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1부 – 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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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 오늘은 어째 얌전히 다 잘해주나 했다.
그래 어디가 그렇게 문제라는 거야?
…뭐야, 지천 공이 그녀와의 결혼을 거부한 이유가 강호비망록에서 발췌한 부분과 기인열전에 수록된 것과 다르네?
음, 그리고 또 나중 총관이 그녀 가족을 도살할 때 목격자의 증언이 인용된 자료도 약간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고…
또 한가지는 그녀가 그녀 아버지의 명령으로 지천공을 유혹했다는 부분인데 내가 보기엔 그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4년 정도의 기간 동안 그녀가 보인 행동을 잘 따져보면 음…
일단 좀 쉬었다 하자. 가상 현실 속에 너무 오래 있었더니 전신의 감각이 좀 이상해지는 느낌이다.
부시시 일어나며 실내를 돌아보니 탁자에 앉아 이쪽을 보던 소령이가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왜..?”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녀석, 새삼스럽게 어색해 하기는.. 내가 혼자(실은 몽몽하고) 노는 거 첨 보냐?
“후후- 소령이 너, 내가 좀 전까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한 번 그대로 해볼래?”
소령이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내가 재촉하자. 어색한 태도로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을 세워 허공을 쿡쿡 찌르는 시늉을 하는 모습이 어린아이가 재롱떠는 것처럼 귀엽다.
이어 눈을 감고 두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허공을 더듬으며 뭔가 찾는 것 같은 행동을 한다.
음, 오늘은 데이터 편집하느라 가상공간에서 키보드도 두드렸었는데 그 흉내를 내는 거다.
근데, 소령이는 갑자기 한 손으로 옆머리를 마구 긁더니 다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보고 있자니.. 내가 타자 치다가 가려운 엉덩이 긁거나 콧구멍 후비는 것까지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야, 야- 이제 그만해도 좋아.”
기집애, 하란다고 그런 것까지 흉내 내냐? 훗-! 이번엔 저도 쑥쓰러운지 배시시 웃고 있다.
“평소와 달리 오늘은 ‘무아경’에서 무척 즐거워 보이셨습니다.”
언제인가 자매들에게는 몽몽의 가상 현실 기능을 이용할 때의 내 상태를, 무아경에 빠져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는 과정이라고 둘러댄 일이 있다.
그나저나 즐거워 보였다고..? 흠, 그랬을지 모르겠다. 마치 내 손으로 단편 영화 하나를 기획하여 만드는 기분이어서 재미있었으니까.
“그래 이번엔 확실히 재미있는 구상을 하고 있는 중이지. 음- 소령아, 자남초(紫藍草)차 한잔 만 갖다 줄래?”
“예.”
우연히 알게 된 건데, 가상 현실 장기 사용의 후유증(이젠 별로 없지만)에는 ‘자남초’로 끓인 차가 꽤 효험이 있다.
처음 마셨을 때, 약간 시큼한 것이 어째 전에 먹어 본 맛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자남초’는 서울의 우리 집에서도 부모님들이 종종 끓여 드셨던 그 ‘구기자’였다.
소령이가 잽싸게 가져다 준 추억의(?) 구기자 차를 마시고 나는 다시 침상에 누웠다.
자- 그럼, 초대형 SF 대작 무협 영화 ‘혈마검호’를 계속 만들어 볼까?
음.. 똑 같은 일 놓고 기록들 간의 모순점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원. 겨우 한 개인의 20년 기록이 이러니 수백 수천 년 역사를 고증하는 것은 정말 장난이 아니겠지?
그러니 당당하게(?)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도 있고…
에구, 내가 지금 그런 것까지 따질 필요는 없지. 하던 거나 하자.
음,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이 당시 총관 약혼녀의 행동 패턴과 그 행동의 원인인데… 일단 이 부분은 고증이 어려우니 드러난 행동만 반영하기로 하자.
그 여자가 이땐 왜 그러고 또 나중엔 왜 그랬을까..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거니까.
다른 사항들도 시기와 순서상의 모순만 조정하고 상황 자체는 그대로 반영하자. 당시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는 보면서 다시 판단하기로 하고… 실시!
음- 아까의 베드신 다음 장면인가 보다.
청년 지천공이 평소와는 좀 다른, 먼 여행을 떠나는 분위기의 복장을 하고 표국 입구에 가족들과 함께 서 있다.
지천공은 둘째로 위 아래로 누나와 여동생이 있었는데, 어머니를 포함한 여자들 세 명이 그를 둘러싸고 눈물을 뿌려대느라 난리가 아니었다.
난처한 표정이긴 했으나 애써 웃으며 열심히 여자들을 달래고 있는 지천공…
그 때, 어디선가 ‘국주님-!’을 외치는 비명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지천공의 시선을 따라 가보면 멀찍이 유혈이 낭자한 남자 하나가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여자들의 억눌린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금마표국의 복장을 한 그 피투성이의 남자가 길바닥에 픽-! 쓰러진다.
“아니, 마표두(馬 頭) 이게 어찌된 일인가?”
“으으~”
곧 죽을 것처럼 입에서도 피를 쏟고 있지만 본래 이렇게 등장한 엑스트라들은 정해진 말은 하고 죽는다.
“..호대산의 녹림(綠林, 산적)일파가 습격.. 봉물을 지키지 못했… 으윽-!”
“그, 그럴 리가. 호대산 산채의 무리가 어찌 우리 금마표국을 상대로 일을 벌일 수가 있단 말인가.”
“아마..도.. 고수들을 영입한 모양..입니다. 총표두(總 頭)께서도 그들에게.. 그만… 으- 으헉~! 쿨럭! 쿨럭!(피 토하는 소리)”
지천공은 마표두라는 성실한(?) 엑스트라의 시체를 앞에 둔 채 서서 경악과 의혹에 찬 표정으로 망연자실 해 있다.
장면이 빠르게 바뀌어 아까의 복장 그대로 지천공은 말에 올라타고 있다.
지천공은 끼럇-! 소리와 함께 말을 출발시킨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세 명… 음, 셀 수가 없군. 화면 밖에 있어 보이지 않던 인원이 무수히 나타나 지천공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오- 말을 탄 수십 명이 동시에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장면이 제법 장관이다.
지천공은 부하 표사들을 잔득 거느리고 열심히 말을 재촉해 달리고 있다.
지천공과 부하들이 타고 있는 말 외에도 아무도 타지 않은 빈 말이 몇 마리 더 있고 그 말들에는 두세 개씩의 상자가 실려 있다.
친절한 자막이 흐른다.
< 표국과 녹림은 정면 충돌 시 상호간의 피해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어. 녹림 측에서 봉물을 습격한다 하더라도 저항하지 않는 자는 죽이지 않았으며 빼앗은 봉물은 표국의 간부나 국주가 어느 정도의 예물을 가지고 오면 다시 돌려주는 것이 당시의 관례였음. >
결국 보통은 봉물 자체를 빼앗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통행료’ 내라는 식이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산적들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구역을 지나가는 표국들과 다 사생결단 하는 것도 힘들 것 같긴 하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말이다.
음… 지천공과 수십 명의 표사들이 계속 달리고 있고 주변 경관이 처음에는 황량한 벌판이었는데 어느 사이 길 양쪽에 숲이 우거진 지역으로 접어든 상태이다.
앞장서서 길 안내를 하는 듯한 사내가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키자 그 편을 바라보는 지천공의 눈매가 사납다.
통나무를 세워 방벽을 친, 산채의 입구로 여겨지는 곳을 통과하는 지천공 일행의 표정이 어째 이상하다.
입구를 지키는 이는 커녕 산채 안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활짝 열려진 문을 통해 산채로 들어선 지천공 일행은 샅샅이 산채를 뒤지지만 갈수록 의아한 기색만이 커져간다.
드넓은 산채 어디에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산채 건물만이 덩그러니 존재할 뿐, 사람도, 빼앗긴 봉물도 아무 것도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한 지천공.
제 3자 입장에서 보고 있는 나도 썰렁하니 당사자는 오죽 할꼬…
우두두두두두!!!
음..? 갑자기 수십 필의 말이 달리는 모습이 화면 가득 메워진다.
이윽고.. 조금 전과 똑같은 장면이 짧게 되풀이된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산채에서 이번엔 분노의 빛을 띄우고 있는 지천공…..
여명이 어슴프레한 새벽.
지천공은 실내에서 짙은 회의 경장 차림으로 검을 챙기고 있다.
“얘야 가지 말아라. 그깟 봉물 때문에 네가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해야겠느냐.”
“어머니, 알 수 없는 무리들로부터 벌써 두 번이나 봉물을 빼앗겼습니다. 이대로 라면 우리 금마표국의 신용은 땅에 떨어질 것이니, 제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무슨 면목으로 대하리까.”
“아아- 어쩌자고 이런 일이….”
“오라버니, 제발 몸조심하세요.”
“걱정 말아라, 천하야.”
“공아- 난 너무나 불안하다.”
“걱정 마십시오, 누님. 흉수들이 제법 특이한 점이 있으나 그래봐야 녹림의 잡배들이니, 지씨 가문의 검술을 어찌 당하겠습니까.”
지천공은 별거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웃고 있지만, 새삼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는 폼이 아무래도 ‘비극의 시작’이라는 암시 같지?
가족들과 헤어져 방을 나온 지천공은 새벽 안개를 가르며 어딘가로 향하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잠시 망설이는 기색이더니 이윽고 걷던 방향을 바꾼다.
작은 별채로 찾아 간 그는 그 앞에서 또 망설이며 서 있다.
그러자 마치 알고 기다렸다는 듯, 문이 스르르 열린다.
“지상공…”
“성소저…”
뜨거운 시선이 먼저 얽히더니 이어 두 팔이 얽히고 혀와 혀가 얽힌다.
휘유~ 총관도 젊었을 때는 상당히 정열적인 청년이었는걸?
“아- 상공, 가지 마세요. 절 두고 가지 마세요.”
포옹을 풀지 않고 매달리는 여자의 애원에 지천공도 매우 괴로운 표정이 된다.
“미안하오, 소저. 나도.. 나도 어쩔 수 없다오. 이번에 또 봉물을 잃으면 우리 금마표국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오.”
“절 가지시면 되잖아요. 그러면 성천표국이 당신의 것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다 해결되잖아요. 저도 성천표국도 가지시면 되잖아요.”
“그, 그런…”
매우 갈등 때리는 표정의 청년 지천공.
쳇-! 하도 진지하게 고민하니까 극중 캐릭터가 ‘그래, 다 관두고 예쁜 마누라하고 딩가딩가 편히 놀고 먹으며 살자.’라며 유일한 관객이자 감독인 날 배신(?)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아무리 여자가 재벌집 무남독녀에 이미 함께 밤을 보낸 사랑스러운 여자라 해도..
지천공, 장래 비화곡의 총관이 될 인물이여- 자넨 지금 이 영화 주인공이야.
쓸데없는 생각 말고 원전에 충실하라고.
“후우- 200년을 이어온 우리 금마표국이오. 나는 금마표국의 8대 국주로써 내 힘으로 표국을 살리겠소.”
암, 그래야지.
“지상공, 소녀는.. 소녀는…”
“훗-!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어찌 이러시오. 내 이번 일이 잘 해결되면.. 그러면 다시 정식으로 소저에게 청혼하겠소.”
말을 마치자마자 입술을 깨물며 달려나가는 청년 지천공. 그리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뿌리는 애잔한 여인….
무협지 아니라 모든 장르에서 숱하게 나오는 장면인데도 촬영기법이(?) 훌륭해서 그런지 상당히 아름답고 뭉클한 장면이었다.
어쨌든 다시 장면이 바뀌었는데 이번엔 전체적으로 무척 어둡고, 어쩐지 화면이 덜컥 덜컥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음, 정면에 한 줄기 빛이 비추어 들고 거기에 살짝 눈을 가져가는 얼굴… 그 시선에 수레바퀴의 일부와 쟁자수(爭子手, 짐수레를 끄는 자)들이 보인다. 지천공은 짐수레 위의 짐상자 중의 하나에 숨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잔득 짐을 실은 수레 몇 대가 쟁자수들에 의해 으슥한 산길을 이동하고 있고 그 주위를 호위하는 표사들의 눈초리가 긴장으로 굳어있다. 그들은 눈부신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내려앉은 싱그러운 숲을 지나고 있다.
“쳐랏!”
어디선가 벼럭 같은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고 이어 사방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튀어나온다.
으아악-!
싸움은 그야말로 일방적이었다. 기습 공격을 해 온 자들의 대다수는 전형적인(?) 녹림의 산적들로써 짐승 털가죽 옷을 입은 험상궂은 사내들이었고 이들을 상대로는 금마표국의 무사들이 우세한 싸움을 벌일 수 있었으나 문제는 검은 복면을 한 여섯 명의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상당한 고수들이었으며 표국의 무사들 대부분은 바로 그들 손에 죽어가고 있다.
상자 속 지천공. 그의 시선에 따라 바깥 풍경의 일부가 보여진다. 챙! 퍽! 으악! 요란한 소음과 함께 죽어 가는 표사들을 보며 검집을 움켜 쥔 손이 부르르 떨고 있다. 아마도 적의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참고 있는 것이겠지?
지천공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의 싸움.. 서극 감독의 세련된 영상과 왕가위 감독의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액션 신을 합쳐 놓은 것 같아 정말 멋있다.
하지만 제기-! 몽몽 녀석, 러브씬은 예술을 빙자(?) 해 노골적인 표현을 빼더니 잔인한 살상 장면은 왜 여과 없이 보여 주는 거야?
얼마가 지나지 않아 금마표국 전멸, 산적들은 약 10여 명이 생존해있고 복면인들은 여섯 명 털끝하나 다치지 않은 듯 모두 말짱하다. 여기저기 늘어진 시체와 그 팔 다리 등의 잔해가 널려진 한 낮의 숲길… 웬만한 공포영화보다 그로테스크하다.
산적들 중 두목인 듯한 건장한 사내가 역시 복면인 중 두목으로 여겨지는 한 명에게 포권하며 비굴한 웃음을 흘린다.
“흐흐- 대인, 이번에도 한 수레는 저희들이 가져가겠습니다요.”
“흥-!”
복면인의 차가운 냉소와 함께 검광이 번득! 선지피가 솟구치며 날아가는 산적의 머리. ..아, 글쎄 이런 거나 편집할 것이지 말야. 왜 하필 러브씬만..
하여간 ‘돌발 사태’에 놀란 것은 상자 안의 지천공 뿐이 아니었다. 혼비백산한 산적들의 일부는 무기를 들고 대항하려 했고 일부는 그대로 뺑소니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복면인들과의 무공 격차가 너무나 큰지라, 대항하려던 자들이나 도망을 치려던 자들 어느 쪽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처절한 비명과 함께 죽어간다.
“크흐흣-! 이제 대사가 다 끝나가니 너희 놈들은 필요 없다.”
복면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음성에 상자 속의 지천공이 경악한다.
“언제까지 쥐새끼처럼 거기 숨어 있을 셈이냐!”
일갈과 함께 복면인은 지천공이 숨어있는 상자를 내려친다. 콰콱! 부서지는 나무조각을 뚫고 솟아오른 지천공은 허공에서 한 번 몸을 비튼 후 날렵하게 뒤쪽 수레 위에 내려선다. 음.. 이때도 어느 정도의 무공은 지니고 있었나 보다.
“당신! 당신 설마-!”
부르짖는 지천공의 눈앞에서 복면인은 훌쩍 복면을 벗어 ‘전형적인 악당의 얼굴’을 드러낸다. 비로소 상대의 진면목을 확인하고는 믿기 어렵다는 듯, 믿기 싫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젖는 청년 지천공…. 진짜 배우였으면 대종상 연기 대상 감이다.
“성국주님..! 어째서 당신이 이런 짓을..?”
“흐흐- 얌전히 내 사위가 되어 내 뒤를 이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을.. 다 네놈이 자처한 일이니 날 너무 원망 마라.”
“……..”
“지천공, 그 동안 네 놈의 금마표국 때문에 다른 표국들이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본 줄이나 아느냐?”
“그, 그건.. 그건 어디까지나 순수한 경쟁이었잖소. 우리 표국의 운송 능력이 더 뛰어나니 당연히 고객들이…”
“닥쳐라! 넌 내 딸을 거절한데다, 이번엔 다른 표국들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대상(大商)과 서역의 거래를 맡으려 했다. 네 놈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서역과 대상의 교역을 지원하는 것은 일대 모든 표국들이 공동으로 하는 것이 관례임을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각 표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일 뿐, 난 금마표국이 독자적으로 충분히 대사를 행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진행했을 뿐이오.”
“흥-! 우리 성천표국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너희 금마표국이? 개가 웃을 소리를 하는구나.”
“뭐요?”
잡아먹을 듯 무섭게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한 두 사람. 이글거리는 두 사람의 눈매가 번갈아 화면을 메우며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한가지 묻겠소.”
청년 지천공은 이를 악물며 간신히 말한다.
“..성소저를 내게 보낸 것도 처음부터 음모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