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권 – 2장 : 미노-대드래곤의 성지 –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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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권 – 2장 : 미노-대드래곤의 성지 – 3화


라이온의 호기심의 대상인 키는 그때 선장실에서 식스 1등 항해사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식스는 탐탁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추측에 대한 확인을 받고 싶습니다. 정말 미노 만으로 가는 겁니까?”

키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식스는 그 대답에 당황하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무엇 때문입니까. 그곳에 괜찮은 기항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레보스호와 그 화물을 빨리 처분해야 될 텐데요. 레보스호의 선원들과 포로들의 동태는 아무리 낙관적으로 말하려 해도 온순하다고는 할 수 없는 편입니다.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식스는 절대로 미노 만에는 드래곤이 있다던데요? 하는 식의 말은 꺼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건 너무나도 창피스러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키 는 잔인무도한 해적이었다.

“게다가, 미노 만에는 대드래곤이 있으니까?”

식스는 불편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몇 번 한 다음 말했다.

“선원들은 두려워할 겁니다. 그들은 제가 시트 한 장 뒤집어쓰고 나타나도 그림 리퍼(Grim reaper, 죽음의 신)가 나타났다고 떠들어댈 겁니다.”

“설령 그림 리퍼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놈들은 크게 신경 쓰진 않을 거야.”

“그렇긴 할 겁니다만, 어쨌든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는 건 달갑잖습니다.”

“누가 자네에게 그걸 가르쳐주던가.”

“예?”

“아니, 대답할 필요 없네. 라이온이겠지. 우리 선단에서 그런 걸 고민할 정도로 앞날에 대해 관심 있어하는 건 그 친구뿐이니. 그 똑똑한 친구에게 찾아가서 미노 만 북쪽에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전하게.”

식스는 의아한 얼굴로 키를 쳐다보았다. 미노 만 북쪽이라니. 해변 위쪽에 뭐가 있단 말인가. 땅 이외엔 아무것도… 순간 식스는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다. 키는 그런 식스의 표정을 보며 엄한 얼굴로 말했다.

“자네도 마찬가지군. 수부들은 다 비슷하지. 하긴, 땅개들도 마찬가지일 테지. 대륙의 사람들에게 남쪽에 뭐가 있느냐고 물어보면 지금 자네 같은 표정을 지으며 거긴 물밖에 없잖냐고 말하겠지. 그러나 우리에겐 그냥 물이 아니지. 일항사. 가끔은 육지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걸세.”

식스는 미노 만 북쪽에 뭐가 있는지 키에게 물어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이미 충분한 망신을 겪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스는 키에게 인 사를 보내고는 선장실을 나왔다.

식스가 나가자 선장실은 고요해졌다. 물론 바람을 가득 안고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배 안인지라 소음들은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키 드레이번이 인 식할 수 있는 소음은 아니었다. 익숙해진 소리들이었기에. 그래서 키는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은 채 고요함 속으로 들려오는 킬리의 류트 소리를 들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식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멈춰 있었다. 키는 고개를 돌렸다. 선장실 뒤쪽으로 난 창 문턱에 놓인 싱잉 플로라의 화분이 보였다. 선장실에서 유일하게 햇빛이 들어오는 장소에서 싱잉 플로라는 배의 움직임에 따라 그 가는 줄기를 조금씩 기웃대고 있었다.

“어떤가, 킬리의 연주는.”

싱잉 플로라의 줄기가 왼편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었다. 키에겐 고개를 가로젓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녀석이 연주하는 것은 그저 소리일 뿐이지. 노래가 아냐. 하지만 우습군. 너는 꽃이다. 어떻게 사람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지?”

싱잉 플로라의 줄기가 이번엔 반대로 움직였다. 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햇살이 들어오는 유일한 창문에 있는 싱잉 플로라는 검은 그림자로 보였다. 싱잉 플로라는 검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가느다란 줄기를 힘없이 흔들고 있었다. 방 안의 사물들이 색깔을 잃어감과 동시에 방 안의 공기는 검은색을 띠는 듯했다. 키는 문득 고개를 떨어뜨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검 붉게 물든 손은 피에 젖은 것 같았다. 배는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며 한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키는 멈춰진 사물들과 어 두운 공기를 바라보았다. 키는 메마른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붉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늘은 이미 검푸른색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키의 입술이 조금 움직였다.

“노래해.”

싱잉 플로라의 줄기가 멈췄다. 아니, 멈춘 것이 아니다. 배의 흔들림과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싱잉 플로라는 배가 어떤 각도로 있 든 항상 그 봉오리는 하늘을 향하도록 자신을 고정시켰다. 이미 선장실을 가득 메운 채 침침하게 가라앉던 검은 공기들이 주춤거리며 내키지 않는 듯 이 떨리기 시작했다.

일몰을 향하는 선단에서 밤의 문을 열듯, 싱잉 플로라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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