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권 – 2장 : 미노-대드래곤의 성지 –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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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권 – 2장 : 미노-대드래곤의 성지 – 18화


미노 만의 입구에 정박한 자유호의 선상에서, 식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불확실한 어투로 말했다.

“글쎄요. 어쨌든 율리아나 공주는 대륙에 소문이 자자한 미녀인 만큼..”

“말이 안 돼. 오스발 놈이 공주의 미모에 혹해서 그녀를 탈출시켰다고? 이 선단에 넘쳐나는 미친 해적놈 중에 한 놈이 그랬다면 믿을 수 있어. 하지 만 그놈은 아냐.”

키 드레이번은 단정짓듯이 말했다. 식스는 입을 다물었다.

“놈은 싱잉 플로라의 노래도 듣지 못해. 그런 놈이 공주의 미모를 느낀다고? 교수대가 싫어서 평수부가 되는 것을 거절했어. 그런데 탈출을 감행해? 그놈은 둔하고 게으른, 보통의 버러지야. 그런 녀석들은 자기 처지에 만족하기 때문에 절대로 이런 큰일을 벌이지 않아. 룰이 깨진 세상의 소용돌이 에 휘말려 비명을 지르기야 하겠지만, 절대로 세상의 룰을 깨지는 않아!”

“글쎄요. 오스발의 마음이야 저로선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선원들과 선장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알고 싶어하는데요. 미노 만을 통과할 수도 없 고, 그렇다고 페리나스 해협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공주가 없어졌다는 것만으로 두 군데 항로가 모두 막히는군요. 전리품들을 처리하기 위해선 아무 래도 이보레 열도나, 아니면 그보다 더 동쪽으로 되돌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만.”

키 드레이번은 입을 꾹 다문 채 식스를 쏘아보다가 말했다. 그리고 식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오스발을 추적한다.”

“무슨 말씀입니까! 그들은 육지로 도망간 겁니다!”

“알아. 하지만 내게도 오스발처럼 두 다리가 있다. 나는 그 다리를 이용해서 오스발 놈을 추적할 생각이야.”

“사, 상륙하신다는 말입니까? 직접 추적하시겠다고요?”

키는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식스 역시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그럼 선단은 어떡하고요?”

“선장들에게 전해라. 각 선박의 선원들 중 지원자를 우선으로 10명씩 선발해라. 강인하고 젊은 선원들로. 선발이 끝나면 자네는 그들에게 무기와 야 영 도구 등을 지급하여 수색대를 편성하라. 내가 그들을 지휘하겠다. 부재중 자유호의 지휘는 자네에게 맡기겠다.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이곳에 정박해서 나를 기다려라.”

“선장님!”

키는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리쳤다. 요란한 소리에 식스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오스발 그놈을 내 손으로 잡고 말겠어! 그러니 아무 소리 말고 명령대로 시행해!”

키는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그의 1등 항해사를 쏘아보았다. 식스는 입술을 깨문 채 키를 마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율리아나 공주 아닙니까?”

“뭐?”

“율리아나 공주를 추적해서 잡아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그녀를 대드래곤에게 바치고 미노 만을 통과하거나, 아니면 필마온 기사단에게 넘 겨주고 페리나스 해협을 통과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선장님은 왜 오스발을 자꾸 거론하시는 겁니까. 탈출에 대한 벌을 주는 것 이외에 그를 붙 잡을 필요가 따로 있습니까?”

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식스는 조금 기다렸다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며 침울하게 말했다.

“명령 받들어 시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제가 편성할 수색대가 과연 제대로 된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군요. 나가보겠습니다.”

선장실을 나선 식스는 자신의 말에 엄격한 사람답게 그 즉시 각 배에 전갈을 보내었다. 그리고 각 배의 선장들은 10명의 선원들을 선발하여 보내는 대신, 지금 웃기는 이야기 할 때냐는 식의 대답을 보내어왔다. 그래서 식스는 자신이 키 드레이번에게 했던 말을 조금 각색해야 했다. 미노 만이든 페 리나스 해협이든 율리아나 공주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다는 식스의 설명은 선장들을 납득시켰다.

식스의 두 번째 전갈을 받아든 흑기사호의 오닉스는 마스크 속에서 생각에 잠겼다. 그 여자를 태운 것만 해도 선단이 이런 지경에 빠졌는데, 기어코 그 여자를 도로 잡아올 생각인가? 마스크 속의 오닉스의 미간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어디 그렇게 되나 두고보자, 키 드레이번.

식스는 자신도 수색대에 참가하겠다는 오닉스의 전갈을 받고 어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질풍호의 트로포스 선장이 아홉 명의 선원을 이끌고 자유호에 올라왔을 때조차도 식스는 그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 었다. 식스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라이온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라이온은 히죽 웃으며 슈마허의 어깨에 팔을 걸쳐보였다.

“지원자를 우선으로 젊고 강인한 선원들로 선발하라고 하셨잖습니까? 슈마허는 그 조건을 모두 충족시킵니다. 물론 지원자고요. 뭐 잘못된 점이 있 습니까?”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던 식스는 트로포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선원의 숫자를 세어보고 나서 고함을 빽 질렀다.

“트로포스 선장! 당신도 수색대에 참가하겠다는 거요?”

“물론이지, 1등 항해사 키 선장님도 가신다며?”

그리고 트로포스는 눈을 조금 돌려 자유호에 먼저 승선해 있던 오닉스를 가리켜보였다. 하지만 식스가 그 눈짓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키 드레이번 에게 보고하러 갔을 때였다.

키는 식스의 보고를 듣자 피식 웃었다.

“나와 오닉스가 으슥한 오솔길이라도 함께 걸어가게 될까 봐 상당히 걱정하고 있나 보군.”

식스는 그제서야 희미한 신음을 내며 트로포스의 눈짓을 이해했다. 그리고 식스는 모든 선장들이 수색대에 참가하겠다고 통보해 온 이유를 알아차 렸다. 하지만 식스는 가일층 심해지는 파국의 예감을 느껴야 했다.

만약 수색대가 육지에서 사고라도 만나게 된다면 노스윈드 선단은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선장은 보통 선원들보다 약간 더 중요한 존재 같은 것이 아니다. 머리가 팔보다 약간 더 중요한 부위가 아닌 것처럼. 식스는 미노 만 주위의 땅이 황무지에 가깝다는 사실을 되뇌이며 자신을 위로 해야 했다. 식스는 제국의 공적 제1호가 육지에 올랐다는 사실, 즉 전투함이 없는 무력한 상태로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제국의 국가들이 알 기라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수색대는 출발 준비된 것인가?”

“그렇습니다, 선장님.” 잠깐 말을 멈춘 식스는 억지로 말했다. 

“그리고…………… 물수리호에서도 선원들이 도착했습니다.”

키는 무표정한 얼굴로 식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내다보았다. 노스윈드 선단의 거함들 사이에서 물수리호를 찾아낸 키는 잠시 말을 잊 은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식스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다가 말했다.

“일항사가 알버트 선장에게 물어보았답니다.”

“그가 대답을 했단 말인가?”

“아니오.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원들이 배에서 내렸을 때 반대 의사로 생각되는 어떤 행동도 보여주지 않았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 물수리호의 일항사는 알버트 선장의 의사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모양입니다.”

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내일 새벽에 상륙하도록 하지. 그 동안 자유호를 잘 부탁하네.”

식스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선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미노 만 바깥까지 나가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선장님은 제국의 공적 1호입니다. 바다에서라면 제국의 어느 누구라도 선장님을 두려워하겠지만 육 지는 그렇잖습니다. 어떤 나라든지 일개 중대만 파견하면 수색대는 끝장날 겁니다. 그러면 우리 함대는 키 선장님뿐만 아니라, 수색대에 참가한 다른 모든 선장님들까지 잃게 되는 겁니다. 제발 사람들이 있는 땅까지는 가시지 마십시오.”

키는 식스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속마음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대답을 했다.

“유념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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