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혼세편 1권 14화 – 프랑켄슈타인의 후예 2 : 얼어붙은 주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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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혼세편 1권 14화 – 프랑켄슈타인의 후예 2 : 얼어붙은 주검


얼어붙은 주검

“헉! 이런…….”

염 박사가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준승의 놀란 목소 리가 들려왔다. 염 박사는 모퉁이를 돌다가 우뚝 서 있는 준승의 몸을 하마터면 들이받을 뻔했으나 가까스로 몸을 멈추고는 준승 의 어깨 너머를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염 박사의 입에서도 비명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 이럴 수가!”

그곳에는 연구소 내의 순찰을 철저하게 하느라 고용한 경비 용역 회사의 직원 하나가 뒤로 벌렁 나가자빠진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 한 쪽이 석고상처럼 부서져 있었고, 부서져 나간 부위에서 수증기 같은 것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는데도 핏자국은 보이지 않아 마치 사람이 아닌 마네킹이 쓰러져 있는 것 같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응?”

염 박사는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막혔 던 양쪽 복도의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 렸다. 염 박사는 그제야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서서히 다 리가 풀리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잠시 후 하얀 김 이 피어오르던 시체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얼, 얼어붙었구나. 그래서 저런 모습으로……………. 도대체 어떻 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염 박사는 주저앉아 놀란 눈으로 옆에 장승처럼 서 있는 준승 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준승의 얼굴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를 악물고 양 주먹을 꼭 쥔 채 부들부들 떨 면서도 준승의 눈은 냉동고가 있는 방문을 향해 있었다.

“뭘, 뭘 보았는가. 이 박사?”

그러나 준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을 내려 참혹하게 쓰러져 있는 경비원의 시체를 바라보면서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후들후들 띨 뿐이었다.

특별히 누가 소문을 낸 것도 아니었다.

목격자라고 할 수 있는 염 박사와 준승은 별말 없이 입을 다물 고 있었지만, 다음 날이 되자 간밤에 있었던 경비원의 변사사건 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구소 전체로 퍼져 나갔다. 더군다나 상 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상한 소문은 더 욱 급속히 확산되어 갔다.

경비원이 죽음을 당한 곳은 양 끝에 출입구가 있는 복도의 한 가운데였는데, 당시 양쪽 복도 끝에는 다른 경비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문으로 빠져나가지 않았고 경비원도 비명 소리를 듣고 잠겼던 문을 열고 들어오느라 준승과 염 박사보다 늦게 현 장에 도달했던 것이다. 경비원들은 누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복도 안쪽에 있는 방들을 모조리 뒤졌지만 그곳에 있던 사 람은 염 박사와 준승과 죽음을 당한 경비원밖에는 없었다.

염 박사는 준승의 시선이 향해 있었던 냉동실의 내부를 조사 해 보라고 했다. 그러나 그곳 역시 아무도 없었다. 사건 현장은 밀폐된 구역이었다. 창문이나 하다못해 통풍구, 배수구마저 없 었다. 그러한 곳에서 염 박사와 준승 두 사람이 유일한 목격자였 던 것이다.

사건 현장의 정황은 두 사람을 목격자가 아닌 혐의자로 몰고 갔다.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갈 수 없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그들 둘뿐이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일단 경찰이 기초 조사를 마칠 때까지 연구소 밖으 로 나갈 수 없게 조치되었다. 일이 그렇게 되자 황당해하는 사람 은 염 박사였다. 평소 귀신의 장난 따위를 믿는 사람은 아니었지 만 일이 이렇게 되니 염 박사도 어쩔 수가 없었다. 맨 처음에는 준승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가만 되짚어 보면 준승 또한 비명 소 리를 듣고 달려 나갔고, 경비원을 해칠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또 설령 준승이 해쳤다고 한다 해도 그전에 경비원이 준승의 알 리바이를 성립시켜 주기 위해 비명을 질러 주었을 리도 만무했 다다른 경비원들이 비명 소리가 죽음을 당한 경비원의 목소 리임을 확인했다.

결국 살인자는 밀폐된 공간 속에서 증발해 버린 꼴이 되었지 만, 그런 주장을 믿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경찰에게 지긋지긋할 정도로 반복되는 조사를 받고 상황 설명 을 되풀이하다 보니 염 박사는 정신이 혼란스러워졌다. 피곤과 긴장이 극도로 쌓여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염 박사의 마음속에는 풀리지 않는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염 박사는 취조를 받다가 형 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준승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이봐, 이 박사. 자네 그때 뭔가 본 것이 있지 않은가?”

말을 마치고 난 염 박사가 준승의 얼굴을 보니 그는 해쓱하게 질려 있었다. 염 박사는 뭔가 있구나 싶어 다시 물었다.

“자네, 분명 시체를 보고 그렇게 놀라거나 흥분한 게 아니었 어. 자네가 나보다 조금 먼저 복도로 나갔으니 나보다 뭔가 알아 도 조금 더 알겠지. 자네, 뭔가 본 것이 있지?”

“아닙니다. 저는 단지 경비원의 시체를 보고 놀라서 그랬을 뿐 입니다.”

“자네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네만, 내가 갔을 때에 자네는 냉동 실의 방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 혹시 누가 그리로 들어 가지 않았나?”

준승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준승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 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누가 그리로 들어갑니까? 그 추운 곳으로요. 게다가 방 안에 서는 개미 한 마리도 나갈 수 없다는 걸 박사님도 아시잖습니까? 방 안을 수색했을 때도 아무도 없었고요.”

“그러니 미치겠다는 것 아닌가?”

“좋습니다. 전부터 저를 의심하시는 모양인데, 혹시 제가 냉동 실 문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누군가를 숨기기라도 했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

그때 잠시 자리를 비웠던 듬직한 체구의 형사가 들어오는 바 람에 두 사람의 대화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들어온 경찰 가운 데 홍 형사 뒤에는 흰 가운을 입은 빼빼 마른 의사 한 사람이 죽은 경비원보다도 더 얼어붙은 듯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자, 다시 짚어 봅시다. 두 분은 방 안에서 서류를 정리하다가 경비원의 비명을 듣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먼저 이준승 박사님 이 달려 나갔고, 염동하 박사님은 조금 늦게 달려 나갔다. 맞지 요?”

“예.”

준승이 짤막하게 홍 형사의 질문에 대답했고 염 박사는 고개 만 끄덕였다. 홍 형사가 말을 이었다.

“복도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에는 이미 경비원 신 씨는……………”

“신 씨라는 것은 몰랐습니다.”

준이 형사의 말을 가로막고 재빨리 말했지만 홍 형사는 준 숭의 말을 못 들은 척, 하던 말을 이어갔다.

“신 씨는 참혹하게 죽어 있었고, 이 박사님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셨다는 거로군요. 그리고 염 박사님은 그런 신 씨의 시체와 이 박사님 외에 다른 것은 보지 못하셨고요. 맞습니까?”

“예.”

“흠…………. 이 박사님. 정말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까?”

“예. 아무것도요.”

준승의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탁자를 내리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도대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비명 소리가 나자마자 바로 사람들이 달려왔고, 그 복도에서 빠져나갈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걸 이미 수차례나 확인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전혀 없었 고요. 숨을 곳도 없었어요.”

“그게 제가 본 사실 전부입니다. 사실이 그런데 어쩌라는 겁니까?”

준승과 염 박사가 홍 형사와 되풀이해서 입씨름을 하고 있는 데 뒤에 서 있던 깡마른 인상의 가운 입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흠, 경비원이 죽은 모습……………”

“예? 아, 예.”

“경비원은 얼굴이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어서 급사한 것이오. 사람을 그런 식으로 순식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지. 당시 상황으로 볼 때 가능한 방법 말이오.”

“예?”

“액체 질소를 액체 상태로 사람의 얼굴에 끼얹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러면 …………….

깡마른 사람, 법의학자인 장 박사는 눈을 번득이면서 준승의 얼굴을 쏘는 듯이 째려보았다.

“사람의 얼굴은 그대로 꽁꽁 얼어붙어 버리고 신경은 마비되 겠지. 그렇게 순식간에 얼어붙은 얼굴은 얼음덩어리나 마찬가지 니까 쓰러질 때 충격을 받아 깨어졌거나 부서져 버린 것이 분명 하오. 그래서 염 박사님이 처음 보았을 때 핏자국도 보이지 않았사람들이 달려왔고, 그 복도에서 빠져나갈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걸 이미 수차례나 확인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전혀 없었 고요. 숨을 곳도 없었어요.”

“그게 제가 본 사실 전부입니다. 사실이 그런데 어쩌라는 겁니까?”

준승과 염 박사가 홍 형사와 되풀이해서 입씨름을 하고 있는 데 뒤에 서 있던 깡마른 인상의 가운 입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흠, 경비원이 죽은 모습……………”

“예? 아, 예.”

“경비원은 얼굴이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어서 급사한 것이오. 사람을 그런 식으로 순식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지. 당시 상황으로 볼 때 가능한 방법 말이오.”

“예?”

“액체 질소를 액체 상태로 사람의 얼굴에 끼얹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러면 …………….”

깡마른 사람, 법의학자인 장 박사는 눈을 번득이면서 준승의 얼굴을 쏘는 듯이 째려보았다.

“사람의 얼굴은 그대로 꽁꽁 얼어붙어 버리고 신경은 마비되 겠지. 그렇게 순식간에 얼어붙은 얼굴은 얼음덩어리나 마찬가지 니까 쓰러질 때 충격을 받아 깨어졌거나 부서져 버린 것이 분명 하오. 그래서 염 박사님이 처음 보았을 때 핏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말 다했소?”

준승의 노기 섞인 고함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그러나 장박 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말을 계속 이어갔다.

“흥분하지 마시오. 내가 언제 그렇다고 했소? 다만 일반적인 논리로 따지면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 이 박사님이 경비원을 해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소. 경비원 의 비명 소리가 이 박사님의 결정적인 알리바이가 된다는 것도 요. 그렇지만 이 박사님은 뭔가 감추는 게 있는 듯하군요.”

“아니! 당, 당신이 뭐라고…………….”

“흠! 나도 당당히 말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오. 난 법의학자이 자 이번 사건의 의학 분야의 일을 맡게 된 장창열이라고 합니 다.”

장 박사는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멍하니 있는 염 박사 와 준승을 향해 고개를 까딱해 보이고는 톤 하나 변하지 않은 말 투로 계속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귀신의 소행이라고 하더라도 그 건 말이 되지 않아요. 귀신이었다 하더라도 경비원이 비명을 지 른 것은 분명하니까, 분명 그 경비원의 눈에도 뭔가가 보였긴 보 였을 거란 말이오. 그러니 이 박사님이 그 광경을 혹시 보지 않 았는가 싶어 물어보는 거요. 사람들이 당신 보고 미쳤다고 한다거나 헛것을 보았다고 뭐라 할지 모른다는 염려일랑 하지 말고 내게 솔직히 말해 보시오. 그게 서로를 위해 좋은 길이오.”

“아니, 그럼 지금 장 박사님은 이 일이 귀신의 소행이라고 말 씀하시는 겁니까?”

이번에 눈을 부릅뜬 사람은 홍 형사였다. 그러자 장 박사는 무 표정한 얼굴로 한쪽 눈썹을 찡긋 올리면서 말했다.

“그럼, 홍 형사는 특별한 생각이 있소? 이 두 박사님이 무슨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판 얼굴도 보지 못한 사람을 해친단 말이 오? 그리고 이 두 분을 빼고 나면 범인은 오리무중. 아무도 없는 데 사람은 죽어 있고…………….”

“그렇다고 살인 사건을 귀신의 소행으로 돌리다뇨? 더군다나 박사님 같은 분이…………….”

“박사님이라고 한다면 어느 박사님을 말하는 거요? 여긴 박사 님이 세 분이나 계시는데.”

분명 장 박사의 말은 장난기 섞인 농담이 분명한데 정작 말하 는 사람의 얼굴은 보는 사람이 섬뜩할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 있 으니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홍 형사가 기가 막힌 듯 입을 떼지 못하자 장 박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홍 형사는 이번 사건에만 신경을 쓰는지 몰라도 나는 연구원 들 몇몇을 만나서 예전에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들었소. 이 연구 소는 전부터 심심하면 이상한 일들이 한 번씩 벌어졌다면서요? 그러니까 토끼도 얼어 죽고, 기니피그도 죽고, 냉동중인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염 박사의 얼굴이 일그러져 갔다. 그러나 그사이에도 장 박사 의 번득이는 눈은 오히려 아까보다 더욱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는 준승을 향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이상한 일들이 많았소. 그렇지 않소? 왜 그랬을 까? 누가 뭘 바라고 일을 꾸민 것이었을까?”

장박사는 말을 끊고 뭔가 생각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휙 돌리 며 말을 이었다.

“토끼나 기니피그를 얼려 죽여서 얻는 이득이 뭐가 있겠소? 단순히 실험을 망치기 위해서? 아, 죄송하오. 힘든 연구일 텐데 단순하다고 표현해서. 그럴 의도였으면 왜 힘들게 얼려 죽였을 까요? 그냥 목을 비틀거나 배를 따면……………. 하다못해 땅바닥에 패대기치거나 발로 밟아서 터뜨리는 방법이 훨씬…….”

장박사는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끊었다. 지나친 게 아닌가 싶 었던지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튼 방법적인 면에서 뭔가 다르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는 아주 다른 것………. 그러니까 이를테면 초자연적인 것의 냄새 가나더라 이 말씀이오.”

“박사님!”

홍형사가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장 박사는 홍 형사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난 오랫동안 시체들과 살아왔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줄 아는가? 지금 이런 일은 만 번에 한 번 일어날 까 말까 하는 희귀한 일이라네. 그러니 자네. 각오 단단히 하게. 이 일이 해결되고 난 다음에 자네가 보고서 올릴 일이 걱정이네. 만약 초자연적인 힘이 개입된 사건이라면 누굴 체포하려고 그러나?”

홍 형사는 질려서인지 얼이 빠져서인지 말을 잇지 못했다. 장 박사의 눈이 다시 준승을 향했다.

“어쨌든 이제 판가름이 날 겁니다. 이 박사님, 당신이 사람을 해칠 사람이 아니라는 건 내 잘 아오. 나 같은 사람을 보고 놀라 는 사람이 생사람을 시체로 만들 수는 없겠지. 도리어 호통을 치 려고 하는 모습에서 나는 당신이 뭔가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 소. 당신은 선량한 사람이니 악한 것을 감추고 있지는 않을 테 고. 흠…….”

장박사는 더욱 딱딱한 어조로 홍 형사를 보고 말했다. 

“좀 있으면 검은 옷을 입은 가짜 신부 한 사람이 올 거요. 내가 특별히 불렀으니 그 사람 하는 일에 무조건 협조하시오.” 

“신부님이라고요? 아니, 그러면 전에 그………………”

홍 형사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 박사가 매서운 눈빛으 로 “백호”라고 짧게 말하자 홍 형사는 어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모르겠소. 난 모르겠소. 비극의 주인공 역은 가짜 신부에게 맡기겠소. 슬프고 무서운 역이 내 직업이지만, 난 그것이 싫소. 싫단 말이오.”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장 박사는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홍 형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일단 그 가짜 신부가 뭐라 하기 전까지 공연히 과격한 행동은 하지 마시오. 그리고 틈나면 청심환이라도 먹어 두는 게 좋을 거 요. 놀랄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오.”

“장, 장 박사님…….”

준승이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장 박사에게 말을 붙이려 했지만 장 박사는 준승의 말을 흘린 채 그대로 문밖으로 나가 버렸다. 방 안에는 멍한 표정의 염 박사와 홍 형사, 그리고 입을 굳게 다 문 채 어두운 안색이 된 준승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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