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3부 – 2-3화 : 우리시대 대교의 적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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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3부 – 2-3화 : 우리시대 대교의 적들.(3)


-2. 우리 시대 대교의 적들.(3)

나는 왼손으로 대일본제국만세인지 뭔지 하는 놈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잡으면서 목 아래 마혈(痲穴)과 아혈(啞穴)을 동시에 짚었기 때문에 놈은 꼼짝도 못하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끌려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놈을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가고 있자니까 여기저기서 놀란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고, PC방 아르바이트생은 카운터에서 막 전화기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잠깐!”

공포 영화 속의 살인마 제이슨처럼 한 손에 정글도를 든 내가 성큼 다가서며 소리치자 아르바이트생은 흠칫 놀라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용근확골공으로 얼굴을 바꾼 상태라 경찰에 신고된다 해도 큰 걱정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보다… 일단 놈을 확보하고 나니까 조금 이성이 돌아오면서… 공연히 놀란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 다들 너무 놀라지들 마세요! 그게… 실은, 이 자식이 대일본제국만세라는 아이디로 여기저기서 헛짓거리하고 다니는 놈입니다. 그래서 직접 잡으러 온 건데……”

나는 말하면서 정글도를 다시 등에 매며 얼굴에 애써 ‘좋은 사람’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으려 노력했지만 그런다고 이런 상황을 사람들이 이해해 줄 리가……

“아, 예에~”

에? 어째 쉽게 납득해 버리는 분위기?

“전에도 ‘현피’ 뜨는 거 한 번 보긴 봤는데……”

아르바이트생이 쓴 용어를 요정 몽이 재빨리 해석해서 띄워 준다.

현피 = 현실 + Player Kill…?

나처럼 인터넷(혹은 게임?) 하다가 싸가지 없는 상대에게 열 받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직접 쳐들어와 한 판 뜨는… 혹은 한 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응징한다는 의미의 오묘무쌍한 합성어인 모양이다.

어쨌든 뜻밖에도 아르바이트생은 물론이고 PC방의 다른 사람들 분위기까지 슬며시 바뀌어

‘와- 현피 랜다’, ‘저 녀석 새 됐다’, ‘아이디 꼴을 보면 맞아도 싼 놈 같은데?’

그런 식의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들 통신하다가 나와 비슷한 일을 당한 경험이 있지 싶었다.

“저어, 현피하는 분들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건 좀……”

아르바이트생의 시선은 역시 내 정글로도 향해 있었다.

“아- 이건 그냥… 하핫! 아무리 열 받아도 설마 정말로 이런 걸 쓰겠어요?”

“그야… 어쨌든 살살하세요. 인터넷에서 설치는 애들 실제로 만나보면 대부분 디게 겁 많은 찌질이들이에요.”

“그런 것 같긴 한데… 기왕 왔으니 잠깐 교육 좀 시켜야겠어요.”

다정한(?) 대화와 사람들의 성원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PC방에서 나온 나는 대일…하여간 ‘공공의 적’이 확실한 놈을 끌고는 올라올 때와 달리 엘리베이터에 탔다.

나는 놈이 보지 못하게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한 다음 몽몽을 엘리베이터 계기판에 댔다.

비록 다들 날 이해해 주는 것 같긴 했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를 신고에 대비해서……

<숫자 판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작동시키고 실제로는 위로 올라가는 거… 가능하냐?>

[예. 가능합니다.]

역시나 기계의 제왕, 마이 프레셔스~(?) 몽몽!

PC방에서 나온 후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나는 대일본 어쩌구하는 닉네임을 즐겨 사용하는 놈과 함께 건물의 옥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함께라고 하지만 결국 녀석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온 거지만…

하여간 나는 녀석의 막았던 혈을 풀어 주고 앉혀 놓은 다음 물었다.

“…일단, 아이딘지 닉네임인지부터 왜 그 모양이냐?”

녀석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혈을 푸는데 실수했을 리도 없고……

“진심이냐? 장난이냐?”

다시 물었지만 역시 대답이 없었다.

나는 녀석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스산한 겨울바람이 스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하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말야… 뭐 물어보는데 생까고 있는 거!”

열 받은 나는 다시 등에서 정글도를 꺼내 들었고, 문득 고개를 든 녀석은 자지러지듯 놀라며 뒤로 주저앉았다.

사실… 내가 무슨 깡패도 아니고 정글도를 들고 온 건 ‘출동’이라는 상황에서의 습관적인 챙김이었을 뿐, 민간인에게 휘두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다.

기껏해야 정글도로 시멘트 바닥을 찍어 파란 불꽃이 튀게 하는, 그런 정도의 다소 유치한 연출을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어째 그럴 필요까지도 없을 것 같았다.

“잘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녀석은 넙죽 엎드려 연신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고 울음 반 하소연 반인 목소리에서 나름대로 반성의 기미가 느껴지기도 했으나…

역시 사내자식이 남에게 대뜸 엎드려 비는 꼬라지는 그 자체가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

어쨌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변호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줘 패는 건 도리가 아닐 것 같아서(나도 이미 뭔가 어긋난 것 같지만…) 얼마간 녀석의 변명을 들어보았는데…

뜻밖에 말은 또 곧잘 했다.

거슬리는 대일본 어쩌구하는 닉네임도 실제로는 사람들을 일부로 자극하여 애국심을 조장하기 위해서라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를 펼 정도였고 말이다.

“별로 그런 것 같진 않다만… 어쨌든 막상 만나보니 어느 정도 멀쩡한 놈 같아 보인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 근데 대체 왜……”

“죄송해요. 현피까지 뜰지는 몰랐는데……”

“현피 뜰 줄 알았으면 안 했다는 거냐? 역시… 그게 너 같은 놈들의 근본적인 문제로군.”

나는 더 이상 길게 말을 섞기도 싫어져서 녀석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박게 했다. 그리고 녀석의 바로 옆에 내 정글도를 내려놓았다.

“니가 부당한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혹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열 받아서 못 참겠다 싶으면 그거 들고 덤벼봐. 혹시 아니? 니가 이길지?”

나는 그렇게 선언한 후 녀석과 정글도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앉았다. 곧 바로 정글도를 들고 덤벼들 정도의 깡이라도 있었으면 조금 달리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녀석은 내가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까지 감아 버렸음에도 그런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충분히 반성했으면 얘기해라.”

“예?”

“스스로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면 일어서라구.”

“예, 예!”

…그로부터 3분 정도 후.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져서 눈을 떠보니 녀석이 손을 짚고 요령을 피우다가 화들짝 놀라 다시 뒷짐을 졌다. 다시 3분쯤 후… 눈을 떠보니 녀석은 땀을 비오듯 흘리며 비틀대고 있었다.

“…저, 저어……”

녀석이 엉거주춤 손을 짚고 머리까지 바닥에서 뗀 것은 다시 채 3분이 안 지나서였다. 나는 녀석이 게시판에 쓴 무뇌, 무싸가지 글들을 떠올리며 지긋이 노려봐 주었다.

“더, 더 하겠습니다!”

화들짝 놀라 다시 머리를 박고… 그리고 또 얼마가 지났을까. 머리를 들었다가 다시 박기를 세 번 정도 더 했을 때, 드디어 녀석이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키며 정글도를 집어들었다.

“이… 이 씨팍 시끼~!”

그렇게 입을 열더니 이어서 X같은 Dog Baby~! XXX……. 하여간 꽤나 다양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훗~! 발음이 안 되니까 인터넷에서 같은 욕은 못하고… 결국 고전적인 욕뿐이네?”

“닥쳐! 주, 죽여 버릴테닷!”

녀석은 나름대로 이를 악물고 외쳤지만, 나는 매우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너에겐 그런 용기가 필요했던 거야. 그래… 오늘 내가 너에게 깨닫게 하고 싶었던 건 현실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인터넷에서의 거짓되고 비열한 모습이 아닌… 그런 당당한 모습을 찾으라는 거였어.”

나의 진실하고 뜨거운 음성과 시선에 녀석은 사나이들끼리 통하는 뭔가를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았지만, 하여간 조금 흔들리는 표정이었다.

“이, 이제와서 그런 개소리를 해도……”

“훗-! 나도 그냥… 해 본 소리야!”

그냥…까지 말했을 때 공공보법으로 초고속 접근. 손목을 비틀어 다시 정글도를 빼앗음과 동시에 ‘해 본 소리야’라고 말할 때쯤엔 이미 옆구리에 팔꿈치 공격 한 방!

“내가 무슨 열혈 소년 만화의 주인공도 아닌데 생전 첨 보는 널 선도씩이나 하겠니. 난 그저… 빡 돌면 뵈는 게 없는 놈일 뿐이란다.”

나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아 있는 녀석을… 다년간의 심도 깊은 노하우가 담긴 구타를 실행하여 자근자근 밟아 주기 시작했다.

다시 대략 40분 정도가 지난 후. 일을(?) 마친 나는 담배 한 가치에 불을 붙여 길게 뿜어내며 옆을 돌아보았다. 녀석은 매우 애초로운(?) 자세로 앉아 흑흑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자식, 울기는……”

말하고 보니, 녀석이 여자일 경우 ‘너 처음이구나? 걱정마! 오빠가 다 책임질게!’ 같은 고전 대사가 이어져도 어울릴 듯한 분위기랄까…? 음, 암튼……

“내일 밤까지 게시판마다 사과문 올리는 거 잊지마라.”

“예. 아니 오늘 당장이라도… 흑~!”

“쓰읍~ 사내자식이 자꾸 계집애처럼 굴래?”

“죄, 죄송합니다.”

“오늘 일… 경찰 같은 곳에 알려봤자 소용이 없어.” 전형적인 범죄자의 말투…? 아니… 해킹에 폭행범이니 범죄자가 맞긴 맞구나. 까짓~ 기왕 범죄자 된 거……

“사실 난… 어떤 ‘특수한 조직’에 속해있다. 넌 앞으로도 정말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보스(나)가 몇 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하다가 너 같은 놈들 때문에 빡 돌아 버렸거든. 우리 조직에는 막강한 전투력의 요원(이것두 나) 아주 엄청난 능력의 해커들(몽몽, 요정몽)도 있어서……”

으- 내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무지 민망하다. 개그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조직 소개 같기도 하고… 하여간 이 놈의 유치한 애드립 버릇은 좀 고쳐야 하는 데……

“…오늘 네가 간단히 추적 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겠지? ##대학교 1학년, 전·완·섭!”

어쨌든 내친 김이라 녀석의 실명과 학교까지 언급해 버렸고, 비로소 녀석은 새삼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녀석을 뒤로하고 돌아서서 옥상 난간으로 향했고, 주변에 이쪽으로 향한 시선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옆 건물 옥상으로 몸을 날려 버렸다. 마무리로 ‘경찰에 알려 봤자 소용없는 특수조직의 요원(이라기 보다는 슈퍼군발?)’이라는 점을 직접 확인시켜 준 것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은발 소년 몽몽이 불만스런 표정(은발에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웬지 그런 분위기)으로 입을 열었다.

[ 주인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고 믿는 상황하에서의 인간’은 본래 인간 스스로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과도한 폭력성과 잔인성, 비도덕성 등의 일탈적 행동을 보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 양상이 두드러지는 인간들이 있다해서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극히 비효율적이며…… ]

< 에구, 안다. 알아, 몽몽! 오늘 내가 좀 오버했다는 거! 하지만 그 XX가 멋대로 찌부려 놓은 글들은… 으으~ 생각하니까 또 열 받는다. 가서 또 패고 올까 보다! >

[ 주인님! ]

< 훗-! 농담이야, 몽몽. 사실 힘없는 자를 패는 건 사내가 할 짓도 아니었고… 나도 지금은 반성하고 있어. >

[ 아까는 좀 무서웠지만… 전 주인님의 심정을 이해해요. 인간들 중에는 주인님과 달리 정말 이상한 자들도 많은 것 같아요. ]

< 이해해 주는 건 고맙다만… 요정 몸 넌, 내 흉내를 내선 안돼. >

[ 그야 전 인간이 아니니까…… ]

< 아니, 뭐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음, 하여간 난 그리 모범적인 인간이 못되니까, 날 보고 배우면 곤란해. >

쯧-!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애들 교육에 안 좋은 행동이었나?

< 흠, 으음… 음, 그리고 이건 아까 그 녀석과 말하다가 즉흥적으로 생각난 거지만… 앞으로 우리, 네트워크 상에 뭔가 특별한 세력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

[ 어머~? ‘특별한 세력’이요? 그게 뭔대요? ]

< 아직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건 없어, 요정 몽. 하지만… 현 시대는 앞으로 점점 더 인터넷이 현실 못지 않게 커다란… 또 다른 세계로 발달 할 거라고 생각해. 그 세계의 정보를 수집해서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 세계의 주민을 끌어들인 세력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너희들의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은 물론 최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주제를 놓고 머리를 굴리며 행동하게 되면 너희들이 놓친 뭔가를 잡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이건… 아까 몽몽이 말한 ‘확장체제’의 응용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지. >

[ 으웅-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재미있을 거 같아요! ]

요정 몽은 신이 난 듯 생글거리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는 것 같았고 우리의 몽몽 선생께서도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발상자체는 옮은 방향의 판단이라고 여겨집니다. 다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

< 그야, 인간들 다루는 게 쉬울 리야 없겠지. >

[ 네티즌들은 즉흥적인 경향이 강하며 현실보다 이합집산이 빠르고 이기적입니다. 예를 들어 대교님의 카페처럼 팬클럽 같은 경우도 회원 수는 수천에 이르지만, 실제로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는 회원은 수명에서 수십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

< 뭐… 여러모로 연구를 해 봐야겠지. 우선 참고삼을 만한 사이트… 다른 곳보다 사람이 많이 모여서 정보 수집이나 여론 형성에 유리한 곳을 뽑아 볼래? >

[ 알겠습니다. 우선…… ]

난 몽몽이, 혹은 요정 몽이 추천하는 사이트들을 차례대로 들어가 보기 시작했는데… 그런 사이트들은 내 예상보다 훨씬 엄청난 규모와 사용자 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단기간에 전부 살펴보는 무리일 것 같아서 결국 가장 활성화되었다는 곳들의 분위기만 대충 살펴보았지만, 그래도 불과 네 군데 사이트를 돌아보았을 때 이미 창 밖이 훤히 밝아 오고 있었다.

< 으- 이거 생각보다… 게다가 각 사이트 분위기에 적응하는 거 자체도 만만치 안겠는걸? >

갑자기 너무 낯설고 방대한 세계를 만나다보니 그냥 계속 몽몽 남매 시켜서 정보 수집이나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나이 진유준, 일단 뽑은 칼을 어영부영 갈기만 하다가 도로 넣을 수는 없지.

< 우선… 이 디지털 카메라 전문 사이트처럼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연구해 봐야겠다. 디지털 카메라 관련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어떻게 이 정도로 커다란 여론 형성의 공간으로 성장한 건지…… >

[ 그에 대해 분석한 자료가 사이트 자체에도 있습니다. ]

< 그건… 눈 좀 붙이고 나서 봐야겠다. 훗-! 주침야활(晝寢夜活)만은 벌써 그들과 같아진 거라고 할 수 있으려나? >

나는 침대로 가서 누운 채 조금 전까지 본 사이트들을 떠올려 보았다. 처음엔 대일본… 어쩌구하는 놈만큼이나 무뇌싸가지들이 득실거리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더 많은, 그렇지 않은 이들이 올려놓은 기발한 글과 사진들은 내게 상당히 긍정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겨 놓았다. 일견 난잡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같지만 그 뜬금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 잘만 적응하면 꽤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 저어- 그런데, 주인님. ]

< 왜, 요정 몽. >

[ 아까 말인데요. 대교님 사진이나 정보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오래 보고 계셨던 거예요? ]

< …영화나 연예 사이트에서 말이지? 그건… 영화 배우 누가 살이 빠졌네 어쨌네 하는 기사에 ‘## 미스테리’라는 거창한 제목을 붙이는 식의… 그런 우습지도 않은 기사들도 그렇고… 인기스타들의 일이라면 마구 말을 만들어서 퍼트리는데 혈안이 된 자들을 보니… 음, 어쩐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말야. >

[ 과연… 주인님도 이젠 인기 스타의 연인이니까 말이죠? ]

< 아직은 자칭이긴 하지만… 어쨌든, 에효~ 내가 너무 시시콜콜 신경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난 보디가드 지망이지 매니져가 아니고… 대교도 어린애가 아닌데 말야. >

[ 후후~ 그야 주인님이 그만큼 대교님을 사랑하시니까 그렇죠. ]

< 요정 몽. >

[ 예. ]

< 그런 말 노골적으로 좀 하지 마라. >

[ 헤에- 쑥쓰러워 하신다. ]

< 쓰읍~ 하여간, 나 이제 잘 거다. >

나는 더 이상 요정 몽이 뭐라고 지껄이건 무시하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피곤했던 탓에 빠르게 졸음이 밀려오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문득 나중에 우리나라와 중국의 언론을 장식하게 될 지도 모를(?) 기사들의 타이틀을 떠올리고 말았다.

‘홍콩의 요정, 한국의 별 볼일 없는 백수와 스캔들!’

‘주가혜 인기 급상승의 제동! 원인은 비쥬얼 딸리는 한국 연인!’

‘진정한 사랑인가, 동정인가!’

‘한국 남자… 돈 많아?’

으~ 정말이지, 매스컴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홍수 시대의 대교에게는… 아니 나 자신에게도 ‘잠정적인 적’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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