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말세편 1권 8화 – 황금의 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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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말세편 1권 8화 – 황금의 발 4


황금의 발

두 사람이 한 사람을 끌면서 불길과 그보다도 무서운 연기를 피하여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 었다. 가뜩이나 답답한 판에 그 무엇보다도 통로를 가득 메우는 연기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대단히 힘들었다. 그러나 현암 일행은 간신히 연기와 불길보다 앞서서 달려 나갔다. 어느덧 앞 에 철문이 보였다.

“됐네! 저기 문이 있네!”

“그런데 저 문은 어디와 통해 있는 걸까요? 여기에 이런 비밀 통로 같은 것이 있다는 건・・・・・・ . 심상치 않은데요.”

현암은 아무래도 기분이 찜찜했다. 정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뭐가 있든, 어디든 간에 여기서 너구리 꼴이 되는 것보다는 나을 걸세.”

그때 통로는 시커먼 연기가 자욱하게 차 있어서 불이 켜져 있 는데도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더구나 불의 열기로 마치 한증막 같았다. 현암과 정 선생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같이 끌고 가던 미리마저도 콜록콜록 매운 기침을 연신 해댔다. 연기 때문에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정 선생은 문을 한 번 만져 보고는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이거, 두꺼운 철문인데…………. 잠겨 있군그래.”

“조금 물러서 주세요.”

“부술 수 있겠나?”

“될 겁니다.”

현암은 고개를 끄덕이며 월향검을 꺼냈다. 그때 미리가 정신을 차린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리는 철문을 보더니 안색이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그 순간, 통로 안의 불길이 전선을 태웠는지 전등들이 일제히 꺼지고 사방은 암흑천지가 되었다. 통로 저편에 서서히 밀려오는 불길의 희미한 빛만이 날름거릴 뿐이었다. 갑자기 미리 째지는 듯한 비명이 통로 안을 가득 메 웠다.

“안 돼! 여기는 안 돼! 여기만은…………… 여기만은…….”

현암은 월향검에 공력을 주입하려다가 미리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 멈칫했다. 정 선생이 뒤에서 밀려오는 연기와 불길을 보면 서 외쳤다.

“방법이 없네. 어서 열게!”

그래도 미리는 막무가내로 악을 썼다.

“여긴 안돼! 여기에는…………… 여기에는…………… 황금의 발이 있어!” 

황금의 발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현암은 미간을 찌푸렸다. 현 암의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의 웃음기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 다. 정 선생은 그런 현암의 얼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흠칫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현암의 표정은 과거 얼음장 같던 모습 그대 로였다. 현암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반드시 열어야겠군.”

“안돼! 그러면 죽어! 모두 죽을 거야! 미쳐서 죽을 거야! 모두 그랬어! 모두가…………”

미리의 절규하는 소리가 통로 안을 떠다니며 채 사라지기도 전에 불길이 또 한 번 통로로 왈칵 밀려들었다. 순간 현암은 월 향검에 공력을 주입해 검기를 뻗치며 크게 호선을 그었고, 잠시 후 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요란한 쇳소리가 났다. 커다란 동그라 미 모양으로 오려진 철문의 중간 부분이 땅에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그것을 보고 정 선생은 어허 하며 자신도 모르게 탄성 을 질렀다. 현암은 구멍 안으로 휙 뛰어들었다. 그러자 정 선생 도 발악하듯 울어 대는 미리를 번쩍 들어서 구멍으로 던져 넣고 그 뒤를 따랐다.


구멍 이편으로 빠져나온 현암은 그 자리에 석상처럼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건 정 선생도 미리도 마찬가지였다. 좁은 지하 통로가 연결되어 있던 철문 너머의 방은 거대한 광장처럼 넓은 방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강 집사가 이미 수백 명의 사람 들을 거느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하…………… 멍청이들.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나? 왜 우리 가 연기로 너희를 몰아 댔는지 이제야 알겠나? 하하……………”

강 집시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자 정 선생은 에잇 하며 발 을 굴렀다.

“아무래도 함정에 빠진 모양이네!”

현암도 화가 치밀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순간 강 집사가 킬킬거리며 수많은 사람들 뒤로 몸을 숨겼다.

“이 통로는 내가 발견했는데 내가 그걸 모르겠느냐? 너희는 꼼짝 못해 죽어 주는 일만 남았지.”

“흥! 죽어도 혼자 죽지는 않겠다!”

정 선생이 소리를 치면서 앞으로 나서려는데 현암이 정 선생을 말렸다.

“잠깐만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현암은 정 선생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먼저 소리 높여 외쳤다.

“하나 물어볼 것이 있다!”

현암이 강 집사를 향해 외치자 강 집사 역시 되받아 외쳤다.

“뭘 물어도 대답해 줄 순 없지!”

“대답하지 않으면 황금의 발이란 것을 부숴 버리겠다!” 

현암은 왼팔을 허공에 한 번 휘둘러 보였다. 그러자 처절한 귀 곡성을 울리면서 월향이 쏘아져 나가 사람들의 머리를 넘어 방 한쪽 귀퉁이의 철제 버팀 기둥을 스치고 지나갔다.

“네가? 무슨 재주로?”

강 집사는 귀곡성에 조금 놀란 듯했지만 여전히 기세 좋게 소 리쳤다. 그때 철제 기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토막이 나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사람들은 정신 나간 상태라 아무도 동요하지 않 았지만, 강 집사만은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현암은 싸늘하게 웃으며 월향을 손에 받아 쥐고는 외쳤다.

“난 사람을 죽이고 싶진 않다. 그래서 여태껏 봐줬지만 황금의 발 같은 물건이라면 다르지.”

“네놈이 …………… 네놈이 그걸 어떻게 알고………………”

“그건 그냥 황금으로 만들어진 발에 불과한 것 아닌가? 아무 리 그 안에 기이한 힘이 숨겨져 있다고 해도 그것은 물건일 뿐이 다. 내가 이제 이 칼을 한번 던지기만 하면 이 칼은 그것이 어디 에 있든 따라가서 반드시 부숴 버리고 말 것이다.”

현암이 담담한 말투로 외쳤다. 현암은 일종의 모험을 한 셈이 었다. 현암은 미리를 통해, 황금으로 된 발이 있다는 것과 그것 이 있는 곳이 바로 여기라는 두 가지 사실밖에는 알아낸 바가 없 었다. 그러나 미리가 황금의 발에 대해 그토록 무서워하고 있다 면 그것이야말로 강 집사가 사용하는 사악한 힘의 근원이라 여 긴 것이다. 사실 아무리 월향이라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물 건을 찾아 부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허나 강 집사가 월향검의 무서운 위력을 본 다음이라면 그 말 이 먹혀 들 것이라고 현암은 짐작했다. 정 선생도 처음에는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둔한 사람은 아니라서 현암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러면서도 현암이 걱정스러웠다. 현암은 비록 당당하게 서서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옆구리에 동여맨 헝겊이 더더욱 붉어져 조금씩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또한 미 미하긴 했지만 현암의 다리마저 조금씩 떨리는 것이 보였다.

“어떤가? 나도 사실 우연히 말려들게 된 것일 뿐 목숨까지 걸고 난동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내가 묻는 것에 대답하고 나와 타협하는 것이 어떤가?”

현암은 말하면서 슬며시 등 뒤로 손을 돌려 정 선생에게 손가 락 두 개를 포개어 보였다. 그것을 보고 정 선생도 에헴 하고 헛 기침을 했다. 강 집사가 반문했다.

“싫다면?”

“어허, 목격자가 많아서 살인은 안 하려고 했는데… 여긴 다 정신 나간 사람들뿐이니 상관없겠군. 당신 모가지는 저 기둥 에 비해 어떤가? 더 단단한가?”

말을 하면서 현암은 다시 월향을 휙 날렸다. 귀곡성이 울려 퍼 지면서 반대편의 철제 버팀 기둥이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월향 이 방향을 틀어 돌아오며 다른 기둥을 긋고 지나가자 기둥의 가 운데 토막이 떨어져 땅에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굴렀다.

그 광경을 보자 강 집사가 헉하며 숨을 삼키고는 물었다.

“묻고 싶은 게・・・・・・ 뭐냐?”

“황금의 발을 당신은 어디서 얻었나?”

바짝 긴장한 강 집사 맥이 빠진 듯 대답했다.

“뭐야, 그거냐? 너도 하나 얻고 싶어서 그러느냐?”

현암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마도 강 집사는 현암을 돈이나 뜯으려 하는 건달 나부랭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 자신의 치부나 돈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서, 강 집사는 다행이 라는 듯한 어조로 거리낌 없이 외쳤다.

“바로 여기! 주악산에서 얻었다. 원래 황금 칠을 한 건 아니었 고, 시커멓게 타다 만 발이었을 뿐이다. 내가 금칠을 한 거지. 하 하, 너도 어디 무덤가에 가서 하나 주워다가……………..”

순간 강 집사의 목소리가 놀란 듯한 비명으로 바뀌었다. 그러 더니 급기야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가 너무도 처 절하여 정 선생마저도 귀를 막고 싶을 지경이었다. 현암도 안색 이 확 변해서 사람들을 헤치고 강 집사 쪽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장벽이 막아선 것처럼 현암의 몸이 도로 튕겨 나왔다. 정 선생도 그 보이지 않는 장벽 같은 힘에 밀려서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미리가 처절하게 고함을 질렀다.

“온다! 온다! 발의 주인이! 지금!!!”

다음 순간, 모여 있던 사람들이 비틀비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갈라지듯 양옆으로 비켜서며 계속하여 반대쪽 통로로 빠져나갔다. 사람들이 사라진 중앙에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서 내장이 튀어나온 처참한 고깃덩어리가 보였다. 강 집사였다. 너무도 처참한 모습에 미리는 그만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고 정선생마저도 눈을 돌리고 외면을 했다.

마지막으로 자리를 떠나던 남자 하나가 강 집사의 뜯어져 나간 왼쪽 발을 무신경하게 집어 현암 쪽으로 툭 집어던지고는 기 계 같은 동작으로 방을 나갔다. 강 집사의 뜯긴 왼쪽 발이 현암 앞에 툭 떨어지면서 피를 뿜어냈다. 현암은 몸을 부르르 떨며 그 발을 내려다보았다. 공포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눈앞에서 한 인간이 이토록 참혹하게 죽음을 당하다니!

‘절대・・・・・・ 절대 용서 못한다. 절대! 절대!’

현암은 마음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천천히 월향검을 빼 들었 다. 그리고 신중하게 작은 월향검을 오른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 런 다음 공력을 가하자 월향검에서 길게 검기가 솟아올랐다. 그 순간 미리가 비명을 지르면서 현암에게 외쳤다.

“어서 날! 날 찔러요! 죽이라구요! 어서!”

“뭐라구?”

“어서! 아아, 난 더 이상 버티지 못해요.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요. 그러니 어서! 어서!”

미리는 놀랍게도 현암의 오른손을 잡고 매달렸다. 현암은 깜 짝 놀라 월향검의 검기를 거두면서 외쳤다.

“무슨 소리요! 이 손 놔요!”

“아아…………. 안 돼…………. 안돼……………. 늦었어……………. 주여……………. 주여…….”

미리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매달리는 힘은 남자 두세 명보다도 훨씬 강했다. 현암은 비로소 미리의 몸마저도 황금의 발에 의해 조종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 그래서 미리는 그런 행동을.

이제야 대강 이해가 갔다. 아까 미리가 옆구리를 찌른 것은 자 신의 의지로 그런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 비록 그 힘이 미리의 영혼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몸의 행동만은 조종이 가능한 것 이 틀림없었다. 지금도 미리는 말과 행동이 따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그랬기 때문에 제발 자기를 내버려 달라고 한 것이었던 가…………….

현암은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그때 옆에서 보고 있 던 정 선생이 미리에게 달려들었다.

“정 선생님! 너무 심하게는………….”

그러나 정 선생은 미리를 떼어 내는 것이 아니라 현암의 오른 손과 월향검을 잡은 미리의 손을 감싸 쥐고 매달리는 것이 아닌 가? 현암은 그리 잘 놀라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이때만은 정말 놀 랄 수밖에 없었다.

“정 선생님!”

현암은 정 선생의 눈을 보자 아찔해졌다. 우도방의 고수인 정 선생마저 눈이 희게 뒤집혀 있었다. 황금의 발의 조종을 받는 것 이 분명했다. 더욱이 내가고수(高手)인 정 선생은 그가 잡은 현암의 팔을 통해 끊임없이 공력을 밀어 넣고 있었다. 할 수 없 이 현암 역시 공력으로 정 선생의 내가공력에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제정신은 아니었지만 정 선생이 수십 년간 수행하여 쌓은 공 력은 대단한 것이어서 현암은 거의 삼분의 일의 전력을 정 선생 의 공력을 막는 데에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 정선 생을 떨어뜨리려면 엄청난 힘을 일시에 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간 정 선생을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월향검에 검 기를 담아 날릴 수도 있었지만, 그 역시 미리와 정 선생의 양손 이 잘려 나갈 위험에 처할 것이다.

현암은 기를 쓰면서 오른팔을 빼려고 해 보았으나 이미 이성 을 잃은 정 선생과 미리는 죽어도 팔을 놓지 않았다. 그때 음산 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강 집사가 서서 히 몸을 일으켰다.

“흐흐흐……. 나를 잊었나, 현암?”

현암은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몸이 갈기갈기 찢 어진 시체가 일어나서 말을 하다니!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자신을 안다는 듯 말하지 않는가?

현암은 전율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찬 물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희미한 기억이 생생해지자 현암은 비로소 그 정체 가 누구인지, 황금의 발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서 교주!”

그랬다. 서 교주가 틀림없었다. 준후를 키워 비밀 무기로 이용 하려 했고, 사악한 주술에 마침내 자신의 몸을 망친 해동밀교의 교주! 박 신부와 준후와 현암이 모든 힘을 합하여 간신히 물리칠 수 있었던 자! 틀림없었다. 지금의 이 목소리는 서 교주의 목소 리가 분명했다………..

‘그렇다면 ・・・・・・ 그렇다면!’

그렇다면 강 집사가 발견한 황금의 발이란 십여 년 전, 스스로 의 몸을 태워 버렸던 서 교주의 남은 발목이었단 말인가! 서 교 주의 악한 혼령은 저승으로 가지 않고 여전히 그 발에 붙어 사악 한 힘을 행사해 왔단 말인가.

현암은 이번 일이 과거의 해동밀교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은 했지만…………. 역시 그랬다니…………. 너무도 의외의 진실에 현암은 할 말을 잊었다.

“그때 ・・・・・・ 기억나지? 응?”

‘그때’란 해동밀교가 무너진 날을 말함을 현암이 모를 리 없었 다. 허나 현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 교주의 음성이 다 시 들려왔다.

“킬킬킬・・・・・・ 네놈들. 네놈들을 나는 잊지 않았어. 잊지 않아. 잊을 수 없지…………….”

강 집사, 아니 서 교주는 웃으면서 앞으로 뛰어나왔다. 강 집 사의 왼발은 이미 잘려 나갔지만, 그는 마치 강시처럼 한 발로 뛰었다. 서 교주는 영혼만 남았는데도 여전히 미친 것 같았다.

현암이 침통히 말했다.

“해동밀교는 이미 없어졌소.”

그러자서 교주가 벼락같이 외쳤다.

“그따위 건 이젠 상관없어!”

현암은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 잡힌 오른팔을 빼내려고 했지 만, 실성한 정 선생의 공력과 힘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월 향검도 현암의 손에서 계속 울기만 할 뿐 빠져나가지 못했다. 강 집사의 몸을 빌린 서 교주는 계속 철벅철벅 피를 흘리면서 한 구 석으로 향했다.

“하지만…………… 네놈들・・・・・・ 난………… 난 바쳐야 해. 파극염(炎)의 제물로…………… 너와……………. 그놈・・・・・・ 내 자식 준후 놈…………… 내 손으로…………….”

“준후를?”

현암은 일부러 피식 웃어 보였다.

“그렇게 될 것 같아? 십 년도 넘게 지났는데 그 천재가 아무것 도 안 배우고 안 컸을 것 같아? 옛날에나 너한테 좀 땀 냈지, 지 금 준후에게 걸리면 넌 한 방이야, 한 방. 그냥 손가락 하나만 튕 겨도 완전 소멸일걸?”

서 교주는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네놈은……..

“물론 나는 힘에 좀 치우쳐서 준후보단 영에 약하지. 그러니까 두방 정도 날려야겠네.”

“헛소리!”

서 교주가 버럭 고함을 치자 현암은 다시 입을 놀렸다. 물론 사실은 시간을 끌어 잡힌 것에서 풀려나기 위한 술수였지만, 어 느 정도 진심도 들어 있었다. 사실 그동안 준후만이 아니라 현암 도 변해 있었다. 과거에야 힘이 달려 셋이 합쳐서 퇴치했던 서 교주였다. 하지만 지금 내심으로는 별로 두렵지 않았다. 주위에 물고 늘어진 애꿎은 사람들만 없다면 전혀 두렵지 않았을 테지만. 

‘공력을 집중하여 튕겨 내면 간단하지만…………….’

정말 간단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정 선생도 나름대로 깊은 공력으로 매달려 있었다. 그 힘은 보통 사람의 힘보다 수십 배 강하다. 그것을 무작정 튕겨 낸다면 정 선생의 팔은 박살 나 버 릴 것이다. 월향도 마찬가지다. 차마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서 교주는 비열하게 웃었다.

“네놈들이 세졌다 해도……………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오른팔만 잡으면 네놈은 꼼짝 못하잖아. 자……………. 뭐가 달라졌 지? 한번 보여 줘 봐…………….”

“이봐, 너 제정신 아닌 거 너도 알지? 솔직히 너를 진짜 죽인 건 벽공이잖아. 원수를 갚으려면 지옥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네놈………… 여유만만하구나.”

“십 몇 년 동안 말할 상대도 없이 얼마나 답답했어? 그러니 좀 말해 봐. 너 뭘 바라니? 해동밀교 재건?”

“이・・・・・・ 이놈…….?”

서 교주는 부르르 떨었다. 현암이 기죽지 않고 너무도 여유만 만하자 그를 심리적으로 놀라게 겁주고 싶은 것 같았다. 사실 현 암이 바란 것도 그것이었다. 지난 십 몇 년간 현암이 얼마나 산 전수전을 겪었는지는 당사자 현암도 기억하기 힘들었다. 그런 그에게 이런 미친 영혼 하나 다루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주변에 걸리적거리는 인질들만 없다면,

“좋다. 네놈을 놀라게 해 주마. 내게 해동밀교 따위는 상관없어. 난 세상을 지배할 테니까!”

현암은 속으로 생각했다.

‘여전히 미친 바보구나.’

“나에겐 부하들이 필요하다. 다시 세상으로 나가려면 말이 지……………. 다행히 예수교의 바보들이 잘 협조해 주니 일이 쉬워지 겠지…….”

“그런 바보들이 뭘 한다고?”

“하하……. 일단 너부터도 그 바보들 때문에 꼼짝도 못하지 않나?”

“이봐, 자꾸 날 자극하면…………….”

“아니, 난 자극할 거다. 네놈이 말도 못하게 강해진 건 나도 느끼고 있어. 정말 놀랍지. 허나 네놈은 여전히 예전과 똑같은 바보야. 저런 병신 하나만 달라붙어도 꼼짝도 못하지. 설령 네가 죽게 된다 해도 말야.”

“이봐. 나라고 죽고 싶을 것 같아? 맘만 먹으면………….”

“흐흐흐. 그래. 마음만 먹으면 몇백, 몇천 명도 날려 버릴 수 있 겠지. 그러나 넌 못해 절대 못해. 그게 네놈의 마음가짐이니까.” “너, 나에 대해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나도 위급해지면 내가 사 는 게 우선 아닐까?”

현암은 애써 태연한 척 말을 돌리려 했으나 서 교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흐흐흐. 내가 누군지 잊었나? 나는 밀교의 교주였다. 힘의 근 원조차 모르지 않아. 너는 그 힘을 어디서 얻었지? 약해 빠진 선 량함과 연민, 그리고 그런 것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으로 얻었지. 그런데 네가 그런 것을 외면한다면 너는 뭐지? 그런 마음으로 얻 은 힘을 그런 걸 해치는 데 쓴다면 너는 힘을 잃고 껍데기가 되 는 거지. 아니, 그 순간 너는 타락하는 거고, 그건 네게 모든 것을 배신하는 최악의 결과야 너 자신의 죽음 따위보다 훨씬 큰 종말 이지. 넌 그걸 알거야. 안 그러면 그런 경지에는 다다르지. 알기 때문에 넌 결코 그렇게 하지 못해. 절대로!”

현암은 비로소 위기의식을 느꼈다. 서 교주의 힘은 별것 없다. 과거에는 강했지만 지금의 현암과 비교하면 약하다. 그러나 서교주는 현암의 약점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현암의 안색이 달라지자서 교주가 웃으며 말했다.

“이봐. 밀교의 교주쯤 했던 내가 왜 파극염을 얻고, 영혼을 넘 겼는지 아직 모르겠어? 왜 너희는 그렇게 강해졌는데, 나는 그 러지 않았는지? 너나 준후가 쌓은 경지를 나라고 못나서, 몰라서 못했을까? 아니지. 난 거부한 거야. 더 깊이 들어갈수록, 더 강 해질수록 더더욱 족쇄에 얽매이는 거야. 난 그런 힘을 거부했어. 내가 정말 바란 욕망을 실현하는 데 그따위 힘은 필요 없어. 이 제 저런 바보들이 필요한 거야. 이거야 말로 피 흘리며 너 같은 놈들과 싸우는 것보다 훨씬 쉽고도 재미나며, 효과적인 방법이 지. 세상 전부는 못 되어도, 어디 한구석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표 나지 않게 지하에 숨어서 바보들의 운명을 가지고 장 난치는 건 충분하지 않을까? 이미 힘은 충분해. 아니, 너무 넘쳐 서 탈이야. 나를 우습게 보았나? 아니, 진짜 바보는 너야. 너야말 로 패배한 바보가 될 거야.”

현암은 이를 갈았다.

“개자식!”

“아. 그렇게 고되게 엄청난 힘을 얻어서 그걸로 뭘 하지? 이런 병신들의 뒷정리? 머슴? 자발적으로 사육되는 건가? 그러다가 바보들이 존재를 알아채면 당장 겁먹고 솥에다 삶을 건데? 그런 데도 그들에게 매달려 있는…………. 난 그게 혐오스러워. 견딜 수 없어. 너 같은 놈들을 보면 정말 이가 갈리고 신물이 나! 다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라구!”

“그렇게 해서 무엇하는데?”

그러자서 교주가 히죽 웃었다.

“히히. 그건 그다음에 생각할 거야.”

“넌 미쳤어! 미친놈이야!”

“내가 미쳤다 치자. 헌데 어때? 이 미친 놈, 미친 영혼 하나를 이길 수 있어? 인질 하나만 잡아도 찍소리 못하는 주제에.” 

“네 말대로는 절대 안 될걸!”

“히히히…. 잊었어? 나는 밀교의 우두머리였어. 작았지만 교단의 으뜸이었단 말야. 종파의 속성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 지…………. 그리고 거기 달라붙는 바보들의 생리도 잘 알아. 약간 만 힘을 보여 주고 약간만 눈앞의 이익을 주면 인간들은 눈이 멀 어. 자신이 모르는 힘을 가진 것 같으면 눈이 멀어서 달라붙는단 말이다. 바보 같은 것들이지…………….”

“교주였으면서 그런 생각밖에 못해? 밀교가 그런 마음으로 존 재했던 것이었나?”

“물론 아니지. 아닌데………… 난 그게 싫었어. 내가 교주인데 킬 킬…………. 왜 내 마음대로 못하는 거지? 왜 그렇게 묶여야 하지? 그게 싫었어. 밀교니 뭐니 다 필요 없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걸 만들 거야.”

“뭘 하려는 거야?”

“그거야, 히히, 몰라. 나중에 고민하면 돼. 일단 그렇게 되는 게 중요하니까.”

현암은 어이가 없었다.

“따르는 놈들은 모두 바보 같은 쓰레기일걸?”

“그게 너무 좋아. 쓰레기들로 산을 쌓아서 세상을 덮어 버리는 거야. 준후같이 잘난 놈, 너 같이 착한 놈들은 전부 파묻어 버리 고 말야. 나를 쓰레기라 말하는데, 나는 최고의 쓰레기가 될 거 야! 최악의 쓰레기만 남길 테니 내가 최고이고, 영원불멸이겠지. 히히히………… 멋지지 않아?”

현암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외쳤다.

“최고라고? 너야말로 최악이다!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제일 밑바닥 쓰레기야!”

“흥, 마음대로 나불거려. 어차피 그렇게 지껄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 교주는 구석으로 가서 부러지고 피에 젖은 손으로 벽을 한 번 두드렸다. 그러자 돌로 만들어진 한쪽 벽이 마술처럼 스르륵 열렸다. 아마도 해동밀교에서 만든 기관 장치인 듯했다. 그 안쪽 은 밀교의 상징물인 장식들이 조각된 꽤 큼지막한 공간이 있었 는데, 밀교의 금고와 같은 용도로 사용되던 것 같았다.

그 안에 황금의 발이 있었다! 찬란한 황금색으로 도장된 발목,

그것은 모세가 십계명을 얻기 위해 기도를 드리러 갔을 때 사람 들이 만든 황금송아지의 우상과 기이하게 닮아 보였다. 겉은 황 금색이었지만, 그 안에는 서 교주의 타다 남은 썩은 발목이 들어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더러운 서 교주의 썩은 야심 과 더러운 힘과 사악한 증오가 가득 차 있을 터였다.

서 교주는 그 발목을 집어 자신의, 아니 강 집사에게서 빼앗은 몸의 잘린 왼발에 붙였다. 기이하게도 그 발목은 원래 한 몸이었 던 것처럼 스르륵 붙어 버렸다. 서 교주가 몸을 폈다. 비록 강 집 사의 몸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지만, 그의 동작은 이제 산 사람 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자, 이제 때가 되었구나. 다시 힘을 펼칠 때가………….”

서 교주의 말에 현암은 몸서리를 치며 외쳤다.

“그런 더러운 몰골로 힘을 편다구? 헛소리 마라! 조금 있으면 몸뚱이가 썩어 버릴 거다!”

“아…………. 나도 물론 이 몸으로 나갈 마음은 없다.”

서 교주는 반쯤 부서진 강 집사의 추악한 얼굴을 현암에게 돌 리면서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현암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 는 것 같았다.

“난 네 그 강한 몸을 갖고 싶은 거니까 말이다………………”

“내………… 내 몸을 갖는다구?”

현암이 약간 더듬거리며 묻자 서 교주가 으스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피로 물들고 반쯤 으깨어졌으며 눈이 불거진 강 집사가 입을 움직이는 것은 정말 끔찍했다.

“그래…………. 네놈의 힘은 물리적인 것이지, 주술이나 기도력 에 의한 것이 아니니까. 더구나 네놈의 몸을 손에 넣으면 그 신 부 놈이나 배은망덕한 꼬마 녀석도 손쉽게 처치할 수 있을 것 아 니겠나? 흐흐흐……?”

현암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 선생 같은 내가고수도 단박에 자 기 뜻대로 한 것을 보면, 현암의 공력이 아무리 절대적이라도 저 자의 술수에 당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해야 하나. 정 선생을 떼어 내지 못하고 월향검을 쓰 지 않는다면서 교주를 이기기는 어려울 텐데…………….’

그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현암은 흠칫 놀라 몸을 떨었다. 그 소리는 월향이 내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아차! 공력이 충돌해서 월향이…………!

지금 현암의 오른팔에서는 정 선생이 뿜어내는 공력과 현암 의 공력이 서로 밀어내기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니 현암의 오 른손에 쥐인 월향이 그 두 힘을 고스란히 받는 셈이 되었던 것이 다. 물론 칼인 월향이 사람보다 공력에 버티는 힘은 훨씬 강했지 만, 두 사람의 강한 공력의 틈바구니에 오래 끼어 있는다면 견딜 수 없을 터였다. 월향은 정 선생의 공력이 밀려 들어와 현암이 다칠까 봐 걱정되어 참고 참다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급기야 고통스러운 소리를 지른 듯했다.

‘이런 바보! 어째서…………!’

현암은 재빨리 공력을 거두어들이려 했으나 월향이 움찔거리 며 저항을 했다. 자신에게 상관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현암이 막 독한 마음을 먹고 정 선생을 떼어 내려 고 공력을 모아 가는데, 미리가 갑자기 정 선생의 손에 뒤덮인 손을 쏙 빼냈다. 그 틈에 정 선생의 손이 조금 벌어지자 현암은 지체 없이 월향을 내쏘았다. 월향이 빠져나가자 정 선생은 희한 한 금나수법(法)을 사용하여 다시 현암의 팔을 붙잡고 공 력을 쏟아 내었다. 현암은 그나마 월향이 빠져나간 것을 다행스 럽게 여겼다.

‘잘했다! 월향! 어서 서 교주를……………..’

뜻밖에도 월향은 현암의 팔에서 빠져나가자마자 얼마 날지 못 하고 땅에 툭 떨어져 바르르 떨었다. 정 선생과 현암의 공력이 충돌하는 사이에 끼어 힘을 모조리 잃어버린 것 같았다.

“월향!”

현암은 놀라면서 월향검을 집으려고 왼손을 뻗었으나 정 선생 이 현암의 오른팔을 와락 잡아당겼다. 현암이 뒤로 휘청하며 끌 리자서 교주가 웃었다.

“흐흐……. 정말 바보 같은 놈이군・・・・・・ . 자기가 지닌 물건의 상태도 모르는 건가?”

그러고 보니 서 교주는 현암의 손에 있던 월향검의 위력을 알 아보고 월향검을 빼앗기 위해 술수를 쓴 것이 분명했다. 현암으 로선 월향검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 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서 교주가 음험하게 웃으며 월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보자 현암은 눈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흐흐……. 이건 못 보던 건데? 아주 재미있는 것 같군.”

돌연 현암이 눈을 빛내면서 소리쳤다.

“월향에게 더러운 손을…………… 대지 마!”

현암의 외침을 무시하고 서 교주는 웃음을 띤 채 피로 범벅이 된 강 집사의 비틀린 손을 뻗었다.

“이 칼의 이름이 월향인가?”

현암은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소리 높여 악을 썼다.

“손대지 ・・・・・・ 말라고 했다!”

다음 순간, 정 선생의 몸이 허공에 붕 뜨면서 뒤로 쾅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현암이 공력을 극성까지 끌어 올려 ‘추’ 자결 을 쓴 것이다. 정 선생은 그만 입에서 왈칵 선혈을 내뿜으며 고 개를 떨구었다. 다시 현암이 소리를 지르면서 무시무시할 정도 의 공력을 오른손에 끌어 올렸다. 평소의 전력을 다한 공력보다 도 더욱 강한 힘이었다. 순간적인 분노가 몸에 무슨 충격을 준 듯했다.

“으아아아!”

현암이 오른손을 꽉 쥐었다가 활짝 펴자 현암의 검지, 중지, 약지의 세 손가락의 끝에서 휘황한 광채가 뻗어 나오며 빛의 구 체가 순식간에 주먹만하게 뭉쳐 갔다. ‘탄’ 자결의 수법이었다. 현암이 얼굴을 무시무시하게 일그러뜨리면서 손가락을 둑둑 둑 펴자 세 개의 빛의 구체가 기관총처럼 연달아서 교주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어억!”

서 교주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급히 팔을 휘젓자 아까 현암 을 튕겨 냈던 무형의 장막이 서 교주의 앞에 쳐졌다. 그러나 처 음 발출된 약지의 ‘탄’ 자결 구체가 장막에 부딪혀 무서운 빛을 뿜으며 폭발했고 장막은 이내 사라져 버렸다. 연이어 두 번째로 쏘아 낸 중지의 ‘탄’ 자결 구체가 날아오자서 교주는 양손을 뻗 어 손바닥으로 검은 기운을 내쏟으며 막으려 했다. 또한번 폭 탄이 터진 듯한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서 교주는 쓰러지지 않고 서 있었다. 그러나 두 팔은 살점 하 나 남기지 않고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세 번째 검지로 쏘아 낸 ‘탄’ 자결은 서 교주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 었다. 서 교주는 급히 몸을 굽히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탄’ 자 결의 구체가 적중될 것이 분명했다. 현암은 어지러움을 느꼈지 만 속으로 외쳤다.

‘잡았다!’

그러나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서 교주가 캬악 하고 고함을 지르자 ‘탄’자 결의 구체가 닿기도 전에 서 교주가 조종하던 강 집사의 머리를 받친 목이 툭 끊어지며 뒤로 휙 젖혀졌다. 그 상 태로서 교주가 몸을 굽히자 현암이 쏘아 낸 ‘탄’ 자 결의 구체가 강 집사의 끊어진 목 부분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단 지 스치기만 했는데도 잘린 목 부위가 으깨지며 타들어갔다. 구체는 서 교주의 뒤쪽 벽, 아까 서 교주가 황금의 발을 꺼냈 던 옆쪽 벽으로 날아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방 전체가 빛으로 가득 차면서 진동으로 흔들렸다. ‘탄’ 자결을 맞은 벽은 마구 허 물어져 내렸고, 서 교주가 열었던 비밀 금고의 벽마저도 돌이 무 너져 갔다. 돌과 먼지가 우수수 쏟아지고 비밀 금고의 문이 쾅 하며 앞으로 넘어져 몇 토막으로 금이 가며 깨어졌다. 금고 안에 있던 책들과 몇 가지 물건이 충격에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다.

어느새 강 집사의 목이 제자리로 돌아와 붙었다. 서 교주도 엄 청난 ‘탄’ 자결의 위력에 놀란 듯,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현암 은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 세 번의 ‘탄’ 자결 공격은 그 로서는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뽑아내어 발출한 것이었다. 그 런데서 교주가 저토록 비상식적인, 목을 스스로 꺾어 뒤로 넘기 는 따위의 머리를 굴릴 줄이야.

현암은 그 자리에 무릎을 푹 끓으며 쓰러졌다. 더 이상은 서있을 기운마저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서 교주는 질린 듯 현암을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너같이 지독하고 강한 놈은 처음이다. 십 년 사이에 정말 무 섭게 강해졌구나…………….”

현암은 기를 쓰면서 조금씩 기어서 월향검을 손에 잡으려 했 다. 그러나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월향검도 구슬프게 울면서 조금씩 현암에게 다가가려고 몸체를 달그락거렸으나 현 암의 손에 닿지는 못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서 교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무 강하다……………. 너무 강해. 나로서도 조종할 수 있을지 모 르겠구나. 너는 안 되겠다. 아예 없애 버리는 것이 안전할 것 같 구나.”

순간, 잘렸다가 다시 붙은 서 교주의 목이 움찔하면서 뒤로 넘 어가려고 했다. 아까 현암이 마지막으로 발출한 ‘탄’ 자 결의 힘 이 목의 잘린 부분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단면을 태워 버려 목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서 교주는 조금 놀라면서 목을 제자리 로 돌리려 했다. 그때였다. 미리가 아악 소리를 내며 월향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 교주가 놀란 탓에 미리를 조종하던 힘이 풀어졌구나! 그래! 월향검만 손에 쥐어지면 어떻게든 해 볼 수 있다!’

미리는 곧 월향검을 손에 쥐었다. 월향은 저항하지 않았다. 아니, 저항하려고 해도 할 힘이 없었을 것이다. 현암은 간절한 눈 빛으로 미리를 바라보았다. 그걸 내게 줘! 어서!

천만뜻밖에도 미리는 월향검을 든 채 현암을 바라보다가 뒤로 휙 돌아서서 서 교주에게 말했다.

“제발…. 제발 저를 살려 주세요! 이것을 드릴게요! 네?” 

현암은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눈에서 불똥이 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 교주 역시 의외의 상황에 놀란 듯했다. 현암이 멍하니 말했다.

“다…………… 당신・・・・・・ 어떻게 그런….”

미리는 주르륵 눈물을 흘리면서 현암을 돌아보았다.

“날 용서해줘요. 이대로는 우리 다 죽어요. 하지만 나는 죽기 싫어요! 싫다구요!”

“흐흐흐……. 이것 참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으하하하!” 

서 교주가 광소를 터뜨리는 것도 현암에게는 아득하니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현암은 공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몸조차 움직이 기 힘들 지경이었다. 단 한 가지, 월향을 손에 쥐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참았던 것인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현암은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미리는 그런 현암을 보고 말했다.

“난・・・・・・ 난 원래 이래요. 난 나밖에는 생각하지 않아요. 내 목숨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요…………..”

거의 정신이 나간 것처럼 중얼거리다가 미리는 현암에게 간절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용서해 줘요…………… 날 용서해 주는 거죠? 정말 그럴 수 있나요? 이런 짓을 한 나를? 네? 말해 봐요. 오빠.”

현암은 화가 치밀어서 욕지거리가 나오려 했다. 그러나 정작 말은 목구멍에서 딱 걸려서 나오지 않았다. 현암은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란 저런 것인가. 저렇듯 나약하고 슬픈 존재인가’ 현암은 눈을 들어 미리를 바라보았다. 미리는 주룩주룩 눈물 을 흘리고 있었다. 현암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결코 가식적인 마음이 아니었다.

‘그래. 나는 어차피 저런 가련한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거야…….?’

마음을 돌린 현암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용서해… 괜찮아…….”

현암의 말에 미리는 흐흑 하고 눈물을 주르르 쏟았다. 서 교주 는 천장을 쳐다보며 여전히 커다랗게 광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순순히 서 교주에게 월향검을 들고 다가가던 미리가 별안간 서 교주를 향하여 월향검을 휘둘렀다. 느닷없는 미리의 행동에서 교주는 웃다 말고 깜짝 놀라 피하려 했으나 그보다는 월향이 빨랐다. 월향검은 순식간에 가볍게 싸악 소리를 내며 서 교주의 왼쪽 발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황금의 발이 서 교주의 발 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비로소 미리는 월향검을 현암을 향해 획 던지고는 곧바로 황금의 발을 끌어안았다. 절대로 놓지 않을 듯 한 기세였다.

“이…… 이 계집이!”

서 교주는 소리를 지르면서 머리를 후려치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지만 이미 팔이 없는 몸이었다. 미리는 급히 뒤로 물러서면 서 울먹이면서도 앙칼지게 외쳤다.

“어서…………… 어서 죽어 버려! 이 괴물! 네가…………… 네가 다 죽였 어! 네가 내 동생을…………. 그리고 오빠도…………. 그 발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나에게도………… 나에게도……………!”

“어서 그걸 놓지 못해!”

물러서지 않고 미리는 악을 썼다.

“나도…………… 나도 죽여! 차라리 죽이란 말야. 이 괴물!”

서 교주는 잘린 왼쪽 발목을 땅에 짚으면서 오른발로 미리를 걷어찼다. 서 교주의 왼쪽 발목에서 피가 질펀하게 스며 나올 정 도로 힘을 준 일격이었다. 미리는 헉하고 고통스러운 신음성을 내면서도 황금의 발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서 교주 쪽은 돌아보 지도 않고 다만 현암을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내가 나빴죠? 내가………….. 내가 잘못…………….”

“아……… 아니야.”

미리가 집어 던진 월향검은 현암 앞에 떨어지면서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푹 박혔다. 현암은 안간힘을 다해 일어나려고, 그리 로 기어가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몸이 무서울 정도 로 허탈했고 속이 느글거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공력이 완 전히 빠져나갔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분명했다. 더구나 아까 정 선생과 겨루면서 그의 공력이 아직까지 현암의 몸에 남아 있는 지 탈진 상태가 더더욱 급속히 진행되어 갔다. 그러나 현암은 포 기하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몸을 끌며 기어가려고 애를 썼다. 

“어서 놧! 그걸 어서 놓으란 말이다!”

서 교주가 발목밖에 남지 않은 왼쪽 다리로 서서 미리를 다시 한번 호되게 걷어차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새우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데굴데굴 굴렀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리는데도 미리 는 꽉 감싸 안은 황금의 발을 놓지 않았다.

미리가 평안한 얼굴로 현암을 향해 말했다.

“당신・・・・・・ 당신처럼 착한 사람은… 꼭…… 살아야……………그리고…………….”

“서 교주! 그만해! 그만………………”

현암은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너무나 기운이 없어서 말이 되어 나오지를 않았다. 억지로 손을 뻗어 손톱으로 땅을 긁으며 기어가려고 애쓸 뿐이었다.

서 교주가 껑충 뛰어 몸을 날렸다가 미리를 콱 밟았다. 미리의 눈이 크게 풀리면서 고개가 번쩍 쳐들렸다. 무언가 부러지는 소 리가 났다. 곧이어 미리의 입에서 풍선의 바람이 빠지는 듯한 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 오・・・・・・ 오빠라고…………… 불…………… 불러도 되는지…………… “

현암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미리의 크게 벌어 진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미리의 눈이 조 금 둥글게 휘어지면서 주르륵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풀썩 땅 에 고개가 떨어졌다. 황금의 발을 꽉 껴안고 놓지 않은 상태였 다. 서 교주가 고함을 질렀다.

“이… 이 계집이 건방지게! 어서 놧!”

서 교주는 쓰러진 미리의 목을 짓밟으려는 듯 껑충 뛰어올랐 다. 그 순간 갑자기 한 가닥의 강한 힘이 밀려와서 서 교주의 너 덜거리는 징글맞은 몸뚱이를 맞혔다. 강한 타격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맞은 서 교주는 비틀하면서 옆으로 몇 번 비척이고 나서 야 겨우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정 선생이 내쏜 장풍이었다.

정선생은 아까 현암에게 받은 타격으로 입가에 선혈을 가득 머금고 있었지만, 괴성을 지르면서 펄쩍 뛰어 한달음에 칠팔 미 터나 되는 거리를 성큼 뛰어넘어 서 교주에게 달려들었다. 그러 자서 교주가 입으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렸고, 그의 입에서 한 줄 기 불길이 뿜어져 나갔다. 정 선생은 불길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서 교주에게 달려들었다.

“어엇!”

서 교주는 놀란 듯 주춤했지만, 정 선생은 온몸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형상으로서 교주에게 날아가 어지럽게 양손을 휘둘러 댔다. 내가권의 장력이 삽시간에 여덟 번이나 서 교주의 몸을 강타하자 안 그래도 엉망인 서 교주의 몸뚱이가 여기저기 부서져 나가 피와 살점이 사방에 튀었다.

정선생은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도 하지 않고 고함을 쳤다. 

“이 괴물! 우리 같이 없어지자!”

정 선생은 불붙은 몸으로서 교주의 문드러진 몸을 와락 끌어 안았다. 자신의 몸에 불이 옮겨 붙으려 하자 서 교주는 펄쩍 뛰 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 번 불에 타 죽은 일이 있었던 터라 서 교주는 불을 몹시 꺼리는 듯했다. 서 교주의 호통에는 현암의 사자후 같은 울림은 없었으나 오히려 집약된 힘이 있어서 정선 생은 망치에 얻어맞은 것처럼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 틈에서 교주는 재빨리 미리의 늘어진 몸을 다시 한번 걷어 찼고, 그러자 황금의 발이 미리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발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스스로 꿈틀거리면서 서 교주에게로 기어가려 고 했다. 그때, 쓰러졌던 미리의 손이 움찔하면서 빠져나가려는 황금의 발을 붙잡았다.

그 뒤를 이어 몸에 붙은 불을 끄지도 못한 정 선생이 있는 힘을 다해 장풍을 한 방 날리자. 서 교주는 비틀거리면서 통로 쪽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를 질렀다.

“모조리 ………! 죽어 버려랏!”

만신창이가 된 서 교주의 몸이 밖으로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통로의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닫혔다. 그리고 금세 방 전체 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천장이 흔들리면서 돌 조각과 먼지 등 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흐흐……. 모조리 납작하게 만들어 주지 …………….”

서 교주의 목소리가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있는 드넓은 방에 어지럽게 흩날렸다. 정 선생은 헉헉거리면서 땅에 몸을 굴려 몸 에 붙은 불을 껐다. 그러고는 가까스로 현암에게로 엉금엉금 기 어 다가갔다.

“자네………… 자네가…………. 어떻게든…… 좀……..

정 선생은 말끝을 흐리며 현암의 어깨에 손을 얹고 공력을 가 했다. 현암의 몸에 찌르르 낯선 공력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이 이게…… 무슨…….

“난・・・・・・ 난 이제 움직일 수가………… 없네. 자네가 대신……… 자네는 힘이 다한 것 같으니……………. 내 공력으로 어떻게든…..” 

정 선생의 공력은 상당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상처가 심한데 다가 몸까지 불에 타서 움직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현암에게 나머지 공력을 불어 넣어 주려고 한 것이다. 몸속에 정 선생의 공력이 흘러들어 오는 것을 느끼자 현암의 머릿속에 홀연히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천정개혈대법

현암은 지난번에 화타의 후손 화중명 노인에게서 천정개혈대

법의 상세한 설명을 편지로 받았다. 편지의 머리말은 다음과 같 았다.

전에도 말한 바 있었지만, 자네는 양의지체(體)이네. 원 래는 공력을 수련할 수 없는 체질이야. 천정개혈대법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공력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혈도를 여는 것은 가능하지만, 너무도 어려울 것 같네. 아마도 혼자 수련한다 해도 오 단계 이상의 수련은 불가능할 것이고, 어느 정도 공력을 몸 안 에 퍼뜨려 보통 사람보다 강한 힘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몸의 다 른 곳에서는 오른팔만 한 괴력을 낼 수 없을 것이야. 육 단계로 올 라가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야…..

현암은 화중명 노인의 편지를 돌이켜 떠올리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지금……………! 바로 지금 그것이 가능한 때가 아닐까?’

오 단계를 지나면 자네는 오른팔에 공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몸의 혈도들도 조금씩은 소통이 되기 시 작할 것이야. 그러나 어지간한 힘을 가하지 않고서는 혈도를 뚫 을 수 없네. 해일이 몰려나오는 듯한 힘으로 단번에 모든 혈도를 관통하지 않으면 아니 되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몸 안의 공력 을 모조리 흩어 텅 빈 상태로 만들어야 하네. 조금이라도 몸을 움 직일 수 있을 정도의 공력이라도 남아 있으면 안 된다는 말일세. 그런 다음 막강한 다른 누군가의 공력을 몸 안으로 끌어들여 모 았다가 단전으로 일시에 집중하게. 그렇게 자네의 내재된 잠력 (潛)과 외부에서 들어온 공력이 단전에서 충돌하여 융화되면 일거에 거대한 힘이 폭발하여 온몸의 혈도를 관통할 것이네! 그 렇게 뚫린 혈도는 이후부터 자유자재로 기를 전달하게 될 것이야…….

‘그렇다. 지금 내 몸은 공력이 모두 탈진해 버린 상태이고 정 선생의 공력은 상당하다………….. 지금이 ………… 지금이 하늘이 준 기회다……..’

그러나 화중명 노인이 그 뒤에 덧붙인 말이 현암을 잠시 주저하게 했다.

그러나 명심하게. 자네는 지금도 엄청난 공력을 지니고 있으니 세상에 적수가 없을 것일세. 만에 하나 외부인의 공력이 자네의 것과 융화되지 않는다면 단전으로 힘을 모으는 순간, 자 네의 몸은 폭발해 버릴지도 모르네. 폭발하지는 않더라도 갑자기 코나 입에 피가 고인다면 즉시 외부의 공력을 흩어 버리고 중지 하여야 하네. 그러지 않는다면 그 후의 일은 나로서도 짐작할 수 없다네……………

현암은 눈을 감았다가 번쩍 떴다. 현암의 눈에 쓰러진 채 아직 도 황금의 발을 잡고 있는 미리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남은 공력을 모두 현암에게 쏟아부은 정 선생의 손이 서서히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정선생은 이미 여러 번 타격을 입고 심한 화상을 입은데다가 공력까지 모두 부어 주어 일어나기 힘들 것 같았다. 머리 위에선 계속 돌들이 쏟아져 내리면서 금방이라도 돌로 된 천장이 무너 져 내릴 듯했다. 결정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아직은…………….’

현암이 눈을 질끈 감자 현암의 주변에서 공기가 폭발하듯 팽 창하여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우르릉 소리를 내면서 지하 천장의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돌 로 된 지붕에서 수없이 많은 커다란 돌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내 렸지만, 현암의 몸 주변에서 계속적으로 공기가 폭발하듯 팽창해 현암을 맞히지는 못했다. 잠시 후, 현암은 기합성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성공인가!’

현암은 단전에서부터 폭발할 듯한 힘이 솟구쳐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정 선생이 불어 넣어 준 공력을 단전으로 일시에 보내자 텅 빈 단전에서 무서운 힘이 솟구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현암은 위에서 쏟아지는 돌들에 개의치 않고 그대로 눈을 감 은 채 그 힘을 몸 안 곳곳의 혈도로 유통시켜 갔다. 폭발하는 듯 한 그 힘은 우선 현암의 단전에서 오른팔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 나갔다가 파도가 절벽에 부딪혀 돌아오듯이 단전으로 용틀임하 며 내려왔다. 그 힘을 현암은 아래쪽으로 내려보냈다. 그러자 양 다리와 혈도들이 툭툭 터지는 듯한 기분과 함께 다리가 찌르르 감전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의 물결은 조금 약해진 듯했지만 현암은 그 힘을 솟구쳐 올 려 왼팔의 혈도로 보냈다. 이번에는 콕콕 쑤시는 듯한, 기분 좋 은 아픔이 왼팔에 흘렀다. 기가 혈도들을 뚫고 지나갈 때마다 힘 이 폭발할 듯 솟구쳐 올라왔다. 온몸이 열기로 가득 차서 부글부 글 끓는 것 같았다. 왼팔의 혈도를 뚫은 현암은 남은 기운을 위 쪽으로 솟구쳐 올렸다.

그러나 기운은 가슴 부분을 지나 목을 지나려 할 때 뭔가에 부 딪힌 듯 콱 멈추어 버렸다. 정 선생의 공력으로는 역시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진기의 흐름이 갑자기 중단되자 돌연 극심한 고통이 오면서 피 냄새가 아릿하게 느껴졌다.

‘아차! 큰일 났다!’

현암은 급히 눈을 떴다. 그러자 어른 머리통만 한 돌무더기가 주변에 마구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만한 두 개의 돌덩이가 정 선생의 몸 위로 떨어지는 것도 보였다. 현암은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양손을 휘둘러서 돌덩이를 후려 쳤다.

펑 하는 굉음과 함께 두 개의 돌덩이가 각각 두 조각으로 깨어 지면서 저만치 날아가 벽에 부딪혀 수없이 많은 조각으로 박살 났다. 드디어 양손에 공력이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것도 잠시, 현암의 코에서는 한 줄기 선혈이 왈칵 뿜어져 나왔다. 

‘이・・・・・・ 이런!’

현암이 놀라는 순간, 다른 돌덩이 하나가 현암의 긴장된 발목 으로 떨어졌다. 꽤 큰 돌이 현암의 발목을 정통으로 맞혔는데도 현암은 별반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 돌덩이가 쫙 갈라 •지면서 여러 토막으로 부서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가 왈칵 욕지기처럼 치밀어 올랐다.

‘결국…… 잘못되었나…!’

현암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넋을 놓고 있다가는 자신뿐만 이 아니라 정 선생과 미리마저도 죽을 판이었다. 미리가 끝까지 황금의 발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죽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러는 찰나 천장이 다시 무섭게 흔들리면서 수많은 돌 조각이 와르르 쏟아져 내려 왔다.

현암은 재빨리 양손을 크게 휘두르면서 태극기의 ‘폭’ 자결 로 공력을 운용했다. 오른손만으로 펼치던 ”자 결과 양손으로 펼치는 ”자 결은 위력 자체가 달랐다. 태극기공의 구들은 원래가 한 손으로 펼치도록 된 것이 아니었다. 양손으로 공력을 운용하면서 강약을 배합하여 초식을 만들어 보다 큰 위력을 낼 수 있었다. 다만 현암은 지금까지 오른손으로밖에 공력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양손으로 ‘폭’ 자 결의 공력을 사용하자 그 위력은 엄청 났다. 무엇보다도 양손으로 번갈아 공력을 발출할 수 있었으므 로 공력이 끊이지 않고 일종의 막을 칠 정도가 되었다. 우르르 쏟아지는 수많은 돌들은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모조리 ‘폭’자 결의 공력 막에 맞아 깨어지거나 튕겨 버렸다.

‘이………… 이렇게 위력이 강하다니!’

현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 힘이었다. 현암은 자신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태극기공을 창안한 사람조차 지금 현암 정도의 공력은 지니지 못했을 것이었다.

사실 현암은 자신의 공력을 계속 칠십 년 수위로 알고 있었으 나 실제로는 도혜 선사의 칠십 년 공력에 자신이 퇴마행을 쌓으 면서 자신도 모르게 수행한 십오년가량의 공력이 더해지고 거 기에 정 선생이 불어 넣어 준 십오년가량의 공력이 더해져서 백 년 수위 정도의 공력을 이루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현암은 수없이 많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극한까 지 공력을 사용했던 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 힘을 낼 수도 있었다. 지금도 그러했 다. 지금 현암은 처음으로 공력을 마음대로 사용해 보는 것이어 서 거의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십이성(十二)이 넘는 공력을 자 연스럽게 내쏟고 있었다. 세상에 그 누가 백이십 년을 살며, 그 기간 내내 수련하여 공력을 쌓을 수 있겠는가?

현암은 수없이 쏟아져 내리는 바위덩어리들을 거의 쳐낼 수 있었다. 만약 천정개혈대법의 육 단계를 뚫지 못했다면 아무리 현암이 혈기왕성하고 건강한 상태라 하더라도 오른손만으로는 돌들을 모두 쳐낼 수 없었을 것이었다. 아마 돌 한 방만 맞았어 도 살아날 수 없었으리라. 돌을 쳐 내려고 몸을 조금 일으키자마 자 현암의 상처에 고여 있던 피가 좌르륵 흘러내렸다.

‘아・・・・・・ 이런!’

현암은 놀라 얼굴을 왼손으로 쓱 만진 후 손바닥을 내려다보 았다. 그 손은 놀랍게도 검붉은 선지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나 더 자세히 살필 틈도 없이 다시 돌이 쏟아져서 현암은 계속 손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공력을 쓰면 쓸수록 현암의 코와 입 에서는 피가 계속 쏟아져 내렸다. 피가 너무도 줄기차게 쏟아져 현암도 암담한 심정이 되었다.

‘분명 무엇인가 잘못되었구나…………. 화 노인이 편지에서 공력 을 밀어낸 후 피가 나면 즉시 공력을 흩으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하지 않고 무리하게 힘을 써서 큰 탈이 났나 보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손을 멈출 수는 없었다. 단 한 개의 돌 멩이로도 머리가 박살 날 상황이었다. 현암은 쿨럭하며 피를 토 하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좋다!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자!

점점 현암의 눈은 흐려지고 손은 놀리기가 갑갑해졌다. 혈도 들이 열린 덕인지 공력에 모자람은 없었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 려서 몸을 마음대로 놀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면 돌벼 락이 다소 뜸해질 것이라 여겼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돌들은 사 정을 두지 않고 계속 쏟아져 내렸다. 그 돌들의 색이 처음 것과 다른 것을 문득 깨닫고 현암은 한숨을 내쉬었다.

‘돌이 천장이 무너져서 쏟아지는 것만은 아니구나. 이건 기관 장치가 분명하다! 밀교의 보물을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큰일이구나……………..’

현암은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몸 안의 공력은 여전히 격심하게 회오리치며 충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러 버티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런 상태가 지속 된다면 제아무리 공력이 강해졌다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었다. ‘제길. 그렇다고 돌들이 무한정 쏟아지는 못하겠지!’

현암은 그렇게 생각하며 억지로 힘을 썼다. 그러나 돌들은 그 야말로 무한정 쌓여 있었던 듯, 끝없이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피를 쏟는 현암으로서는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다.

몇 분이 지나자 돌들이 쏟아지던 것이 멈추고, 자욱하게 방 을 메웠던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아 갔다. 현암 일행이 있던 방 의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돌무더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돌무 더기에서는 조그마한 움직임도 없었고 사방이 고요했다. 먼지가 가라앉아 잠잠해지자 아까 닫혔던 통로의 문이 삐걱 소리를 내 며 열렸다. 잠시 후 몸을 비틀거리며 서 교주가 안으로 절뚝절뚝 걸어 들어왔다. 그 뒤로 대여섯 명의 눈이 희게 뒤집힌 건장한 청년들이 걸어 들어왔다.

“이제 다 죽었을까? 아까운 녀석이었는데, 지금이라도 몸을 바꾸면 그 힘을 얻을 수 있을는지….”

서 교주는 중얼거리면서 돌무더기를 아쉬운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에 도열한 청년들에게 눈짓을 보내자 청년들이 돌무더기 부근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아까 남겨 두고 온 황금의 발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돌무더기는 적어도 무게가 수십 톤은 되어 보여서 아무리 막 강한 공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 밑에 깔렸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서 교주는 신중했다. 서 교주는 눈 을 가늘게 뜨고 밀교의 심법인 투시안(透視眼)으로 돌무더기 안 쪽을 살폈다. 살아서 숨 쉬는 어떤 것도 돌무더기 아래에는 없 었다.

비로소 서 교주는 히죽히죽 웃으며 청년들에게 눈짓을 보냈 고, 청년들은 수북이 쌓인 돌들을 하나씩 들어서 치웠다. 한참이 지나 돌들이 대강 치워지고 몇 겹의 돌만이 남았을 때 갑자기 서 교주가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니!”

별안간 남은 돌무더기가 일순 움찔하면서 흔들리더니 콰쾅 하 는 폭음과 함께 돌들이 하늘로 솟구쳐 사방으로 깨어지며 흩어 졌다. 그 돌들을 헤치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현암이 몸을 번쩍 일으켰다.

“이・・・・・・ 이노옴!”

“또 만났군.”

서 교주의 질린 얼굴을 보며 현암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아까 현암은 무너지는 돌무더기를 버텨 내다가 생각을 바꾸어 석실 바닥을 발로 후려쳤다. 석실 바닥은 보통 튼튼한 것이 아니 었다. 하지만 현암은 천정개혈대법 육 단계를 막 이루었으므로 다리에도 공력을 가할 수 있었다. 그 힘만으로 바닥을 부수기에 는 역부족이었으나, 현암이 위로 돌을 쳐 낼 때마다 돌의 무게와 현암의 공력이 작용 반작용의 법칙으로 합쳐져서 아래로 힘이 가해졌다. 그러자 바닥이 흔들리면서 계속 균열이 일어났고 결 국 커다란 구멍이 파이게 되었다.

때마침 그 바닥 밑에는 하수구와 흡사한 빈 공간이 있었다. 현 암은 정 선생과 미리의 몸을 그 안에 밀어 넣고 떨어지는 돌 중 큰 것을 하나 받아 위를 막아 버렸다. 덕분에 돌무더기가 그렇듯 크게 쌓였음에도 현암 일행은 무사할 수 있었다. 서 교주의 투 시안은 돌무더기 안을 살핀 것이지, 땅 밑을 살핀 것이 아니라서 현암 일행이 살아 있음을 몰랐던 것이다.

“모두 죽여!”

서 교주가 호통을 치자 돌을 나르던 청년들이 그 돌을 휘두르 며 현암에게 달려들었다. 청년들은 현암이 피하는 틈을 타 모두 들 현암의 오른팔을 잡고 매달렸다. 한꺼번에 네다섯 명의 힘을 당해 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서 교주는 흉측하게 웃어 보였다. 

“흐흐……. 이번에는 어림도 없을걸……………”

현암은 피에 젖은 얼굴에 싸늘하게 냉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그래?”

현암은 오른팔에 매달린 청년 한 명을 왼손으로 쥔 다음 전혀 힘들이지 않고 떼어 냈고, 이어서 살짝 손을 뿌리쳤다. 그것만으로도 그 청년의 몸은 저만치로 날아가 벽에 부딪힌 다음 데굴데 굴 굴렀다.

“어…………… 어라? 네…………… 네놈은 오른손에만…”

“그건 옛날 이야기다.”

현암은 조용히 말하면서 다시 한 명의 청년을 떼어 내동댕이 치고 오른팔을 떨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양발 차기로 남은 청년들을 걷어차자 나머지 서너 명이 모조리 데굴데굴 구르면서 뒤로 날아가 쓰러져 버렸다. 현암은 왼쪽 팔목을 떨쳐 월향검을 뽑은 후 왼손으로 월향검을 쥐었다.

‘속전속결이다! 안 그러면 버티기 어렵다!’

현암은 청년들을 떼어 내자마자 머리칼을 곤두세우며 무섭게 기합을 넣었다. 현암의 오른손에서는 ‘탄’ 자결의 구체 두 개가 피어올랐고, 왼손에 쥔 월향검에서는 검기가 솟아올랐다.

이에 맞서서 교주도 이를 악물고 주문을 외우자. 잠시 후 검 붉은 소용돌이 같은 것이 그의 몸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암 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그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긴장했다. ‘탄’ 자결은 명중되기만 하면 무적이었지만 빗나가면 피해가 컸기에 신중해야만 했다. 서 교주도 현암의 ‘탄’자 결의 위력을 익히 보았던 차라 섣불리 공격하진 못했다. 둘은 불거진 눈을 부릅뜬 채 팽팽한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순간, 통로를 내려오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서 서 교주의 등 뒤로 그 모습이 나타났다. 백 목사였다. 그러나 현 암도 서 교주도, 서로 팽팽하게 대치한 상태에서 그에게까지 신 경 쓸 여유가 없었다.

백 목사는 석실 안을 들여다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 주여, 어떻게 이런………….. 이런 일이……………”

백 목사가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석실 안에서 대치한 두 명의 모습은 둘 다 인간의 몰골이라 할 수가 없었다. 강 집사의 몸을 빌린 서 교주는 두 팔이 떨어져 나가고 한쪽 발목도 사라졌 으며, 몸 여기저기에 커다란 상처가 있었음에도 꼿꼿이 서 있었 고 몸 주위에는 검붉은 안개가 맴돌고 있었다.

반대편에 서 있는 현암은 온몸이 피로 물들어 얼굴조차 알아 볼 수 없을 지경이었고, 머리털마저 뻣뻣이 곤두서서 무섭기 이 를 데 없었다. 거기다가 오른손에 빛나는 저 이상한 것들과 왼손 에 삐죽하고 이상한 광채가 나는 투명한 빛은 뭐란 말인가? 그리 고 사방에는 쓰러진 사람들이 즐비했다.

‘사탄들이다! 인간 세상에서…………… 사탄들끼리 싸우는 것인가? 정말………… 정말 마지막 날이 온 것인가? 저놈들이…………… 우리 신 자들을 해친 것인가!’

백 목사는 판단력을 상실해 버렸다. 무서웠지만 알 수 없는 증오와 분노가 그를 지배했다. 백 목사는 옆에 있던 곡괭이를 집 어들었다. 아까 청년들이 돌을 치우기 위해 가지고 왔던 물건이 었다. 백 목사가 곡괭이를 집어 드는데 쓰러져 있던 청년 하나가 떨리는 손을 뻗어 현암의 다리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 피로 물든 자는 청년을 인정사정없이 발로 차서 벽 에 나뒹굴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자 백 목사는 정말 악마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확신이 서자 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고 함을 지르고 곡괭이를 휘두르면서 붉은 피를 뒤집어쓴 악마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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