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세계편 1권 23화 – 세크메트의 분노 11 : 영국으로 (1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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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세계편 1권 23화 – 세크메트의 분노 11 : 영국으로 (1권 끝)


영국으로

잠시 동안의 수선거림과 환불 사태 같은 소동이 있었으나, 갑 작스럽게 연기된 이집트 유물 전시회에 대한 일들을 사람들은 금세 잊어버렸다. 그리고 새로 열린 유물 전시회에서 깨어진 흔 적이 있는 돌 제단을 보고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눈치챈 사람도 없었다.

사후 수습을 위해서 백호가 가장 바쁘게 뛰어다녔다. 이집트 정부에다가는 실수로 인하여 제단이 파손된 것이라 하여 약간의 외교적 무마 과정이 필요했고, 서울에서 돌연히 일어난 호텔에 서의 화재 사고로 급사한 커크 교수 공식적인 발표는 그렇게 났다에 대해서는 애도와 유감의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적어 도 공식적으로 그러한 일들을 다른 나라에까지 알릴 수는 없었 기 때문이다.

서울로 진격하던 제6기계화 여단은 휘하 장병에게 전시를 대 비한 특수훈련의 일환이었다는 선무 작업을 했고, 그 결과 아무 런 동요 없이 원위치를 찾아갔다. 서울 시민들은 그 사실을 아 는지 모르는지 그냥 평화롭게 하루하루의 일과를 꾸려 갈 뿐이 었다.

제6기계화 여단을 이끌던 장인석 소장 및 참모들은 정신 질환 의 증후를 보인 것으로 처리되어 전격 경질되었다. 하기야 군으로서는 이 일을 정신 이상이 원인인 일시적 발작 증세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장인석 소장 및 참모들은 얼마 동안의 요 양 기간을 거친 후 군복을 벗게 되었으니, 어쩌면 이번 일로 가 장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그들이었을지도 몰랐다. 이 후군에서는 정기적으로 고위 장교들의 정신 감정을 실시하게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퇴마사들에게는 웃을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홍 박사의 유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지만, 공식적으로 실종 후 사망된 것으로 처리되어 아들 영기의 주재로 장례식이 열렸 다고 들었으나 퇴마사들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백호는 비공개적으로 높은 분에게 사건의 전모를 보고서로 제 출하고 브리핑도 간략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도 이번 일 에서만은 특별한 상처를 입지 않은 퇴마사 일행은 쌓인 피로를 회복한 뒤, 얼마 후 윌리엄스 신부의 초청을 받았다. 아직도 그 들은 블랙서클의 진면목이나 전체적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 고 있었기에, 지난번의 호웅간 및 케인의 일을 추적하기 위해서 라도 영국에 가야 했다. 윌리엄스 신부의 편지는 영국 심령학회 의 초청으로 박 신부, 현암, 준후, 승희의 네 사람만을 초청한 것 이었다. 초청을 받지 못한 연희는 비자 발급 문제로 인해 일행과 떨어져 하루 늦게 영국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바쁜 와중에도 백 호가 신경을 써서 외교관 패스가 찍힌 여권과 신분증을 마련해주었다.

“그분’도 여러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이런 종류의 일에 대해 완전히 믿는 바는 아니지만, 좌우간 이번 일을 어떻게든 피해 없이 수습한 공로는 인정해 주겠다고 하시 더군요. 여권과 신분증은 특별히 발급된 것이며, 여러분들은 외교관의 면책 특권을 갖게 됩니다.”

준후가 눈을 깜박거렸다.

“면책 특권이 뭐죠?”

백호가 입에 물고 있던 맨 담배를 돌리며 준후를 보고 가볍게 윙크를 했다.

“예를 들면 타국에서 죄를 지어도 그 나라 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우리나라로 소환된 후에 처벌받게 되는 권리란다. 이것이 있어야 편할 것 같아서 특별히 만들었지. 여러분은 우리나라의 문화 사절단과 비슷한 자격이 되는 것입니다. 하하하.”

준후는 난생처음의 해외 나들이에 들뜬 듯했고, 현암은 그저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

박 신부는 창문 밖으로 눈을 돌렸다. 박 신부의 마음속에도 블 랙서클에 대한 의문과 숨기기 어려운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었 다. 그럼에도 그의 눈은 평온했다.

‘평화는 저 너머에나 있는 것인가? 뭐 그렇더라도…………?’

박신부는 차분한 눈길로 시리게 푸르고 맑은 하늘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아무리 힘든 현실과 고민이 닥쳐도 박 신부의 눈빛은 저 푸른 하늘만큼이나 흔들리지 않을 것이었다.

(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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