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세계편 1권 7화 – 비어 있는 관 7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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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세계편 1권 7화 – 비어 있는 관 7 : 에필로그


에필로그

백호가 윌리엄스 신부와 같이 문병차 꽃을 한 아름 사 들고 박 신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했다. 마침 승희가 간병하고 있었고 준후도 병실의 아이들과 장난을 치다가 백호의 얼굴을 보고 박 신부의 병실로 들어왔다. 자리에 없는 사람은 현암뿐이었다. 준후와 승희의 상처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현암은 지쳤 을 뿐 상처를 입지 않았으나, 주술이 실린 칼에 맞은 박 신부의 상처는 꽤 심해서 사건이 마무리되고 삼사일이 지난 지금까지 병실에 누워 있는 참이었다. 칼을 맞은데다가 무리하게 힘을 쓴 까닭이었다. 그러나 워낙 체력이 좋은 사람인지라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윌리엄스 신부가 씁쓸히 웃으면서 말했다. 

“오, 저도 방금 퇴원했습네다. 횬암 군이 너무 심하게 집어 던 지는 바람에…………. 하하하.”

“하하하.”

백호가 따라 웃었다. 백호의 상처 역시 가벼운 게 아니었는데 도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경찰들을 지휘하여 깔끔하게 뒷수습 을 하고 다시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박 신부나 다른 사람들 도 백호가 어떻게 잡혀갔고, 또 어떻게 좀비가 되지 않고 정신을 차렸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백호가 웃으면서 간략히 말하는 바 에 따르면, 그는 조사를 해서 그들의 근거지를 알아낸 것이 아니 었다. 순찰중에 우연히 좀비 하나를 발견하여 그를 추적하다가 잡혀서 좀비가 되는 의식을 치렀으나, 의식 직전 미리 준비했던 소금 캡슐을 입에 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캡슐이 녹는 동안은 잠시 의식을 빼앗겼지만 캡슐이 다 녹아 입안에 짠맛이 돌자 제 정신이 들어 도망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 호웅간의 얼굴을 보고 저도 몹시 놀랐습니다. 그러나 좀비가 된 척하고 있으면서 호웅간이 윌리엄스 신부를 무슨 일 이 있어도 잡아야 한다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전후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죠. 즉 호웅간은 윌리엄스 신부와 자신을 바꿔치 기하려고 계획을 꾸민 겁니다. 스스로를 좀비로 만들었다고 녹 음한 후, 그 대신 진짜 윌리엄스 신부를 좀비로 만들고는 자신이 윌리엄스 신부로 변장하여 달아나려 했죠. 전에 좀비 몇몇이 도 망친 것을 호웅간 그놈이 몰랐을 리가 없으니, 아예 경찰의 추격 을 역으로 이용할 생각으로 일부러 무덤에 좀비들을 풀고 윌리 엄스 신부님을 잡아 영국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던 겁니다.” 

“그래, 백호 씨 당신이 아니었으면 나도 호웅간을 윌리엄스 신 부로 오인할 뻔했답니다. 저런저런.”

박 신부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이야기하는데 승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블랙서클은 뭐죠?”

그것에 대해서는 백호나 윌리엄스도 승희와 마찬가지였다. 처 음 들어본 이름이었고 전혀 알려진 바도 없는 단체였으니. 윌리엄스 신부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네임・・・・・・ 이름이 써어클이니까 뭔가 좋지 못한 일을 꾸미는 집단이 틀림없을 것 같습네다. 저도 한 달 뒤 영국에 도착하는 즉시 블랙써어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럽에는 제가 아는 심령학회 사람들이 참 많습네다.”

백호도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혓바닥으로 빙빙 돌리면서 이야기했다.

“저도 조사해 보겠습니다. 이번 일을 간신히 수습하기는 했지 만, 이런 괴이한 일이 자꾸 일어나게 놔둘 수는 없지요. 이번에 충돌한 사람들은 사실 정규 경찰이 아니라 제 휘하의 요원들이 었습니다. 남의 이목을 피하고자 경찰 복장을 한 것뿐이고요. 앞 으로도 이런 일들을 전적으로 처리할 겁니다.”

준후가 신기하다는 듯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정부도 이런 쪽의 일에 관심이 있다는 말인가요?” 백호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준후의 말을 받았다. “이런 일을 어찌 그냥 둘 수 있겠니? 다만…………….” 

말을 하다 말고 백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번 일은 조용히 처리해야만 합니다. 국민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질 테니까요. 당연히 그럴 겁니다. 여러 분들의 도움을 기대합니다. 제게는 훈련받은 요원들이 많지만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이런 일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도움을 부탁합니다. 이미 높은 분께서도 그러셨구요.”

박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윌리엄스 신부가 특유의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면서 크게 말했다.

“브리튼에 한번 오십시요오! 유럽에는 그 분야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아주 많습네다. 제가 소개해 드리지요. 아주 귀 한, 귀한 손님으로 모시겠습네다. 하하…………… 그리고 블랙써어클 에 대해서도 알아볼 겸. 하하하.”

윌리엄스 신부가 말하자 박 신부와 승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후도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정말요? 외국에 가는 거예요? 히히히.”

준후가 이야기하다 말고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그런데 저도 갈 수 있나요? 저는 출생 신고가 안 되어 있어서 학교도 못 간다고 하던데…………….”

백호가 눈을 찡긋했다.

“염려 말거라. 내 알아서 할 테니. 그 대신, 알지?”

준후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그럼요!”

오랜만에 분위기가 밝았다. 이것저것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백호는 현암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는 박신부에게 물었다.

“현암 씨는 어디 갔나요?”

“하하하. 처리할 일이 있다더군요. 개인적인 일이라고 하던데. 염려 마십시오!”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블랙서클이라는 정 체를 알 수 없는 집단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사건을 처리하고 처음 갖는 휴식인지라 마음은 흐뭇했다. 오랜만의 밝 은 웃음, 비록 잠시 동안의 웃음일지도 모르지만 분위기는 밝았 다. 창밖에서 따갑게 비쳐 들어오는 햇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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