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전 2 : 죽었다고 지옥을 아는가? [퇴마록(세계편) ‘아르타로트의 약속’ 직후] : 8화 – 그들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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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2 : 죽었다고 지옥을 아는가? [퇴마록(세계편) ‘아르타로트의 약속’ 직후] : 8화 – 그들의 방식


그들의 방식

현암이 얼굴을 찌푸리자 더글러스는 변명이라도 하듯 말했다.

“빌이 이렇게 빠를 줄은……………. 내가 그 녀석을 건드려서 죽게 만든 건 아닌지…”

“이미 지난 일이오.”

현암이 위안하려 하자 더글러스는 말했다.

“나도 아오 제길. 이렇게 된 이상, 곤살레스가 거짓말한 건 아니겠지?”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더글러스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빌을 멈춰야 하오. 곤살레스도 그걸 원했으니까. 좋 은 녀석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거라도 해 줘야……” 

더글러스가 침통해하자 현암은 조용히 더글러스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빌의 사진 같은 것 없습니까?”

더글러스는 곧 벽에 걸어 둔 겉옷 주머니를 뒤져 반으로 접어말아 넣어 둔 서류 봉투를 꺼냈다. 차가 자주 주저앉기에 자료는 항상 품에 가지고 다녀야 했다. 거기서 빌의 사진을 꺼내 주자 현 암은 승희를 돌아보며 사진을 내밀었다. 승희는 투덜댔다.

“아우. 또 힘 써야 돼? 나 그거 하면 정말 피곤한데……………” 

“승희야.”

현암이 말하자 승희는 할 수 없다는 듯 사진을 받아서 들었다. 

“악당답게 생겼네.”

중얼거린 다음 승희는 숨을 한 번 깊이 쉬고는 눈을 감았다. 더 글러스는 가만히 보고 있는데, 채 삼십 초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승희는 감았던 눈을 뜨며 말했다.

“빌이 여태껏 다 그런 거 맞네. 곤살레스 포함.”

더글러스는 조금 놀랐다.

“그렇게까지 알 수 있는 거요?”

“그냥, 분명하다니까요?”

현암이 물었다.

“아이린은?”

“아이린의 유령을 종처럼 부리는 것도 맞는데, 주술적인 느낌은 전혀 없어. 그냥 시키면 다 듣는다고만 생각하고 있어. 아무래도 이상해.”

“아이린에 대해 투시는?”

“아, 그건 애매해서…………. 사람이라면 몰라도 영혼이라는 게 그렇게 확실하게 잡히는 존재가 아니잖아. 가까이에서 보면 몰라도”

“보면? 가까이에서 보면 유령의 마음도 읽는 거요?”

더글러스가 끼어들자 승희는 핀잔주듯 말했다.

“꼭 단언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있어요. 믿기 싫으면 우린 그냥・・・・・・ 현암군, 플로리다 바닷가 갈까?”

“아니, 아니오 됐소. 내가 잘못했소. 무조건 믿겠소.”

더글러스가 당황해하자 이반 교수가 끼어들었다.

“초월적 능력은 인간의 지성을 종종 우스운 것으로 만들지. 잘 만 사용하면 하나하나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니까. 그러니 더더욱 서로 간의 신뢰가 중요하오. 믿기 싫으면 묻질 말든지, 물 었으면 믿으라는 거요. 멀리 돌아갈 길을 단숨에 닿게 해 주니.” 

승희도 덧붙였다.

“형사님의 사이코메트리도 우리는 전적으로 믿잖아요”

“알겠소.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되는 거요? 뭔가 증거가 있어야 법적 절차를 밟을 텐데.”

현암이 간단하게 말했다.

“그런 증거를 남겨 뒀을 리가 없죠.”

승희도 덧붙였다.


2 Deus ex machina. 그리스 비극에서 만연한 스토리를 멋대로 기계 장치(신의 의 도)로 종결짓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비판한 것에서 유래됐다. 현재는 모든 상황을 종결 짓는 절대적인 힘의 개입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사이코메트리, 투시, 악령. 호호, 증거가 없진 않겠지만, 이걸 어떻게 납득시키려고요?”

“당신들도 방법이 없는 거요?”

현암이 짧고 굵게 말했다.

“그래도 뭔가 해야겠죠. 형사님도 위험하고, 곤살레스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죽었으니까요. 빌은 몹시 위험해요.”

“그거야 그렇지. 아주 이 도시 전체의 암종(이지. 빌이 처리 되기만 하면, 이 도시의 인간들, 하다못해 갱들조차 파티를 벌일 거요. 요즘 들어서 빌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갔기 때문 에 그의 부하들 말고는 갱들조차도 그의 존재를 꺼리고 있는 판 이니까.”

“그럼 빌을 처리해야겠네요.”

“어떻게? 모조리 쳐부수기라도 할 거요?”

“글쎄요. 필요하다면요……………. 좀 내키지는 않지만…………….”

더글러스는 기가 막혔다.

“미스터 현암. 당신에 대해서는 대강 알지만 무리요. 빌은 이도 시에서 제일 세력이 큰 갱단의 보스요. 항상 달고 다니는 부하만 도 삼십 명이 넘을 거고, 전부 잘 무장돼 있을 거요. 마약으로 얻 은 돈이 어마어마하니까. 그들은 경찰은 고사하고 심지어 미합중 국 군대보다 더 좋은 무기를 갖고 있다고!”

“상관없어요.”

그러면서 현암이 몸을 일으키자 더글러스는 놀라 말했다.

“어디 가는 거요?”

“그 빌이라는 자가 있는 곳으로요.”

“그냥 막 바로 쳐들어간다고?”

“쳐들어가는 게 아니라, 일단은 그냥 가는 거죠. 가야 확실히 상황을……”

“그냥 가면, 웃으며 문 열어 줄 것 같소? 분명 총질을 해 댄 건데!”

이반 교수가 슬쩍 말했다.

“뭐, 그 정도야….

“당신들, 아니, 아니. 신뢰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너무 무모한 거 아니오? 또 아무리 갱단이라도 사적으로 상대를 심판하는 건……” 

“심판 아닌데요?”

현암은 더글러스를 보며 말했다.

“우린 그가 갱 노릇을 하려는 것을 심판하려는 게 아닙니다. 영 혼이 제 갈 곳을 못 찾는 것, 또 영혼을 가지고 이런 짓을 하는 걸 볼 수 없어섭니다.”

“갱이라서 처치하려는 게 아니라?”

“글쎄요, 우린 판사도 경찰도 아니지 않습니까. 심판이라기보 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죠. 이미 죽은 사람도 많고…………. 당신 목숨도 위험한 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죠”

“하긴….. 한 번 실패했으니 내가 일 순위겠지. 하지만 이건 법적으로 처리해야 하오. 안 그러면…………….”

“이게 법적으로 처리될 문제였으면 우릴 부르지도 않으셨겠죠?”

“그건 그렇소…….

“우린 영혼이 얽힌 문제만 개입합니다. 이런 문제는 섣불리 시간을 끌면 안 돼요. 희생자도 늘 수 있고 자칫하면…………….”

현암은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빌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

“빌이? 아니, 사람을 죽여 대는 게 그놈인데?”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서둘러야 합니다. 그 갱들이 모두 죽기 전에.”

더글러스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소릴 하는 거요? 갱들이 왜 죽어? 당신들이 죽인 거요?”

그 말에 현암이 놀랐다.

“죽이다뇨? 원, 천만의 말씀을.”

이번에는 더글러스가 놀랐다.

“음? 아니, 그러면 온갖 총으로 잘 무장된 적들을 어떻게 이기고?”

“어떻게든 되겠죠.”

“놈들은 총을 쏴 댄다고! 당신, 총알 맞아도 안 죽소?”

“그럴 리가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더글러스는 현암의 무덤덤한 표정이 짜증 났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그냥 서두르자는 겁니다. 사람이 더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앉아 있을 건가요?”

현암은 그러면서 문밖으로 나가 버렸다. 더글러스는 어이가 없었지만 승희가 그냥 넘어가라는 듯 눈짓을 하며 쪼르르 현암을 따라 나가 버렸다. 무뚝뚝한 이반 교수도 짐을 주렁주렁 걸머진 채 그 뒤를 따랐다. 더글러스는 놀라 하는 수 없이 이반 교수에게 말 했다.

“뭔가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오? 경찰 지원은? 스와트 팀(미기동타격대)이라도 불러야……………”

“괜찮을 거요.”

더글러스는 흥분했다.

“뭐가 괜찮냐고! 내 분명히 말했잖소. 그들은 엄청나게 잘 무장돼 있고…………….”

이반 교수는 태연히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사실 나도 좀 시간이 모자라오.”

“시간?”

“비행기표를 예약해 뒀거든.”

“이보시오………….. 제발 좀 지원을 받든지, 하다못해 준비라도 더 갖춰서…….”

“준비는 이미 다 돼 있소.”

이반 교수는 가볍게 말하고는 조금 정색을 하며 덧붙였다.

“저 친구들이 가자면 가는 거요.”

“아니, 못 믿진 않소! 하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런……………”

“당신이 이해가 가든 가지 않든, 그들을 믿을 거면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하시오. 그게 최선이오.”

이반 교수는 등에 지고 있던 커다란 배낭을 풀어 더글러스에게 내밀며 말했다.

“내가 운전해야 할 것 같으니, 이거나 좀 들어 주시겠소? 절대 떨어뜨리거나 충격을 주진 말고.”

흡혈귀학 전문 교수의 배낭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더글러스는 몹시 내키지 않았지만 이반 교수의 표정에 눌려 입을 다물고 배낭 을 받아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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