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75화 : 고요의 념력자(念力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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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75화 : 고요의 념력자(念力者). (2)


2. 고요의 념력자(念力者). (2)

나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을 고개를 저어 털어내야 했다.

제, 젠장, 방정맞은 생각을 떠올렸네. 저 두 녀석 다 쉽게 죽어 줄 녀석들이 아닌걸 알면서 말이야.

일견, 뒤로 쓰러져 누워 늘어져있는 부식의 인어 쪽만 치명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발등인지 발끝인지가 짓이겨진 건 둘째 치고, 명치에 정확히 가해진 공격은 그 어떤 생체강화 전사라도 간장(肝腸)이 파괴되어 회복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만약 부식의 인어가 CR들이나 뱀파이어급의 불사신에 가까운 몸이라고 해도, 이쯤에서 처키가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를 하려고 했을 때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일 경우, 최소한 ‘승부 끝’ 개념은 성립되는 거지. 근데・・・ 처키 녀석 상태도 좀, 심상치가 않군.

“끄으으으~”

처키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흘러나오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괴수섬에서 변태 사냥꾼들의 총에 가슴을 맞았을 때나, 오늘 부식의 인어에게 몇 번 공격받았을 때도 아픈 티를 내지 않았던 녀석이 지금은 자신의 왼쪽 다리를 부여잡고 신음하며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처키의 발끝이 부식의 인어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순간에 그 다리는 부식의 인어의 두 손바닥에 잡혀 있었고, 그때 양손에서 동시에 암경이 가해진 것이 틀림없었다.

두 손바닥 사이에 일어난 공진 효과로 증폭된 암경은 처키의 다리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부를 아예 분쇄……………

「주인님!」

요몽이 안타깝게 날 부른 건, 당연히 빨리 우리가 직접 나서거나 다른 CR들을 보내서 처키의 부상을 돌봐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가부좌를 풀고 일어설까 말까하는 어정쩡한 자세에서 더 움직이지 않았고, CR들에게 별다른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부식의 인어가 나름의 권법을 쓰는 건 확실히 예상 밖이었고, 처키가 한술 더 떠서 부식의 인어보다도 다양한 권각법을 선보인 건 더욱 놀라웠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개가 뜻밖이었다는 것뿐이야. 소위 ‘초인’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부식의 인어가 애매한 권법이 전부일 리가 없잖아? 물론 우리 쪽 처키도…..

「주인님! 저것 좀 보세요! 어쩜 좋아!」

요몽이 비명을 외친 건 처키가 자신의 부상당한 다리 쪽 바지를 쭈욱 찢어서 상처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상처라기보다는 허벅지 아래의 다리 전체가 시커멓게 변색된, 아니, 아예 썩어 금방이라도 전체가 문드러져버릴 것 같은 상태?

내 시선은 반사적으로 부식의 인어 쪽으로 옮겨졌고, 특히 처키의 다리를 공격했던 두 손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저건 뭐지? 피부가 벗겨지기라도. 아니, 그게 아니라 두 손에 얇은 고무장갑 같은 걸 끼고 있었는데, 그게 찢겨져 너덜거리고 있는 건가?

생명체를 썩게 만든다는 소위 ‘부식’ 능력을 차단하고 있던 투명장갑이, 격전 중에 찢겨지며 드디어 그 힘이 처키에게 가해진 것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부식의 힘이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처키의 몸까지 썩게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익!”

처키는 어느 사이 날아와서 자신의 손에 들려진, 자신의 칼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짧은 시간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고통이 심한 것 같은데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 같았다.

‘처키로서는 거의 처음 겪어보는 육체적 고통. 그런데도… 기특하네요.’

레인의 텔레파시에는 자신의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처키를 대견해하는 의식이 여실히 담겨있었다. 물론 처키를 걱정하는 마음도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처키를 도우러 갈 생각도 없다는 것까지 느껴졌다.

제기랄! 가지 않는, 아니 못가고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처키 저 녀석, 어쩌자고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거야? ‘처키는 말입니다. 항상 저런 싸움을 꿈꿔왔습니다. 암살로 상대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서로의 기량을 겨루는 싸움을 말입니다. 언제인가 지금과 같은 몸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건지, 그저 막연한 꿈이었는지까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처키는 항상 많은 무술 데이터를 보고 연습 하곤 했었지요.’

…오늘 저 녀석 하는 걸 보니, 그랬을 거 같긴 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많이 다른 양상이 될 거 같지 않냐?’

‘아마도 그렇겠지요.’

나와 레인의 예상대로 부식의 인어로부터 수상한 뭔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부식의 인어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누워서 눈도 뜨지 않고 있었지만, 처키는 그로부터 주춤 물러났다.

언제부터인가 부식의 인어 가슴과 복부의 경계, 처키에게 공격받은 명치 부위를 중심으로 스멀스멀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아, 아냐.

안개라기보다는 액체와 고운 가루의 중간쯤 되는 어떤 물질…? 그런 것이 뒤덮고 있어. 점차 빠르게 뭉클뭉클 밀려나오며 전신으로 번져갔는데, 아직 뭔지 알 수 없으면서도 왠지 섬뜩해.

“그거 알아요?”

부식의 인어였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입만 열어서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플라스틱도, 썩게 하는, 분해하는, 먹어, 치우는, 그런 아이들이 있다는 거.”

뭐? 썩게 하고 ‘먹어치운다’고? 그리고 ‘아이들’?

놀란 내가 처키를 돌아보았을 때, 처키도 자신의 부상당한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부식의 인어 몸을 뒤덮고 있는 검고 고운 가루들보다는 현저히 적은 양이었지만, 분명 같은 물질인 것 같은 것이 조금씩 처키의 다리 위쪽으로 스멀스멀 기어오르듯 번져갔다.

“미안, 해요. 이젠, 나도 멈출 수가 없어요.”

부식의 인어가 슬픈 목소리로 말하며 눈을 떴다.

“칫! 장소를 옮겨야겠네.”

처키가 투덜거리듯 중얼거리자, 서서히 몸을 일으키던 부식의 인어가 오히려 조금 놀라는 것 같았다.

“인어 누나. 도망가는 거 아니니까, 따라와요.”

말을 마친 처키는 한발 만으로 몸을 날렸다. 분명 이를 악물고 힘겨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녀석은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발로 저렇게 빠르게…… 윽. 근데 그러는 동안에 처키의 썩어가는 다리가 아예 부서져 버린다. 제길!

이미 거의 부식되어서, 뛰는 충격에 부서져버린 것인지, 처키 스스로 떼어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바위 지역을 벗어나서 아예 바다로 뛰어드는 처키에게는 하나의 다리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아무리 처키 본인이 원했던 싸움이고, 현재 상황에서 부식의 기운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쪽 다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지만, 어린 녀석의 저런 비주얼을 보는 건 좀… 응? 뭐, 뭐야?

「어머?」

“아!”

요몽과 대교도 놀라는 것 같았다. 우리 모두가 섬 위의 싸움에 집중하는 사이, 섬의 해변가에 소리 없는 이변(?)이 준비되었던 것이다. 처키 저 녀석, 싸움이 시작되고 나서도 계속 저것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던 건가? 저, 바다의 쓰레기, 플라스틱들을 말이야. 이건 마치 바다가 장마철의 도심 하수구를 보는 것 같을 정도가 되어버렸잖아!

모두를 어이없게 만들 정도로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물결에 흔들리며 둥둥 떠 있다가, 곧 강력한 자석에 이끌리듯 처키에게 몰려들며 자기들끼리도 달라붙어 뭉치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처키는 처음부터 그리 먼 바다까지 나간 건 아니어서 오래지않아 발이 닿는 해변으로 돌아오고 있었으며, 천천히 몸을 수면 밖으로 드러낸 녀석의 다리는 양쪽 모두 건재했다.

플라스틱 조각들을 이용해서 이렇게 빨리 복구해 버린 건가? 다른 CR아이들도 각성으로 회복력이 좋아졌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저 처키가 최강일 것 같네, 그려.

“하핫~! 봤죠, 인어 누나! 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처키는 다리 부활과 함께 고통도 사라져버린 듯 밝고 활기찬 목소리를 냈다. 부식의 인어도 회복이 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지만, 몸을 뒤덮고 있는 미세한 가루 같은 물질은 여전한 상태였다.

“뭐해요, 인어 누나! 2차전은 여기 시원한 바다에서 해요, 우리!”

처키는 마치 함께 물장난이라도 치고 놀자는 분위기로 다시 시비를 걸었다. 그런 처키를 보며 부식의 인어는 낮게 한숨지었다.

“바다로 돌아가는 건 아직 이른데…………….”

섬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 성능이 정말 죽이네. 저렇게 작은 혼잣말까지 들리는 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바다로 ‘돌아가는’이라고? 이거 의미심장한 말인 걸?

처키 주변의 바다 수면위로 온통 플라스틱 덩어리들이 떠있는 상황이라, 얼핏 자신에게 유리한 장소로 상대를 부르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처키는 플라스틱들을 섬 위로 끌어오지도 못했고, 지금도 플라스틱들을 호위병처럼 포진한 곳에서 나오지

않으려함으로서, 플라스틱을 먼 거리까지 자유롭게 원격조종하는 능력까지는 없음을 자인한 거야. 그 반면, 부식의 인어가 지금 왜 바다에 들어가는

걸 꺼리는 건지 몰라도, 녀석의 코드명에는 아예 ‘인어’라는 호칭이 포함되어 있어. 조금전에 발언도 그렇고, 수중에 특화된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거야.

그렇게 내가 보기엔 2차전 장소가 처키에게 오히려 불리했다. 그럼에도 부식의 인어는 얼마간을 더 망설인 끝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라라라~

바람에 실려 가듯, 혹은 수중에서 물결에 몸을 맡기고 떠가는 것처럼 부식의 인어가 처키와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사륵사륵~

부식의 인어가 입고 있는 옷이며 발의 신발까지 불탄 종이처럼 부서지며 흐트러졌다. 상처회복과정에서 흘러나온 저 액체인지 기체인지 모를 것들이 인어의 육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부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

「옴마나?!」

대교가 먼저 재빨리 고개를 돌렸고, 요몽도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옴마나! 옴마나?」

훗. 요몽 녀석, 손가락 사이로 볼 거 다보고 있구먼. 하지만, 이거 참. 볼게… 없네?

사실 나야말로 남자 거(?) 보기 싫어서 눈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직접 싸우는 중이 아니라도, 적으로부터 눈을 뗄 수는 없기에 하는 수 없이 시선을 고정했다.

근데 이거 뭐야? 저 알 수 없는 뭔가가 연기처럼 전신을 감싸고 있다고는 해도, 옷처럼 확실하게 감추어질 정도는 아니야. 그래서 거의 다 보이는 저 몸에는 성별을 알 수 있는 아무것도 없어. 이거, 처키보다 더 인형같은 인간일세?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모두를 당혹하게 한 부식의 인어는 드디어 처키 부근의 바닷속으로 입수하고 있었다. 처키는 허벅지 정도 깊이의 물가에 서있었지만, 부식의 인어는 그보다 깊어 가슴까지 잠기는 위치였다. 그녀인지 그 놈인지 모를 인어는 고개를 갸웃하며 처키에게 물었다.

“왜, 그러지요?”

“아, 인어 누나 혼자 그러고 있으면 더 창피할거 같아서요.”

“훗. 고맙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그 차림이 더 잘 어울려요.”

“헤헤 그런가요?”

처키는 자신도 부식의 인어처럼 나신이 되려고 했는지, 바지 멜빵부터 풀었었지만, 상대의 말에 따라 다시 주섬주섬 본래의 스타일로 돌아왔다. “인어 누나는 어쩐지 물속에서 더 강할 거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계속 많은 플라스틱을 써도 이해해줘요.”

처키가 주변 수면위의 플라스틱 덩어리들을 돌아보며 말하자, 부식의 인어는 물에 젖어 한층 더 요염해 보이는 얼굴로 웃었다.

“후후. 현명한 판단이에요. 전 본래 바다가 고향이에요. 나의 아이들이 아직 준비가 되지 못해서 돌아오지 못했지만… 아, 당신 형제들 중에 바다 친구들도 있죠? 그들에게 가급적 멀리 피해있으라고 해줘요. 내 아이들, 아직은 모든 것을 분해하고 먹는 아이들이 적어도 이십분 정도는 해류를 타고 돌아다닐 테니까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부식의 인어씨, 자신의 몸에서 나오고 있는 미지의 바이러스인지 뭔지 모를 미생물들의 활동 가능 시간을 막 알려줘 버리는군.

“어, 그래요? 음. 하지만 아쿠아린 형제와 세이렌 자매는 걱정 마세요. 무엇보다, 인어 누나의 그 ‘아이들’은 내 플라스틱 먹기도 바쁠걸요? 인간들이 바다에 함부로 버린 플라스틱은 정말이지 아주 많아요. 난 아직 그리 빠르진 못해도 상당히 먼 거리의 플라스틱까지 지속적으로 불러 모을 수 있어요. 물론 이것도 이번에 새로운 몸이 되어서 가능해진 거지만요.”

“흐응~ 그런, 가요?”

“그럼요. 게다가 플라스틱은 정말이지 종류가 많아요. 색도 가지각색, 얼마나 예쁘다고요! 물론 인공적인 색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실 알고 보면 플라스틱도 결국 자연에서 온…………….”

처키는 왠지 흥분해서 신나게 자신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예찬론을 펼쳐댔다. 그런 처키를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듯이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 부식의 인어는, 갈수록 더 고혹적인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요몽. 중계방송 꺼라.

「예? 진짜요? 왜요?」

-아니, 그냥. 왠지 더 못 보겠다. 넌 따로 보던지 말던지, 하여간 나한테 중계하는 건 그만둬.

결국 허공의 모니터가 사라지고, 나는 공연한 헛웃음과 함께 대교를 돌아보았다. 대교는 부식의 인어가 스트립쇼(?)하는 순간에 고개 돌린 자세 그대로였다가, 이제야 문득 자세를 바로 했다.

-아. 뭔가 결말이 난건가요?

-아니, 그냥 내가 좀 힘들어져서, 그만 보기로 했어.

-으음. 아, 예에.

대교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살짝 얼굴을 붉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조금 핀트가 어긋난 오해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젠장. 쌈구경을 하다가 이렇게 애매한 이유로 포기하긴 또 처음인거 같네. 분명 나름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 조합의 대결인데, 갈수록 뭔노무 분위기가… 으~ 모르겠다. 쟤네들 싸움인지 뭔지는 나중에 결과나 듣는 거로 하자.

‘레인! 혹시 들리냐? 이 나의 마음의 소리!’

‘하핫! 이거야 원’

‘어, 들렸냐? 그런 거냐?’

‘예. 그렇습니다. 당신께서는 정말이지 못 말릴 분이로군요. 이젠 텔레파시 능력까지 생기신 것입니까? 저희들과 같은 돌연변이도 아니면서?” “아니. 난 그 정도는 아니야. 주변에 자꾸 텔레파시 능력자들이 나타나서, 그걸로 말을 걸어오고, 그러다 보니 요령이 생겨 버렸나봐. 아까 환영의 천사와 마음의 대화 할 때의 감각은 이미 흐릿해져서,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해도 감이 안 오는데, 조금 전에 대화했던 너에게는 뭔가 느낌이 있어서 해봤는데, 되네?’

이건 아무래도 레인이 나와의 대화 의지가 있어서 ‘주파수를 바꾸지 않은’, 뭐 그런 요건 때문인 것 같지만, 암튼.

‘넌 이제 진짜로 텔레파시 능력자가 되었으면서 이 정도가지고 뭘 그래, 임마!’

“핫! 제가 잠시 잊고 있었군요. 진유준님의 그 무서운 적응력을 말입니다.”

‘그, 뭐. 그 얘긴 됐고, 여하튼, 난 원래 니가 오는 대로 CR들 지휘권 돌려 줄 생각이었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니가 알아서 남은 에레보스들 해결해라. 아참. 고요의 저격수 놈만 빼고!’

레인은 잠시 뭔가 생각해 보는 듯, 바로 대답해 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며 덧붙였다.

‘아, 그래도 우리 이동 지원해 줄 애들은 있어야겠지? 걔들한테 흑해1호에 가서 내 물건 하나도 좀 가져오게 해야겠네.’

‘후후, 알겠습니다. 두 분의 이동 지원으로 세이렌 자매를 쓰시는 걸로 하죠. 다른 모든 저의 형제들은 이제부터 다시 저의 지휘하에 대 에레보스 전을 펼치겠습니다. 작전에 있어 하실 말씀은?’

‘뭐. 딱히. 넌 본래 니가 다 알아서 잘하는 녀석이잖아.’

과찬의 말씀입니다. 어쨌든 나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사실, ‘가급적 상대를 죽이지 말라던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하지만 역시 녀석을 그냥 믿고 싶어서, 나는 그 정도로 대충 지휘권을 넘기고 정글도를 어깨에 걸쳤다.

-요몽. 원판에게 연락해 둬. 이제부터 남은 섬 모두 동시에 중계방송 해야 할 거라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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