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전 3 : 천기의 수호자 : 4화 – 새로운 세계
새로운 세계
그 말을 듣자 옥결은 갑자기 깔깔 웃었다. 그러다가 뚝 웃음을 그치고 준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권능은 분자 단위의 미약한 것인데, 그게 합당하다고 생각해?”
그러나 후는 즉시 대답했다.
“제 권능은 분자 단위지만, 그보다는 영역이 중요하지 않을까 요? 지구에 한정된 요구라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리고 알려 주신 개념에 따르면 제가 그렇게 개념을 설정하면 충분히 가 능할 것 같은데요.”
옥결은 미소를 짓더니 다시 말했다.
“지구를 새로 만든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알아? 거기서 발생할 불합리는 어떻게 해결할 거야?”
“저는 요구했을 뿐이에요. 그것까지 다 알고서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요구를 들어주실 당신이 해결할 문제라 생각하는데요?”
그 말에 옥결은 다시 한번 웃었다.
“떼를 쓰는군. 귀찮은데.”
“이미 여러 번 떼를 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정말 떼를 써 보는 겁니다. 당신은 저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요.”
준후의 말은 좀 부끄러운 감도 있었지만 진심을 담은 것이었다. 옥결의 행동과 언행이 절대 제멋대로일 리 없다고 생각할 때부터 생각이 바뀐 것이다.
옥결은 이미 준후가 한 미친 짓을 놔두느니 싹 쓸어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말을 했다. 또 직접 보여 주기 위해 옥결은 일부러 실수 인 척하면서 준후의 몸을 소립자 단위로 소멸시켰다가 재생했다. 그러나 후는 인지하지도 못했다. 그것은 분명 이런 일이 가능 하다고 암시하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운석을 쳐 내고 옥결 자신에 게 우주급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은 연중 암시했다. 준후라면 그런 정도의 힘은 제대로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옥결은 알려 준 것이다.
단순한 자랑이나 생각 없는 푸념이 아니라 마치 ‘나는 이 정도 는 돼. 그러니 알아서 요구해’와 흡사한 표현이었다. 그러나 어디 까지나 준후 스스로가 알아서 요구해야만 했다. 자유 의지를 존중 한다는 측면에서, 운석의 위험을 인간들이 인지하게 되면 스스로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준후는 옥결이 만족할 만한 답을 내느라 나름 고심했 다. 모든 것을 좋게 풀어서 창조해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준후 스스로가 극복해 쟁취할 수 있는 조건, 즉 시간의 패러독스에 걸 리지 않은 새 지구의 창조까지만 요구하며 나머지 일은 준후가 원 래 각오했던 대로 이루어 내는 것만이 옥결이 들어줄 수 있는 한 도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세운 계획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 니었다. 새로운 계획을 세워서 실행해 내면 됐다.
그러자 준후는 마음속부터 덜덜 떨렸다. 자신의 죽음은 차치하 더라도 이것마저 실패하거나 거부된다면 더는 방법이 없었다. 옥 결이 그를 바라보는 짧은 시간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다.
잠시 뒤, 옥결이 비로소 웃으며 대답했다.
“이것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닐 텐데? 그래도 원한다면 그 정도는 가능해.”
그 말을 듣는 순간 준후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