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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62화


이드의 말과 함께 일행의 앞으로 1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던 작은 바워더미 위로 공간이 일렁였다.

그리고 한순간 일렁임이 강렬하게 절정에 달하며 눈으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곳에 은빛의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라이컨 스롭?……. 은….. 아닌 것 같은데…..”

타키난이 바위 위에 모습을 드러낸 인형을 바라보며 자신의 판단을 흐렸다. 바위 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타키난의 반응대로 인간은 아니었다. 머리는 표족한 귀에 은빛의 털을 가진 늑대의 모습이었다. 얼굴만 보자면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해 보이는 늑대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머리 부분이고 그 아래 몸의 형태는 인간의(?) 엘프의 그것이었다. 거기다 입고 있는 옷과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부츠 역시 그 사람? 몬스터?…. 하여튼 그 인형의 털과 같은 은색으로 긴 소매에 조금 헐렁한 감이 도는 그런 옷이었다. 그리고 그런 옷의 소매로 나온 손은 인간처럼 긴 손가락이 있었지만 은빛의 털로 덮여 있었고 하얀색의 날카로운 손톱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존재는 모습을 드러낸 순간 부터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한 채 일행들을 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일행들 사이의 몇몇은 긴장감을 없애려는지 간간히 농담 비슷한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저건 …. 라이컨 스롭(늑대인간) 이야….”

“저렇게 인간처럼 옷 입고 정확한 자세로 서 있는 라이컨 스롭 봤냐?”

“그럼 뭐게….”

“저게 그냥 으르렁거리면 라이컨 스롭, 아니면 …. 새로운 종류의 몬스터로 몬스터 도감에 한 종류를 더 추가시켜야겠지?”

그리고 마치 타키난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 이름 모를 존재가 낮게 깔리는 듯한 목소리를 울려 일행 중 앞에 서 있는 바하잔을 바라보며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깔끔한 언어로 말했다.

“그대가 바하잔 공작이 것 같군….”

“음……”

그 말에 바하잔이 침음성을 발했고 그의 주위로 서 있던 사람들과 벨레포와 레크널은 공작이라는 말에 의아함과 당혹감을 같이 느꼈다.

“바하잔 ….. 공작?….”

“누구냐, 게르만 녀석이 보낸 건가?”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카오스의 여섯 혼돈의 파편 중 하나, 정해진 이름은 없으나 메르시오라고 불러줬으면 좋겠군.”

“혼돈의 파편, 그것이 게르만의 뒤에 도사린 세력인가?”

“훗, 게르만의 뒤가 아니다, 단지 우린 그를 이용하는 것뿐.”

“…. 지금 네놈의 목적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인간들의 멸절. 그리고 주요 목표는 역시 단신의 사살이지.”

그렇게 메르시오(생긴 것과 별로 매치가 안 되는 듯^^)가 확실히 공격의 의사를 밝히자 앞에서 있던 주요 전투 인원들이 하나둘 검을 빼들었다.

“젠장 왜 오는 적들이란 게 하나같이 저런 것들이야, 씨…. 그나 저나 바하잔이란 공작 양반…. 당신 카논 사람인가?”

타키난이 거칠게 자신의 검을 빼들며 지겹다는 듯이 메르시오를 바라보며 바하잔을 향한 물음을 던졌다. 그의 물음은 모두가 묻고 싶어 하던 것이기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훗, 눈치가 빠르군, 하지만 당신들의 적은 아니지…. 도움을 청하기 위해 당신들의 일행에 함유한 것 뿐인데…. 나 자신도 모르게 추적당한 것 같군.”

바하잔이 전혀 다른 생각은 없었다는 듯이 여유 있게 타키난의 물음에 답하며 자신의 롱소드를 검집에서 끄집어 냈다. 바하잔의 검은 겉으로 보이는 평범함과는 달리 검신이 약간의 푸른빛을 띄는 것이 보통의 쇠로 만들어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검을 뽑으며 바하잔이 뒤에 있는 마법사인 가이스에게 아까 들었던 것에 대해 물었다.

“가이스 양이라고 했던가? 마법사이니….. 혹시 해서 묻는 건데 카오스의 여섯 혼돈의 파편이란 것에 대해 아는가?”

그의 물음에 가이스가 그의 공작이라는 신분을 의식한 듯 지금까지와는 달리 존대어로 답했다.

“아니요, 아직 아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지라… 알지 못합니다.”

“그런가?”

바하잔이 가이스의 말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실 바하잔 자신 역시 책을 좋아하는지라 나이도 있는 만큼 보통의 마법사 정도의 지식은 소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 그조차 비슷한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니 아직 어린 가이스가 알 것이라곤 그렇게 기대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바하잔의 그런 포기는 이른 것이라는 듯 옆에서 낭낭한 목소리가 울렸다.

“카오스의 혼돈의 파편….. 태초에 창조주께서 빛과 어둠을 빚으실 때 그 불완전한 어둠과 빛에서 떨어져 나간 부분이 결합하여 빛도 어둠도 아닌 혼돈 그 자체를 낳았으니 그것이 바로 창조주께서 빛과 어둠을 창조하기 이전의 혼돈이라. 창조주께서는 그 혼돈을 보시고 다시 거두셨는데 그때 떨어져 나간 혼돈의 작은 파편이 여섯 조각 있었더라…… 그리고 그것이 창조주와 빛과 어둠이 창조한 지상계에 떨어졌을 때 성령과 암흙의 권세, 빛과 어둠으로부터 부여받은 존재들이 그 혼돈을 붉은 돌 속에 사두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있는 이드에게로 모든 일행과 메르시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이드의 일행들과 바하잔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흥미로움을 느꼈고, 메르시오는 의아함을 얼굴에 표시하고 있었다.

“이거 뜻밖이군, 그때의 일을 기억하는 자가 있을 줄이야. 그 일은 이제 신들과 드래곤들에게서야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맞는 말이야, 똑바로 알고 있는 거야…’

이드는 속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아까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래이드론의 기억을 지껄인 입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어떤 책에서 읽었죠, 제목도 적혀 있지 않은 꽤 오래된 책.”

“할 일 없는 드래곤이 쓴 건가? 뭐, 상관은 없지……. 그럼 이제 내 임무를 수행해 볼까?”

“그렇담 우린 방어해야겠지?”

“당연한 말이……”

“신화의 인물과 싸우다니 ….. 요번 일은 잘못 맞은 거야…. 가이스 도대체 일을 어떻게 고른 거야.”

메르시오의 말에 그렇게 답한 바하잔과 벨레포 등의 용병들과 병사들은 각자의 검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벨레포와 레크널 역시 바하잔의 정체에 대한 일을 잠시 접기로 한 듯 검을 빼들었다.

“실로 얼마 만에 움직이는지 모르는 거니까 모쪼록 훌륭한 실력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말을 마친 메르시오는 아래로 늘어져 있는 팔을 들어 일행을 향해 내뻗었다.
그와 함께 그의 손으로부터 은빛의 둥근 구가 뻗어 나와 바하잔을 향해 날아갔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합!”

서너 걸음 앞으로 나간 바하잔은 자신의 검에 금빛의 마나를 입혀 검기를 형성한 후 은빛의 둥근 구를 받아쳐 둘로 갈라버렸다.

쿠구구구궁

그리고 둘로 갈라진 두 빛덩이는 각각 일행들의 양옆으로 떨어져 폭발을 일으켰다.
하나하나가 거의 3클래스급의 파이어 볼 정도의 파괴력을 발해 땅을 파헤쳐 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에 벨레포가 가이스와 파크스에게 급히 마차 주변으로 보호 마법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 말에 레크널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한마디 거들었다.

“성격 급하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저기 메르시오라는 녀석 …… 몰래 마차를 노릴 그런 존재로는 보이지 않아…. 확실히 모르지만 자네 성격과 비슷한 것 같아…. 꽉 막힌 성격과….”

“레크널 자네….. 이런 순간에 그런 농담이 나오나?”

“아니오, 나도 레크널 씨의 말에 동감이오.”

다시 검을 들던 바하잔도 레크널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것보다, 나 좀 도와주시겠소? 보통 상대는 아니 것 같은데… 괜히 객기 부릴 생각은 없거든….”

바하잔은 방금의 공격으로 상대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님을 직감하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자 뒤에서 그 말을 들은 레크널 일행을 제외한 인물들의 시선이 이드를 향했다.
저런 상수를 상대할 땐 많은 인원이 공격보다 실력자들이 나서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 일행들 중 이드만큼의 실력자는 없는 상태니 자연히 시선이 이드에게로 향한 것이다.

“하~ 알았어요.”

이드가 자신을 향해 있는 시선에 바하잔처럼 몇 걸음을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모습에 바하잔과 레크널 일행이 불만이 상당한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벨레포가 그들보다 빨리 입을 열었다.

“저희 일행 중에는 이드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없소.”

“말도 안 되….. 저 몸으로 정말인가?”

“이 사람….. 내가 지금 농담 할 때인가?”

바하잔 역시 그들의 말을 들으며 자신 옆으로 걸어오는 이드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를 내세우는 것은…..”

그런 바하잔의 중얼거림에 타키난이 이드를 대신해 답해 주었다.

“바하잔님, 그녀석은 어디까지나 남자입니다. 생김새로만 판단 마십시오… 킥킥….”

그 대답과 함께 바하잔과 레크널 일행의 얼굴에 다 함께 당황함이 떠올랐다. 남자아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그 프로카스를 상대하는 것도 자네인가?”

“예….. 그때 지기는 했지만요.”

“허, 기가 막히는군….. 설마…. 다시 젊어 진건가?”

이드는 바하잔의 말에 그를 바라보았다.

“젊어져? 아! 반로환동….. 바하잔씨는 반로환동하신 모양이죠? 그정도면 상당한 실력인데….. 아지만 전 아닙니다. 18입니다.”

“이거…. 이거 허무해 지는군. 그 프로카스라는 인물 뛰어난 실력이었는데…..”

그렇게 이드와 바하잔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자 메르시오 역시 바위 위에서 내려왔다.

“그럼 내 상대가 그대들 둘인가?”

“아무래도…..”

“흠… 그럼….”

바하잔의 대답과 함께 메르시오가 휘두른 손의 괴적을 따라 검기와 같은 것이 형성되어 바하잔과 이드를 향해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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