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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60화


그 말을 끝으로 각자 따뜻한 스프와 빵, 그리고 구워져 열기가 남아 있는 육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절제된 몸동작이다. 강한 사람이다. 프로카스라는 사람과 동급 아니면 더 강할지도…’

가이스 옆에 앉아 스프를 입에 가져가면서도 이드는 그 바하잔이라는 사람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이드가 보기에는 바하잔이라는 사람의 동작은 상당한 수련을 거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여지는 움직임이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무언가 무형의 기운이 내제되는 것. 저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있었다.

‘이곳에는 저 정도의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어?’

한참을 그렇게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정지해 있자, 이드의 시선을 바하잔이 느낀 것인지 이드 쪽으로 눈길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고개를 까딱이며 웃는 것이었다.

‘뭐, 아무렴 어떠냐, 적의는 없는 것 같은데….’

간단하게 생각을 마무리 지은 이드 역시 그를 향해 살짝 웃어주고는 다시 스프 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하잔은 자신의 미소에 답하듯 웃는 소녀가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을 때, 벨레포의 말이 들려왔다.

“수도까지 가신다니, 저희와 같이 가는 것이 어떤가? 혼자 가는 것보다야 나을 것 같은데…”

“하하, 그래 주신다면 감사합니다. 그렇잖아도 제가 부탁드리려던 참이었으니까요.”

바하잔은 그렇게 대답했으나 사실 속으로는 쾌재를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벨레포가 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원하던 것 아닌가.

“오, 그럼 잘됐군. 그런데 우리들은 속도를 좀 빨리해서 갈 것인데… 자네 말은 있는가?”

“아니요, 저는 말은….”

바하잔이 그렇게 말을 얼버무렸다. 사실 바하잔의 입장에서 본다면 좀 힘이야 들겠지만 자신이 직접 달려 이드 일행을 쫓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말을 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벨레포가 간단히 해결해 주었다. 일이 잘 풀리려니 문제가 없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우리들에게 남는 말이 두 마리 정도 있으니 그걸 타면 될 거야.”

“이거 또 이렇게 신세를 지겠습니다.”

“허, 뭔… 섭한 말을, 자~ 식사도 끝났으니 불침번을 남겨두고 쉬도록 해야지.”

“그럼, 제가 불침번을 서지요.”

“그러지 않아도 되네… 일행이 많다 보니 불침번은 한두 명 같고는 안 되고 더군다나 자네는 손님이지 않은가. 그러니 정하고 싶다면 내일 하던가 하고 오늘은 쉬게나.”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렇게 하지요.”

“그러시게. 그럼 쉬게나.”

잠시 후 각자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에 누운 후의 야영지는 조용한 고요만이 흘렀다.

두두두두두…………….

보통 사람 같으면 아침 식사 후의 느긋한 휴식을 즐기고 있을 시간에 대지를 달리는 일단의 일행들이 있었다.

“으윽…. 오늘도 제발 내 엉덩이가 무사하길….”

“나도다. 여, 가이스 혹시 엉덩이 보호 마법 같은 건 없어?”

타키난의 투덜거림에 콜 역시 동조하며 옆에서 말을 몰고 있는 가이스를 향해 물었다.

“흥, 그런 좋은 게 있으면 벌써 내가 썼죠. 그리고 난 잠깐 이렇게 타다가 마차 안으로 들어가면 그만이니까 별 상관없어. 그나저나 왜 그렇게 투덜거림이 심해? 저기 이드 좀 봐…”

가이스는 그렇게 쏘아준 후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드가 말을 몰고 있었는데 전혀 피곤하다거나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이드 옆쪽에서 말을 몰고 있는 다크엘프인 채이나 역시 이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지금 채이나는 귀를 가리기 위해 넓은 머리띠를 둘러 귀를 가린 모습이었다.

“저 둘은….. 그러니까….. 우씨, 이틀 동안 그렇게 달리고 무슨 재주로 저렇게 쌩쌩한 거야?”

그렇게 듣고 보니 그랬다.

가이스 자신도 오면서 간간히 마차를 탔기에 이만하지, 그렇지 않았다면 콜과 타키난의 투덜거림에 동참했을 것이다.

그것은 비단 그들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저, 약해(?) 보이는 두 사람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는 것이다.

“어? 저거….. 몸이 떠있잖아 저 두 사람….”

“뭐? 뭐가 떠있어?”

마침 이드와 채이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모리라스가 이드와 채이나를 관찰하다가 외쳤다.

그렇게 큰 외침은 아니지만 주위에 있는 일행들은 모두 들을 수 있는 성량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따라 눈을 돌린 일행들은 볼 수 있었다.

말 안장에 완전히 닿은 것이 아니라 약간 떠 있는 두 사람을……

가이스 역시 모리라스의 말에 따라 두 사람이 앉아 있는 곳을 살피다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프로군…..”

“실프?”

“그래, 실프. 실프를 이용해서 그걸 말 안장 위에 공기층을 형성하는 거야. 그러면 말안장에 닿지 않고 저렇게 뜨지. 게다가 저기에 앉으면 마치 최고급 소파에 앉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일걸? 어째 이틀 동안 말을 타고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지……”

“그렇단 말이지~~~!”

“그렇게 자기들끼리만 편하단 말이지……..”

일행은 배신감을 느끼며 이드와 채이나를 향해 말을 몰아갔다.

그때 그런 그들을 말리는 인물이 있었으니… 채이나의 남편인 보크로였다.

“자네들이 참아. 잘못하면 다친다구. 게다가 저게 능력이 있으니까 저렇게 하고 다니는 거 아닌가…..”

“그거야 그렇지만….”

“야! 모리라스, 그거야 그렇지만이 어딨어, 봐. 저 아저씨도 떠 있다구…”

“뭐시라.”

“그러니까 그런 말이 나오지……”

“으~~~ 배신자……”

“이드, 채이나, 우리들도 좀 도와줘요.”

몇 명은 그대로 보크로에게 으르렁거리고 나머지는 이드와 채이나에게 다가갔다.

“흥, 능력 없으면 그냥 그런데로 살아. 남 귀찮게 하지 말고, 그리고 더 가까이 오면 다친다.”

“아니 그러지 말고…. 어! 뭐야~~악!”

쿵!!!!

채이나의 말을 무시한 채 다가가던 콜이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말에서 떨어지며 거친 소리를 냈다.

“거봐라… 내가 다친다고 주의를 줬는데도…….”

“으~ 이번 일은 왜 이렇게 힘든 거야…… 흑, 눈물 나려 그런다.”

“야! 그만하고 일어나. 비위 상하는 모습 짓지 말고.”

그렇게 말에서 떨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든 끝에 일행들은 푹신한 느낌을 엉덩이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 값으로 몸에 꽤 멍을 만들었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달려라. 앞으로 이틀 정도면 편히 쉴 수 있다.”

“그만해. 안 그래도 힘들구만, 누구 놀리냐~”

이래저래 용병들에겐 꽤 시끄러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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