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말세편 5권 22화 – 기원전 2657년, 단기전 3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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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말세편 5권 22화 – 기원전 2657년, 단기전 324년


기원전 2657년, 단기전 324년

치우천은 절벽 위에 우뚝 솟은 버드나무에 기대어, 드넓은 벌판 너머 지평선 뒤로 붉게 저물어 가는 저녁노을을 뚫어지게 바 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 맥달의 모습이 남아 있기라도 한 것 처럼.

그의 준수하며 영기 발랄했던 모습은 많이 사그라졌고 희끗희 끗한 흰머리가 노을에 비쳐서 붉게 보였다. 한웅 직을 버리고 세 상을 떠돈 지 벌써 몇 년. 그동안 그의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 는 것은 맥달의 일이었다.

지금 이 장소는 과거 치우천과 맥달이 황제를 정벌하러 떠날 때에 함께 석양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추억의 장소였 다. 치우천이 기대어 서 있는 나무 또한 그때 맥달이 기대어 섰 던 나무였다. 이미 오랜 세월이 흘러서 나무가 무척 자라고 무성해진 것과 자신이 늙은 것만이 달랐을 뿐, 모든 것이 그때와 똑같았다. 바람도, 벌판도, 그리고 노을도……..

치우천은 노을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맥달, 당신이 틀렸소. 당신은 헛되어 목숨을 버린 것이오………

그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치우천은 세상을 등 진 후, 각지를 돌면서 맥달의 행적을 찾았다. 우사 중에서 도 가장 뛰어났던 우사이며 비견할 자가 없는 예언자답게 맥달 의 손길은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후세들을 안배하여 여기저기 에 깔려 있었다.

그것들을 찾아다니며 확인한 치우천의 노력은 다름 아닌 맥달 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남긴 의지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함이 었다. 풍백 비렴과 다른 사람들이 많은 심혈을 기울여 미래에 대 한 안배를 했지만 치우천은 보이지 않게 그것을 재삼 확인하고 안배를 더욱 확실하게 하는 데 남은 일생을 기울일 작정이었다. 비록 한웅 직에서 물러났고 맥달과 같은 예지력은 없다 해도, 치우천 또한 이인(異人)이었으니 그녀가 남긴 안배를 보다 확실 히 감추어 후세에 면면히 보존되도록 하는 일에 자신보다 적격 인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몇 달 전, 충격적인 것을 발견했다. 맥달이 남긴 「해동감결의 숨겨진 내용을 풀어 읽게 된 것이다. 그 내용은 교묘해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도록 잘 풀어 헤쳐 감추어져 있었다. 대략 사천칠백 년 후의 일 같은데, 치우천으로서는 거기 에 나와 있는 내용을 정확히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충격적 인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비렴이나 다른 사람들은 그런 먼 훗날의 일에는 아무 래도 관심이 많이 가지 않았고, 더구나 맥달이 안배한 것이라 그 말을 그대로 믿고 따르기만 했을 뿐, 누구도 그 내용을 발견하지 는 않은 듯했다. 그러나 치우천은 달랐다. 그는 맥달이 목숨을 바치며 이루어 낸 예언이 이루어지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기 때문에 암호화된 그 내용을 풀어 읽어 낼 수 있었던 것이 다. 그 때문에 치우천은 고뇌에 빠지게 되었고 삽시간에 기운을 잃어 버렸다.

‘맥달의 다른 예언은 아무 탈이 없다. 그러나 마지막의 예 언…………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치우천은 무심코 소매를 들어 눈물을 닦았다. 맥달이 그런 예 언을 남겼으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것을 보고 난 연 후에야 치우천은 맥달이 왜 천벌을 받아 죽음을 당하게 되었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전승자에 대한 맥달의 예언은 너무도 독한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 어찌하여 그러한 예언을…………….?’

치우천은 그 내용을 믿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이나 다시 살펴보았다. 하늘의 뜻에 부응하는 듯 온화하고 착한 맥달이 지시할 만 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 아주 확실하고도 단호한 어조 로, 전승자에게 모든 죄를 자신의 몸에 지운 후 가장 가까운 사 람의 손에 죽어야 한다고 명하고 있었다. 그래야만 모든 일이 생 각지 않은 방향으로 진전되어 세상이 구원될 것이라고 말이다. 치우천은 뭔가 다른 내용이 있을까 하여 그 암호를 백방으로 풀어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그래서 치우천은 그 내용이 과연 사 천칠백 년 후의 ‘전승자’에게 전한 것이 맞는가를 확인하려 애썼 다. 하지만 그녀의 많은 예언 중에서도 그 사천칠백 년 후의 ‘전 승자’에게 들인 공은 각별하여 그녀가 그 말을 진심으로 하지 않 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그녀의 안배는 수천 년의 세월을 격하여 ‘전승자’에게 『해동감 을 전달하고 그가 그것을 믿도록 하는 데 믿을 수 없을 정도 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치우천은 아무리 맥달의 예언이라고는 하나 이것은 틀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맥달의 예언대로 앞날의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니다. 어떻게 죄가 없는 사람에게 죄를 덮어씌운단 말인가? 어떻게 그러한 일로 하 늘이 정한 바가 바뀔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그 예언 때문에 전 승자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미움을 사고, 가장 가까운 자의 손에 죽게 될지 모른다. 어떻게 그러한 일을…………… 맥달이 …………… 내가 알고 있는 맥달이 시켰단 말인가.’

치우천은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맥달의 죽음을 알았을 때도 잠시 슬퍼하였을 뿐, 그녀의 뜻을 위하여 크게 웃으며 말을 몰아 달리던 그였다. 그러나 그녀의 남긴 뜻이 이러한 내용인 것 을 알았을 때, 그는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이길 수 없었다. 그를 더더욱 괴롭힌 것은, 그러한 예언이 결코 이루 어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항상 하늘의 뜻을 짚어 그 내용을 알리기는 했지만, 그 뜻을 거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일만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하늘의 뜻을 거슬러 바꾸려고 했다. 그것도 이러한 방법 으로……………. 그것이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까?’

치우천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천기는 인간에게 알 려지는 정도로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거스르려고 행 동하면 천기 또한 변화한다. 그 때문에 인간은 크게 정해진 하늘 의 뜻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맥달은 그렇게 하려 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죽음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래서 치우천은 더더욱 슬펐다. 아무리 후세의 수많은 사람 들을 구하기 위해서라지만, 맥달은 거의 사악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예언을 남겼고, 후세의 누군가는 그 내용을 지키기 위해 목 숨을 잃을 것이다. 그래서 맥달은 생명을 잃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방법으로는 천기가 바뀔 리 없었다. 그렇다면 맥달의 생명과 자신의 노력과 그녀가 모든 것을 바친 예언, 그 모든 것 이 헛된 일이었다는 말인가?

치우천은 너무도 비통하여 자신도 모르게 버드나무 둥치를 주먹으로 두들겼다. 주먹이 까져서 피가 흘렀지만 느끼지도 못 했다. 그러다가 치우천은 버드나무를 끌어안고 엉엉 목 놓아 울 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울었을까. 문득 치우천은 버드나무에 새겨진 한 가득 의 표식을 발견했다. 그것은 맥달이 평소에 즐겨 사용하던 자신 의 표식 인새의 무늬였다. 그것을 보고 치우천은 이상하다는 생 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여기 왔을 때, 치우천은 맥달이 그러한 표식을 새기는 것을 보지 못했고, 맥달이 다시 이 근방을 지나친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 표식은 언제 새겨진 것일까? 자세히 보니 그 표식 의 밑에는 가느다란 화살표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상당히 오래 전에 새긴 듯했다. 그 화살표는 버드나무 밑의 땅을 가리키고 있 었다.

이상하다는 기분에 치우천은 단검을 뽑아 그 밑의 땅을 파보 았다. 조금 파들어 가니 칼끝에 무엇인가 덜컥하고 걸리는 느낌 이 왔다. 황급히 꺼내 보니 지난날 자신이 그녀에게 선물했던 옥으로 만들어진 작은 상자였다.

“이것이 어찌 여기에 …………….”

치우천은 너무도 놀라워 황급히 그것을 꺼내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희귀한 비단 한 조각이 들어 있었다. 치우천이 황제군을 격파했을 때 얻어 맥달에게 준 비단 같았다. 맥달은 그것으로 흰 옷을 해 입었는데, 그 한 조각을 여기에 남겨 둔 것이다. 

“맥달! 맥달이구려…………. 당신이구려!”

치우천은 너무도 반갑고 기뻤다. 마치 그녀가 다시 살아 돌아 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서둘러서 비단 조각을 펼쳤다. 그곳에 는 주사로 다음과 같은 글이 씌어 있었다.

당신이 분명 이곳을 다시 찾아 주시리라 믿습니다. 당신은 너 무나도 총명한 분이고, 저를 생각해 주시는 분이니 이 자리에 돌 아와서 이것을 보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예언할 능 력도 없으나 당신이 이 자리에 돌아오리라는 것만은 알 수 있습 니다. 당신의 마음이 바로 제 마음이니까요.

당신은 많이 슬프실 것입니다. 쇤네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있지 만, 당신이 슬퍼하실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눈을 감을 수 없 습니다. 그래서 여기 위험을 무릅쓰고 글을 남깁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사악한 여인이 아닙니다. 저는 하늘의 뜻을 그르치려 하지도 않았으며, 후손들이 구원받지 못할 것도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사람들은 예언을 절대적이라 믿고 그에 따르기 일쑤이지만 당 신은 분명, 예언이란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런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전승자에게 옳지 않은 길 을 따르라 말했지만, 그것은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유가 뭐요? 맥달…………….’

치우천은 읽어 내려가다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저는 제가 선택한 그 전승자가 결코 옳지 않은 길은 택하 지 않을 사람이며, 또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설혹 그 전승자 가 제 말을 따르더라도 전승자를 해칠 만큼 맹목적이지는 않으리 라 믿습니다. 저는 미래를 짚어서 예언하였지만, 결코 미래를 제 손으로 바꾸는 말 같은 것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제 말로 인해 미 래를 결정짓게 되면 미래는 또다시 스스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예언을 통하여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 예언이 먼저 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전승자가 제 예언을 깨뜨려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아하!”

치우천의 눈이 빛났다.

그 때문에 저는 제 전승자와 그의 동료들에게 최후의 사악한 명령만을 남겼을 뿐,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 았습니다. 저는 그 때문에 목숨을 잃을 것이지만 아쉽지 않습니 다. 저는 그들이 제 말을 어기고 제 예언을 쓰레기처럼 던져 버릴 것을 믿고 바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수많은 예언과 기적을 남겨 그들로 하여금 제 말을 믿도록 하였지만, 결국 그들은 제 말 을 따르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모 르지만, 저는 모든 일이 올바르게 되리라 믿습니다.

제가 남긴 예언을 얻어 낸다면 그들은 강한 사람일 것이고, 그 것을 받아들여 세상을 구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들은 착한 사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제아무리 제가 보여 준 예 언과 기적이 있다 해도 옳지 않은 길을 맹목적으로 따를 사람들 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천기를 세우고 세상을 구하는 것은 힘도 예언도, 지혜도 아닙니다. 그러한 사람들만이 옳은 길 을 택할 수 있고 그러한 사람들의 바른 마음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소! 바로 그렇소! 맥달・・・・・・ . 그대는 진정……………!”

천. 아마 그들로서 저의 예언은 끝이 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저는 그들에게서 잊히고, 아마도 앞날에 대한 예언으로 모든 세상이 흔들리는 일은 다시는 없으리라 믿습니다. 그러한 바른 마음의 사람들이 남아 있고, 그런 사람들이 애쓰는 한 말입 니다. 그리고 저는 이후의 세상이 진정으로 구원될지 그렇지 않 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며, 사람들이 자초하 여 만들어 낸 문제입니다. 더구나 저는 그들에게 이러한 비뚤어 진도움밖에는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진정으로 후손들, 당신과 나의 후손들일지도 모를 그들이 구해지기를 바라며,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잊히거나 욕을 들어도 기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이 그렇게 해 주리라 믿 습니다. 지금이나 이후에나 결국 사람들은 사람들이며, 저는 사 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믿는 까닭입니다……………..

“아아…….”

치우천은 비로소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맥달의 죽음은 헛된 것이지만 헛된 것이 아니었다. 치우천은 그때서야 비로소 그녀 의 진정한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치우천이 이룩한 주신 제국이 치우천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라면, 그녀의 예언은 그녀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었 다. 하지만 그녀는 진정으로 큰일을 위하여 스스로의 목숨과 스 스로의 예언까지도 모두 희생시켜 버린 것이다. 목숨을 잃은 것은 물론, 그녀는 아마도 그릇된 예언자로, 사악한 여인으로 영원히 매도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조차 볼 수 없는 먼 훗날의 사람을 믿고 그 모든 것을 맡겼다. 까마득하여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먼 훗날의 후손들을 위하여 …………….

치우천은 마지막으로 남은 몇 줄의 글로 눈을 돌렸다.

…..천. 그러나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먼 훗날의 후 손들이 모두 나를 욕하고 미워하여도, 당신만은 모든 것을 알아 주기를 바랍니다. 저도 결국은 한 사람의 여자에 불과합니다. 저 도 사랑받고 싶고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싶으며, 당신과 함께 평 안히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서 너무나 슬프며, 당신께 미안합니다. 더구 나 저는 당신에게도 제 의도를 숨겨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저를 이해해 줄 것으로 믿기에 모든 것을 참을 수 있 었습니다. 당신께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천, 저를 이해해 주시겠 지요? 당신만은 저를 미워하지 않으시겠지요? 제가 당신을 사랑 하듯이, 당신도 언제까지나 저를 믿고 사랑해 주시겠지요…..?

“그렇소! 맥달! 그렇소!”

치우천은 감격의 눈물을 쏟으면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번, 맥달과 함께 바라보던 붉은 저녁노을을 바라 보았다. 그러면서 치우천은 생각했다.

‘고맙소, 맥달. 당신은 나를 믿었구려. 한순간이나마 흔들렸 던 나 자신이 부끄럽소. 이제야 나는 당신의 뜻을 알겠소. 이제야……’

치우천, 아니 대주신 제국의 자오지 한웅은 미소를 띠며 자리 에서 일어섰다. 치우천은 한웅 자리를 버렸지만 신하들은 모두 가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려 아직 새 한웅을 세우지 않고 있 었다.

‘맥달의 말은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 허나 맥달은 참지 못하고 나에게만 이것을 보도록 해 주었다. 내가 여기서 다시 속 세와 연을 맺으면, 맥달이 세운 모든 것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맥달은 나를 믿고 나에게 글을 남긴 것이다……………..’

치우천은 또다시 노을과 하늘과 드넓은 벌판을 바라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이었지만 자신이 세운 주신 제국의 천분 의 일도 되지 않는 땅이었다. 하지만 주신 제국조차 맥달의 뜻에 는 따를 수 없을 것 같았다. 치우천은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그 웃음소리에 하늘과 땅과 모든 것이 일순간 흔들려 없어져 버리 는 듯했다.

치우천은 크게 소리쳤다.

“세상이여! 사람들이여! 평안하라! 천 년, 만년 영원토록 평 안하라!”

그러고 나서 치우천은 눈을 감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나이가 들어 쇠약해 보이던 그의 용모는 일순 젊었던 때의 빛나 는 광채를 되찾은 듯했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났으니…………… 안심하고 당신의 곁으로 가리 다. 맥달……………. 많이 기다렸소……………. 나도 언제나 당신을 사랑했 소……..’


해가 벌판 너머로 지고 저녁노을이 최고도로 붉게 물들었을 때, 절벽 위에 치우천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치우천과 맥달이 기대어 섰던 버드나무는 일순간에 말라버리고 잎이 모두 저 버렸다. 그러나 그 말라 버린 나뭇등걸은 의연하고 도 범접하기 어려운 기이한 풍모를 잃지 않아 그 이후 오랜 세월 이 흘러도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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