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이드 – 68화


그리고 순식간에 출발 준비를 끝낸 사람들은 모두 말에 올라 둔덕 옆에 있는 대로에 올라 곧장 수도로 말을 달렸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성벽과 그 벽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건물들이 보였다.

“가자… 조금만 달리면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하!!”

“나는 술보다 잠이 먼저다…”

그렇게 각자 제일 먼저 할 일을 외치며 저 앞에 위치한 성문으로 내달렸다.


“실례합니다. 수도에 무슨 일이십니까?”

일행은 성문을 지키는 경비대 몇 명이 앞을 막아서는 통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일행들의 시선이 자동적으로 벨레포드에게로 모였다. 그들이 이 일행의 지휘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백작이라는 직위 역시 가지고 있지 아니한가.

벨레포드 역시 자신이 할 일이기에 앞으로 나서려 했다. 그러나 그의 걸음은 몇 걸음 떼지 못하고 멈춰지고 말았다.

앞에 서 있는 경비대들 중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던 한 사람의 외침 때문이었다.

“이런… 성문 경비대 대장 그라탕이 벨레포 백작님을 뵙습니다.”

그의 외침이 있자 벨레포드의 앞을 막아서던 몇몇 병사들이 급히 옆으로 물러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 역시 전장의 트라칸트라는 명호를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호. 자네군… 그래 오랜만일세…”

벨레포드 역시 기억 속에서 그라탕이라는 이름의 경비대장을 알아보고는 그의 인사를 받았다.

“일행이 많은데…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음, 그럴 일이 있었지. 그런데 빨리 통과시켜 주겠나? 지금 상당히 바쁘니까 말일세…”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는 것은 윗사람일지라도 예의가 아니나,

상황이 바쁜지라 그렇게 말이 나온 벨레포드였다.

그러나 그라탕이라는 경비대장은 별로 기분 나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무언가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 역시 상부로부터 어느 정도 말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어서 통과하시지요. 이봐, 어서 안으로 모셔라.”

그라탕은 급히 경비대들에게 성문의 개방과 통과를 명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러세나. 그럼 다음에 보세… 모두 출발한다.”

벨레포가 그라탕의 인사에 그렇게 답한 후 곧바로 일행을 이끌고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일행들을 보며 경비를 보던 병사들 중 하나가 자신의 상사인

그라탕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며칠 전부터 계속 귀족분들이 오고 계신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수하의 물음에 그라탕이 그의 갑옷 입은 등을 팡팡 두드리며 밀어버렸다.

“자넨 몰라도 돼… 아직은, 얼마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되니까 빨리 가서 계속 신분 확인이나 해.”

그러나 수하는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이 반항하듯 말을 받아쳤다.

“지금은 들어오는 사람도 없는데요.”

“너… 맞고 갈래?”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드는 그라탕의 말에 수하 병사는 조용히 물러났다. 물론 입으로는 궁시렁거리며 말이다.

그라탕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기다려, 얼마 있으면 알기 싫어도 알게 될 테니까… 이런 건 알아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거니까 말이야…”

“어떻게 자넨 곧바로 궁으로 가려는가?”

벨레포가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레크널을 바라보며 묻는 말이었다.

그 말에 레크널이 자신의 뒤쪽에서 바하잔과 같이 말을 몰고 있는 이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이드 군 덕에 빨리 왔으니… 자네와 같이 공작님도 뵙고 그다음에 궁에 들지.”

“음…”

그때 뒤쪽에서 말을 타고 있던 이드가 벨레포를 향해 물어왔다.

“그럼. 그분… 음…”

이드가 무언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듯이 입으로 무언가 생각나지 않는

것을 웅얼거리자 옆에 있던 바하잔이 한마디 거들어 주었다.

“케이사 공작가다…”

“예, 케이사 공작님의 저택이 먼가요?”

그 말에 아니라는 듯이 벨레포가 앞에 보이는 황궁의 오른쪽을 손으로 지적했다.

“저기 보이는 저택이 공작님의 저택이지… 여기서 얼마 멀지 않으니 곧 도착할 수 있을 것이야…”

벨레포의 말에 이드가 그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그곳에는 황궁만은 못하지만 다른 저택들을 앞도하는 듯한 위용을 자랑하는 하얀색의 벽과 푸른 지붕을 가진 저택을 볼 수 있었다.

“크네요…”

“그럴 수밖에… 라일론 제국에 3개뿐인 공작가문 중에 하나니까…”

이드에게 그렇게 대답을 해준 바하잔은 말을 몰아 앞서가는 벨레포와 레크널의 뒤를 따랐다.

“저기만 도착하면 편히 쉬겠네요…”

그러나 이드의 말에 바하잔은 피식 웃어버렸다.

그런 후 안됐다는 듯이 옆에 있는 이드를 바라보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훗…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마…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을 텐데…”

그렇게 일행들은 자신들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말을 몰아갔다.


“어서 오십시오. 벨레포 백작님, 레크널 백작님…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안에서 케이사 공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금 벨레포와 일행들이 서 있는 곳은 하얀색의 벽과 푸른색의 지붕을 가진 엄청난 크기와 위용을 자랑하는 건물의 정원 부분이었다.

그러나 말이 정원이지, 그 크기가 실로 어마어마했다. 문에서 이곳 저택의 정문까지의 직선 거리만도 100m에 이르는 원형의 엄청난 정원이었다.

그리고 지금 벨레포의 앞에서 그에게 말을 전하고 있는 40~50대의 꽤 엄한 인상을 지닌 중년인은 이곳 케이사 공작가의 집사를 맡고 있는 씨크였다.

“음, 고맙네, 씨크… 공작님께는 내가 곧 들어간다고 말씀드려 주게… 그리고 메이라 아가씨를 모셔가게나.”

“예, 어서 드시죠. 아가씨…”

씨크는 벨레포의 말에 벨레포의 옆에 서 있는 메이라와 류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옆으로 물러섰다.

“아가씨, 어서 드시죠! 공작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며 몇 걸음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곧 멈춰서서는 집사에게 잠시 기다릴 것을 부탁하고는 일행을 향해 뒤돌아섰다.

그리고는 그녀로서는 꽤 큰소리로 외쳤다.

“저, 메이라 세이드 루 케이사가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힘든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돌아가시는 길은 안전하셨으면 좋겠네요…”

메이라는 큰소리로 그렇게 일행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발길을 돌려 집사와 함께 집안으로 발길을 옮겨 들어갔다.

그리고 일행들은 그런 메이라의 모습에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통 이렇게 일을 마치고 나서도 그냥 돈을 던져주고 마는 경우가 허다한데… 저렇게까지 말하니 듣는 사람으로서는 기분 좋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그녀가 저택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벨레포가 다시 뒤로 돌아서서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들, 상당히 힘들었던 여행이었는데… 잘 일해주었기에 감사드리오… 또한 그 수고에 감사하는 뜻에서 보수는 약속한 값의 두 배를 드리겠소이다.”

“오…”

“이거… 두 배라…”

벨레포의 말에 일행들은 환호를 올렸다.

그리고 그들을 잠시 바라본 후 벨레포가 다시 입을 열어 몇몇의 이름을 나열했다.

“그리고 용병들 중에 가이스, 파스크, 타키난, 라일, 칸… 위에 거론한 사람들은 잠시 남아 주셨으면 하오. 그리고 나머지 용병들은 여기 킬리가 각자에게 정해진 봉급과 그에 대한 보너스 역시 지급해 줄 것이요. 그럼 다음 기회에 다시 뵙겠소이다.”

그렇게 벨레포의 말이 끝나자 킬리가 나서 벨레포가 나열한 용병들을 제외한 용병들을 이끌고 저택의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물러서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고는 자신의 앞쪽에 있는 나머지 용병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남아있는 사람들은 여행 동안 벨레포가 보기에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이들로서 이번 일이 꽤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들과 다시 재계약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무슨 일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흠, 여러분들에게 남아달라고 한 이유가 궁금할 테니 본론부터 말하도록 하겠소. 내가 보기에 그대들은 상당히 실력이 뛰어난 듯이 보이던군… 그래서 다시 재계약을 했으면 하는데… 어떤지 모르겠군. 만약 계약에 응한다면 봉급은 최고로 주겠소.”

그 말에 용병들 사이에서 작은 소요가 일었다. 물론 그 소요의 이유는 재계약을 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때 가이스가 벨레포를 향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실례지만… 백작님, 재계약을 하신다면 계약 내용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러자 벨레포 옆에 있던 레크널이 그에 대한 대답을 했다.

“아마… 이드와 같이 움직이게 될 것 같군. 뭐…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니니 들어가세나. 그리고 토레스, 너는 공작님을 뵙고 이들에게 대충의 설명을 해주어라.”

그러나 그런 말을 들은 토레스는 의아한 듯 레크널을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지금 듣는 재계약이라는 말조차 여기서 처음 듣는 것이 아닌가.

“아버님… 하지만 저는…”

“됐어, 있다가 공작님께 말씀드릴 때 같이 들으면 될 거야. 그다음에 이들에게 알려주면 되겠지. 씨크, 자네가 이들에게 잠시 기다리며 쉴 곳을 안내해 주고 무언가 차와 먹을 것을 좀 가져다주게나.”

그의 말에 어느새 메이라를 저택 안으로 들여보낸 씨크가 나와 있다가 레크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벨레포와 레크널이 앞장서서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많이 들락거렸던 저택의 내부였기에 달리 안내자가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그 뒤를 바하잔과 이드, 토레스가 따르고 있었다.

그 뒤를 씨크가 용병들을 이끌고 들어오고 있었다.

‘화~ 하여간 이 정도 저택에서는 전부 이렇게 꾸미는 건가?’

저택 안으로 들어선 이드는 연신 시선을 이곳저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깨끗하게 깎아 벽을 장식하고 있는 암석과 고급스러운 광택을 내는 탁자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위로는 꽃병과 꽃이 얹혀 있었고, 하나의 벽마다 걸려있는 은은한 풍경화가 돋보였다.

‘아나크렌에서 본 판타로스 놈의 집과 비슷한 게… 중원에서는 은은한 멋을 즐기는데… 여긴 아니구만…’

그렇게 여기저기 시선을 돌리던 이드는 벨레포 등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뒤에 오던 용병들은 1층에 있는 접대실로 안내되었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 2층에 도달한 이드는 계단 끝나는 곳의 반대편에 섰다. 그 문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독수리와 사자가 마치 살아 있는 듯 음각되어 강한 인상과 웅장함을 발하고 있었다.


똑똑… 똑똑…

“공작님, 벨레포입니다!”

벨레포는 정중히 말하고는 은빛으로 빛나는 문고리를 잡고 돌려 열었다.

그러자 짙은 갈색을 발하던 웅장한 문이 소리조차 내지 않고 부드럽게 열렸다.

문이 열리며 방 안으로부터 웅웅 울리는 듯한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오, 벨레포 자네 왔구만… 어서 들어오게나.”

문이 완전히 열리자, 은은한 분위기가 흐르는 방 안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벨레포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중년인이었다.

“손님들도 오셨군 여기로와서 앉지….”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