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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43화


“성함이 바크로씨라고 하셨죠?”

“예, 맞습니다.”

“어제 들었어요. 저는 지아라고 하고요, 이쪽은 가이스, 라프네, 그리고 이드 모두 용병이에요.”

“예, 알고 있습니다. 어제 그 친구한테서 들었거든요.”

바크로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스테이크를 한 조각 입안으로 들이밀어 넣었다.

“그런데 바크로씨는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신가요?”

“하하, 저야 뭐 별거 있나요. 그냥 백수죠…..”

그때 일행이 주문했던 음식을 가지고 오던 소녀가 맞장구쳤다.

“맞아요, 바크로 아저씨는 정말 백수라니까요. 여기서 좀 떨어진 숲에서 사시는데 가끔 약초 같은 걸 캐오셔서 약제상에 팔고는 여기 여관에서 이렇게 놀다 가신다니까요. 그런데요 얼마간은 완전히 여기서 살고 있다니까요….”

“타냐, 너 왜 그렇게 신랄하냐? 오기만 하면 너희 집 매상을 팍팍 올려주는 사람한테……”

“그래도 맞는 말이잖아요.”

“쳇”

“숲에서 사신다면 검 실력이 꽤 있으시겠네요.”

지아가 재미 삼아 물었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검은 무슨…… 나는 검을 안 써…..”

“그럴 리가요. 숲에서 사신다면 검 실력이 꽤 돼야 가능한데…… 제가 얼마간 숲에 있어봐서 안다구요.”

지아의 이상하다는 듯한 말에 바크로는 장난스럽게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때 자신 앞에 나온 야채 샐러드를 입에 넣고 있던 이드가 입을 열었다.

“아직 덜된 도사군….. 지아 저 아저씨 말 사실이야… 아마 검은 안 쓰고 팔과 다리를 사용할걸?”

“음?”

“뭐…….?”

“그거 라운 파이터를 말하는 거야?”

이드의 말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인물들이 각자 반응을 보였다.

지아 등은 이드의 말에 별로 흔하지 않은 라운 파이터라는 말에, 그리고 그 주인공인 바크로는 이드가 자신을 알아본 것에 대해서 말이다.

‘무위(無位)를 깨쳐 가는 사람인가? 기인이사(奇人理士)를 이런 곳에서 보네….’

“어린 사람이.. 어떻게 알았지…? 그렇게 특이해 보이지는 않는데……”

보크로가 사뭇 기이하다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뭐 제삼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엉큼한 눈길의 중년으로 보이겠지만 말이다.

“하~ 제가 검을 좀 쓸 줄 알거든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허리에 걸린 일라이져를 매만졌다.

그런 일라이져의 검신에서는 은은한 향이 살짝 흘러나왔다.

“내가 보기엔 어느 정도 실력은 돼도 날 알아볼 만큼은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군…”

보크로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가이스와 지아는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 너 검도 다룰 줄 알아?”

“검을 쓸 줄 알았니?”

“제가 …..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검을 쓸 줄 안다고….”

“그땐 그냥 흘려 들었지……”

사실 지아와 가이스는 이드의 말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보크로가 저렇게 말하자 의외였던 것이다.

원래가 라운 파이터라는 것이 흔하지 않은 만큼 실력 역시 대단하다.

원래 검을 쓴다면야 검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 있지만 라운 파이터는 그런 것이 전혀 없기에 여간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라운 파이터가 이드를 보고 검을 쓸 줄 안다고 말한 것이다.

이드가 차고 다니는 검을 단순한 호신용으로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의외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아저씨도 저에게 그런 말 할 정도로 수련이 쌓인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상당히 어려운 고비에 놓였나 보죠….”

이드가 슬쩍 흘리듯 말했다.

이드의 말에 자신이 라운 파이터라는 것을 알았어도 태연할 수 있었던 보크로의 얼굴이 굳어졌다.

“넌…. 뭐냐?”

보크로의 물음은 상당히 특이했다. 사람에게 누구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아닌 양…..

“이것 봐요. 전 어디까지나 사람이라구요. 사람에게 그런 말 쓰지 말아요…”

이드가 자신의 나이다운 투덜거림을 발하자 보크로가 몇 번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물어왔다.

“험험, 미안하군…. 그래 자네는 누구지?”

“누구긴요. 아까 소개했잖아요. 이드….. 상당히 기억력이 나쁘신가 봐요…”

이드가 헤헤거리며 말하자 보크로는 기가 막혔다.

“이봐 나는 심각하다고, 자넨 누구야?”

“음…..지금은 정령검사….. 뭐 나중에 되면 또 뭐가 추가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런 게 어디 있냐?’

바크로는 그렇게 속으로 말했다.

“정령검사라….그 정도로 내 실력을 알아보다니….내 실력이 형편없는 건가?”

그가 그렇게 말할 때 계단을 밟으며 다른 동료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여~ 잠보께서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네….”

“흥! 남 말하고 앉았네….. 자기나 잘 할 것이지…”

“뭐가 어때서 여기 벨레포 씨도 이제 일어나셨는데….”

타키난이 그렇게 말하며 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뒤쪽에서는 부스스한 머리의 벨레포가 헛기침을 하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험, 험, 잘 주무셨소…..”

그때 보크로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아니야….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약한 게 아니야….. 그럼…. 이쪽인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런 그의 손끝이 이드의 목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뭐야! 저 자식….”

“늦었어….. 제길…”

그 모습을 보고 급히 다가가려는 타키난과 그런 타키난을 향해 늦었다고 외친 라일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검을 뽑아 던지기 위해 손에 들었을 때였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이드는 전혀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손을 느끼지 못하는 듯이 자연스럽게, 마치 누군가가 불러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손을 피해 버렸다.

후~웅

손이 끝까지 뻗자 손을 따라 뒤늦게 공기가 파동쳤다.

그리고 보크로가 손을 거두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내 쪽이 아니라 저쪽이야…..”

아무것도 아닌 양 말하는 보크로의 말에 이드 옆에 있던 여성들과 막 달려오는 타키난과 라일은 기가 막혔다.

방금 한 사람의 목을 날려버릴 뻔하고 선 내뱉는 말이라는 것이 마치 혼자서 중얼거리는 듯한 말이라니…

“당신 누구야… 뭐 때문에 이드의 목을 노린 거지?”

타키난이 이드의 뒤에서 검을 들고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타키난의 그런 외침은 보크로에 의해 완전히 무시되었다.

“너라면 혹시 내 문제를 해결해 줄지도… 지나친 기대려나?”

보크로는 그렇게 이드에게 들릴 정도로 말한 후 몸에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낌새를 느낀 타키난과 라일은 그런 보크로를 보며 긴장하고는 자신들 역시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가이스와 지아 등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서 있었고 한쪽에 있던 소녀와 주인은 갑자기 변해버린 보크로의 분위기에 상당히 당황하는 한편 여관이 상할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미 식당으로 내려온 용병들이나 보크로, 가게 주인 등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데 정작 이 상황의 주된 원인 중 한 명인 이드는 아주 태평한 듯 보였다.

‘허장지세… 허무지도를 가진 사람이다. 쉽게 손을 쓸 만큼 성질이 못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지…’

이드는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믿고 편안하게 말을 꺼냈다.

“앉아요. 아저씨 앉아서 이야기나 하자구요.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보크로는 이드의 알고 있는 듯한 말투에 멈칫하고는 슬쩍 가게 한쪽에 있는 자신의 술친구인 주인과 그의 딸인 소녀를 보고는 몸에 움직이고 있던 마나를 거두곤 자리에 앉았다.

그가 의외로 간단하게 앉아 버리자 상황이 끝나버렸다.

그러나 타키난, 라일 등은 쉽게 그럴 수가 없었다. 방금 상대에게서 뿜어졌던 마나는 상당한 것이었다. 검이 없는 것으로 보아 상대는 라운 파이터… 그렇다면 검을 뽑는 것보다 빨리 이드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형들 앉아도 되요…”

“야…”

“그래도…”

“아… 괜찮다니까요. 앉아요.”

강력한 이드의 확신 어린 말에 타키난 등은 머뭇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타키난이 먼저 따지듯 말했다.

“이봐, 당신 도대체 뭐야?”

“죄송합니다. 제가 동료 분에게 한 짓은… 알아볼 것이 있어서…”

“죄송하다면 다예요?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구요.”

지아의 신경질적인 말에 보크로는 처음과 같이 거의 능글맞을 정도로 대답했다.

“뭐… 어찌했든 죽지 않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도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서 한 일이구요.”

“야~ 콜, 저 사람 너하고 먹는 것만 같은 게 아니고 저 태평함 역시 같은데… 혹시 너하고 형제 아니냐?”

“이… 자식이~~”

그때 마법사답게 가이스가 따져 물었다.

“그런데 이드를 노린 이유는 뭐죠? 목숨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당연! 난 누구 목숨에도 관심 없어. 단지 이 녀석… 이드에게서 알고 싶은 것이 있을 뿐이야.”

“…..뭐….. 이드가 무슨 보물 지도라도 가지고 있나?”

“헛소리 그만해…”

“뭐가 알고 싶은 건데요?”

“그만해요. 누나, 제가 알고 있거든요.”

“음…?”

이드의 말에 옆에 있던 타키난이 이드를 향해 물어왔다.

“뭔데…? 저 인간이 무턱대고 손질할 정도야?”

“뭐… 다른 사람에게 별거…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저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필요한 것, 갈망하는 그런 거죠. 아마… 형이나 여기 다른 아저씨들도 좋아할 만한 걸 거예요.”

이드의 말에 그런 게 있나 하고 각자 생각에 빠져 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뚜렷하게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돈, 이건 아니다. 이걸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으니까…

다음은 좋은 무기… 이것 역시 아니다. 아이들이나 평민들에게는 거의 무의미하다…

다음 여자… 당연히 빠진다. 위의 무기와 같은 경우에 여자들이 여잘 찾을 리 없으니까…

결과가 출력되지 않자 모두들 한결같이 입을 모아 물어왔다.

“그게 뭔데…?”

“무(武)… 형들 같이 검을 쓰고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그걸 향상시킬 기회가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앞에 있는 보크로 아저씨도 마찬가지지요. 특히 이 아저씨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지금 고비를 맞고 있는데 그 고비를 넘어갈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거죠. 거기다가 흔치 않는 라운 파이터… 그런 중에 나라는 실마리를 얻은 거죠. 뭐, 대충 본 저 아저씨 성격으로 보통 때라면 그냥 넘겼을지 몰라도 지금은 상당히 급했던 모양이에요.”

“…..뭐냐…. 그러니까 방금 그것도 너하고 붙어 보려고 그런 거란 말이잖아?”

“이거 미친놈일세… 어디 이드가 저보다 강해 보인다고…”

“어딜 봐서 애가 강해 보여?”

“처음부터 말로 했으면 됐잖아요…”

이드의 말에 각자 보크로를 향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많은 물음에 대답한 건 가이스의 물음에서였다.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그런 걸 함부로 말하진 않는다. 말한다면 그것은 소중하거나 가족인 사람 아니면 제자 정도? 그 외에는 자신이 아는 기술 등은 말해주지 않지… 그래서 이 녀석과 붙어 봄으로 해서 내게 부족한 것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던 것이고…”

그의 대답에 일행의 시선은 이제 이드에게로 향했다.

그리곤 이드를 아래위로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거의가 같은 것이었다.

“이것 봐요. 아저씨, 이드가 어딜 봐서 아저씨에게 뭔가를 가르쳐줄 것 같은 사람으로 보여요?”

“맞는 말이야. 저 몸으로 무슨… 그것도 라운 파이터라는 그렇게 많지도 않은 격투가들에게 조언해줄 정도?”

“에이… 설마 전혀 그런 낌새는 없다구요. 게다가 나이를 봐서도 절대 아니죠…”

“그럼그럼… 게다가 칼까지 차고 다닌다구… 게다가 어디를 봐도 저 칼은 호신용 정도로밖에는 볼 수 없다구…”

몇몇이 그렇게 떠들었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때 울려 퍼지는 한마디.

“당신들 선입견이 좀 있는 것 같군. 그럼 아까 내가 공격한 걸 자연스럽게 피한 건 뭐지? 그 정도 공격이라면 웬만한 사람은 피하지 못해.”

“……….”

보크로의 말에 일행은 할 말이 없는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저기 있는 인간이 한 말이 사실인지를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드… 저 사람이 말한 대로 저 사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니?”

“아까도 말했잖아요, 누나. 가능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이드였지만,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듯했다.

겉으로 봐선 도저히 흔치 않은 라인 파이터에게 충고할 정도로 실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은 것이다.

거기에는 타키난과 라일 등 소드 마스터 경지에 든 사람들은 더했다. 어딜 봐도 무술을 하는 사람 특유의 마나 기운이 느껴지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그 기운을 숨길 수도 있지만, 그 정도나 되려면 실력이 적어도 소드 마스터 중급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이드의 나이로 봐서는 그것은 불가능한 듯 보였다.

“우선 배고픈데 아침이나 마저 먹자구요.”

모두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에 가만히 있을 때 이드가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는 듯한 말을 해버렸다.

“맞아요. 대충 상황도 정리됐겠다. 남자들은 가서 씻어요.”

가이스가 이드의 말에 이어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그리고 가이스의 말에 용병들과 병사들 그리고 벨레포 씨는 씻기 위해 세면실로 향했고, 앉아있던 이드 등은 그 자리에서 테이블에 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인 등은 남자들이 씻으러 가면서 주문한 음식을 준비하려는 듯 바쁘게 움직였다.

이드와 보크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음식을 먹어가며 대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결혼하셨어요?”

이드가 그냥 흘려가듯 질문을 던졌다. 사실 보크로는 30대 정도로 보이고 있었기에 그런 질문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멈추더니 이어서 얼굴이 굳어 버리고,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그리고는 마치 본능인 양 주위를 한 번 휘둘러보는 것은 완전히 공포에 휩싸인 사람의 반응이었다.

그의 이어지는 반응을 보고 있던 가이스, 지아 등은 순간 황당함에 물들었다.

못 물을 걸 물은 것도 아니고 그냥 결혼했느냐고 물었는데 저런 반응이라니….

“아저씨? 괜찮으세요?”

“…응?…으..응.”

“결혼하셨냐니까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이드의 계속된 물음에 보크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나오는 듯한 말로 답했다.

“응. 결혼했지….”

“그래요? 그럼 미인이세요? 성격은요?”

이드는 보크로의 특이한 반응에 이렇게 물어왔다. 사실 사람이란 게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가는 게 사실 아닌가….

“그… 그래. 예쁘긴 하지. 엘프니까… 하지만…”

거기까지 대답한 그의 말에 이드들과 그때 다 씻고 들어오던 타키난 등의 서너 명의 용병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엘프… 그들과 인간의 결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절대로 흔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황당한 아저씨가 그런 말로만 듣던 케이스라니.

그러나 이어진 보크로의 말은 일행들을 더 황당하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다크 엘프라서 성격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한 번 떠는 보크로였다.

그의 말에 이드를 제외하고 그의 말을 들은 이들은 무언가 희귀한 것을 보듯 보크로를 바라보았다.

“다…크 엘프라니…”

다크 엘프… 보통의 엘프와는 달리 사나운 존재.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보통의 엘프와는 달리 어둠에 속해 있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엘프와 같다.

성격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들은 보통의 엘프처럼 차분하지 않다. 분노하고 복수하고 또한 전투 역시 하는 엘프들이다.

그래서 상당히 호전적이고 직선적이라 할 수 있다. 거기다 또한 소수이며 밖으로는 잘 나돌지 않는 듯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을 보는 것은 어쩌면 하이 엘프를 보는 것만큼이나, 아니면 더 힘들 수도 있다.

“정말이에요?”

그 말에 보크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 내가 그런 걸로 거짓말해서 뭐 하게… 내가 숲에서 사는 것도 채이나 때문이지…”

“하지만 난 지금까지 다크 엘프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게 가능한 거야?”

“가능해. 내가 알기로 오래전에도 누군가 다크 엘프와 결혼한 적이 있었다더라. 확실한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다크 엘프라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알고 있는데…”

지아의 물음에 보크로가 답했다.

“그거야 적이나 이방인에 한해서지. 같은 동족이라거나 특히 자신의 반려자에게나 자식에게는 절대 그런 일은 없어.”

“그런데 아까는 왜 그렇게 긴장하고… 하셨어요?”

가이스가 그렇게 물어왔다. 떨었냐고도 말하고 싶지만 별로 내키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그거?…. 이렇게 말하면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내 마누라가 꽤 무섭거든…”

그의 말에 일행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큭… 어떻게… 그 정도 실력이면 맞고 살 것 같지는 않은데… 상당히 잡혀 사는 공처가이신 모양이죠?”

타키난이 그렇게 말했으나 보크로는 그 말에 그렇게 크게 반응하지도 않았다.

“자네도… 나와 같은 상황이 되면 이해할 거야…”

“그런데 어떻게 여기 며칠이나 있는 거예요? 집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 같은데…”

“맞아… 아마 돌아가면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만큼 내겐 그 일이 중요한단 말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꼭 알아야겠다.”

그의 그런 반응에 몇 명이 웃긴 듯 뒤돌아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도대체 얼마나 잡혀 살면 저런 소리가 나올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불쌍하다, 아저씨….”

지아가 그렇게 말했고, 옆에 있는 이드는 약간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아의 말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보크로의 말에 동의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드 역시 약빙, 남궁체란 등과 같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시달린 것을 생각한다면… 보크로와는 다른 과보호의 시달림이었다.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밥 먹는 것에서 옷 입는 것, 거기다 움직이고 외출하는 것까지…

‘그 기분, 저와는 다르겠지만 조금은 알아요, 아저씨…’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테이블의 그릇들이 치워지고 각자의 앞으로 자기에게 맞는 차가 놓여졌다.

“그럼 이제 말해 주겠나? 내게 필요한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 내가 느끼고 있는 경지의 고비를 넘을 수 있는 단서이자 수단…”

보크로가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달리 차분하게 이드에게 물었다.

그의 물음에 한쪽 테이블에서 이제 막 식사를 마친(초고속이다.^^) 타키난, 칸 등 역시 그의 물음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 역시 소드 마스터였다. 이드의 말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이드가 진정 그런 걸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말이다.

“몰라요.”

돌아오는 이드의 황당하면서도 당당한 대답에 보크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가 울컥해버렸다.

“뭐야! 아까는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 날 놀리는 거냐?”

“아니요. 제가 그럴 리가 있겠어요? 단지 대충 짐작만 할 뿐, 아저씨께 뭐가 부족한지 정확히는 몰라요… 뭐, 직접 한번 봐야죠.”

“흠… 흠… 그렇지. 네가 무슨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도 아니고…”

“그럼 나가자…”

그가 그렇게 말할 때 한쪽에서 조용히 병사들과 식사를 하며 이드들이 하는 말에 신경을 쓰고 있던 벨레포가 한마디했다.

“음… 저기 이드군, 그건 곤란한데… 우리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건 자네도 알지 않나…”

벨레포의 말대로였다. 누가 다시 공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곳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된다.

“이거 어쩌죠?”

이드가 곤란한 듯이 말하자 보크로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 역시 그렇게 막무가내인 인간은 아니기에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런데 가는 방향은?…”

그의 물음에 벨레포가 답했다.

“베나클렌 쪽입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마침 제 집도 그쪽이니 같이 가겠습니다. 그리고 점심때쯤이면 제 집이 있는 숲에 도착할 수 있을 테니… 아마 그 정도 시간이면 되리라 봅니다. 괜찮으십니까?”

보크로의 물음에 벨레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결론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가씨, 여기 도시락…”

막 한 병사가 도시락을 주문하려 할 때 보크로가 제지했다.

“아~ 점심 걱정은 마십시오. 점심 요리는 제가 준비하죠. 집도 가까운 데다 재료도 충분하고요.”

그 말에 돈을 아끼게 되어 좋아하는 일행들이었지만, 분통 터져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저씨, 정말 이럴 거예요? 왜 남의 장사를 방해하냐고요…”

“임마, 이분들은 어디까지나 내 손님들이야. 내가 손님 대접하겠다는 데 무슨 상관이냐?”

“…… 두고 봐욧. 다음부턴 좋은 술은 없어요…”

“그럼 너만 손해지… 술집은 요 앞에도 있단다…”

“으… 으… 빨리 나가요!!”

말싸움에서 져버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럼 식사를 마쳤으니 모두 준비하도록. 곧바로 출발한다. 엔카, 여관비 등을 계산해라. 고르고, 너는 말들을 모두 준비시켜 두도록.”

“예.”

“자~ 그럼 출발한다.”

벨레포의 말에 따라 말들이 출발하기 시작했다.

“손님들, 안녕히 가세요.”

“잘 있어라. 몇 주 있다가 올 테니 좋은 술 준비해 둬라…”

“아저씨는 다신 오지 말아요.”

“하하하하하.”

그렇게 웃어주고는 보크로 역시 말을 몰았다. 원래 그는 말을 몰고 오지 않았으나 중상자 3명이 이곳에 남았기 때문에 말 세 마리가 남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중 한 마리에 올라탄 것이었다.

“후~ 이거 말을 타보는 것도 오랜만이야…”

보크로는 이드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같이 말을 몰며 말했다.

이드는 오늘은 보크로가 있는 지라 마차에 타지 않고 말을 타고 가고 있었다.

“자네들 누굴 수행한다는데 목적지는 어딘가?”

보크로가 자신이 몇 번이나 다녔던 넓은 평원을 빙 둘러보며 지나가듯 물었다.

“수도요. 꽤 걸릴 것도 같고요.”

“그렇겠지. 여기서도 수도까지는 꽤 되니까…”

그때 이드가 보크로를 보며 물어왔다.

“보니까 아저씨의 무술… 강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것 같던데요?”

“어떻게 알았지? 그래. 내가 처음 시작할 때 강을 중점으로 시작했으니까. 사실 맨손으로 검을 든 상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강이 중요하지. 실제 내게 그것을 가르쳐준 분도 그랬고…”

그의 말에 이드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칸은 의문을 갖고 물어왔다.

“스승이 있으셨습니까?”

“당연하지. 스승이 없이 어떻게 배워? 자네도 참… 뭐, 스승님도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셨지. 그냥 기초를 다져 주셨을 뿐이야… 돌아가신 지도 꽤 됐지…”

그리고 그때 지아와 가이스가 여자라면 가질 만한 의문이 담긴 질문을 던져왔다.

“그런데 채이나라는 분,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그 물음에 보크로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허무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봐도 좀 황당한 일이었어… 그때 도망쳤어야 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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