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38화
이드의 옆에 앉아있던 타키난이 장난스레 이드에게 물어왔다.
“타키난~ 너 조용히 안 할래?”
타키난의 장난스런 물음은 옆에서 들리는 가이스의 살벌한 목소리에 꺾여져 버렸다. 그러나 타키난 만큼이나 장난스러운 사람이 이드 옆에 한 명 더 있었다.
“이드, 넌 여복도 많다. 잘 때는 가이스가 꼭 끌어안고 자고 아침에는 다시 아름다운 소녀의 나신까지….”
“지아, 진짜냐? 가이스가 이 녀석을 끌어안고 잤다고?”
“음~ 맞아 누나한테 그런 버릇이 있었어……. 그런데 그 버릇 없어서 고쳤을 텐데….”
“너희들~ 조용히 하고 밥이나 먹었으면 하는데~”
일행들이 앉은 식탁 주위로 스산한 살기가 퍼져나가자 헛소리를 해대던 일행들의 머리 뒤로 커다란 땀방울이 매달렸다.
“음~ 이거 맛있는데….”
“맞아 이 빵도 부드럽고…..”
“타키난…… 거기 소스 넘쳐요.”
이드가 엄청나게 매운 소스를 스프에 쏟아 붇고 있는 타키난에게 정중히 말해 주었다.
“하…..^^; 내가 매운 걸 좋아하거든….. 신경 쓰지마.”
그렇게 약간은 소란스러운 아침식사가 끝나고 일행은 다시 수도를 향해 말을 몰아갔다. 떠날 때 어느 정도의 식량 역시 미리 챙겼다. 이 을을 벗어나면 약 2틀간은 마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출발한다.”
벨레포의 말에 따라 제일 앞 열의 용병들이 말을 몰았다. 잠시 차이를 두고 다른 사람들 역시 말을 몰아갔다. 마차를 호위하는 대열은 전날과 똑같은지라 이드는 오늘도 어제 보았던 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야. 이드, 너 공녀님의 샤워 장면을 정면에서 목격했다며?”
“어떻데….?”
“하~ 몰라요. 나도 정신 없어서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이드가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그 말은 전혀 아니었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아마 거의 정확하게 생각나리라……@.@→ㅡㅠㅡ…주르륵…. 헉, 피가……
“그… 그러냐? 그럼 그런 거지 ….. 왠 소리를 지르고. 험….”
세 사람은 이드의 싸늘한 눈길에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 저 메이라라는 분이 마법을 잘하신다고요?”
“호~ 역시 몸매를 보고 관심……..이 아니라, 그래 내가 들은 바로는 마법도 꽤 잘하신다고 들었어.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건 왜?”
“아니 제가 그렇게 들어갔는데 급하면 마법이라도 쓸 것이지…. 비명이나 지르고… 뭐 비명도 상당한 타격이 됐지만…..”
“큭~ 임마 어떤 여자가 샤워하는데 들어와서 자신의 몸을 보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겠냐? 우선 비명부터 지르는 거지.”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그런 사람도 있는데……”
“뭐……. 그럼 너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소리잖아.”
“아니예요. 그냥 지나가다가 실수로…..”
이드가 급히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사실 이드가 말한 사람은 약빙이었다. 중원에 있을 때 그녀가 씻는 걸 모르고 그쪽으로 갔다가 이드의 기척을 알아차린 약빙이 곧바로 검을 뽑아 든 적이 있었다. 물론 이드란 걸 알고 검을 거두긴 했지만(역시 부럽다…) 그 메이라라는 여자처럼 비명만 지르고 있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오늘은 그렇게 덥진 않겠어……”
도트의 말대로 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낮잠 자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말을 타고 잘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도트, 수도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뭐…. 지금 이 속도로 급할 것도 없으니 천천히 간다면 아마…… 15일? 그 정도 걸릴 거야.”
“15일이라……. 지루하겠네요.”
“임마 그래야겠지, 그렇지 않게 되는 게 문제지…..”
“하~~”
그렇게 한숨을 발한 이드는 지루한지 시선을 먼 하늘로 던지고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말이 걸어가며 느껴지는 몸의 리듬감과 따뜻한 햇살, 싱그러운 바람…..
“얌마 일어나….. 말 위에서 낮잠 자는 인간은 또 처음 보네.”
옆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하는 도트의 음성에 이드는 눈을 떴다. 모든 사람들이 작은 언덕을 앞에 두고 있었다.
“하~ 나도 모르게 잠든 모양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팔을 휘두르면서 기지개를 켜는 이드였다.
“햐~ 넌 어떻게 말 위에서 그렇게 편하게 자냐? 참 신기하다…..”
“헤헤..”
그러는 사이 일행들은 말에서 내려 식사 준비를 했다. 이미 마을에서 나올 때 각자 저녁 때 먹을 것까지 도시락으로 지급을 받은지라 따로 뭘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이드 역시 같이 있던 병사 세 명과 같이 막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자신의 일행들에게로 다가갔다.
“같이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괜찮아요.”
“저는 봅입니다. 여기는 도트, 이쪽은 저그”
“반갑습니다.”
“저희야말로 전 타키난, 여기는 가이스, 지아, 나르노, 라일……….입니다.”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서로 정확히 인사도 없었기에 지금에서야 서로 인사를 했다.
“가이스 양은 마법사인가보죠?”
“예.”
“특이하네요. 보통 여성 마법사 용병은 잘 없던데….”
“잘 없는 거지 특이한 건 아니죠.”
“그것도 그렇네요.”
그렇게 서로 대화가 오갈 때 옆에 있던 나르노가 도트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저씨들 저기 벨레포 아저씨 부하들이라면서요?”
“…형이라 불러다오… 맞다. 벨레포님 밑에서 훈련받고 있지.”
“저분이 누군죠? 실력도 상당히 좋아 보이고 거기다 밑에 아저씨…. 형들 같은 부하들까지 있고.”
나르노의 반문에 다른 사람들도 궁금한지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르노의 질문에 도트가 말할까 말까 하는 표정을 짓는데 옆에 있던 저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