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83화
소녀, 15~16세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머리색과 같은 푸른색의 원피스를 걸치고 있었다.
그 소녀는 가슴에 곰인형을 안고 놀듯이 곰인형의 양팔을 흔들고 있었다.
그 곰인형의 팔이 흔들릴 때마다 은은한 황색의 빛이 흘러, 신비롭고도 신기해 보였다.
그런데 이런 흔치 않은 구경거리에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했다.
먼저, 소녀가 곰인형과 놀고 있는 장소는 수십만 병사들이 포진한 전장의 한가운데라는 것.
그리고 곰인형의 몽실몽실한 팔이 흔들릴 때마다 소녀가 서 있는 군의 진형 앞 땅이 터져 나가거나 폭발한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아나크렌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뒤로 밀리거나 폭발에 휘말려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는 듯 아나크렌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그 마법은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카논의 마법사들에게 저지당하고 말았다.
운 좋게 가까이 다가가더라도 땅이 솟아올라 마법을 막아버리는 판국이었다.
“하, 모험가 파티에서 주로 쓰는 수법인데… 위력에서 차이가 나니까 거의 완벽한 전술이구먼. 그런데 이드, 너 저걸 어떻게 할 거냐? 보니까 가까이 가기도 어려워 보이는데…”
이드와 지아의 뒤에서 라일, 칸과 함께 전장을 지켜보던 모리라스가 물었다.
현재 이드들이 서 있는 곳은 교전 중인 전장이 한눈에 보이는 중앙 작전 지휘실이었다.
작전실 뒤쪽에 설치된 이동 마법 진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드들은 처음부터 작전실 내부로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전투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10분째였다.
하지만 이드라고 해서 이 상황에 딱 맞는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저렇게 하는데 저라고 별다른 방법 없죠. 곧바로 치고 들어가는 방법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우측에 서 있는 샤벤더 백작과 몇몇 기사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긴, 방법이 있었으면 뭐하러 라일론에 도움을 요청했겠는가 말이다.
그때, 이드의 뒤에 서 있던 프로카스가 잘 하지 않던 말을 꺼냈다.
“그럼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나? 저렇게 놔두면 아군 측 피해만 늘어날 텐데…”
프로카스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프로카스와 차레브 중 누가 더 딱딱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레브를 향해 말했다.
“차레브 공작님, 도와주시겠죠?”
이드의 말에 차레브가 이드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바하잔의 말도 있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줘야지.”
차레브의 말에 이드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여전히 자신을 붙들고 있는 카리오스를 떼어내 토레스에게 넘겼다.
“그럼 가볼까요?”
이드는 그 말과 함께 운룡 대팔식 중 하나인 **운룡번신(雲龍藩身)**의 수법으로, 마치 구름 사이를 유유히 헤쳐 나가는 용과 같은 몸놀림으로 허공을 가르며 전장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뒤를 이어 기합성과 함께 두 개의 그림자가 하늘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