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2부 – 36-3화 : 마군황(魔君皇).(3)
5-3. 마군황(魔君皇).(3)
뭐… 지금으로서는 ‘대천마가 그 사이 내 강호복귀와 행로를 알아채고 지하무림을 이용해 제거하려 든다’라는 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다. 물론 가능성은 높지만 지금 더 노골적으로 물어 본다고 얘기해 줄 리도 없고… 설사 사실을 확인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아무리 대천마라도 지하무림의 마군황 선출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는 없을 테니 아마도… ‘그 놈이 진유준이란 놈인데, 만약 마군황이 되면 너희들을 이끌고 우리 비화곡과 한 판 뜨려고 할 걸? 우리랑 한 번 해 볼 텐데~?’ 그런 식의 꼰지르기(?)만 했을 것이다. 지하무림으로서는 마군황 탄생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그 직후 하필 비화곡과 싸워야 한다면 과거의 참상 못지 않은 결과가 뻔히 보이니 당근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거고 말이다. 젠장… 마군황 자체는 필수요소로서 변함이 없지만 다른 애들이 걱정이다. 대천마가 예상보다 빨리 내 복귀와 움직임을 눈치 깠다면 그동안 반천복화 세력 색출과 감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동안 미루어왔던 그들의 제거가 시작되는 건 내가 마군황에 오르기 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자 극악 진하연은 그래도 지가 알아서 버틸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좀 불안했다. 특히 정보 수집과 연락책으로 강호에 위장 취업해 있는 대교의 동생들이 가장 위험할 것 같았다. 어쩐다…? 마군황 도전을 좀 미루고 천우신을 통해 경고를 해줘…? 아니, 그랬다간 대천마가 먼저 움직일 수도 있다. 지하무림 일에 관여는 못해도 감시까지는 가능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시작 시기는 후보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그러나 형제들이 모두 모이는 보름 후에는 무조건 마군황 등극의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됐어! 지금 당장 시작하지 뭐.”
나는 초사마군의 말을 무시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실 내가 마군황령 안에 발을 디딘 그 순간 이미 시작되었던 거 아닌가?”
나는 정글도를 어깨에 걸치며 초사마군을 비롯한 구중천을 향해 씨익- 웃어 주었다.
“초사마군 당신,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나가자마자 공격을 지시하거나 나가는 것 자체가 습격 신호겠지? 그러나 나도 사실은 당신들이 내게 등을 보이자마자 당신들을 해치울 생각이었어.”
구중천 전원이 일제히 긴장하여 순식간에 오두막 안이 살기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명색이 마군황 후보자인데 암습을 하는 건 싫어서 말이야. 그럼 모두… 각오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내 앞의 탁자를 발로 위로 걸어 올렸다. 탁자가 허공에서 뒤집히며 나와 구중천 사이에 벽처럼 세워지는 순간, 나는 탁자를 손바닥으로 밀어 구중천 쪽으로 날려보냈다. 선두에 있던 초사마군이 날아드는 탁자를 막기 위해 팔을 들어 장력을… 어쩌는지 알게 뭐냐. 나는 탁자와는 반대로 몸을 날려 오두막의 목재 벽을 정글도로 갈랐다. 쾅! 꽈작-! 두 가지 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렸고 다음 순간 나는 이미 벽을 부서며 밖으로 뛰쳐나간 상태였다. 나야말로 말이 그렇지 첨부터 저들을 해치울 생각이 없었다. 계획대로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시간…! 몽몽의 레이더 기능을 쓸 것도 없이 사방의 적들이 어떤 흐름으로 움직이는지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아직 뒤쪽의 마군들이 나를 따라 달려나오는 기색은 없었기에 나는 주저없이 내가 올라왔던 길 쪽으로 달렸다. 길 양옆에서 적들이 우르르- 그야말로 쏟아져 나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달려가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정글도로 폭호결(暴虎訣) 시후식(始吼式)을 펼쳤다. 정글도가 찍힌 땅바닥으로부터 발생한 소규모 폭풍이 무수히 작은 돌과 흙 같은 것을 담은 채 적의 무리를 덥쳤다. 나는 경공을 써서 그 폭풍과 거의 동시에 적의 무리를 습격하여 가운데를 뚫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사방에서 날아드는 칼날들을 대충(?) 쳐내며 돌진! 정면의 적들을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이며 나아가자 뒤쪽은 물론이고 옆의 적들도 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눈앞에서 적들의 모습이 사라지며 앞이 탁 트였고, 나는 더욱 속도를 올려 달려나갔다. 수십 명의 사내들로 이루어진 인의 장막을 순식간에 돌파하긴 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내 1차 목표는 이 태운산… 나무 반 사람 반인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적의 병력이 집중된 이 산을 탈출하는 것이다.
< 몽몽! 최단 거리의 탈출 코스를 뽑아! >
[ 예! ]
몽몽이 제시하는 화살표를 기준으로 나는 계속 달렸다. 바위를 차고 뛰어 나무 가지를 딛고 금동이처럼 나무 사이를 날았다. 내가 설마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잽싸게 튈 줄은 몰랐는지 적 병력의 반응은 극히 미미했다. 그렇게 단숨에 산의 절반 정도를 내려왔다 싶었을 때, 아래쪽 사방에서 씨이이~하는 작고 섬뜩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최소 수십 개 단위 암기들의 대공포화(?)였다. 나는 흐읍- 호흡을 삼키며 천근추(千斤墜) 수법으로 속도를 떨구며 예정했던 곳보다 조금 앞의 나뭇가지에 내려섰다. 표창들의 대공포화가 내 눈앞의 허공을 일제히 뚫고 지나간다 싶었을 때, 나는 다시 퉁기듯 앞으로 몸을 날렸다. 첫 번째 대공포화는 그렇게 간단한 시간차 주법으로 돌파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저히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한 암기와 화살 같은 것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내려서려는 순간, 내가 내려가는 지점과 그 주변의 땅이 살아있는 것처럼 솟아올랐다. 땅 속에 매복해 있던 자들이 찔러오는 창들을 삼시전결로 거의 동시에 잘라내고 이어 그 창의 주인 중 한 명의 머리를 발로 밟았다. 그대로 놈을 차면서 그 반동을 이용해 뒤로 몸을 날렸지만 그 쪽의 땅에서도 날카로운 창이 무수하게 튀어나왔다. 정상적인 땅바닥이 있긴 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다시 날 찔러오는 창들을 쳐내고는 그 창과 사람들 사이에 내려섰다. 그러자 놈들은 미련없이 창을 버리고 검을 뽑아 들었다. 확실히 훈련이 잘된 모습이었지만 내가 그들을 제압하는 데 필요한 동작 수는 머릿수*2였다. 정글도로 검을 막거나 쳐내면서 동시에 다른 신체 부위로 급소 공격! 다소 어이없을 정도로 제압하기가 쉬웠다. 가상현실에서의 훈련과는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는 거의 오차가 없었다.
근데 그 무슨 영화더라…?
주인공이 적을 몇 명 쓰러트리고 기뻐하려는 순간 사방에서 다른 적들이 물밀듯 밀려오는 장면…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사실 조금 전처럼만 같으면 적이 몇 명이 되었든 즐겁게 춤추듯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과 컨디션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충동을 억누르며 다시 본래 가려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 쪽에서도 일제히 달려드는 히드라 아니, 지하무림 개떼를 향해 마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후우~ 이제야 좀 쉬겠군.
태운산 탈출 작전 개시 후 한 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 나는 성공적으로 작전을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시작부터 매복이고 함정이고 나발이고 직선 돌파하는 무식한 작전이 생각보다 잘 먹혀서 조금 전 결국 산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전에 산적들 상대할 때와 비교해도 그렇게 어려운 싸움을 했다는 기분이 들지가 않았다.
지하무림 쪽의 병력이 몇 배나 강하고 조직적인 건 당연한데도 내가 그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건… 음… 스스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그 동안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새삼 실감이 나는 군.
근데 문제는… 그 후 산에서 많이 멀어지기도 전에 새로운 대규모의 매복 병력과 마주치는 바람에 서둘러 적당한 수풀 사이에 짱 박히고 만 현재의 상태이다.
쯧! 출발이 조금 일렀는지 아직도 어둠이 확실하게 짙어지지 않았고 빌어먹을 하늘은 더럽게 맑았다.
보름달은 아니지만 저 정도 크기의 달이라도 조금 후부터는 확실하게 하늘의 가로등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았다.
밤의 어둠 속에서 좀 수월하게 활동해 보려던 계획이 첫날부터 어긋난 셈이다.
저 앞의 매복 병력으로 보아 태운산에 몰려 있던 그 많은 병력 말고도 웬만한 중요 지점에는 거의 매복이 도사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 죄송합니다, 주인님. 진의 인공위성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보다 정확하게 일기를 예측할 수 있었을 텐데…… ]
그 싸가지는 하여간 뭐든 도움이 안 된다.
첫 통화 이후 그 동안 몽몽이 수 차례 인공위성 이용 허가를 요청했건만 생까고 연락조차 안 되고 있는 상태였다.
인공위성의 기본적인 생체 신호 전송 기능 때문에 아직 멀쩡히 살아있는 건 알 수 있다는데… 대체 소림사의 감방(?) 안에서 혼자 뭐하고 노느라 이리 바쁜 척을 하는지 모르겠다.
< 그 여자는… 그냥 없는 걸로 치자. 그보다… 따돌린 애들까지 몰려들기 전에 어딘가 좀 오래 짱 박힐 수 있는 곳을 검색해 봐. >
[ 계획을 바꾸시는 겁니까? ]
< 그래. 본래 며칠 정도는 탐색전 겸해서 마구 날뛰어 줄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최대한 빨리 짱 박혀서 대교에게 연락을 취할 필요가 있어. >
[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러시려면 우선 대독 작전을 준비해 주십시오. ]
< 대독? 아, 그거……? >
전에 함께 정했던 용어를 깜박했었는데 몽몽이 말한 건 대(對)독(dog) 즉, 개를 대비하는 걸 말하는 거다.
이 자식들 벌써 개를 푼 건가…? 쳇! 예상을 했으면서도 막상 놈들이 사냥개를 이용해서 날 추적해 온다니까 기분이 좀 그렇군.
어디… 음, 저 정도면 적당하겠군. 마침 풍향도 이용하기 좋겠고 말야.
숨어 있던 장소로부터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에 매우 커다란 나무가 몇 그루 서 있었다.
난 땅바닥에서 돌멩이를 잔득 주워 호주머니에 넣은 다음 몸을 날렸다.
중간에 정글도를 땅에 짚고 다시 도약하는 걸 두 번 거듭한 끝에 간신히 땅에 발을 딛지 않고도 가장 큰 나무의 아래 쪽 가지에 매달릴 수 있었다.
그 다음 경공으로 단숨에 더 높은 곳까지 오를 수도 있겠지만 혹시 눈에 띄일까 싶어서 벽호공(壁虎功)으로 나무에 납작 붙어 기어올랐다.
막상 나무 높은 곳까지 오르고 보니 나무의 가지와 잎이 풍성해서 아래쪽에서는 내가 전혀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멀리서 보면 걸릴지도 모르니 일단 최대한 그늘지고 가려진 쪽의 가지에 자리를 잡고 적들의 움직임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장난이 아닌데?
무슨 촛불 시위도 아니고 횃불 시위… 거의 그 수준이군.
저 많은 숫자의 병력이 저마다 횃불을 들고 몰려오는 장면은 확실히 조금(?) 부담스럽군.
게다가 아까 내가 통과를 잠시 유보했던 매복 병력들처럼 조용히 짱 박혀서 날 노리는 놈들도 있을 테니 입체적인 압박 작전인 셈인가…?
어쨌거나 추적대가 어두운 밤임에도 생각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내 도주로를 더듬어 오는 건 당근 저 사냥개들 때문이다.
지금부터 어디로 튀거나 짱 박히든 저 놈들을 따돌리는 게 선결 과제인 것이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 왔던 돌멩이를 내가 마지막으로 숨어있던 장소와 현재의 나무 사이 거리보다 짧은 간격으로 정반대의 방향에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돌멩이를 개들이 놓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간격으로 조금씩 멀리 던진 나는 마지막으로 내 냄새가 듬뿍 배인 천(지금까지 손수건으로 쓰던)을 꺼냈다.
그걸 조금 찢어서 미리 준비한 약을 듬뿍 적신 다음 가장 큰 돌멩이에 싸서 최대한 멀리 던져 버렸다.
그렇게 대독 작전을 시행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사냥개들을 앞세운 추적대가 나무 근처, 바로 내 발 밑으로 밀려들었다.
사냥개들 대부분이 내가 마지막으로 숨어있던 장소로 몰려가더니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젠장…! 돌멩이에 묻은 내 냄새가 너무 약한가?
어째서 개들이 저렇게 버벅대는 거야? 게다가 한 마리는 어영부영 이 나무 쪽으로 오고 있지 않은가.
정글도로만 짚은 곳을 용케도 의심하는 듯 맴돌더니 차츰 이 나무 쪽으로… 으… 정말 말 그대로 개 코는 개 코인 건가……?
< 대독 작전 실패인 모양이다. 아직 적당한 장소와 루트를 선정 못했어? >
[ 현재 주인님의 요구에 부합되는 세 군데의 장소를 선정해 보았습니다만, 해당 장소까지의 이동이 문제입니다. 더구나 대독 작전이 실패한 경우에는 모든 장소가…… ]
< 아, 잠깐. >
갑자기 몇 마리의 개가 요란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다른 개들도 거기에 동조하는 분위기더니 결국 개들은 모두 내가 돌멩이를 던진 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 추적대 역시 개들을 따라 나무 밑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횃불에 비친 추적대의 면면 중 한 명이 유일하게 낯이 익었다.
처음에 날 안내했던 안인이란 남자…
그가 바로 선두 추적대의 지휘관인 것 같았다.
안인의 추적대가 내 유인책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 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스스로 대독 작전의 성공을 자축했다. 내가 마지막에 제일 멀리 던진 천에 적셔 놓은 약에는 개들의 후각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다. 현재 위치로부터 백 미터 넘게 떨어진 곳에서 개들의 후각이 마비된다면, 다시 이 곳까지 역 추적해 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좋아, 몽몽. 네가 선정한 장소들로 가는 루트를 설명해 봐. >
[ 알겠습니다. 현재 대독 작전의 성공으로 확보된 루트는 두 군데로 그 중…… ]
< 아… 아니 잠깐 만! >
[ 왜 그러십니까? ]
< 말 바꿔서 미안하지만, 생각해 보니까 어디 딴 데 갈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냥 지금 여기도 괜찮은 것 같아. 전망도 좋고… 만일의 경우의 탈출로만 확보해 놓으면 말야. >
[ 현재 장소가 주인님의 소위 짱 박히려는 의도에 부합되긴 합니다. 그러나 주인님은 지금 유체이탈을 행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된 장소를 원하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
< 그래. 하지만… 여기서도 그냥 하면 되지 뭐. >
나는 새삼 사방을 살펴보고 그 중 한 군데의 또 다른 나무를 선택했다. 내 눈대중으로는 60미터쯤 된다고 생각했는데 몽몽의 측정으로는 75미터나 된다고 했다. 밤이라고는 해도 오차가 15미터라… 수련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은 일단 몽몽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등에 메고 있던 활집에서 활을 꺼내고 활집의 보조 주머니에서는 두 개의 크고 작은 천잠사 실타래를 꺼냈다.
[ …적의 매복 병력이 없는 방향으로 판단됩니다만, 최소한의 횟수로 성공하셔야만 노출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
< 알아 안다구 몽몽. >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활의 시위를 당겼다. 몽몽의 완벽한 서포트가 있기는 하지만 총알에 비해 화살은 바람에 영향받기 쉬워서 좀 불안하기는 했다. 그 불안요소를 줄이는 방법은 신정안처럼 화살에 내공을 실어 총알 수준의 파워를 만드는 것인데 지금의 나에게는 그리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문득, 생사금마도결의 여러 초식들이 어지럽게 머리 속에 떠올랐다. 특히 폭호결의 기본은 내공을 정글도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토해 내는 것… 토해낸다… 그러나 그건 그 뿐… 삼시전결의 검강…? 검강의 요령…? 아니 아니다. 그 것도 종류가 틀려. 수신결도 적당하지 않고… 역시 도를 손에 들고 쓰는 생사금마도결에는 내 손을 떠난 뭔가에 실은 내공이 오래도록 응집력을 유지할 방법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숙련도에 따라 비슷한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난 아직… 음… 내가 정글도를 던지며 놀기(?) 시작했을 때… 난 어떤 요령을 부렸었지? 흡(吸)과 착(着)의 수법에……
[ 좋습니다! 에너지 집중률과 밀도가…… ]
응? 뭐? 으악!
< 으으… 몽몽 너. 갑자기 말 거는 바람에 시위를 놓쳤잖아? >
[ 죄송합니다, 주인님. 하지만… 적중했습니다. ]
< 어…? 진짜? >
호오~ 진짜 성공했네? 연습 때도 이 정도 거리는 적중률이 높았으니 그냥 운이 좋았던 건가, 아니면 방금의 감각이 도움이 된 걸까…? 음- 여하간……
< 흐흐흐~ 난 역시 실전에 강해. >
[ 성공을 기뻐하시는 것도 좋지만, 조금전의 요령과 감각을 잊지 마십시오. ]
< 당근 그래 야지, 잔소리 몽몽 선생. >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조금 전에는 얼결에 쏜 거라 정확하게 감 잡으려면 앞으로 좀더 수련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난 활 전문 무공을 익히는 것보다 내 기존 무공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싶으니까 더더욱 말이다.
< 아무래도 한 우물을 파는 게 최고지. >
[ 예? 무슨 비유입니까? ]
< 아니, 그냥 한 소리야. 그보다 빨리 접속이나 해야겠다. >
나는 굵은 나뭇가지를 다리 사이에 낀 자세로 앉은 다음 작은 실타래를 풀어 천잠사로 나무와 내 몸통을 동시에 감았다. 의식을 잃은 내 몸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신중하게 묶은 후 눈을 감았다.
< 몽몽, 부탁해. 당연한 거지만 날이 밝기 전… 혹은 상황이 나빠지면 언제라도 깨워 줘. >
다시… 이제는 익숙해진 감각으로 나는, 내 유체는 제 2호 신체로의 접속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사실 마군황 시험이 첫날이나 좀 수월했지 갈수록 장난 아니게 빡세질 텐데 그 와중에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전부 대천마 그 웬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