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말세편 5권 9화 –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2 : 최후의 선택
최후의 선택
박 신부는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사실 현암과 박 신부 두 사람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고 현암의 상처가 조금 더 심했지만, 현암은 블랙 엔젤이 공력을 회복시켜 주었기 때문에 온몸이 아 기는 했어도 그럭저럭 버티며 걷는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박 신부는 공력 같은 것이 없는데다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워했다.
의사가 와서 진정제 주사를 놓자 박 신부는 이내 잠이 들었고 현암도 시타 교수에게 부탁하여 억지로 병실을 박 신부의 옆자 리로 옮겼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 버렸다.
현암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초조하게 이반 교수와 윌리엄스 신부, 성난큰곰 셋 모두, 아니면 적어도 한 명이라도 돌아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지만 그들의 소식은 없었다. 백호가 죽고 세 사람 역시 모두 목숨을 잃은 것 같자 견딜 수 없는 슬픔이 몰려 들었다.
“이젠 어쩌지? 현암 군? 벌써 네 사람이나…………… 네 사람이나……”
승희는 현암을 보고 말하다가 다시 흐흑 울먹였다. 얼마나 울 었는지 승희는 머리도 헝클어지고 눈이 퉁퉁 부었는데도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현암이 조용히 말했다.
“이미 간 사람은 할 수 없어. 그분들이 우릴 구해 주신 거니까. 우리는 그분들 몫까지 더 열심히 해야지. 안 그래?”
하지만 현암 역시 줄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반 교수와 윌 리엄스 신부의 죽음도 그렇지만, 현암은 특히 백호와 성난큰곰 의 죽음이 마음에 걸렸다. 승희는 백호와 윌리엄스 신부의 죽음이 특히 슬펐고 준후도 그랬다.
그들과 큰 정이 들지 않은 준호와 황달지 교수도 남몰래 눈물 을 글썽였다. 아라와 수아, 그리고 바이올렛은 현암이 여자 병동 에 있는 로파무드의 병실로 보냈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울었 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밤이 점점 깊어만 가고 모두가 맥이 풀려 있는데 박 신부가 눈 을 감은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모두들 있나?”
박 신부의 목소리 역시 기운이 없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의 평 정은 되찾은 것 같았다. 현암과 준후, 승희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박신부가 말했다.
“일단・・・・・・ 모두들 내 쪽으로 가까이 오게………….”
승희와 준후가 현암을 부축하여 박 신부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박신부가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는 거의 다 왔네. 먼저 간 동료들이 있어 정말로 애 석한 일이지만 이젠 할 수 없는 일이지. 다만 우리가 이제 와서 포기한다면 먼저 간 사람들을 볼 낯이 없을 걸세. 허나 우리는 아직 모세가 타보트에 남긴 예언이 가리키는 장소가 어디인지 모르네.”
박신부의 말에 현암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모세라니요?”
“아, 그렇군. 내 정신 좀 보게. 나는 안나스가 죽기 직전에 그와 한참 동안 세크메트의 눈으로 이야기를 했다네. 그가 많은 것 을 알려 주었지………….”
박신부가 안나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 주자 세 사람은 고 개를 끄덕이며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박 신부는 마지막 순 간을 회상하며 한숨을 쉬었다.
“허나 안나스가 막 장소를 말하려는 순간, 아스타로트가 안나 스를 죽였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그 장소도 알 수 있었 을 것이고 안나스도 죽지 않았을 텐데……………. 애석한 일이지. 사 실 우리 동료들이 죽은 것도 큰일이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네.”
박신부가 우울하게 말하는데 현암이 반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안나스가 그 장소를 알려 주려 했기에 죽인 거군요.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현암은 지금까지 안나스와 박 신부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아스타로트가 지껄인 소리를 해석하지 못하 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이야기를 듣자 많은 일들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애당초 악마들은 각각 따로 행동했던 모양이군요. 블랙 엔젤 과 아스타로트…”
“무슨 소리인가?”
박 신부가 현암의 뜬금없는 소리에 조금 의아해하자 현암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껏 블랙 엔젤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모양입니다. 사실 여태까지 이상하게도 블랙 엔젤은 우리를 여러 번 도와주 었어요. 우리가 청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도와주었거든요. 그런 데 이제 보니 그게 전부 이유가 있었군요.”
돌이켜 보면 애당초 홍수 때에도 블랙 엔젤은 그들을 죽이지 않고 회유하려고 했다. 그리고 블랙 엔젤은 현암의 목숨을 여러 차례나 구해 주었다. 현암이 공력을 회복하고 계속적으로 천정 개혈대법의 단계를 일사천리로 높여 간 것도 우연치고는 너무나 묘했다. 블랙 엔젤의 힘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아도 좋을 듯했다. 솔직히 현암은 블랙 엔젤이 점차 마음이 선해지고 있는 것이 아 닌가 하는 착각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일을 겪고 나니, 현암은 블랙 엔젤이 자신의 목적 에 그들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암은 그 점을 설명 했다.
“블랙 엔젤은 아마도, 우리를 징벌자를 보호하는 역할로 쓰려했던 것 같습니다.”
“보호하는 역할? 그 정도 되는 악마가 대체 왜?”
승희가 놀라며 묻자 현암이 침울하게 대답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악마들은 인간 세상에 직접적으로 영향 을 끼치진 못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사람을 이용하여 무슨 일을 벌일 수는 있어도 직접 세상의 일을 뒤집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 같다는 거야. 이번 징벌자의 탄생은 많은 사람들이 눈치채고 있었어. 『해동감결』을 쓴 맥달도 그랬고 모세도, 토트도 수천 년 전부터 이 일을 예언했어. 그렇다면 그때도 분명 세상에 존재했 을 블랙 엔젤이 과연 이런 사실을 몰랐겠냐는 거지. 사람들이 안 다면 당연히 징벌자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리란 걸 블랙 엔젤도 알고 우리를 징벌자로 보호하는 경비원으로 삼으려고 보호한 셈 이지.”
“어머, 그렇다면 우린 지금까지 잘못했다는 거잖아?”
승희가 놀라 외쳤지만 현암은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어. 아스타로트는 우리를 해치려 했잖 아. 그건 아스타로트는 블랙 엔젤의 방법이 틀렸다고 본다는 증 거라고. 그도 그런 소리를 했고 말야.”
“이해가 안 되는데?”
“결국 이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 블랙 엔젤과 아스타로트 둘 다 세상에 큰일을 벌이고 세상을 도탄에 빠뜨리려는 의도는 같아. 그리고 그 수단이 징벌자라는 것을 통해서란 점도 같고 말 야.”
“악마들은 세상의 멸망을 바라지 않는다며?”
“물론 그들은 세상의 멸망을 바라지는 않지만, 세상이 도탄에 빠지는 것은 바라고 있을 거야. 증오와 공포와 인간의 불행이 그 들의 힘의 근원이니까. 더구나 이건 절호의 기회지. 인간 스스 로가 만든 위기니까 말야. 옳은 행동으로 신의 징벌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편법을 써서 신을 기만하려 한 데 대한 죄니까. 그런 데…”
“그런데?”
“블랙 엔젤은 아무래도 징벌자를 우리가 보호하려는 의도를 알았던 것 같고, 아스타로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그래서 블랙 엔젤은 우리를 살려 두려 했고, 아스타로트는 우릴 죽이려 한 거지.”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걸요?”
잠자코 있던 준후가 나섰다.
“우리는 징벌자를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거라고 믿고 있 어요. 그런데… 왜 블랙 엔젤이나 아스타로트는 그렇게 생각 하지 않는 걸까요?”
그 말에 박 신부가 대답했다.
“그렇기도 하겠지. 사실 악마들뿐만 아니라 우리 동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징벌자를 없애려고만 하지 않았더냐?”
준후는 몹시 풀이 죽은 표정으로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혹 틀린 것은 아닐까요?”
박신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틀렸다면…………… 저는 악마들의 행동이 아무래도 걸려요.’
“무슨소리냐?”
“아스타로트는 이렇게 말했어요. 처음에는 블랙 엔젤의 행동 에 동조하려 했다고요. 사실 예전에 마스터와 싸울 때에도 아스 타로트는 우리를 해치지 않았어요. 블랙 엔젤도 여러 번 현암 형 을 구했고요.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우리의 의도는 그렇지 않다 해도, 결국 악마들의 행동을 방조하는 거잖아요.”
그러자 현암이 말했다.
“아냐, 아스타로트는 우리가 최후에는 마음을 바꿀 거라고 믿 는 것 같았어.”
“우리가 마음을 바꾼다고요?”
“그래. 뭐, 악마의 생각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두 가지 경 우가 있겠지. 아무래도 우리가 하는 행동이 세상의 종말을 막는 다는 걸 깨달은 경우와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그들의 예 상을 뒤엎고 징벌자를 처치하는 방향으로 갈 거라고 본 경우겠 지.”
현암의 말에 승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적어도 전자의 경우 같지는 않은데? 만약 그렇다면 아스타로 트가 그…………… 뭐야, 노스페라투인지를 써서 징벌자를 직접 처리해 버리면 그만 아냐?”
“그건 또 모르지. 우리들을 해치는 것은 그렇다 해도 징벌자 같은 운명을 쥔 존재는 직접 죽일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 도 후자의 경우가 맞다고 여겨. 아무래도 아직 우리가 모르는 뭔 가의 비밀이 있고 그 때문에 우리가 결국 징벌자를 없애려 한다 고 믿는 거겠지.”
“아무튼 나는 불안해요………………”
고개를 저으며 준후가 말하면서 울 것 같은 표정을 짓자 박신 부는 준후를 달랬다.
“준후야, 악마들의 행동에 신경 쓸 것 없다. 그들은 영리하지. 그들의 말을 자꾸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어 가게 된단 다. 그러나 악마들은 영리하지만 현명하다고 볼 수는 없어. 그들 에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거란다. 탐욕과 이기심에 가득 찬 자들의 말은 믿을 것이 못 되는 법이야.”
그러면서 박 신부는 한참 입을 다물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원칙의 문제다. 세상이 어떻게 된다는 것에 앞서서, 그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문제야. 나는 신을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신은 인간에게 행동의 자유를 주셨다. 그리고 그 책임도 함께 주셨다고 믿는다. 우리의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 다면 아무리 신을 믿고 의지한다고 떠들어 대도 용서해 주지 않 으실 거다. 신이 꼭 개입하신다기보다는,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들은 스스로 도태되게 세상을 만드셨겠지.
반면, 우리가 옳은 행동을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구원받을 수 있을 거다. 신앙심을 가져서 구원을 받으라는 말은 그 신앙심으 로 옳은 행동을 하고 떳떳이 살라는 의미이지, 맹목적으로 믿는 다고만 떠들면서 행동이 따르지 않는 자들을 구원해 주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믿는다. 우리는 옳은 길을 가야 하는 거야. 세 상의 멸망이니, 많은 자들의 목숨이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 만,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다만 핑계로 사용될 뿐이란다. 우리 는 옳은 일을 해야 하는 거야.”
박 신부는 무척 천천히 말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박 신부는 마지막으로 준후를 바라보 며 이렇게 말했다.
“준후야, 우리도 사실 그동안 너무 들떠 있었던 것 같구나. 아 까 신전 앞에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죄 없는 사람의 목숨을 희 생시켜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는 것을 나는 믿지 않는단 다. 그렇게 해결되는 일이란 없다. 우리는 이제 세상을 구 한다기보다는 옳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 태 어나기도 전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한 아이를 위 해 애쓰는 거다. 우리가 처음 모였을 때의 생각⋯⋯⋯⋯⋯ 그것을 잊 지 말자꾸나.”
박 신부의 말을 들으면서 모두는 숙연한 기분이 되었다. 한참동안 각각 생각을 하고 난 다음, 현암이 입을 열었다.
“이제 갈길이 정해졌다면 두 가지 의문이 남았군요. 징벌자를 어디서 찾는가? 그리고 아스타로트가 말한 비밀이 무엇인가 하 는 거군요.”
옆에 있던 승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난 모르겠어. 하루 사이에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졌고 너무 끔찍했어. 너무 힘들었어. 아무튼………….. 세상은 정말 망할 것 같 아. 생각나? 그・・・・・・ 그 시커먼 소용돌이 …………. 그 생각만 하면…”
“그것도 아마 진짜 징벌자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준후의 말에 현암과 박 신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렇게 보는 편이 타당하구나.”
박신부가 짧게 말하자 현암은 의아해하는 승희에게 설명해주었다.
“아기 영혼들은 세상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들었 어. 그리고 무서운 힘도 가지고 있고 말야. 아무래도 다른 사람 이라 생각하는 게 더 무리겠지.”
“그렇다면 뭐 징벌자가 태어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 어머니 의 힘만 가지고도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아까의 소용돌이 속에서 누가 도망칠 수 있겠어?”
그러나 현암은 고개를 저었다.
“넌 세상을 너무 우습게 보는구나. 확실히 그건 강해 수천, 수 만의 사람들도 해칠 수 있겠지. 그러나 세상에는 몇십억의 사람 들이 있고 몇십억의 두뇌가 있어. 만약 그 아기 영혼들이 공격 한다 해도 세상이 망할 정도는 아닐 거야.”
“아하스 페르츠도 못 막았잖아?”
“너 잊었구나? 진정한 싸움은 힘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 야. 아하스 페르츠는 못 막았지만, 오히려 힘없는 아라나 준호는 아기들을 설득했고 우리들까지 구했어.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니?”
“하지만 우리 말고는 누가……………..”
“우리 말고도 용화교의 무색 화상이나 아녜스 수녀 같은 사람 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그것을 피해 냈어. 이제 그들도 한 번 겪 은 일이니 대처할 수 있을 거야.”
“흠・・・・・・ 그런가?”
“블랙 엔젤도 그런 것 정도는 짐작했을 거야. 악마의 힘은 확 실히 가공할 만해. 하지만 악마의 힘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지 속적인 공격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또 악마가 여기에 서 직접 힘을 행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것 같아. 지옥을 통 째로 끌고 온다면 몰라도. 그러니 악마가 힘을 쓰는 방법은 이 세계의 존재를 이용하는 방법뿐이겠지. 블랙 엔젤도 그런 식으 로 우리를 이용하려 한 거야. 한편으로는 수단을 써서 징벌자 탄생을 막으려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 아기들의 영혼을 써서 처치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를 이용하여 징벌자 탄생을 지키게 하 는 거지. 너무 치밀해…………….”
“그런 힘이 있는데 왜 또 우리를?”
“우리를 이용하려는 건 우리의 힘만이 목적이 아닐 거야.”
거기까지 말하고 나자 현암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박 신부 의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믿었고 스스로도 동감했지만, 불안감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암은 그런 생각 을 애써 지우려 하며 말했다.
“어쨌거나 아까 말한 두 가지 일에 대해서나 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 보죠.”
그러다가 문득 뭔가가 떠올랐는지 승희에게 말했다.
“아까 바이올렛이 뭔가 아는 것 같았다. 바이올렛을 좀 불러 주렴.”
현암은 저만치에 황달지 교수와 함께 떨어져 있던 준호도 불 렀다. 막 승희가 달려 나가려는데 마침 바이올렛이 떠들면서 문 을 열고 들어왔다.
“로파무드 양은 아무래도 증세가 심상치 않대요. 의사는 코마 상태에 빠진 것 같다는데 순 돌팔이죠. 사실 그녀는 의식은 멀쩡 하고 몸만 움직이지 못하는…………….”
그러다가 바이올렛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린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왜 그러죠?”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현암이 바이올렛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바이올렛은 현암이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눈치를 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
“알아요. 아마도・・・・・・・ 그거겠죠? 그래.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 이더군요.”
현암이 그게 무어냐고 물으려 하자 바이올렛이 재빨리 말했다.
“그래요. 아까 그 카르난가 뭔가 하는 자. 아니 악마였나? 아 무튼 그가 말한 여자………… 그 여자는 바이올렛이에요. 물론 나 말고 마녀 협회의 검은 바이올렛! 그녀가 틀림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