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혼세편 1권 7화 – 와불이 일어나면 6 : 천불천탑(佛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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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혼세편 1권 7화 – 와불이 일어나면 6 : 천불천탑(佛塔)


천불천탑(佛塔)

저녁 늦게야 운주사에 도착한 준후 일행은 백호의 연락을 받 고 마중 나온 운주사 승려들의 안내를 받아 경내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무련과 준후, 승현은 본당에서 좀 떨어진 조용한 방 을 쓰기로 했고, 임악 거사와 정 선생은 건너편에 있는 다른 방 으로 갔다. 양측의 사람들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아 서먹서먹 한 관계였으니 방을 나누어 쓰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하룻밤 동안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며 밤을 샌 일행 은 다음 날 운주사 승려들의 안내를 받아 천불천탑의 자리를 둘 러보았다.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천불천탑 근처는 상당히 쓸쓸 하고 애틋하기까지 한 야릇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탑과 불상 들은 화려하거나 손질이 잘된 것 같지 않았지만, 크기나 모양이 가지각색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부근을 안내하면서 이곳저곳을 설명하던 운주사의 승려가 지 나가는 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준후의 귀에 들어왔다.

“이상하군.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런 묘한 느낌은 없었는…….”

“무슨 말씀이세요?”

“아, 예……. 뭐랄까요? 땅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같군요. 전에 비하면 이상하게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허 허. 아미타불.”

승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려는 듯 가볍게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준후도 캐묻지 않았다. 그러나 준후는 승려의 말이 아 니더라도 천불천탑에 들어올 때부터 이곳이 뭔가 내력을 지닌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뭔지 알 수 없었지만 강렬한 힘이 근방 에 넘치고 있었고 천불천탑의 크고 작은 탑이며 불상의 위치 하 나하나가 범상한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로부터 며칠째 준후는 사람들과 함께 천불천탑이 서 있는 곳을 돌아보며 조사를 했다. 저녁 무렵에 승희와 연락을 취하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할 일도 없었고…………. 천불천탑에서 특별히 영 기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막연하기는 하지만 천불천탑이 일종의 진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원래의 탑 천개, 불상 천 개, 도합 이천 개나 있어야 될 탑과 불상이 지금은 고작 백여 개 남짓 남아 있었고 그나마 작은 것들은 이곳저곳으로 옮겨지고 원래 있던 곳에서 위치가 바뀌었기 때문 에 그런 느낌이 강한 확신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나하나 조사하면 할수록 참으로 희한하고 불가사의한 건축 물이었다. 그곳의 탑과 불상 대부분은 성급하게 만들어 거칠고 모양새도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것이 없 고, 근처에 있는 돌을 이용해 최소한의 손질만으로 만들어진 듯 특이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준후는 그런 것이 마음에 걸렸다. 승현도 준후와 의견을 같이했고 무련과도 의견 교환을 해 보았 다. 탑이나 불상을 일종의 예술품으로 생각하고 만들었다면, 많 은 탑 중의 하나인 ‘거지 탑처럼 거의 돌을 다듬지 않은 채 탑을 만들 리는 없었다. 불상이나 탑의 크기와 형식이 제각기 다르다 는 것도 준후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옆에 있는 무련을 바라보며 준후가 말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말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이 탑들과 불상들은 분명히 어떤 진세를 형성 하고 있어요. 물론 도선국사가 천불천탑을 창건했다는 이야기 는 전설이니, 사실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시대상으로 그 때쯤에 천불천탑이 조성되었던 것은 분명하고, 그 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서 손질이 가해졌다고 되어 있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만들었는데도 이곳의 탑이나 불상들은 마무리가 되어 있지 않죠. 더군다나 이 천불천탑의 불상들은 와불처럼 사람 키의 열 배나 되는 큰 것부터 겨우 주먹만 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까지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그리고 와불처럼 그냥 돌 위에 있는 것, 언덕 위에 서 있는 것, 석실 안에 들어 있는 것, 바위 밑에 있는 것 등 탑이나 불상의 위치도 다른 것들처럼 사람들이 보고 참배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지 않아요.”

“그러니까 정확한 위치에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까지 불상을 배치했다는 말이니?”

옆에서 말을 듣고 있던 승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무련이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탑들 중에서는 사리공들이 발견된 탑도 있다고 하지 않 니? 그런 것으로 볼 때 사리를 안치한다는 원래의 목적대로 지어 진 것들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탑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부처 님의 사리를 담고 기운을 하늘로 뻗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스투파**’가 기원 아닌가요? 그러니까 특정한 위치에 사리가 들어가면 탑의 기운을 더욱더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좌우간 지금부터 이곳의 지도를 자세히 검토해 봐야겠어요.”


* 사리를 장치하기 위하여 탑재에 파놓은 구멍.

** 고대 인도에서 부처님의 사리를 보존하기 위해 만든 역삼각형 모양의 구조물이 며 이것이 발전하여 탑이 되었다.


“지도? 지도라면 작성된 것이 있지 않니?”

준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 진은 분명히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평면 적으로 만들어진 진이었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을 거예요. 이 탑들의 높이와 크기, 불상들의 높이와 크기, 그리고 주변에 있는 자연 경관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서 만들어진 진이에요. 지 금은 아는 사람이 얼마 없겠지만 밀교식의 진법………….”

준후는 말을 하다 말고 뭔가 생각하다가 머리를 긁으며 머리 카락을 쥐어뜯었다.

“아…………… 복잡하군요. 탑과 불상이 너무 많이 없어졌어요. 반 이라도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텐데.”

무련은 안타까워하는 준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승현도 까닭 모르게 슬픈 느낌을 주는 탑과 불상들을 물끄러미 쳐다보 았다.

그들이 천불천탑 주변을 조사하는 동안 정 선생과 임악 거사 는 천불탑보다는 주변의 산중을 돌아다니기에 여념이 없었다. 두 사람은 원래부터도 그랬지만 퇴마사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 지 않은 탓에 준후나 무련, 승현에게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서로 대화도 없고 도움도 없다 보니 준후는 답답했다. 또 비 록 관의 특명을 받고 왔다고는 하지만, 근처의 박물관장이나 문 화재 보호 관청, 운주사의 승려까지도 귀중한 문화재인 천불천 탑을 혹시 훼손하지는 않을까 눈에 불을 켜고 있어 소신껏 일을 하기가 더욱더 힘들었다.

그런 처지였지만 이곳에서 주문한 대로 백호가 내려보내 준 자료와 측량 기사들의 지원을 받아, 준후와 승현, 무련은 진세 구조에 따른 천불천탑의 상세도를 자신들만이 알아볼 수 있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한편 현암과 박 신부, 승희는 백호에게 연락해 무너져 버린 신 사 밑의 암굴을 파헤치는 일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백호는 별다른 질문 없이 직접 내려갈 수는 없으나 다른 사람을 시켜서 최대한의 지원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한 다음 날, 일단의 중장비와 인부들이 도착해서 반쯤 썩 은 신사를 철거한 후 무너졌던 안쪽의 토굴을 파내기 시작했다. 현암과 박 신부, 그리고 승희는 발굴 현장 부근에서 단서 같은 것이 나오지 않나 주시하고 있었다. 파내진 흙 속에는 사리 조각 으로 추정되는 하얀 가루가 섞여 있었다.

“야, 이것이야말로 진짜 사리들이군요. 그런데 궁금한게 있어 요.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많은 사리가 이곳에 있는 것일까요?”

“글쎄 ・・・・・・”

박신부가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곰곰이 궁리를 해 보았네. 어느 절 에서나 덕망높은 고승이 돌아가신 후에는 꼭 부도나 탑 안에 사 리를 안장하게 되어 있네. 그러나……………”

박신부는 잠시 말을 끊었다.

“현암군,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은 없는가? 나도 요즘에 해 본 생각이지만 지금의 탑이나 부도 안에 과연 사리가 있을까 하는 것 말이야.”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탑이나 부도는 외부에 방치된 것이네. 만약에 어떤 자가 목 적을 가지고 사리를 훔쳐 내고자 한다면, 아니 훔쳐 냈다고 해도 아무도 모르지 않겠나? 탑이나 부도는 묘나 마찬가지인데 말이 야. 탑은 어렵다 해도 부도 안에 안치한 사리는 어렵지 않게 꺼 낼 수 있을 것이네. 물론 상식적으로 그런 사람이 있기야 하겠는 가마는……………”

박신부는 말꼬리를 흐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영적인 힘을 가지고 있고 더 큰 힘을 가지고 싶어 하 는 사람이라면, 사리에 담겨 있는 영적인 힘을 이용하려는 마음 을 먹을 수도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네. 그러니까……” 

그 말을 듣고 있던 승희가 말했다.

“신부님 말씀대로라면 이곳에 사리가 많다는 소문이 났다. 그 래서 오래전부터 무슨 목적에 의하여 사리가 조직적으로 빼돌려 졌고 이곳 어디엔가 감춰져 왔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말씀이신 가요?”

“그렇지만 정확한 것은 하나도 없지. 이곳에서 은기옹의 시신 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그 외에 또 다른 무엇인가가 나오지 않을 까 하는 예감도 드네. 이 신사가 만들어진 건 일제 때일 테고 말 이지. 그러니 서둘러 발굴을 해야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럴 수도 있겠군요.”

현암은 연희를 떠올렸다.

“연희 씨에게 이곳 신사와 관련된 자료가 없는지 조사해 달라 고 하면 어떨까요? 백호 씨에게 부탁을 해서 문서 보관소 같은 곳에서요.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 때의 문서 중에 이곳의 건립과 관련된 문서라거나 자료가 있는지………….”

“글쎄, 그렇지만 마땅히 절에 있어야 될 사리들을 훔쳐 내서 이런 비밀 굴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 자체가 상당히 은밀한 일 이었을 테니, 그런 자료를 남겨 두었을 것 같지 않은데?” 

“하지만…….”

이번에는 승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 생각엔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은데요? 어쨌거나 이곳 밑의 암굴은 별개로 치더라도 암굴을 덮고 있는 신사에 대해서만 은 무슨 자료가 남아 있을 것도 같아요. 아무리 위장이었을지라도 신사를 만들었으면 참배를 하거나 하다못해 관리인이라도 두 었을 것 아니에요.”

“음. 그럴지도 모르겠군. 말을 듣고 보니 속절없이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도 찾아보았어야 하는 건데…………….” 

“제가 찾아보죠. 뭐 여기 있어 봐야 지루하기만 하고….. “

박 신부는 살짝 미소를 띠면서 승희의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래, 승희 네가 수고해 줘야겠다. 백호 씨에게 도움을 요청 하면 이 지역의 군청이나 다른 곳에서 보관하고 있는 자료들을 볼 수 있을 거야.”

“예, 그러죠, 뭐. 여기서 만날 똑같은 것만 보고 있으니 따분해 요. 그러니 저도 찾아보고 연희 언니한테도 연락해서 서울에서 도 자료를 구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이야기할게요.’

승희는 그동안 무척 답답했는지 이제야 살겠구나 하는 걸음걸 이로 저만치 멀어져 갔다. 박 신부가 현암을 향해 물었다. “현암군, 자네도 느끼는 것이 있지?”

“예, 뭔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맞아. 이 지하에서 느껴지는 영기는 범상한 것이 아니야.” 

현암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리 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암굴을 지 키고 있었음이 분명한 영은 자신의 손으로 해치웠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만에 하나 어 떤 사태가 벌어질지 몰라, 박 신부와 현암은 서로의 마음을 읽고 여러 명의 인부들이 공사를 하고 있는 그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일행이 헤어진 지도 어느덧 사흘이 지나갔다. 승희는 오전에 는 발굴 현장 근처의 인부들 합숙소에서 아예 죽치고 살고 있는 현암과 박 신부를 찾아왔다가 조사를 한다고 도심으로 내려가 곤 했다. 그러나 사흘 동안 찾아낸 자료는 쓸 만한 게 거의 없었 고 준후한테서도 특별한 소식은 오지 않았다. 세크메트의 눈으 로 연락을 하고 있었지만, 준후 쪽에서도 그다지 특별한 것을 찾 아내지는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승희는 준후가 했던 몇 가지 말 들을 현암과 박 신부에게 전해 주었다.

“준의 말로는 다른 곳은 퍽 평온하고 별다른 것을 느낄 수 없대요. 그러나 천불천탑만은 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다는군요.” 

“그래?”

“준후도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에요. 천불천탑이라고 하면 분 명탑천개, 불상천 개여야 하는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다 합해 보아야 백여 개도 안 된다나 봐요. 백여 개 남짓한 불상과 탑의 기운이 이 정도인데, 천 개의 불상과 천 개의 탑이 아직 남아 있 다면 도대체 그 기운은 얼마나 클까 싶다는군요. 또 그것들이 무 슨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대요. 저와 연희 언니가 자료를 조사한다니까 몇 가지를 부탁하더군요. 원래의 천불천탑의 위치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기록되어 있는 자료가 있으면 보내 달라는데…………. 그리고 정 선생과 임악 거사는 뭔가 알아낸 것 같은데 그게 무언지 통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음……………. 무련 스님과 승현 사미는 잘 있다고 하니?”

“예, 두 사람과는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있대요. 다섯 명이 같이 갔지만 실제로는 두 조가 따로따로 조사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서 영 답답하다는군요.”

“음. 그런 것까지야 어쩔 수 있나. 할 수 없지.”

“대강 그런 정도였어요, 신부님.”

“그래. 준후 쪽에서도 뭔가 알아내고 있는 모양이니 수시로 연락하도록 하고……………. 이 신사의 건립에 대해서는 알아봤니?” 

“예, 조금 묘한 것이 있더라고요. 신사 관리인들에 대한 고용 기록 문서가 남아 있는데, 이 신사를 관리했던 사람들은 일본 승 려들이었다는군요.”

“승려들이?”

“예. 신사는 엄연히 불교와는 다른 일본의 종교인 신도(神道)* 의 건물인데 왜 신사를 승려들이 관리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네요.”


*일본의 토착 종교로서 신(神)이나 가미를 섬기는 것이다.


박 신부와 현암은 뭔가가 잡힐 듯 말 듯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고, 승희는 그런 둘을 보고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뭣하시면 신부님이 이 세크메트의 눈을 가지고 준후와 연락 을 취해 보시겠어요? 저는 자료만 조사하고 있을게요.”

“음, 그렇지만 나는 내 믿음과 상반되는 것을 손에 지니고 싶 은 생각은…….”

박신부가 우물쭈물하는 눈치를 보고 현암이 씩 웃으며 대신 세크메트의 눈을 승희에게서 받아 들었다.

“내가 하면 되겠지?”

승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깔깔깔 웃으면서 산을 내려갔고, 현 암은 공사 현장 쪽으로 고개를 돌려 무슨 이상한 기색이 없나 신 경을 곤두세웠다. 박 신부는 의문 나는 것이 많은지 골똘히 생각 에 잠겨 있었다.

‘천불천탑과 운주사라…………. 그곳에서 산을 몇 개 넘은 이곳에 위치한 사리 매장 암굴. 그리고 그곳을 수호하고 있었다는 영과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은기옹. 도대체 이 모든 것이 어떤 연관 을 가지고 있는 걸까?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단서만 알아낼 수 있 으면 모든 의문이 풀릴 수도 있을 텐데……………..’

문제를 푸는 열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한지 박 신부는 옆에 있는 현암이 들릴락 말락 하게 한숨을 내뱉었다. 현암은 신사를 관리했다는 일본 승려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다면 자신 과 싸웠던 영이 일본 승려가 아닐까 싶기도 했고…………….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지나갔고 어느덧 저녁때가 되자 현암 은 세크메트의 눈을 손에 쥐고 준후와 연락을 취하려 했다. 그러 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준후가 피곤한가? 아니면 바빠서……………..”

현암은 쉬지 않고 삼교대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토굴 쪽을 둘러보았다. 박 신부가 사색에 빠져 있는 것 같아서 혼자서 밖으 로 나와 본 것이다. 그런데 인부들이 외치는 소리에 조용하던 발굴 현장이 수선스러워지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나왔어요. 나왔어! 시신입니다!”

현암은 박 신부를 부른 다음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흙으로 뒤덮인 은기옹의 시체가 토굴의 경사진 구멍 안에서 인부들에 의해 들려 나오고 있었다. 박 신부는 입술을 꼭 다물고 시체의 얼굴에 묻은 흙이며 먼지를 털어 냈다. 그 모습을 보고 인부들이 눈살을 찌푸렸으나 박 신부는 힐끗 인부들을 쳐다보았을 뿐, 아 무 말 없이 맨손으로 은기옹 시신의 얼굴을 털어 내었다. 흙을 털고 나자 옛날에 보았던 철기옹의 모습과 놀랄 만큼 닮은 모습 이었다. 돌아가신 지 며칠이 지났지만 은기옹의 시체는 상하거 나 변색되지 않고 평온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현암이 주저하며 박 신부에게 말했다.

“신부님, 불경스럽기는 하지만 시신을 조사해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음, 그건 무슨 말이지?”

“은기옹께서 저 토굴에 몰래 들어가신 후에 환영술을 써서 신 부님께 모습을 나타내기까지 했었다면, 그 안에서 필경 어느 정 도의 시간 여유가 있었을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은기옹께서는 전에 저와 겨루었던 영과 대적하시다가 몸에 한독(毒)이 퍼지 게 되었고, 그러자 석실 안으로 들어가셔서 진을 쳐 놓으셨겠죠. 영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 후 신부님께 환영을 보냈을 겁니다. 그 런 다음에도 시간이 조금 있었을 텐데 무슨 비밀을 알아내셨다 면 돌아가시기 전에 어디엔가 기록해 놓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음. 그래. 그 말이 맞군.”

박 신부는 은기옹이 입은 흰 두루마기 위에 덮인 흙과 먼지를 털기 시작했고, 현암도 옆에서 박 신부를 거들었다. 둘이 한참 시신을 덮은 흙이며 잔돌 부스러기 같은 것들을 치우고 있는데 난데없이 토굴의 안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면서 인부들이 우왕 좌왕했다.

박신부와 현암은 손을 멈추고 토굴 쪽을 바라보았다. 토굴의 좁은 구멍에 설치된 사다리 사이로 인부들이 아우성치며 빠져나 오고 있었다.

“으악! 저 밑에 ..

현암이 재빠르게 달려가 정신이 나간 듯 소리를 질러 대는 한명의 인부를 잡고 흔들며 소리쳤다.

“저 밑에 뭐란 말입니까?”

“저 밑에 …………… 알 수 없는…………… 귀신…..”


현암은 재빨리 토굴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박 신부도 근처에 서 영문을 몰라 웅성거리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할 것과 은기 의 시신을 절대 건드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는 현암의 뒤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갔다.

“알았다!”

조용히 염주 알만 굴리고 있던 무련은 합장하고 있던 자세에 서 고개를 들어 준후와 승현을 바라보았다. 지도로는 만족하지 못한 둘은 벌써 며칠 사이에 종이와 가위, 풀을 잔뜩 사 와서 직 접측량한 높이와 길이를 바탕으로 해서 입체 모형을 만들고 있 었다. 큰 책상 넓이 정도의 판지에다가 비록 조잡한 솜씨였지만 탑이나 불상의 크기를 각각 같은 배율로 줄여서 배치해 놓으니 대강의 형체가 만들어졌다. 거의 완성된 모형을 한참 동안 들여 다보던 준후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승현이 준후를 말똥말똥 하게 쳐다보고 있었고 무련도 눈을 들어서 쳐다보자 준후가 환 하게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분명해요. 진세예요, 진세, 틀림없어요. 무게를 주기 위한 진 세. 그러니까………….”

“진세라니? 어떤 진세란 말이지?”

승현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씨익 웃자 준후도 승현의 얼굴 을 마주 보고 웃어 주었다. 둘이서 죽이 척척 잘 맞는 모양이었 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만 있던 무련이 더욱더 궁금증이 이는 지준후 앞으로 바짝 다가서며 물었다.

“예, 그러니까…. 전설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핵심부 터 말씀드리면 이 천불천탑은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탑과 불상이라는 뜻이죠. 도선국사의 전설 그대로예요. 무게를 주는 거죠. 무게. 그러니까 우리나라 전체가 동쪽에 무거운 산이 많아 서 기울어진 형태라고 풍수상으로는 나와 있다고 했지요? 행주 형국의 세(勢), 즉 나라 전체가 바다로 나아가는 배의 형국인 셈 인데 무게가 치우쳐 있다고요.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천불천 탑을 도선국사가 조성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잖아요. 물론 도 선국사가 직접 천불천탑을 조성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이 천불천탑은 분명히 그러한 무게를 주기 위한 진세 를 형성하고 있어요. 그러니…….”

“기울어진 형세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기지? 일본 의 침략을 받는다고 전에 언뜻 들었던 것 같은데.”

“예, 그럴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꼭 침략을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풍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고까지는 볼 수 없지요. 다만 우리나라의 전체에 감돌고 있는 기운이 일본으로 흘러들어 가죠. 그럼으로 해서 일본의 세력은 강대해지고 우리나라 세력 은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일본이 우리나라로 손을 뻗치는 일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래? 아니 그렇다면.

“맞아요. 고려 시대 이후로 우리나라는 점점 세력이 쇠약해지 기 시작했어요. 조선 시대만 해도 임진왜란을 비롯해서, 무수한 왜구의 침탈이 있었잖아요. 일제 강점기도 겪었고요. 경제적인 면이라지만 일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세계 최강국의 반열 에 올라선 건 사실이잖아요. 아무튼 일본에 우리나라의 기운이 흘러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천불천탑을 조성한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천불천탑이 훼손되고 없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운이 일본으로 흘러갔다는 거니?”

준후는 신나서 말을 하다가 무련의 지적을 듣고는 잠시 침묵 하더니 다시 헤헤 하고 웃었다.

“글쎄요. 천불천탑이 아무리 큰 진세라고 할지라도 이것 하나 때문에 나라 전체의 기운을 바꿀 수야 있겠어요? 아무리 탑이 무 겁고 그 안에 있는 진세가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해도 이건 반쪽짜 리 진세일 뿐이고……………”

“반쪽짜리 진세라니? 그건 무슨 말이야?”

이번엔 승현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준후는 눈앞의 어지러 운 모형을 놓고 설명을 할까 하다가 쉽게 설명할 수 없었는지 평 면도, 그러니까 위쪽에서 내려다 본 운주사 부근의 탑 배치도를 꺼냈다.

“자, 이걸 보세요. 불상과 탑 들이 이 나지막한 동산 아랫부분 에 모여 있지요? 물론 사람들 말로는 산 밑자락에 천불천탑을 조 성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긴 하죠. 그렇지만…………….”

“그렇지만 뭐지?”

“자, 자세히 보세요. 여기가 운주사이고 이곳이 산, 아니 나지 막한 동산이라고 해야겠군요. 이 주변을 따라 석불과 석탑이 큰 원의 한 부분처럼 배치되어 있지요. 그리고 이 산, 이 동산의 꼭 대기에 와불이 있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음. 그렇네.”

“이 와불이 진세의 중심이에요. 그리고 분명 이 주변의 진세는 밀교의 만다라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물론 저도 아직 정확하게는 알지 못해요. 왜 이렇게 천불천탑으로 일부분 만의 진세를 조성했는지는…………….”


* 이 글에 나오는 이론, 즉 천불천탑이 만다라의 진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오로 지 소설적인 착상에 근거한 하나의 가정이다. 실제로 천불천탑이 일종의 만다라 적 구조를 띠고 있다는 논문도 발표된 바는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허구로 쓰였 음을 밝힌다.


“일부분이라니?”

“만다라는 원형이 기본이지요. 원형으로 조성되지 않고 이쪽 에만 탑과 불상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는 것은……. 하지만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불상과 탑은 몇 개 되지도 않잖아요. 옛날에는 이 산을 중심으로 해서 원형으로 퍼져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러니까 이쪽 용강리를 돌아서 나지막한 동산 전체가 하나의 진세를 형성한다는 말이지요. 지금 남아 있는 탑과 불상만으로 는 진세가 될 수 없어요. 단지 만다라의 한쪽 귀퉁이일 뿐이죠. 그러니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천불천탑이 나지막한 동산 전체에 퍼져 있었다는 말이 되죠.”

“그럴까?”

“이만큼 큰 진세를 가진 것은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어요. 동 산 전체를 진으로 쓰다니……………. 전에 영국의 스톤헨지에 가 본 적이 있어요. 상당히 큰 돌로 이루어진 스톤헨지 역시 나름대로 의 의미는 있는 것 같았지만, 그걸 진세로 보더라도 이렇게 크지 는 않았어요. 가만…………….”

“왜 그래. 준후야?”

“아………… 모르겠어요. 그것만은 알 수가 없네요. 천불천탑이 산자락 밑에 다 몰려 있었는지 아니면 산을 중심으로 둥글게 퍼져 있었는지를요. 다만 제 추측으로는 다른 탑과 불상이 산을 중 심으로 둥글게 퍼져 있었을 것 같은데 확실한 것은 모르겠어요. 산을 중심으로 퍼져 있었다고 한다면 제가 얘기한 대로 하나의 완벽한 진세를 이루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불완전한 진세가 되어 버려요.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는데………….”

준후가 중얼거리는데 운주사의 한 승려가 찾아와서 문밖에서 말했다.

“서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승희라는 여자분인데 준후 씨를 바꿔 달라는군요.”

“예? 아, 저예요.”

준후는 팔짝 뛰어서 쪼르르 승려를 따라갔다. 승려를 따라 나 가는 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무련은 깜짝 놀랐다. 문 앞에서 정선생이 묘한 눈빛을 보내며 서 있었기 때문이다. 준후도 멈칫 하다가 승려의 뒤를 따라서 나갔고 무련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 다.

“정 선생님 언제 오셨지요?”

“조금 아까 왔소이다. 이야기를 들었지요.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엿듣다니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인데요. 들어오세요. 준후는 전화를 받고 올 거예요.”

“그래도 될까요?”정선생은 머뭇거리는 눈치를 보였으나 안광을 빛내면서 준후와 승현이 만들어 놓은 모형을 살펴보았다. 승현은 그런 모습을 보고 묘한 기분이 들어서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도 뭔가 알 것 같은가요?”

“나는 그냥 풍수쟁이다. 밀교의 진세니 만다라니 하는 것은 잘 알지 못하지. 준후라는 꼬마가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감이 잡 히는 바가 있지만………….”

무련이 물었다.

“아는 바가 있으면 같이 나눴으면 합니다. 모르는 건 서로 깨 우쳐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에도 이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고, 모두에게 잊힌 채 너무도 오랫동 안 파묻혀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니 ………….”

“저도 알아낸 게 있지요.”

“어떤 것이지요?”

“저는 탑이나 불상보다는 이 근처의 산세를 보고 다녔지요. 이 곳의 산세는 비록 크지는 않지만 무등산 자락이 내려오고…….” 

정 선생은 또 뭐라고 설명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자신만 알고 있는 풍수학 전문 용어가 튀어나와 주저하는 모양이었다. 

“준후의 이야기를 듣고 짚이는 것이 있었소. 내가 이곳 산세를 보며 묘하다고 여긴 것은 근처의 산들이 반원형을 이루면서 불 룩불룩 봉우리가 솟아 있다는 점이었소. 물론 나는 밀교 진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산 자체가 천연의 무엇을 형성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소. 뭐랄까, 조물주의 안배로…………….”

“예, 조물주의 안배요? 무슨 말씀이시죠?”

“간단히 말하면 이렇소. 우리나라는 풍수상으로 분명 행주형 국의 형세요. 그렇지만 조물주께서 그렇게 불안정하게 땅을 만 들어 놓았을 리가 있소? 이쪽에 있는 이 무등산 자락의 산들이야 말로 그런 큰 산들에 대항해 반대쪽에 무게를 주기 위해서 창조 된 산들이 분명할 거란 말이오. 즉 준후의 말마따나 무게를 주기 위한 것이지요.”

승현이 눈을 굴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 동쪽에 있는 큰 산들의 무게와 이쪽에 있는 작은 산 들의 무게가 어떻게 비슷할까요?”

“그렇지. 그러니까 진세가 필요하단 말이지. 하나에다 하나를 더해서 둘 이상의 힘이 나오게 하는 것. 그것을 전쟁에 사용하면 전술이 되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협동이 필요한 이치요. 마찬가 지로 자연에도 그런 이치가 있소. 그런 것이 진법이고 진세이며 이 근처의 산들이 타고난 것이지. 그러나…………….”

“그러나 뭐죠?”

“아쉽게도 부족하오. 진세로서의 성격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곳에 천불천탑을 조성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자, 내 말을 들어 보시오.”

정 선생은 준후와 승현, 무련이 보던 산세도보다 훨씬 큰 지도를 품에서 꺼내 쫙 펼쳤다. 직접 작성한 풍수지리 지도인 듯, 수 치나 등고선 대신 어려운 한문과 복잡한 가상선이 빽빽이 차 있 었다.

“자, 이 지도에는 천불천탑이 나와 있지 않지만 근처의 산세 와 높이를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 놓았다오. 여기 온 후 대강 그 린 것이라 그다지 정밀하지는 않지만, 보시오. 이쪽으로 이 산과 이 산봉우리를 잇고, 또 이 산 높이가 이렇게 배치되어 있는 점 을 감안한다면….?”

무련은 뭐가 뭔지 잘 몰랐으나 승현은 눈을 번쩍번쩍 빛내기 시작했다.

“틀림없어요. 정 선생님. 정확히 보셨습니다. 그렇다면 ……………… 승현이 더 말을 하려는데 준후가 전화를 받고 돌아왔다. “에이! 원래 천불천탑이 있던 곳은 산자락 밑부분에 불과했 대요. 오래된 자료일수록 이 근처의 산 중에 다른 불상이나 탑이 있었다는 기록은 하나도 없고, 그러니 도대체 진세가…..” 

준후는 말을 이으며 방으로 들어서다가 정 선생이 펴 놓은 지 도를 힐끗 보더니 조금 놀라는 듯했다.

“아니, 정선생님, 그 지도는 뭐죠?”

뭔가 감이 잡히는 눈치였다. 정 선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 이 알아낸 것을 약간의 전문 용어를 섞어 가며 준후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아니, 그렇다면…………..”

“그래, 우리 다함께 깊이 연구해 보세.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예, 맞아요. 이쪽 산세를 배경으로 일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천불천탑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이 진세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몇십 배 더 크네요. 근처의 산과 강 그리고 초목과 평야까지도 진세에 포함되어 있는 거예 요. 이렇게 큰 진세라면 설마…………….”

정 선생의 눈이 번쩍하고 빛났다.

“그래, 그리고 이 진세. 중앙에 무엇이 있지? 거리가 문제가 아닐세. 전체적인 기운이 모이는 곳은…….”

준후가 정 선생의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승현이 먼저 손가락 하나를 재빨리 갖다 댔다.

“이거죠.”

승현의 손가락 끝으로 시선이 모였다. 만들어지기는 했으되 세 워지지 않았던 수수께끼의 거대한 불상, 와불이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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