그 뒤로 마차가 있고 그 앞에 몇 명의 여성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바하잔은 그들을 둘러보고는 시선을 다시 벨레포와 레크널에게 돌렸다.
그리고는 그들 앞에서 정중히 감사를 표한 후 자리에 앉았다.

“이곳을 지나가다니… 수도로 가는 모양이지? 그렇군, 그럼 여기 인물들을 대충 소개하지. 여기 이 사람은 내 친우인 레크널, 그리고 여긴 이 사람의 아들 되는 토레스, 그리고 여긴 이 일행들을 이끌고 있는 킬리와 크레인일세.”

바하잔은 벨레포가 소개해주는 사람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자신 역시 인사를 건네었다.

“일행에 같이 앉게 해주신 점 감사 합니다. 저는 바하잔이라고 합니다. 여행자죠, 아까 벨레포님의 말씀대로 수도로 가는 중입니다.”

“검을 쓰시는가 보죠?”

토레스가 바하잔의 허리에 걸린 롱소드를 보며 물었다.

“맞습니다. 그렇게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말이죠.”

그의 말에 옆에 있던 킬리가 너무 겸손하다는 듯 한 마디를 거들었다.

“겸손하시네요, 이렇게 혼자서 여행할 정도라면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바하잔 씨는 몸이나 옷 등에 아무런 흔적도 없으니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다는 소리죠.”

“그렇지만 꼭 그렇다고 보기 뭐하죠, 제가 운이 좋아 오는 길에 몬스터라든가 해될 만한 것을 하나도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잖습니까.”

“참나! 농담하십니까? 오는 길에 몬스터를 만나지 않았다니….. 마법사라서 워프해왔다면 이해가 가지만 검사가….. 아마 지나가는 오크 붙잡고 물어도 코웃음 칠 겁니다. 그러니 너무 빼지 말라구요.”

“하하… 그것도 그런가요?”

“그런데 수도에는 무슨 일로…”

“만날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아, 식사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같이 식사하시죠.”

토레스가 저쪽에서 손에 손에 무언가를 들고 오는 병사들을 보며 좌중에 그 사실을 알렸다.

“허, 이거 덕분에 따뜻한 음식을 먹게 생겼습니다.”

“별말을 다 하군.”

그 말 끝으로 각자 따뜻한 스프와 빵, 그리고 구워져 열기가 남아 있는 육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누가 한 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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