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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95화


그러자 그런 이드의 작은 중얼거림에 우프르가 확인이라도 해주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네, 그리프 베어 돌, 자네가 모르카나라고 부르는 그 소녀 때문에 일이 풀리지 않고 있었지.

하지만 자네 덕분에 그 커다란 장애물이 사라졌으니… 이제 슬슬 계획했던 대로 일을 진행시킬 생각이네…”

이드는 우프르의 말에 얼굴 가득 의아함을 떠올리고는 그 계획에 무엇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우프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눈빛을 받은 우프르가 슬그먼히 눈길을 돌려 지아와 모리라스, 토레스 등을 눈짓해 보였다.

아마도 보안을 염려하는 듯한 눈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전의 제일이 보안인데 그것을 위한 첫째가 아는 사람을 최소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 작전이라는 것에 대해 모르는 사람 중에 이드를 제하고는 모두 지금까지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두 명을 제하고는 모두 용병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제국의 후작이나 되는 사람이 신경 쓰이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일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접해본 지아와 모리라스 등의 용병들이 제일 먼저 느낄 수 있었기에 지아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서며 모리라스 등의 용병들과 토레스와 카리오스를 향해 눈짓을 해보였다.

“자, 자, 그만 일어나요. 괜히 심각한 이야기 들으면서 얼굴 찡그리고 있으면 주름살만 늘어나니까 밖으로 나가자구요.”

“그러지… 그렇지 않아도 한 자리에 가만히 않아 있으려니 뻐근했는데, 나가서 몸이나 좀 풀어야겠어…”

지아의 말에 라일이 몸을 이으키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고 그 뒤를 이어 나머지 두 용병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 있으면 좀 둔한 사람도 있는 법.

거기다 그 둔한 사람이 다른 것에 정신이 가 있는 상태라면… 바로 토레스가 그 경우였다.

카리오스는 어린 나이답게 지루한 이야기에서 탈출한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몸을 일으켰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아버지인 레크널 백작에게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토레스는 카논과의 전쟁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지아의 눈짓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토레스의 모습에 지아가 다시 한 번 노려 보았지만 시선조차 돌리지 않는 토레스,

이어서는 칸이 토레스의 발을 툭툭 차는 모습을 보며 이드가 말을 이었다.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그 계획이 시작되면 모두 알게 될 것 아닙니까.

그리고 제가 데려온 사람 중에 어디 비밀 지키지 않는 사람 보신 적 있어요?”

이드가 그렇게 말하자 우프르가 웃으며 슬쩍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선 일행들을 향해 앉으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

“미안하구만, 하지만 워낙 비밀인지라… 자, 자리에 앉지들…”

우프르가 그렇게 말하자 일어서 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나가자고 자리에서 일어섰던 지아는 그냥 앉기가 어색했던지 앉으면서 한 소리를 했다.

“괜히 심각한 이야기 들으면 주름살 늘는데…”

이드는 작게 중얼거리는 지아의 목소리에 작게 미소 지어 보이고는 우프르를 바라보았다.

방 안에 들을 사람, 못 들을 사람 구분 없으니 말해 달란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표정에 우프르가 대답이라도 하듯이 먼저 차레브 공작을 가리켰다.

“계획은 간단해, 우선 자네도 차레브 공작님은 알겠지?”

“당연하죠. 어제도 봤었고, 지금 라일론에 있는 바하잔 공작님께도 들었고요.”

이드의 말에 우프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자네도 그 두 분이 어디 사람인지는 알겠지? 바로 카논 제국의 공작 분이시지.”

이드는 우프르의 말에 물끄러미 우프르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 자리에 지금까지 우프르가 말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훗, 잘 듣게, 자네도 알겠지만 이번 전쟁에서 제일 마지막에 있는 적은 카논 제국이 아니네, 자네가 말한 그 혼돈의 파편이라는 존재들과 궁정 대마법사라는 게르만이라는 자지.

그리고 더 따지고 들자면 카논의 적도 우리들이 아니란 혼돈의 파편들과 게르만이라는 자라고 할 수 있지. 단지 카논 제국의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야.”

이드는 여기까지 듣고도 우프르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아직까지 우프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문제잖습니까. 카논에서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거… 그것만 해결된다면 카논과의 전쟁도 필요 없겠죠.”

“그렇지. 자네 말대로 그게 문제지. 그런데 생각해 보게, 만약 그 문제가 해결된다면?”

해결된다면? 이드는 우프르의 그런 말에 눈을 반짝였다. 그것은 주위의 다른 일행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 해결된다면, 라일론과 아나크렌, 그리고 카논은 서로 아무런 득도 없는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 혼돈의 파편이라는 존재들과 게르만이라는 마법사를 상대하는 것도 편해질 것이다.

이드는 문득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방금 전 우프르가 제일 처음에 꺼냈던 말을 떠올렸다.

차레브와 바하잔, 지금 대치하고 있는 카논 제국에 단 세 명 존재한다는 공작 중 두 명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이드의 입이 저절로 열렸다.

“과연… 카논 제국의 두 분 공작님께서 나서셔서 혼돈의 파편들의 존재와 몇 가지 카논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하신다면 더 이상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병사들이나 기사들과 싸우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렇지.”

“괜히 깊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잖아…”

방금 전까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지아와 토레스 등이 곧바로 이어진 이드의 말에 얼굴을 활짝 펴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드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우프르의 말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생각은 곧바로 입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 텐데요.”

그러자 이드의 말에 활짝 펴졌던 몇몇의 얼굴이 다시 굳어지며 우프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맞아, 쉽지 않은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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