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혼세편 3권 11화 – 홍수 8 : 임종
임종
박신부와 준후가 최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승희 와 현암 그리고 바이올렛은 심각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는 한명의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싸움에서 심한 부상을 입은데다 폭발에 휩쓸려서 전신에 화상을 입은 중국 아이 룽페이였다. 룽 페이는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상태였다. 그의 몸은 수 없이 많은 투약용 튜브들과 심전도 선들로 빽빽이 덮혀 있었다. 붕대를 감은 얼굴에는 아직도 피가 번져 나오고 있었고 산소마 스크를 쓰고도 호흡이 가쁜지 약한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들썩 거렸다. 마주보고 싸울 때에는 무서워 보였지만 이제 이렇게 심 하게 다친 상태로 누워 있는 것을 보니 룽페이도 어린아이에 불 과했다. 현암의 얼굴은 어둡게 굳어 있었고 바이올렛은 눈물까 지 글썽이며 연신 손수건으로 눈가를 문지르고 있었다. 병원 측 의 진단으로는 회생 불가능이라고 했다. 지금은 단순히 지속적 인 투약과 심폐 소생으로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해 보려는 시 도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잘 모르는 현암과 승희가 보기에도 치 솟았다가 급격하게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룽페이의 심전도 곡선 은 퍽이나 다급한 상황임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사실 룽페이가 이 꼴이 된 것은 퇴마사들과의 싸움 때문이라기보다는 폭발 때 입은 부상 때문이었다. 현암이나 준후가 룽페이에게 준 타격 그 대로였으면 조금 있다가 깨어날 정도였다. 그러나 폭발에 의해 입은 화상과 상처는 너무나 커서 손을 대 볼 수도 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늑골 일곱 대가 부러졌고 팔 한쪽과 다리 한쪽이 산산조 각 났으며, 뇌진탕 증세에 장 파열과 심한 내출혈까지 있으니 룽페이는 죽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아무리 그들과 맞서 싸 운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어린 생명이 꺼져 가는 모습을 앞에 두 고는 모두가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승희도 룽페이가 가엾은 듯,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승희가 떨리 는 소리로 현암에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어. 꼭 이 아이에게 뭔가를 알아내야하는 걸까?”
현암도 승희와 비슷한 기분이었지만 애써 담담한 어투로 자신 의 솔직한 심정을 말해 주었다.
“알아내려는 것만이 아니야. 다만…………… 이 아이의 마지막 말 정도는 들어 주어야 하지 않겠니?”
승희는 아이의 마지막 말은 들어 주어야 한다는 현암의 말을 되뇌며 세크메트의 눈 한쪽을 꺼내어 룽페이의 손에 쥐어 주었 다. 그러나 아무런 힘이 없는 아이의 손은 그나마도 쥐고 있지 못했다. 승희는 슬픈 심정으로 룽페이의 손에 다시 세크메트의 눈을 쥐어 주면서 손을 꼭 잡았다. 그러면서 현암에게 다른 세크 메트의 눈 하나를 내밀었다.
“현암 군이 해 줘. 너무 가엾어서 난 못하겠………………
현암은 어두운 얼굴로 승희가 내민 세크메트의 눈을 받아 들 었다. 참자, 참아야 한다. 현암은 스스로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 짐했다. 세크메트의 눈을 손에 꼭 쥐자 승희는 다른 한 손을 현암의 어깨에 얹음으로써 룽페이와 현암의 생각 모두를 읽을 수 있었다. 승희가 룽페이의 손을 잡는 순간, 현암은 헝클어진 마음 을 애써 진정시켰다.
룽페이, 들리니? 내 말이 느껴지니?
아, 아파요. 누구세요? 아, 아저씨는…… 으음……. 아파요. 너무너무・・・・・・ 무서워요.
마음을 편히 가져라.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는다.
너무 아파요. 아파………. 내가 왜, 왜 이렇게 됐죠?
룽페이의 목소리는 물론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울리는 일종의 느낌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룽페이의 느낌 은 싸울 때의 자신만만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처량하 고 슬픈 울림으로 변해 있었다.
너를 해치려고 한 것은 아니다. 폭탄이 터졌어. 늑대 소년의 몸에 장치되어 있던.
그, 그럴 리가…… 피에트리의 몸에 폭탄이?
늑대 소년의 이름이 피에트리였다는 것을 현암은 그때서야 알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랬다. 우린 몰라서 미처 너나 바알이나 피에트리를 구해 내지 못했어.
그럴 리가. 레그나가, 레그나가 왜…………….
그건 레그나가 장치한 것이니?
폭탄인지 몰랐는데……………. 좋은 물건이라고 피에트리에게…………. 아아! 레그나가 그걸 터뜨린 건가요? 거짓말이죠? 네?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룽페이는 혼란스러운 듯 보였다. 현암은 말재주가 없는 자신 을 원망했다. 룽페이가 너무도 가엾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박 신부가 와 주었다면 좀 더 룽페이의 말을 잘 들어 주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진심이군요. 고마워요. 나를 불쌍하게 여겨 주어서…………….
현암이 무의식중에 한 생각이 세크메트의 눈을 통해 룽페이에 게 전달된 것이다. 원래 세크메트의 눈은 쥐고 있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에 현암의 진실한 마음을 룽페이도 느낄 수 있었다.
아, 아저씨는 나쁜 사람 같지 않아요. 이상해요. 모든 게 너무도…………… 앙그라와 레그나는 아저씨와 아저씨 친구들이 악인이라고 했는데, 그 래서 모두 없애야 한다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고 했 는데.
현암은 자신이 들은 말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꼬여 냈을 줄은 미처 상상도 못했다.
뭐라고? 세상을 구한다고?
세상을…………. 잊힌 힘이 해방돼서는 안 된다고……………. 그러기 위해 모두, 모두를…………. 아, 아파요.
격심한 고통이 현암에게 전해졌다. 아이로서는 차마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크나큰 고통이었다. 승희도 느꼈는지 소리를 질러서 간호사를 불렀다.
“여기! 환자가 고통스러워해요! 어떻게든 해 줘요.”
“진통제 투약이 허용횟수를 넘었습니다. 더 이상은 곤란해요.”
“어차피 살길이 없는 아이예요! 고통이라도 덜어 줄수없나요?” “의사 선생님께 여쭤 보죠.”
승희는 부아가 치밀었다. 이 판국에 규정 따위를 따지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옆에 있던 바이올렛이 간호 사가 간 틈에 백을 열더니 작은 주사기 하나를 꺼내어 룽페이에 게 재빨리 놓아주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 주사를 맞자 룽페 이의 고통은 조금 가라앉은 듯했다.
힘을 내! 힘을.
아, 안 되겠어요. 너무, 너무 힘들…….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된다!
너무 힘들어요. 힘이…………. 아, 나는 죽는 건가요?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거짓말…………. 난 죽을 거예요. 모르겠어요. 난 어린데…………. 아직은 더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암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한 사람의 임종을 앞에 두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어차피 모두가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죽음이지만 피어 보지도 못하고 꺼져 버리려는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참 힘들었어요. 우리가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고 했죠. 그래서 무척이 나 힘들게 수련했어요. 세상을 구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누가 그랬지?
앙그라, 앙그라가・・・・・・・ 아, 앙그라가 틀렸던 걸까요? 으윽. 아, 아……
방금 주사를 맞았는데도 룽페이는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 다. 현암은 더 돌아볼 것도 없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룽페이의 부 러지지 않은 어깨에 손을 대고 아낌없이 공력을 밀어 넣었다. 다 행히 도가 쪽의 수련을 한 룽페이여서 그런지 현암의 공력이 별 부작용 없이 룽페이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 고마・・・・・・ 고마워요. 그러나 아직도 아파…………. 아파요.
현암은 혼신의 힘을 다해 공력을 룽페이에게 밀어 넣었다. 점 차 단전 부분이 비어 가는 듯했지만 현암은 개의치 않았다. 한참 이 지나자 룽페이가 간신히 생각을 전달해 왔다.
난, 난…………… 아저씨들이야말로 세상을 망하게 하려는 악당들이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그런 생각은 그만해라. 그리고 우선 힘을 내!
아니, 아니에요.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틀렸어요. 그리고 우리가 틀렸어요. 아저씨들은 좋은 사람들이에요. 지금 어떻게 해서 이야기를 하고, 아저씨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우리가 틀린 거예요. 말해 줘요. 아저씨들이 세상을 망하게 할 사 람들인가요? 아니지요? 네?
아니다. 그리고 약속하마. 절대 그러지 않게 하겠다고.
그래요, 그래. 앙그라가 미워요. 아, 어쩌면 맞아요. 그 애야말로 정말 무서운 아이예요. 무서워요. 무서워……. 나도 잘못했어요. 잘 못…….
잘못했더라도 알았으면 됐다. 이젠 괜찮아.
난, 나는 죽지 않을 줄 알았어요. 나만은・・・・・・・ 바보 같지요? 세상을 위해서 악한 자들은 모조리 죽여 없애야 한다고 배웠고, 나도 그렇게 생 각했어요. 나도 죽는데……………. 이렇게 죽을 건데………….
넌 죽지 않아!
엄마 생각이 나요. 못 본 지 오래됐는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참 아야한다고 앙그라는 그랬죠. 하지만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
현암은 간신히 눈물을 삼켰다.
꼭 보게 될 거다. 볼 수 있을 거야.
그랬으면, 정말 그랬으면・・・・・・・ 우리 엄마는 뚱뚱하고 못생겼어요. 그래도, 그래도 보고 싶은데…………….
꼭 볼 수 있을 거야. 의식을 잃으면 안 돼!
앙그라…………. 레그나…………. 레그나가 좋았는데. 그 애들은 나빴어요.
아저씨 생각을 보고서야 알게 됐어요. 아저씨…………….
음? 그래. 말해라.
그 애들이야말로 위험할 거 같아요. 아저씨들이 세상을 망하게 하는게 아니라 그 애들이 그럴 것 같아요. 난 이제 틀렸어요. 아저씨가 막아주세요. 네?
그래! 내가 꼭 막으마. 약속할게! 약속!
그리고 가능하면・・・・・ 그 애들을 용서・・・・・・ 용서를…………. 나처럼, 나………….
현암은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누가 모든 사 람이 원래부터 악한 존재라고 했던가? 어제 목숨을 걸고 싸운 것 밖에 없는 관계이지만 현암과 승희는 룽페이의 죽음 앞에 끝없 이 눈물을 흘렸다.
앙, 앙그라는 중국에・・・・・・ 그리고 모든 것은 땅속, 지하의 도시…………. 그리로………… 그리로 가서…………. 아! 엄마.
페이는 어느덧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룽페이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순간, 바이올렛이 앞으로 나서면서 룽페이의 붕대 감은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룽 페이의 눈이 평온해지면서 손끝이 바이올렛을 향해 미세하게 떨 렸다. 승희가 손을 놓자 바이올렛이 그 손을 잡아 주었다. 룽페이 가고요한 미소를 짓자 심전도 곡선이 갑자기 일직선을 그었다. 현암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닦을 마음도 들지 않았다. 뭐라 할 말도 없었다. 룽페이는 마지막 순 간에 어머니를 찾았고 바이올렛이 손을 잡아 주자 평안한 미소를 지었다. 바이올렛의 모습을 어머니로 착각한 것일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편안하게 잠들어라. 편안하게……………. 너와 한 약속은 내가 반드시 지켜 주마.’
현암은 조각상처럼 망연하게 천장을 바라보며 계속 중얼거렸다.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성난큰곰과 주기 선생을 문병하고 급한 대로 장 박사에게 룽페이의 장례를 부탁했다. 저녁때가 되자 약 속대로 퇴마사 일행과 윌리엄스 신부, 바이올렛은 모두 모여 출 발 준비를 했다. 조금 지나 약속한 시간에 백호가 나타났다. 백 호는 어떤 사람과 동행해서 왔는데 그 사람은 모두의 여권을 받 아 거기에 스탬프를 찍고 사인과 함께 일련번호들을 기입해 주 고는 사라졌다. 백호가 박 신부와 현암, 승희에게 비행기표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제 출발하셔도 됩니다. 티베트는 중국을 경유해서 가셔야 할 것 같고, 인도는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출국은 문제없을 것이 고, 도착 후 수속도 저희 쪽에서 전화로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 다. 비행기는 각각 세 시간 후에 출발합니다.”
역시 이런 일에는 백호가 최고였다. 다들 여권을 받아 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백호가 덧붙였다.
“더불어서 제가 그 아이들에 대한 조사도 했습니다. 최소한 항공편으로는 떠나지 않은 것 같더군요. 변장을 했다거나 나누어 서 출발했다면 혹 몰랐을 수도 있지만.”
바이올렛이 무슨 소리인가 연희에게 물어보고 나서 방정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이미 응시해 봤어요. 그 아이들은 자기들끼리만 몰려다 녀요. 지금 바다 위에 있답니다.”
“그렇다면?”
“배를 타고 있어요. 그런데 어디쯤에 있는지는 몰라요. 바다라는 게 다 비슷비슷해 보이잖아요? 호호호.”
바이올렛은 진작 아이들에 대해 투시를 해 본 모양이었다. 그것을 보고 박 신부가 말했다.
“그러면 여기서도 투시를……………”
“투시가 아니라 수정구 응시예요.”
“아, 예. 수정구 응시를 하실 수 있습니까?”
“오우, 되지요. 물론 된답니다.”
말을 하면서 바이올렛은 그녀의 엄청나게 큰 핸드백-핸드백 인지 여행 가방인지 구분도 잘되지 않을 정도였지만ᅳ을 열고 맑고 투명해 보이는 수정구를 꺼내 보였다.
“그러면 그 수정구에 비추어지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을까요?”
“오우, 불행히도 그렇게는 되지 않아요. 저만 볼 수 있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황달지 교수와 판첸 라마 그리고 시타 교수, 이 세 사람이 아직 무사한지 봐주실 수 있겠습니 까?”
“어제까지는 별일 없었는데…………. 좋아요. 해 보죠. 보통 불을 끄고 촛불을 켠 상태에서 해야 하지만, 호호호. 그건 손님이 있 을 때만 그러는 거예요. 호호호. 이해하시지요? 원래 그냥 아무 데서나 가능하답니다. 시간이 없으니 당장 해 보이지요.”
바이올렛은 오 분가량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면서 수정구를 계속 쓰다듬었다. 평소 싸구려 웃음이 만발하던 바이올렛의 얼 굴도 이때만은 엄숙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한참이 지나자 바이올 렛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판첸 라마 님은 기도하시는 중이에요. 아직 별일 없군요.”
“그리고요?”
“아, 이제 해 봐야지요.”
바이올렛은 수정구를 매만지더니 이번에는 땀을 한 번 훔치면서 말했다.
“호호호. 시타 교수는 누구와 논쟁중이군요.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연구 내용에 대한 것 같아요.”
“좋습니다. 그러면 황달지 교수는요?”
바이올렛은 다시 수정구를 응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이올렛의 얼굴이 조금 심각해지면서 고개를 갸웃하는 것이 보였다.
“음…… 별일 없는 것 같기는 해요. 황달지 교수는 지금 침대에 누워 있어요.”
“중국도 지금은 해 질 무렵일 테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제가 사흘 사이에 황달지 교수를 응시한 건 세 번이에요. 그 런데 세 번 다 자리에 누워만 있네요. 숨을 쉬고 있는 걸 보니 무 사하기는 한 것 같은데.”
세 번을 응시했는데 세 번 다 자리에 누워 있다는 것은 미심쩍은 면이 있었다.
“음?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닐까요?”
“모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수정구를 통해 다른 공간을 볼 수 있는 것뿐이에요. 제반 사정까지 다 알 수는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이번에는 승희가 눈을 감고 한참 뭔가를 생각하 는 듯했다. 이번에는 승희가 투시해 보는 것이었다. 한참이 지난 뒤, 승희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황달지 교수는 자고 있어요.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군요. 특 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는데요?”
“무사한 것만은 확실하니 다행이군. 계획대로 어서 출발하기로 하지. 각자 연락은 백호 씨를 통해 하기로 하고.”
박신부가 최후로 말을 맺자 승희는 연희에게 세크메트의 눈 한쪽을 내밀었다.
“가지고가……………. 언니.”
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크메트의 눈을 받아 들었고 현암과 함께 최 교수와 아라를 데리러 가기 위해 먼저 자리를 떴다. 승 희와 준후, 바이올렛도 떠났고 박 신부와 윌리엄스 신부도 백호 와 집을 나섰다. 그러나 박 신부에게 이별을 고하고 돌아서는 백 호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박 신부는 잠깐, 아주 잠깐 동안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