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권 – 1장 : 제국의 공적 –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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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권 – 1장 : 제국의 공적 – 17화


“오닉스 선장도 좀 덜 뻣뻣해질 때가 되었는데.”

식스는 고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라이온은 코방귀를 뀔 뿐이었다.

“그 작자가요? 설마. 나는 저주가 무서워서 평생 말을 안하기로 맹세한 다음 그것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타입의 녀석은 평생 바뀌지 않는 법이지요.”

“하긴, 그렇지.”

“게다가 그 흉물스러운 마스크 좀 보십시오. 아마 지금 그 마스크를 벗기면 녀석의 얼굴은 바닷물에 표백된 바다사자 뼈만큼이나 하얗겠지요. 놈이 얼마나 오랫동안 햇빛을 안 받았는지 짐작 가십니까? 그건 뭐 때문이라더라. 아, ‘네 얼굴에 그림자가 없어질 때 너는 죽으리라’는 예언 때문이라지 요? 병신 자식.”

고개를 끄덕이던 식스는 라이온이 유달리 신경질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경질 그만 부리게. 나도 아까는 등골이 오싹했어.”

라이온은 입을 다물었다. 라이온이 비명을 지른 것을 창피스러워하고 있다는 식스의 판단은 정확했던 모양이다. 라이온은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 다.

“미신적인 성격과 완고함이 결합되면 키 드레이번 같은 사람도 감당할 수 없는 작자가 태어나는 법이란 말입니다. 놈은 끝까지 뻣뻣할 겁니다. 그러 니까……”

“됐네, 좀 조용히 해보게!”

식스는 조금 거칠게 말했고 이번에는 라이온도 입을 다물었다. 라이온이 조용해지자 노랫소리가 보다 정확하게 들려왔다. 잠시 귀를 기울이던 식스 는 여러 개의 문 중 하나를 가리켰고, 라이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 안쪽인 거 같군요.”

문을 열려던 라이온은 그 문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특별 화물실이니만큼 당연한 일이다. 라이온은 어깨를 으쓱인 다음 칼을 뽑아 자물쇠를 내 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식스는 고개를 가로저은 다음 주머니 속에서 엘리엇 선장에게서 뺏어둔 열쇠 꾸러미를 꺼내었다. 라이온은 조금 궁시렁거렸 지만, 식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열쇠를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시도 후 식스는 올바른 열쇠를 찾아낸 다음 특별 화물실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두 사내는 기겁하며 귀를 틀어막았다.

싱잉 플로라의 노랫소리가 느닷없이 크게 들려왔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흐느끼는 듯한 노랫소리와 달리 싱잉 플로라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이 노래했다. 식스와 라이온은 귀를 머릿속으로 집어넣을 듯이 꽉꽉 틀어막았지만 싱잉 플로라의 노래는 머릿속에서 울려나오는 듯 낮아지지 않았 다. 라이온은 비틀거리는 식스의 어깨를 잡아끌며 방 밖으로 뛰쳐나왔다. 쾅! 라이온은 문을 걷어차고는 통로의 벽에 기대어 헉헉거렸다. 식스는 머 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토할 거 같아.”

“해적이 멀미를 하면 삼대가 망신입니다, 헉헉.”

“뭐라고? 잘 안 들려.”

식스는 귓속에서 울려나오는 이명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표정이었다. 라이온 역시 머리가 띵할 정도로 아팠다. 그는 똑바로 서려 애쓰다가 고 함을 내질렀다.

“1등 항해사님! 제발 비명 좀 그만 질러요! 머리가 울린단 말입니다.”

“뭐? 어, 난 비명 안 질렀는데?”

라이온은 의아한 표정으로 식스를 보다가 혀를 내찼다. 비명이 아스라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식스가 아니라 싱잉 플로라의 노랫소리 에 놀란 해적들이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라이온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닉스가 또 발작을 일으키겠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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