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2부 – 28-3화 : 대교와의 결투.(3)
“안으로 들어가셔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나야 뭐… 그냥 어떤 섬에 표류해서 지내다가 어찌어찌 무공을 익히고 지냈다는 정도밖에는 할 얘기가 없는 걸.”
“그러지 마시고, 자세히 들려주세요. 전 내일 하연 아가씨께 돌아가기로 되어 있으니 밤새 이야기를 듣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우쒸! 하연이가 있는 곳에 꿀단지를 숨겨 놓은 것도 아닐 텐데 뭐 그리 급하게… 음… 하지만 지금부터 밤새…? 그, 그건 좋지!
“일단은… 여기서 얘기하자. 내려앉은 어둠에 백화진의 꽃들이 감춰지고 있지만 밀화원의 불빛에 반사되는 꽃잎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군.”
쳇…! 막상 포기하고 나니까 오히려 입이 좀 풀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네 이야기부터 들었으면 좋겠다. 소교에게 전반적인 상황을 들긴 했지만 그 애도 하연이 쪽의 상황은 자세히 모르는 것 같더군.”
“하연 아가씨는… 현재 우리 반천복화(反天復花) 세력의 정신적인 지도자입니다. 같은 식구들에게라도 정보를 흘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반천복화라는 건 대천마를 엎어버리고 비화곡을 되찾자는 뜻인 모양이다.
“확실히 옳은 말이다만, 설마 나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건 아니겠지?”
“후후~ 실은 그러합니다. 나중에 진하사님이 아가씨를 찾아가시겠다면 물론 어디 계신지 안내해 드리겠지만 말입니다.”
만약 ‘워낙 기밀이라 아무 것도 밝힐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식으로 나왔다면 짐짓 짜증을 내 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생글생글 웃으며 ‘다 이해하죠?’라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오히려 말이 막힌다. 그래도 간만에 등장해서 여동생(?) 소식에 너무 무심한 것도 좀 이상하겠지?
“으음… 그건 좋아. 헌데 넌 어째 계속 내가 바로 하연이를 찾지 않을 것처럼 말하고 있구나.”
“아, 그건… 죄송합니다. 제가 섣불리 넘겨짚었던 모양입니다.”
“넘겨짚다니?”
“지금까지 아가씨와 저희들도 나름대로 노력해 왔습니다만 아직 천마 노괴의 세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반천복화가 이 정도라도 이루어진 것은 곡주님의 유일한 혈육이신 하연 아가씨의 지도력과 마도인들에 대한 야후 장로님의 영향력, 사영이라는 절대살수의 존재, 사마제일검 지천공 사부… 모두 그런 분들의 덕일 뿐입니다. 하지만 하연 아가씨께서는 자주 말씀하셨지요. 만약 그때 진하사님께서 행방불명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고도 천마 노괴와 일전을 치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넌 내가 하연이와 바로 합류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러 떠날 것이라 예상했다는 거구나.”
“주제넘게 나섰다면 용서를 바랍니다.”
“그야……”
[ 주인님! 주의하십시오! ]
으아, 맞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교는 나 진유준과 진하연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거나 정혼자는 고사하고 사실 단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다는 걸 알잖아? 에구구- 몽몽의 경고가 없었다면 큰 삑사리 날 뻔했다.
“확실히, 주제넘었어!”
내가 짐짓 냉랭하게 대꾸하자 찔끔한 표정이 된 대교는 긴장된 표정으로 살며시 눈을 깔았다. 난 주먹을 들어 녀석의 매끈한 이마를 쿡, 찍었다(?).
“그렇게 미리 다 알아 버리면 내가 뭔 재미가 있겠냐.”
대교는 내 장난스런 꿀밤(?)과 웃음기 섞인 음성에 안심했는지 고개를 들며 배시시 쪼갰다. 어쨌든 대충 수습도 하고… 간만에… 으메 이끈 거~!
“흠흠…! 어쨌든, 확실히 네 생각이 맞아. 너희들이라면…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 반격의 힘을 키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오늘 그걸 확인했으니, 난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을 빨리 시작해야겠지.”
반격의 힘이 형성되는 것을 예상했다기보다는 ‘어이구 제발 그리 되어있기를…’이라고 엄청 빌어왔던 거지만… 여하간 그럴 경우도 내가 편히 싸울 수 있을 정도를 바란 건 아니었다. 결국 진하연 못지않게 ‘복수의 명분을 가지고 있고 칼쌈도 좀 할 줄 알게 된’ 내가 싸돌아다니며 우리 편이 될 만한 놈들을 더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은 각오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세력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지요.”
“뭐, 어차피 정파를 끌어들일 수는 없는 거고… 사마 외도 중에서도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자들… 그리고 세외(世外)의 세력도 생각하고 있어. 예를 들면 북해빙궁(北海氷宮) 같은 곳 말야.”
“세외의 세력, 더구나 북해빙궁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왜?”
대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살짝 눈 사이를 찌푸렸다.
“세외의 세력들은 보통 정파만큼이나 중원의 마도인들과 교류가 없습니다. 더구나 북해빙궁이 우리 편에 선다는 것을 소녀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나도 현실은 알고 있다. 무수한 무협물에 등장하는 중립파들이나 세외세력들은 주인공이 혼자 쳐들어가서 그 짱을 살포시 밟아주기만 해도 알아서 ‘전원 충성’을 맹세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턱이 없다. 아무리 지금이 무협시대(?)라고 해도 어느 정도 전통이 있는 문파라면 짱 한 명의 패배에 무너질 리도 없고, 더구나 그 짱이 ‘전쟁’에 끼어들라는 승자의 요구에 ‘어이구 나보다 쌈 잘하는 분의 명령이니 잘 살고 있는 우리 백성들을 싸그리 동원합지요.’라고 할 리는 더더더구나 없었다.
뭐… 설사 북해빙궁의 짱과 구성원들이 그런 무협지스러운 집단이라 할지라도 문제는 있었다. 그 북해빙궁에는 강호 전역에 짜~ 하니 소문이 난 괴물(?)이 하나 있어서 솔직히… 지금의 나로서는 맞짱으로 해결 볼 자신이 없기도 한 것이다.
“물론… 어렵다는 건 알아. 하지만 조금의 가능이라도 있다면… 언제고 시도는 해봐야지.”
“알겠습니다. 허면, 우선은 중원 내의 세력들을 먼저 찾아가시겠군요.”
“맞아. 생각해 놓은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난 그중에서 구중천(九重天)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어.”
에…? 이번에는 반응이 또 왜 이래? 대교 녀석, 내 얘기를 듣더니 영 심드렁한 표정이다.
“저어… 그곳에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구중천이 비록 지하무림(地下武林)의 대표라고는 하나 현재는 유명무실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구중천, 아니 지하무림의 존재 자체가 희미해진 건 수백 년 간 구심점 없이 지내며 분열되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지하무림은 언제고 다시 부활할 여지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기도 하지.”
대교의 얼굴에 비로소 놀라움이 피어났다.
“서, 설마… 마군황(魔君皇)의 신화에 도전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응.”
내가 태연히 대답하자 대교는 어이가 없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북해빙궁에 대해서는 어렵게 얘기했으면서 마군황의 신화에 도전하는 건 잘도 쉽게 얘기한다…라는 표정이었다. 후… 빙궁 얘기에서 조금 썰렁했는데 여기서 만회해야겠다.
“물론, 마군황의 신화가 완성되어도 예전의 그 지하무림은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지하무림의 저력은 천하의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걸?”
“그, 그야 마군황이 탄생한다면 분명히 엄청난 전력이 되겠지만…”
“왜. 내가 못할 것 같아서 그래?”
“…그렇지 않습니다.”
어째 별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만… 하여간 난 일단 여유 있게 뒷짐진 자세를 유지하며 자못 진지한 태도로 밤하늘의 달빛을 응시했다. 그리고 목소리를 무지 깔며…
“진하연에게 전해. 곧 마군황이 된 내가 찾아가겠다고 말야.”
오~ 드디어 해버렸다. 무협지 주인공틱한 표정과 대사! 자아- 그럼 어디 반응을 볼까?
“알겠습니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쳇…! 뭐 이리 무덤덤해? 처음 내 뜻을 밝혔을 때는 놀라는 것 같더니 금세… 에… 차라리 ‘흑!흑~! 나 실은 졸라 무서워~ 구중천의 개떼들에게 밟혀서 죽을지도… 흐흑~! 그렇지만 널 위해서라면 이 한 목숨 걸 수도…’ 뭐 이딴 식으로 나가 볼 걸 그랬나?
“이 소식이 전해진다면 하연 아가씨께서도 제단을 쌓아 진하사님의 무운을 빌 것입니다. 후훗~!”
제단 어쩌구는 그렇다 치고, 말끝에 웬 후훗…? 얘가 왜 갑자기 실실 쪼개고 난리지?
“실례를 용서하세요. 두 분은 사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인데 그런데도 제게는 두 분이 마치 정말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다정한 사이’인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엥? 아까 수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에구, 오늘 내가 그렇게 진하연과 친한 듯한 말투를 많이 썼었나?
“사실 하연 아가씨께서는 항상 진하사님을 그리워하셨답니다. 오라버니께서 맺어 준 소중한 인연이라 하시기도 하고… 가끔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진하사님을 오래 함께 한 분처럼 추억하시기도 하고… 헌데 오늘 보니 진하사님도 아가씨와 같은 마음이신 것 같습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하하… 설마… 유준 동생을 봐서 좋게 봐 주는지는 몰라도… 그리고 나도 뭐… 그냥 동생의 여동생이니 역시 동생인 것처럼 편하게 생각해 오긴 했지만… 하핫~! 이거 뭔가 이상하군. 아니, 아니… 그러고 보니 내가 무심코 젊은 아가씨에게 누가 되는 행동을 보였는지도 모르겠군.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어.”
난 애써 변명을 주워 섬겼지만 대교는 아무래도 이 상황을 재미있어 하는 눈치였다.
“후후- 아가씨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을 겁니다. 저도 실은 빨리 두 분이 재·회·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전 두 분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젠장맞을! 누가 누구와 어울린다는 거냐. 난 그 극악녀가 싫… 아니 솔직히 무섭단 말야!
“거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만한 말은 좀 하지 마라. 특히……”
난 혹시나 해서 슬며시 말을 끌며 무지 급하게 기억을 검색해보았다. 음… 삼태자(三太子)에 대한 얘기는 원판에서 진유준으로 복귀한 후 와룡전에서 들은 일이 있었다.
“삼태자의 귀에 그런 얘기가 들어가기라도 하면……”
나는 손가락을 하나 들어 내 목을 쓰윽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제야 대교는 조금 움찔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아가씨께서는 저에게 조차 삼태자 전하에 관한 일은 자세히 말씀해 주시지 않지만… 아가씨도 삼태자 전하에게 차츰 마음이 기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단순한 상황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난 어째 조금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무래도 이 극악녀는 기왕에 꾸며진 나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그걸 삼태자와의 줄다리기에 이용해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삼태자와의 관계는 여차할 때 대천마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도 있겠고… 아름다움이라는 원초적 무기를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 중이랄까? 어찌되었든… 진하연이 어디 숨어서 뭔 음모를 진행 중인지가 궁금하면 천이단을 쓰면 될 테니 굳이 대교에게 캐물을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나는 그쯤에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사실 이미 천이단으로부터 제공된 헤드라인 뉴스(?)에 소교의 중요 요점정리 보고까지 들었기에 대교의 추가 보고는 대부분 복습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순전히 그런 이유로, 보고 내용보다는 보고자의 모습 자체로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대교는… 정말이지 헤어질 당시의 그 사랑스런 모습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 가만히 보면 마지막 보았을 때보다 소녀적인 면이 좀 더 사라지고 한층 성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성장기는 이미 지났을 것 같은데 키도 약간이지만 더 큰 듯하고… 으음… 그런 걸 바로 알아보지 못한 건 그동안 변하고 성장한 모습을 항상 상상하며 머리 속에서 그려보곤 해서 그런가…? 뭐… 결국 대교의 그 어떤 변화도 내 눈에는 단지 더 아름다워졌다는 직선 그래프로밖에 측정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이상과 같이… 역시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하다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진하사님께서 계획된 일정을 마치신다면 최소 호각지세… 거기에 앞서 말씀드린 ‘구출 계획’까지 무사히 끝낼 수 있다면 전세에 결정적 인……”
“…결정적인 볼 살……”
“…예?”
“아, 아냐. 그냥 혼잣말이었어. 신경 쓰지 마.”
에구구. 속에 있는 말이 무심결에 입 밖으로 흘러넘치는(?) 이 나쁜 버릇은 왜 고쳐지지도 않는지 모르겠다. 나는 사실 대교의 옆얼굴을 보면서 전보다 더 갸름해진 대교의 볼이 보기 좋든 나쁘든… 살이 빠졌다는 건 고생을 한 증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전반적인 상황은 모두 보고 드린 것 같습니다.”
“허험! 음, 좋아. 그럼 이제 들어가서 차 한잔 마셨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이제야 진하사님의 얘기를 들을 수 있겠네요.”
대교는 빙긋이 웃으며 몸을 돌렸고,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뭐… 우리가 표류한 곳이 하필 연옥도였다는 건 확실히 보통 일이 아니긴 했지.”
대교의 걸음이 문득 멈추어졌다.
“지금… 연옥도…라고 하신 겁니까?”
반쯤 고개를 돌린 대교의 음성이 약간 떨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후~ 너도 알고…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겠지? 패도광협(刀狂俠) 유운일… 그가 탄생했다는 그 전설의 연옥도 말이야.”
“맙소사! 그 곳이 실재했단 말입니까?”
예상대로, 아니 예상 이상의 반응이다. 대교는 자신이 나에게 차 한 잔 타줘야 한다는 의무 따위는 깡그리 잊은 듯 다시 내게 바싹 다가섰다.
“그야, 물론 실재로 있으니까 내가 거기서 지내다 왔지.”
“아…! 실로 엄청난 기연을 만나셨군요.”
바, 방에… 들어가서 얘기 꺼낼 걸 그랬나…? 아, 아니 탁자를 사이에 두고 얘기하고 있었다면 이렇게… 대교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거리가 되지 못했겠지?
“에… 게다가 연옥도에는 패도광협의 형인 연옥서생(煉獄書生)의 안배가 아직 남아 있더라구. 덕분에 잃었던…(좀 찔린다) 내공도 되찾을 수 있었고……”
대교의 눈빛이… 그래서요? 아아~ 제발 빨리 말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결국… 생사금마도결도 익힐 수 있었어. 음… 나중에 대교도 거기 데려다 줄게. 실은 거기에는 연옥서생이 남긴 또 다른 무공도… 음…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한 거라……”
대교의 눈빛이… 이런 썅~!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으잉? 뭐야? 왜 갑자기 대교의 표정이 이렇게 싸늘해지는 거지? 내가 뭔 말실수 한 거 있나? 연옥서생의 위험한 무공을 내가 숨기려는 기색을 보여서…?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뭐야, 대체?
“그 동안… 생사금마도결을 연성하셨군요. 소녀도… 부족하지만 생사금마도결을 아는 몸. 약간의 가르침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응? 아… 그야, 네가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라도… 어?”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어, 야아~ 갑자기 왜 칼을 빼들고 난리야?
“생사금마도결, 제 팔 결! 복룡출사결(伏龍出射訣)!” 정면으로 곧게 뻗은 대교의 검이 검신을 하늘로 향한 채 눕혀지더니 사아악~ 소리를 내며 주변의 공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야, 너 장난이 아니……”
그야말로 숨죽이고 있던 용이 폭주를 시작하려는 분위기의 검기에 나는 말을 채 끝낼 수도 없었다. 폼세로 보아 복룡출사의 경천초호식(驚天初呼式)이라는 초식으로 시작되려는 모양인데 그럼 난 일단 상천오륜강(上天烏侖羌)으로 달아나야… 으… 제기랄! 대체 왜 이러냐 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