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혼세편 3권 14화 – 홍수 11 : 천정개혈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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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혼세편 3권 14화 – 홍수 11 : 천정개혈대법


천정개혈대법

“천정개혈대법이라고요?”

“허허허. 왜 그리 놀라시나 알고 있으니 말하는 것 아니겠소? 여기가 어딘가 화씨 약재상 아니오? 이래 봬도 나는 화타의 후 손이라오. 이름은 화중명이라 하고.”

연희의 눈이 동그래졌다. 연희는 전에 천정개혈대법이라는 말 을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현암의 스승인 한빈 거사가 준후에게 천정개혈대법을 아느냐고 물었다가 모른다고 하니, 그것만 안다 면 현암의 혈도가 모두 풀릴 수 있을 텐데, 라고 아쉬워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국땅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이 노인이 그것을 할 줄 안다니. 더군다나 이 노인은 화타의 후손이라고 했다. 화타는 삼국 시대의 전설적인 명의가 아닌가?

연희가 충격으로 멍해 있는 사이, 현암이 힘없는 걸음걸이로 들어섰다.

“놓쳤어요. 놈이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 바람 에…………. 뒤따라오는 차도 없고…………. 에잇! 꼭 잡았어야 했는데.” 

현암이 투덜대자 연희가 손을 휘저어 현암의 말을 제지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현암 씨, 이 영감님과 말씀을 좀 나눠 보세요!”

“네? 왜 갑자기…”

“이 어른이 천정개혈대법을 하실 줄 아나 봐요!”

“천정개혈대법이라고요?”

“네, 현암 씨의 혈도가 막혀 있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셨어요. 전설적인 명의 화타의 후손이시래요!”

현암은 순간적으로 묘한 느낌을 받았다. 화타의 후손이라는 노인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무시하 고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천정개혈대법이라니…………….

연희와 달리 현암은 한빈 거사가 준후에게 그것에 대해 묻는 것을 직접 들었다. 그때 자신은 더 힘을 얻을 뜻이 없었기에 준 후가 그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을 때에도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연히 만나 도움을 준 노인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 오는 것을 들으니 무심히 넘길 수 없었다. 더구나 현암 본인보다도 그 말을 통역해 준 연희가 기뻐하면서 두 번 세 번 권했기에 일단 그 노인에게 몇 가지 물어보았다.

연희 씨, 이 영감님이 정말 천정개혈대법을 할 줄 안다고 하시던가요?”

“네, 틀림없어요.’

“다시 한번 여쭤 봐 주시겠어요?”

연희가 노인에게 다시 묻자 노인은 껄껄 웃으면서 외치듯 말 했고 연희가 그 말을 현암에게 옮겨 주었다.

“자신도 그렇고 현암 씨도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들이랍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고, 그 시술을 필요 로 하는 사람도 보기 드물 텐데, 서로가 이렇게 만났으니 묘한 인연이라고 하시는군요.”

현암은 노인에게 정중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천정개혈대법은 밀교의 의술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연희가 현암의 말을 전해 주자 노인은 조금도 거리낌 없는 태 도로 장황하게 설명했다.

“천하의 모든 것은 궁극으로 올라가면 다 같아지는 법이라는 군요. 이 시술법이 어떻게 밀교로 전파되었는지는 잘 모른답니 다. 그런 문제를 떠나서 자신은 그 시술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고, 더군다나 자신을 구해 준 은인이자 요즘 보기 드문 사람인 현암 씨가 허락한다면 기꺼이 시술해 줄 용의가 있다는군요.”

“잠깐! 보기 드문 사람이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연희는 노인과 이야기를 해 보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요즘 세상에 그렇게 깊은 공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하시는군요.”

현암은 웃지 않았다. 기쁨보다는 당혹감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현암이 물었다.

“천정개혈대법은 시술하기가 어려운가요?”

“일단은 진맥을 해 봐야겠다는군요.”

현암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잠깐 동안 머뭇거리면서 노인에게 팔을 내밀었다. 노인은 현암의 팔을 받아 쥐기 전에 공 손히 포권包卷)을 해 보였다.

“구해 주어서 감사하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은 화중명이 라고 말씀하시네요.”

현암은 노인이 자신에게 먼저 인사를 하자 어설프나마 포권을 해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이현암이라고 합니다.”

현암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던지 노인은 한바탕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현암 씨에게서 선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시는군요.”

현암은 고맙다는 뜻으로 살짝 고개를 숙여 다시 인사를 했다. 노인은 신중하게 현암의 오른손의 맥을 짚어 나갔다. 그러고는 잠시 후 왼손을 달라고 하여 왼손의 맥도 짚어 보았다. 연희는 노인의 얼굴이 점점 굳어 가자 덩달아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 다. 그러나 현암은 내내 무표정했다. 양손의 맥을 다 짚고 나서 노인은 팔짱을 낀 채 뭔가를 생각하는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가게 안을 빙빙 돌았다. 한참을 생각하던 노인은 벽장을 뒤적거 려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 두 권을 찾아내더니 번갈아 책장을 넘 기며 읽어 내려갔다.

노인이 긴 시간 책을 뒤적거리자, 연희는 밖으로 나가 자신과 현암을 기다리고 있을 박 신부에게 일이 있어 조금 늦겠다는 전 화를 걸고 왔는데, 그때까지도 노인은 계속 책을 뒤적거리고 있 었고 현암 역시 꼼짝도 않고 그 옆에 앉아 있었다. 현암도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아 연희는 아무 소리도 않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자 노인은 마침내 뭔가를 찾아낸 듯, 어느새 찾아 끼었는지 돋보기안경을 코에 걸친 채 현암에게 다가왔다. 그리 고 왼손과 오른손의 맥을 번갈아 짚어 보고는 탄식하듯 소리를 질렀다.

“어허, 이럴 수가 있나…………. 양의지체(兩意之體)라니!”

연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인에게 물었다.

“왜 그러시지요?”

“저 사람 말이오…….”

“………”

연희는 속으로 혹시 경천동지할 능력을 찾아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 마음이 부풀었다. 양의지체라는 것이 선천적으로 신통한 힘을 타고난 체질이었으면 하는 기대로……………. 그러나 노 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저 사람, 어떻게 공력을 지니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먼.”

“그건 무슨 말씀이지요?”

“체질상 선천적으로 공력을 지닐 수 없게 되어 있소. 쉽게 말 해 무공을 익힐 수 없는 체질이지. 좌우의 혈도가 각각 따로 형 성되어 있어 공력을 하나도 끌어 올릴 수 없단 말이오. 저런 체 질을 일컬어 양의지체라고 하는데, 매우 희귀한 것이오.”

연희는 부풀었던 기대가 일순간에 식어 버리는 듯했다.

“그럼 좋은 게 아닌가요?”

“당연하지. 특히 저런 공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매우 아까운 일이오.”

연희가 낙심한 표정을 짓자 현암이 물었다.

“왜 그래요?”

연희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현암 씨 체질이 양의지체라고 하는군요.”

“양의지체요? 그래서요?”

“현암 씨 체질로는 공력을 익힐 수가 없대요. 그다지 좋은 건 아닌가봐요. 화중명 어른의 말씀을 그대로 옮기면……”

연희의 설명을 듣고 난 현암은 마치 남의 일이기나 한 것처럼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원래 그랬어요. 그 때문에 기공을 익히던 선원(院)에 서도 쫓겨났지요.”

연희는 무의식중에 킥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현암 같은 사람 이 쫓겨난 적이 있다니…………. 지금 현암이 엄청난 공력을 지니게 된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의 원장이나 원생들이 어떤 표정을 지 을지 상상해 보았던 것이다. 현암은 웃는 연희를 마주 보고 같이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나는 기공을 익히지 못할 것이란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한빈 거사님 밑에서 수련할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거사님은 기공 연 마를 제게 그만두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고 실제로 쫓아내기까지 하셨죠.”

연희는 웃음을 멈추었고, 화 노인은 현암의 얼굴을 가만히 바 라보고 있었다. 연희가 화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 그 양의지체란 것은 공력을 익히지 않느니만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누가 공력을 전해 주었을 때는 어떻게 됩니까?” 

“전수받은 공력도 지탱할 수 없소.”

“분명한가요?”

“그렇소이다.”

“그런데 현암 씨는 현재 강한 공력을 지니고 있잖아요? 만일 어르신 말씀대로라면 지금의 현암 씨는 어떻게 된 거죠?” 

“나도 그걸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높은 공력을 지닌 다른 두 사람이 조치를 해 놓은 게 아닌가 싶소이다. 왼쪽과 오른쪽의 맥이 서로 달라요. 제아무리 양의지체라고 해도 이 청년의 경우는 너무 비정상적이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지요?”

“아가씨, 이 젊은이 아니 현암 군에게 한번 물어봐 주시오. 누구에게 공력을 전수받았는지…………..”

연희가 말을 전하자 현암이 짧게 대답했다.

“어느 노스님에게서였습니다.”

“그렇다면 불가의 공력이구먼. 그래, 그분 밑에서는 오래 수련 하셨소?”

“아닙니다. 처음 뵌 분이었습니다.”

“흠! 그럼, 그분 외에 다른 분은 안 계시오?”

“아니오. 계십니다.”

“그분은 어떤 수련을 하신 분이시오?”

“도가 계열입니다. 대도인이시지요.”

“아하 그렇구먼!”

화 노인은 뭔가를 알아냈다는 듯 무릎을 탁 치면서 현암의 몸 곳곳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보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커다란 소리로 웃으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펄쩍펄쩍 뛰었다.

“무, 무슨 일이신가요. 어르신?”

연희가 연신 묻는데도 노인은 한참 동안이나 웃다가 몇 개 남지 않은 이를 드러내 보이며 답했다.

“천하의 화씨 의문(醫)이 맥을 잘못 볼 리가 없지! 알아냈 소. 난생 처음 증상을 못 읽어 내는 줄 알았소이다. 하하하.” 

연희는 화 노인이 웃는 것도 그렇지만 이제껏 한 번도 오진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는 얼굴이 훤해졌다.

“그런가요? 여태껏 오진을 한 적이 ………”

“그렇소이다! 하하하.”

화 노인은 겨우 웃음을 멈추고는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연희에게 말했다.

“실은 이번이 내 평생 여섯 번째 진맥이라오.”

연희는 예상보다 노인의 진맥 횟수가 적어서 무척 놀랐으나, 화 노인은 연희의 놀란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화씨 의술은 청낭서(靑)가 타 버린 이후 대가 끊어졌다 고 세간에 알려져 있소이다. 그래서 설령 화씨 의술을 안다고 해 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오. 우리 의문은 환자를 가려서 보아 왔고, 지금까지도 그것이 우리 의문의 전통이라오.”

연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환자를 돌보지 않는 의술, 그것이 존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연희의 마음을 눈치챈 듯 화 노인이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화씨 문중의 의술의 맥은 끊어졌소. 일반적인 진료와 투약의 기술은 모두 화타 비조(飛이래, 그 러니까 『청서가 실전(傳)된 이래로 대가 끊어졌고, 무공과 기공에 관련된 것만이 남았다는 말이오.”

“제가 알기로는 화타 비조께서는 조조의 손 아래 돌아가셨고 후손도 없다고 들었는데요.”

“물론 혈육이 없으셨지. 그러나 의형제와 양자를 여러 분 두셨 소. 그뿐 아니라 그분은 무공에 관심이 많으셔서 후손들에게 무 공에 쓰일 수 있는 기혈 진단법과 처치법을 남겨 두셨다오. 그래 서 나도 각종 기혈과 비법을 알고 있는 거요.”

화 노인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다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좌우간 알아냈소. 이 청년의 몸은 분명 양의지체요. 그러나 상당한 공력을 갖고 계신 분이 이 청년의 기혈을 따로 유통되게 해 주신 것이오. 아가씨, 여기 현암 청년에게 물어봐 주시겠소? 공력을 운용하려면 기를 순환시켜야 할 터인즉 대주천(周) 과 소주천(小)을 어떻게 돌리는지를 말이오.”

현암은 연희의 통역으로 화 노인의 질문을 듣고 잠깐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혈도의 이름을 몰라 연희가 당황해하자 근처에 있는 종이에 혈도의 이름을 적어 노인에게 보여 주었다.

“그렇구려. 물론 유파마다 나름대로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암 청년이 주천을 돌리는 방법은 다른 것들과는 대단히 다르 군. 놀라운 일이오. 이 방법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오?”

“배운 게 아닙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기가 유통되었습니다.”

“그렇구려. 나도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오. 그러나 이상한 건 이런 조치를 하려면 시전자의 공력이 치료받는 쪽보다 적어도 십여 배는 강해야 할 텐데……..”

“십여 배씩이나요?”

연희는 믿을 수가 없었다. 현암의 몸에 있는 공력은 칠십 년에 달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 한빈 거사의 공력은 도대체 얼마나 된단 말인가? 그러나 그 말을 전해 들은 현암은 가볍게 대꾸했다. “그분이 그런 조치를 한 것은 제가 공력을 얻기 이전이었을 겁 니다. 그분은 제 몸을 무수히도 때렸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아 프더니 나중에는 멍도 통증도 없었고, 오히려 몸이 가뿐해졌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벼운 탄성을 질렀다.

“가능한 일이오.”

“그렇군요. 어! 그렇다면….”

현암이 놀란 표정을 짓자 연희가 현암에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한빈 거사님께서 제 혈도를 풀어 주신 것은 확실히 제가 도혜 선사님께 공력을 전수 받기 이전의 일이었지요. 그런데 한빈 거사님께서 그것을 어떻 게 아시고 제 혈도를 풀어 놓으셨을까요?”

연희가 현암의 말을 받았다.

“음! 한빈 거사님께서는 현암 씨가 후에 공력을 얻게 될 것이 라고 예견하셨던 게……………..”

“아닙니다. 한빈 거사님께서는 제 체질이 양의지체라는 걸 분 명히 알고 계셨을 겁니다. 제게 그만 포기하라는 말씀을 늘 하셨 으니까요. 노력해도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서요. 그리고 천정개 혈대법에 대해서도 아셨고요. 그러니 준후에게 이야기를 하신 것이 아니겠어요? 그렇다고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공력을 수련 하고 있는 것도 아닐 거고 남에게 공력을 심어 주는 것이 아무에 게나 가능한 일도 아닐 겁니다.”

현암은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연희 말대로 한빈 거사는 도혜 스님이 현암에게 공력을 넣어 줄 것을 미리 알 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우연의 소치였을까? 아니, 한빈 거사 와 도혜 스님은 어쩌면 처음부터 아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현암 이 더 사고를 진척시키기도 전에 화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좌우간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소. 요즘 세상에 저런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는 게 나로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오. 이보게, 현암 군.”

연희가 현암에게 화 노인이 부른다는 것을 손짓으로 알려 주 자 현암이 고개를 돌려 화 노인을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천정개혈대법으로 자네의 몸을 풀어 준다면 아마 공력에 있어서 세상에 자네의 적수는 얼마 없을 것이네. 자네의 몸속에 있는 공력은 그야말로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 평생 동안 수련에만 열중하여도 될까 말까 한 것이야. 앞으로 그런 힘을 사 용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네. 아울러 ………….”

연희는 침을 삼키면서 노인의 얼굴을 주시했다. 현암도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막혀 있었던 자네의 상단전 부에도 공력이 유통되게 되네. 그러면 타심통이나 천리안과 같은 능력들도 생길 것이고, 하반신의 기혈에까지 공력이 미치게 되면 축지(地)나 경신( 身)의 능력도 생기겠지. 그러나..”

노인이 눈을 빛내면서 현암의 얼굴을 보았다.

“자네는 반드시 이 힘을 선한 일에만 쓰겠다고 나와 약속해 주어야 하네.”

화노인이 말하자 연희가 현암 대신 답했다.

“염려하지 마세요. 현암 씨는 절대로 악한 일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맹세컨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화 노인은 다시 한번 엄숙하게 당부하듯 말했다.

“물론 못 믿어서가 아니네. 이 청년은 일면식도 없는 나를 구 해준 사람이고, 맑은 눈에 빛나는 얼굴, 이 모두를 보아도 이 청 년이 정의감에 충만해 있다는 걸 알 수 있네. 그러나 이 청년을 믿지 못한다기보다는 세상을 믿지 못해 그러는 것일세.” 

“무슨 말씀이십니까?”

“만일 천정개혈대법을 시술하게 되면 현암 청년은 지금의 단 계를 뛰어넘어 더더욱 경천동지할 힘을 지니게 될 것이네. 물론 지금의 능력도 엄청난 것이지. 그러나 지금 현암 청년의 능력은 힘이나 기공술 등 공격적인 성질이 강하네. 오른팔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뭐 그리 많겠나? 현암 청년의 공력이 완전해지면 전설에서나 들어 볼 수 있을 일들이 가능해질 걸세. 천리길을 한나절 사이에 달려갈 수 있게 될 테고, 오층이나 육층쯤 되는 높이도 아주 쉽게 뛰어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십 리 밖에서 나는 소리는 물론이고, 총알도 현암 청년의 몸을 뚫지 못할 수 있어. 아니, 총알이 날아오는 것을 똑똑히 보고 피할 수 있게 될 걸세.”

“그야말로 천하무적이 되겠군요.”

“그래, 내가 우려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일세.”

“무슨 말씀이신지요?”

“힘…………. 힘을 옳게 쓴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네. 그것도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그리고 자기 자신만 옳다고 항상 옳은 일을 행하게 되는 것은 아니야. 아가씨는 큰 힘을 얻게 되면 좋을 것 같은가?”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올바르게 사용하기만 한다면요.”

“그러나 그렇지 않다네. 한마디로 내 견해를 이야기하자면, 큰 힘을 얻는 것. 그런 힘을 얻게 되면 현암 청년이 불행해질 거라 는 말일세.”

“네?”

“생각해 보게나. 만물은 항상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공존하는 법이네. 이게 하늘이 정해 놓은 이치지. 물론 현암 청년에게 지 금보다도 더 큰 힘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좋을 수도 있겠지. 그러 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네. 힘을 얻었을 때는 그에 따르는 책임이 생기는 법이니까.”

현암은 연희에게 눈짓으로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물었다. 연희는 자기가 노인과 대화하는 것보다는 노인이 하는 말을 현 암에게 있는 그대로 통역해 주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어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현암에게 전해 주었다. 노인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힘에 따르는 책임이란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네. 하나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세. 큰 힘을 얻게 된 자는 일단 자만하기 쉽 네. 그리고 그 힘을 발휘할 기회를 바라게 되기 마련이지. 하지 만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야. 어떨 때는 행하 는 것이 잘못이 될 수 있고, 어떨 때는 행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 될 수도 있어 지니고 있는 힘이 크면 클수록, 행하거나 행하지 않았을 때에 오는 과정이나 결과는 더더욱 책임지기가 힘들어지 지. 그 힘을 사용한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 느끼는 번민에 대해서 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고……………. 자신의 힘을 충분히 통제할 만큼 성숙하지 못한 자가 그 힘에 끌려다니게 되어 마침내 자신 을 파멸시키는 예는 흔히 있는 일이라네.”

화 노인의 말이 멈췄다. 아까처럼 기뻐하거나 장난치는 듯한 기색은 어느덧 사라지고 엄숙한 기운이 노인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하늘에 대한 책임이네. 보통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안 하지…….”

“하늘에 대한 책임이라 하면 무얼 말합니까?”

현암이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 노인은 나직한 목 소리로 답했다.

“독이 있는 곳 부근에는 반드시 그 독을 풀 수 있는 것을 안배 해 놓는 것이 하늘의 섭리. 그렇다면 해독할 수 있는 것 부근에 또한 독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 이건 누구나 조금만 생각 해 보면 알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이치일세. 자네가 정의롭고 심 지가 굳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 그 힘으로 옳은 일을 행할 것이 라 내 확신하네만, 자네의 능력에 비례해서 자네에게 필적하는 악한 기운도 분명히 어디에선가 생겨나고 있을 것이야. 그것이 내가 염려하는 점이지. 모든 것은 조화가 중요한 법, 어느 한쪽 에 지나치게 치우치는 일은 하늘의 이치가 아니지. 우리 옛말에 정(正)이 한치 자라면 마(魔)는 한자 자란다고 했네. 정의가 마 보다 약하다는 말이 결코 아닐세.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 마에 빠 지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어렵다는 걸 역설적으로 강조한 말이 지. 그러나 항상 정의는 옳은 것을 추구하는 법. 비록 한 치밖에 자라지 않더라도 옳은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종국에는 한 자 자 라는 마를 이기고 승리하게 되는 것이네. 다만 그 과정은 거칠고 험난하기만 하지. 그 모든 것이 태초부터 존재해 왔던 잘 안배된 하늘의 섭리라고 할 수 있지.”

현암은 화 노인의 말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중에도 머릿속으 로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힘에 대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 왔던가. 또 얼마나 많은 일들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보아 왔던가. 그리고 그사이 자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맨 처음 퇴마행을 시작했을 때의 각오가 지금에 와서 달라진 건 아니었 다. 그러나 현암 스스로 돌이켜 보아도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 신은 많은 면에서 달랐다. 말수도 적어졌고 급한 성격도 차분해 졌다. 세속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였던 적도 있었다. 그것이 마치 아득한 옛일처럼 여겨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도를 닦거나 경 지가 깊어서가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기에 변해 간 것이었 고, 그 이유는 현암이 남이 갖지 못한 힘을 지닌 까닭이었다. 어쩌면 지금 현암이 지닌 힘은 과거의 그런 것에 대한 포기의 대가인지도 몰랐다. 현암 자신도 그것을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현암은 화 노인의 말을 완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연희는 화 노인의 말에 전혀 공감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질문을 꺼냈다.

“어르신의 말씀은 현암 씨가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되면 그에 맞서 더 강한 악인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지. 그러나 내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어느 쪽이 앞이냐 하는 것이네.”

“앞이라니요?”

“허허허. 그래서 하늘의 섭리는 인간이 미루어 짐작할 수 없다 는 것이지. 내 말은 그런 강하고 악한 자가 이미 나타났기 때문 에 하늘이 이렇게 우연한 기회를 만들어서 이 청년을 강하게 만 들어 주라는 것인지, 아니면 이 청년이 힘을 얻게 됨으로써 그 런 악인도 출현하게 된다는 것인지, 그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네. 첫 번째 경우라면 나는 의당 이 청년에게 대법을 시전 해야 겠지.”

“만약 후자라고 판단하신다면요?”

화 노인이 껄껄 웃었다.

“그건 모르겠네. 그래서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세. 나 혼자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지.”

“현암 씨도 어느 쪽이 앞일지 알 수는 없을 텐데요?”

“그럴 게야. 그러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우리 둘뿐이야. 대 법을 시전할 수 있는 기술을 지닌 나, 그리고 시전 받는 이 청년. 이 둘밖에는 결정을 내릴 사람이 없네. 그러니 이 청년의 의사를 반드시 물어보아야 하네.”

연희는 머뭇거리면서 현암에게 노인의 이야기를 마저 전달했 다. 현암이 잠시 고심하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저는 시술을 받지 않겠습니다.”

“네? 왜죠? 지금 우리는 위험한 길을 가고 있어요. 현암 씨의 능력이 상승될 수만 있다면………..”

“이유를 말씀드리지요. 연희 씨가 화 어르신께도 잘 말씀드려 주세요. 첫째로 나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힘을 제대로 쓰고 있 는지에 대해서 자신이 없습니다. 하물며 지금보다 더욱 큰 힘을 지니게 되었을 때에 내가 그 힘을 언제나 옳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에 대해선 더욱 자신이 없고요.”

“그렇지만…………….”

“둘째로 화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생각한 겁니다만, 나는 모 험을 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화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맞습니 다. 만약 내가 힘을 더 얻게 됨으로써 강한 악의 힘 또한 나타나 게 되는 것이라면, 굳이 힘을 얻을 필요가 없습니다. 필경 그자가 악한 짓을 해야만 알게 될 것이고 그 힘을 막기 위해 애를 쓰겠지요. 그때는 누군가가 피해를 입고 난 다음일 겁니다.”

“하지만 꼭 모든 것이 화 노인의 말씀대로 되리라는 법은 없잖아요? 그리고 이미 그런 힘이 존재하고 있다면요?”

“그러면 지금 갖고 있는 힘으로 막아야지요.”

“못 막으면요?”

“연희 씨, 화 노인의 말씀을 역으로 생각해 보세요. 모든 힘에 는 반드시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힘도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만약 제가 여기서 힘을 얻지 않더라도 그 원칙이 맞는다면 그 악 을 제압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섭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지금 제가 한 행동도 섭리의 한 부분이겠지요. 그렇다면 제가 힘을 포 기한다면 악의 힘도 제가 감당할 만한 수준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그건 궤변이에요. 지금 현암 씨 말씀은 화 노인께서 말씀하신 원리가 맞는다는 전제하에서만 그렇지요. 화 노인의 생각이 틀 렸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현암 씨가 더 강한 힘을 얻는다고 해서 악의 힘이 필연적으로 커진다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연희가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그 문제에 대해 너무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구태 여 하늘의 섭리를 들먹일 필요는 더욱 없구요. 세상의 만물들은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요. 한낱 짐승들이나 미물들조차도 살 아남기 위해서 더 강해지려 하고 진화하려 하죠.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떤 면에선 진정한 하늘의 섭리라고 할 수 있어요. 제 말은 기회가 닿는 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천재일우의 기회를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옳지 못한 일이에요. 난, 적어도 나는 그렇 게 믿어요.”

연희와 현암, 둘 사이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거운 분위기가 가로막고 있었다. 침묵을 깬 건 현암이었다.

“옳은 판단만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겠지요. 연희 씨 말씀도 맞 아요. 그러나 사람은 짐승과 달라요. 사람은 벌써 그런 섭리에서 벗어났죠. 짐승이나 미물이 생존하기 위해 강해지려는 것은 순 수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왜 강해지려고 하지요? 생존을 위 해서인가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한 낱 편안함이나 안온함, 또는 일시적인 만족을 위해서 타인을 이 기고 짓누르려고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나는 남들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지금도 지니고 있지요. 그렇지만 내 힘이 아무 리 강하다고 해도 대포알 하나, 미사일 한 발이 지니고 있는 힘 에 비교할 수 있을까요? 그 가공할 힘들은 대체 누가 만들었지 요? 생존을 위해서, 자기 일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다 들 그럽니다. 정말 그런가요? 그 가공할 힘들은 그대로 인간들에게 사용되고,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던가요?”

현암은 마지막에는 거의 발악하듯 말하다가 문득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 싶어 입을 다물었고, 연희도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 다. 연희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현암을 바라보았다. 현암은 연 희의 눈을 마주 보는 순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힘을 얻는다고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는 연희가 무엇 때문에 저토록 간 곡하게 나서겠는가? 또 무엇 때문에 자신이 연희에게 그토록 흥 분해서 큰 소리로 이야기했는지 지금 생각하니 모를 일이었다. 연희의 커다란 눈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샘처럼 점점 크게 확대 되어 보이는 듯하자 현암은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서서히 마음 을 가라앉히자 한편으론 연희의 의견이 전혀 틀린 것만은 아니 라는 마음이 들었다.

“연희 씨, 미안합니다. 연희 씨를 탓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연희는 현암이 쑥스러운 표정을 짓자 싱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현암 씨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화 노인은 두 사람이 논쟁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가 눈을 껌벅 거리면서 말했다.

“결정을 내렸는가?”

현암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가? 나는 결정을 내렸다네. 자네, 웃옷을 벗게.”

어쩔까 망설이는 현암에게 화 노인은 예상했던 대로라는 듯,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자네 생각, 나도 대강은 짐작이 가네.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 니 이렇게 예쁜 아가씨와 말다툼까지 했겠지. 진실로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야. 그래서 내가 결정을 내린 걸세. 난 자네에게 지 금 당장 시술을 할 마음은 없네. 왜냐하면 나도 완전한 결정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이야.”

“그러나 방금 그 말씀은 제게 시술을 해 주시겠다는 의미가 아 니었습니까?”

“음! 내게 좋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세. 나는 일단 자네에게 천정개혈대법의 일 단계까지만 시술해 줄 생각일세. 그 정도만 해도 자네의 경맥은 일부나마 타통 될 것이고, 그러면 지금보다 는 조금 나아진 힘을 지니겠지만 그렇게까지 강한 것은 아닐 것 이네. 그러면서 자네 스스로도 잘 판단해 보도록 하게. 나도 시 간을 갖고 내 나름대로 판단해서 만약 하는 편이 옳다고 보게 되 면 그때 더 시술해 주겠네.”

“그러나 저는 며칠 후면 이곳을 떠날 텐데………………”

“세상은 좁네. 우리 이렇게 하세.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기로 말일세. 그리고 서로 간에 합의가 된다면 다음 단계를 시술하는 게야. 오늘은 일 단계까지 시술하고, 석 달 후에 다시 연락을 취 해서 의논하기로 하세. 어떤가?”

“자네도 이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숙고해 보아야 하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럴 여유가 필요할 걸세.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도 보고, 특히 자네 스승님들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 보게나. 어떤가?” 

화 노인의 말을 듣자 비로소 현암은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듯 했다. 박 신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 보아야 한다 는 생각이 들었고, 더군다나 스승님이라는 말에 현암은 안도감 을 느꼈다. 현암은 화 노인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작정했다.

“좋습니다. 어르신. 시술은 얼마나 걸리나요?”

“천정개혈대법은 모두 구 단계까지 있네. 단계가 올라갈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 단계 시술은 한두 시간이면 족하지.” 

현암은 웃옷을 벗으려다 얼굴이 굳어졌다. 연희가 의아한 눈 으로 쳐다보자 현암이 힘없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황 교수님과 최 교수님을 두고 왔는데 그사이에 마스 터가 또 무슨 수작이라도 부린다면…….”

“제가 신부님에게 알릴게요. 현암 씨, 너무 염려 말고 지금은 시술에만 열중하세요. 마스터도 호되게 당했으니 그렇게까지 빨 리 오지는 못할 거고, 또 최 교수님과 황 교수님은 병원에 계실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아무튼 그 문제는 제게 맡기세요.” 

연희는 아예 걱정 말라는 듯, 웃어 보이고 밖으로 나갔다. 현 암은 뭐라 말을 하려다가 그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화 노인은 현암이 자리에 앉자 품 안에서 침통과 시술 도구들을 꺼내었고 현암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옷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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