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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96화


“에?”

“그게 무슨…”

이드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맞장구 치는 아프르의 말에 아프르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일행들이 생각하기에 그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무언가 생각이 있겠거니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드의 말에도 뭔가 대책이 있나하고 귀를 기울였는데… 들려온 대답은 기대하는 사람들을 놀리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아프르는 그런 좌중의 반응에 상당히 만족이라도 하는 듯, 피식 웃어 버리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말을 하는 발언자의 비중과 증거물을 보인다면 말이야.”

아프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번 좌중을 돌아보고는 다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까지 구겨져 있던 좌중의 얼굴이 활짝 펴져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드 역시 아프르의 말에 펴졌다 구겨졌다 하는 좌중을 빙 둘러보고는 눈길을 돌려 여전히 굳어 있는 차레브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바라보던 이드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국의 공작, 그것도 두 명이 나서는 것이라면 그 비중은 황제와도 맞먹는다 할 수 있다.

거기다 제국 내에 머물러 있는 프라하 공작까지 나서게 된다면 그것은 황제의 비중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이드에게도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방금 전 아프르가 말한 증거물이었다.

“확실히… 두 분 공작께서 나서신다면 그 비중이라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런데 방금 말하신 증거물은요? 제 생각엔 그들을 설득할 증거물이라는 게 카논, 아니 게르만이라는 마법사가 만들어놓은 소드 마스터들을 말하는 것 같은데…

저번에 아프르가 말하기로는 그들 소드 마스터의 시술을 받은 사람들은 강력한 암시와 최면 마법에 걸려 있다고, 그래서 자신들이 시술 받은 소드 마스터의 마법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인다고요.”

그러자 이번 이드의 말에 좌중의 얼굴이 다시 구겨졌다. 물론 아프르와 같이 왔던 세레니아와 일란들, 그리고 계속해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물론 그렇게 말을 했지. 하지만 모두 그런 마법에 걸린 건 아니지… 그런 마법에 걸려 있는 건 소드 마스터의 시술을 받은 기사들 뿐, 일반 병사들과 지휘자들, 그리고 귀족들은 아니지.

그리고 소드 마스터들도 암시와 최면에 걸려 있긴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보인다면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지.”

이드는 다시 얼굴이 풀리는 좌중의 모습을 보고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자신과 우프르의 말에 따라 찡그렸다 펴졌다 하는 좌중의 모습이 어찌 보면 상당히 웃기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증거라… 어떻게요?”

“하하… 이번 일도 자네와 연관되어 있지. 자네도 알고 있겠지? 처음 소드 마스터들이 대량으로 모습을 보였을 때 자네가 잡아온 세 명의 소드 마스터 시술을 받은 사람들…”

거기까지 들은 이드는 아! 하는 탄성을 발했다.

이미 소드 마스터의 시술을 받았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을 것이다.

이어 아프르의 눈짓을 받은 일란이 말을 이었다.

“자네가 잡아온 세 명의 소드 마스터들은 자네가 실종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그들에게 걸려있는 마법을 연구했다네.

그리고 얼마지 않아 그들에게 걸려 있는 암시와 최면의 마법을 풀 수 있었지.

그리고 그 후부터는 그들의 협조와 여기 세레니아양의 조언으로 빠른 속도로 그들의 몸에 형성되어 있는 마법진을 해제할 수 있었지.

다행이 그들이 시술 받은 지 한 달이 되기 직전에 해제할 수 있어서 1년만 요양한다면 예전의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 거야.

우리 말은 바로 그들을 증거로 내세우자는 거라네, 그들도 우리의 말에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고…

더구나 적군에 마법을 아는 자가 있다면 시술 받은 기사들의 마법진에서 암시와 최면 마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고,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게 되는 거지.”

이드는 거기까지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이라는 생각이었다. 또한 피해를 서로 간의 피해를 극소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카논, 라일론, 아나크렌 이 세 제국의 힘으로 최대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혼돈의 파편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물론, 피해를 최소로 하기 위해 세 제국의 병력 중, 정예 중의 정예만을 뽑아야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드의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질 때 가만히 듣고 있던 토레스가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제국의 마법사가 이번 일에 관여해 있다면, 그들이 소드 마스터들에게 걸려 있는 마법에 대해 똑바로 말해 줄까요?”

토레스의 물음에 일란이 고개를 흔들며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네, 전장에 있는 마법사가 모두 황궁, 그러니까 게르만이라는 자의 수하는 아닐 테니까.

더구나 두 분 공작님의 말씀도 있고 증거물까지 내세우는데, 어린아이 정도로만 머리를 쓸 줄 알아도 황궁에서 나온 마법사를 상대로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리진 않겠지.”

그러자 일란의 말에 토레스가 멋적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은 생각 없이 물은 말이었는데 듣고 보니 어린아이도 생각할 만한 문제이지 않은가 말이다.

한순간이지만 자신이 조금 한심해 보이기도 하는 토레스였다.

하지만 아프르와 일란의 말에 대한 생각으로 토레스의 말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뭐, 토레스로서는 웃음거리가 되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대충 아프르와 일란의 말을 정리한 사람들 중 라일이 상대가 상대인지라 조금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작전은 언제쯤…”

순간 라일의 말에 아프르와 일란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뛰어지며 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언제든 가능하네… 최대의 문제점을 어제 이드가 해결해 주었거든, 그러니 언제든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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