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87화
이드를 향해 사방에서 가공할 기세로 덥쳐오는 거대한 흙의 파도는 그대로 이드를 삼켜 버릴 듯이 빠르게 다가들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이드가 흙에 덮인다면 따로 묘지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젠장, 완전히 무덤이잖아..”
이드는 그 말과 함께 급히 몸을 일으키곤 제운종의 신법으로 몸을 뽑아 올렸다.
아니, 그때 들린 라미아의 음성만 아니었다면 위로 솟구쳐 올랐을 것이다.
[잠깐만요. 위쪽, 위쪽을 보세요. 이드님!!]
상당히 다급하게 말하는 라미아의 음성에 이드는 솟아오르려던 몸을 진기를 끊어 내려 앉힌 후 고개를 위로 젖혔다. 순간 이드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흙의 파도의 상공을 가리며 촘촘히 모여드는 수십 여 개에 이르는 진한 갈색의 창을 볼 수 있었다. 그것들은 하늘에 뜬 상태에서 소리도 없이 움직였고 주위의 흙의 파도 덕에 그것들이 일으키는 기운도 느낄 수 없어 만약 이드가 그대로 뛰었다면 그대로 꼬치구이가 될 뻔했던 것이다. 물론 커다란 무덤이 대기하고 있으니 따로 묏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드로서는 전혀 반가울 게 없는 소식이었다.
“나는 아직 묏자리 구할 생각 없어! 금황의 힘이여 나를 감싸 안아라… 금령단강(金靈丹剛)! 하늘의 번개가 모든 것을 부순다… 천뢰붕격(天雷崩擊)!”
부우우우우웅……….
강력한 외침과 함께 자신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며 압박해 오는 거대한 흙의 파도를 향해 몸을 날리는 이드의 주위로 창창한 황금빛의 막이 형성되어 이드의 몸을 감싸 안았다. 이어 앞으로 쭉 내뻗어 지는 라미아의 검신을 따라 마치 산악을 부러트려 버릴 듯한 파르스름한 색의 뇌전이 뿜어져 나갔다.
쩌 저 저 저 정…………
콰과쾅….터텅……
라미아의 검신에서 뿜어진 뇌력을 지닌 검강은 이드의 앞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흙의 파도와 부딪히며 자욱한 먼지와 함께 지축을 뒤흔드는 굉렬한 폭음을 만들어냈다. 검강과 흙의 파도의 충돌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를 본 이드는 급히 실프를 소환하여 전방에 있는 뿌옇다 못해 완전히 갈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먼지들을 쓸어 버렸다.
그러자 실프에 의한 엄청난 바람의 압력에 뿌옇던 물이 정화되듯이 전방의 모습이 다시금 드러나기 시작하자 앞으로 몸을 날리던 이드는 급히 속도를 줄이며 라미아를 들지 않은 왼손을 급히 앞으로 떨쳐 냈다. 그런 이드의 앞으로는 군데군데 커다란 구멍이 생겨 그 형체가 불분명하지만 분명히 벽으로 짐작되는 것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 아… 금령원환형(金靈元丸形)!!”
쩌어어어엉……
이드의 외침에 따라 이드의 주위를 물들이고 있던 황금빛의 강기가 날카로운 소성과 함께 어른 주먹 두 개 정도의 크기의 둥근 구로 뭉쳐졌다. 이어 앞으로 내뻗어진 이드의 왼손에 따라 움직이며 엄청난 속도로 앞에 놓여 있는 벽으로 가 부딪혔다. 그리고 이어지는 굉렬한 폭음과 함께 먼지 사이로 비쳐드는 빛을 보며 이드는 이번엔 벽이 확실히 부셔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빛을 보며 이드는 라미아를 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좋아… 이젠 내 차례야… 마법이라 익숙지는 않치만….응?”
슈슈슈슈슈슉…….
빠른 속도로 몸을 날리며 공격을 위해 진기를 유도하던 이드는 등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빠르게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에 급히 나아가던 속도를 줄였다.
그런 이드의 머리 속에는 아까 보았던 수십여 발의 그라운드 스피어가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달리던 것도 잠시 그라운드 스피어를 처리할 방법을 생각하기도 전에 어느새 걷혀진 먼지 구름 사이로 푸른색의 원피스를 입고 곰 인형을 안은 채 자신을 걱정스러운 표정을 바라보고 서 있는 소녀를 보고는 곧게 뻗어 있던 눈썹을 구겼다.
그리고 뒤이어 소녀의 품에 안긴 곰 인형의 양손이 원을 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걱정스러운 모르카나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건 진짜, 진짜 아픈 거니까… 잘 피해요…
그라운드 카운터플로우(ground counterflow: 대지의 역류)”
그리는 것과 함께 소녀의 앞의 땅의 다섯 부분이 마치 땅이 아닌 다른 것인 듯 회전하는 모습에 이드는 완전히 몸을 세우고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라운드 스피어를 향해 돌아섰다.
지금 이드의 상황은 진퇴양난이었다. 더구나 눈앞에 있는 다섯 개의, 점점 그 회전 속도를 높여가고 있는 흙의 소용돌이는 보통의 위력이 아닌 듯 한 느낌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앞과 뒤쪽에서 몰려오는 마법들은 단순히 강기처럼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른쪽이나 왼쪽, 아니면 허공으로 몸을 꺾어 피한다 해도 따라붙을, 간단한 무공 식이 아닌 마법인 것이다. 순간의 생각으로 그런 결론을 본 이드는 가벼워 보이는 수십여 발의 토창(土槍)마법을 먼저 처리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검강사천일(劍剛射千日)!!”
씨이이이잉
바람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이드의 주위로 드리워 있던 그림자들의 영역까지 뺏어 가는 듯한 빛이 터지며 이드의 팔의 궤적을 따라 휘둘러지는 라미아의 검신으로부터 수십에 이르는 검강 다발들이 토창을 향해 난사되었다.
그리고 한번 휘둘러진 라미아의 궤적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휘둘러지는 라미아의 궤적을 따라 모르카나를 향해 몸을 돌려세운 이드는 그대로 라미아를 수직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런 라미아의 검신에는 어느새 발그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난화 십이식 제 팔식(第 八式) 화령인(花靈刃)!!”
수직으로 떨어지는 라미아의 검신을 따라 아마 글이라면 샤라라랑 이라는 글이 들어갔을 모양으로 붉은 꽃잎이 생겨나 가공할 만한 속도로 모르카나를 향해 폭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