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63화
바하잔의 대답과 함께 메르시오가 휘두른 손의 괴적을 따라 검기와 같은 것이 형성되어 바하잔과 이드를 향해 날았다.
별로 힘이 실리지 않은 마치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약한 힘의 검기에 바하잔이 앞으로 나서 다가오는 검기를 향해 황금빛으로 물든 검을 휘두르며 순간적으로 대쉬하여 메르시오를 향해 날았다.
“게임의 시작으론 조촐하군.”
사실 바하잔은 검기를 그냥 피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뒤쪽에 있는 일행에게 그 검기가 가게 된다. 뒤에 이드가 있기는 하지만 …. 직접 이드의 실력을 본 적이 없으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자신의 앞으로 존재하는 공기의 상당한 앞력을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나가는 메르시오를 보며 이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걸론 않될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이드의 눈에 무언가 재미있다는 듯 입가에 슬쩍 미소를 뛴 것처럼 보이는 메르시오가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드의 예상대로 바하잔이 꽝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한 옆으로 밀려나 버렸다.
메르시오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바하잔을 보며 바하잔이 바로 자신의 앞에 다다랐을 때 순간적으로 옆으로 몸을 이동했다.
때문에 한 순간에 표적을 놓쳐버린 바하잔이 잠시 기우뚱하는 사이 비어버린 바하잔의 옆구리에 메르시오의 손바닥이 부딪혀 온 것이었다.
“큽…., 빠르군….”
약간의 충격은 받았지만 잠시 기우뚱할 뿐 금새 몸을 일으킨 바하잔을 보며 메르시오가 충고하듯이 한마디를 던졌다.
“한 가지 충고하지….. 속도론 덤비지 말아. 난 속도에선 자신이 있거든….”
메르시오로선 오랫만의 상대를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훗, 대단한 아량이시군… 그정도는 알고 있으니 다른 충고는 없나?”
이미 다시 공격 자세를 취한 바하잔이 자신을 깔보는 듯한 메르시오의 말을 받아쳤다.
바하잔 역시 메르시오와 마찬가지로 이런 상대는 자신이 심득(心得)으로 그 옛날에도 소수의 존재밖에 이루지 못했다는 그래이트 실버에 도달하고 처음 맞는 상대인 것이다.
“큭, 상당히 여유롭군….”
“더 이상의 충고는 없나 보군, 그렇다면 이번엔 내가 충고를 하지. 난 스피드보다는 힘을 중요시 하거든……섀도우.”
그 말에 이어 순식간에 흔들어진 바하잔의 검을 따라 세 개의 금빛 그림자가 날았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바하잔이 곧바로 몸을 날렸다.
“날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가?”
메르시오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메르시오의 검기와 같이 세 개의 은빛 구를 만들어 던지고는 자신 역시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완전히 바하잔의 방법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콰과과과광
투~앙!!!!
처음 황금빛과 은빛의 마나가 부딪혀 폭발음과 함께 주위로 충격파가 번졌고 이어서 바하잔과 메르시오가 부딪히며 두 번째 충격파가 주위를 덮쳤다.
그리고 둥글게 퍼져 나가는 충격파는 이드와 일행에게도 퍼져왔다.
이드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강한 기의 폭풍에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엉켜 다가오는 기를 풀어버렸다.
“분(分)”
그렇게 풀려버린 마나폭풍은 뒤에 있는 일행에게 다다랐을 때는 단순한 바람으로 변해 있었다.
“가이스 누나…. 또 후 폭풍이 올지도 모르니까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했네…”
뒤를 돌아보며 말을 했던 이드는 이미 일행의 주위로 반은 연한 푸른색이고 반은 연한 회색인 실드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쪽 걱정은 말고 너나 걱정해!”
이드는 그 말을 들으며 다시 바하잔과 메르시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쪽에서는 바른 속도로 부딪히고 있는 두 사람(?)…. 한 사람과 한 존재를 중심으로 먼지와 돌 등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바하잔이 강한 마나를 실어 황금빛을 머금은 검을 메르시오의 가슴으로 밀어 넣으려면 메르시오는 오느새 몸을 숙여 피하고 뻗어 있는 바하잔의 팔꿈치를 노리고 들어온다.
이어 바하잔이 빠르게 내뻗은 팔을 거두며 몸을 앞으로 밀어 팔을 접고 메르시오의 머리를 향해 찍어 내려온다.
그럼 찍어 내려오는 팔꿈치를 손으로 쳐내며 메르시오는 몸을 회전시켜 바하잔의 몸 옆구리를 노리고 바하잔은 그 공격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난다.
거의 한 호흡에 이어진 순간적인 동작들인 것이다.
“하하, 재밌어, 이런 상대가 얼마 만인가….”
“나 역시….”
바하잔은 메르시오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며 몸을 바로 잡고 검을 바라보았다.
방금의 전투에서 검에 상당한 마나를 걸었는지라 꽤 좋은 검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애검 정도의 검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바하잔의 예상대로 그의 푸른빛을 뛴 검의 중앙으로 휘미한 선이 그어져 있었다.
‘후~ 이거 얼마 버티지 못하겠어…..’
바하잔은 단순히 벨레포의 일행에 묻어들기 위해 평범하게 보이려 한 것이다.
그때문에 자신의 검을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검은 뛰어나기는 하지만 정작 검주인 자신보다 더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저 녀석도 아마 이걸 눈치챘을텐데…..’
검사는 싸우면서 서로 자신과 상대의 무기를 확인해가며 싸우는 것이 당연한 것, 거의 버릇과도 다름 없었다.
신나게 칼질하다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한방에 가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저 정도의 실력을 가진 존재라면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
“다시 시작해볼까? 크래쉬..”
바하잔이 가만히 서서 검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 사이 메르시오가 다시 공격을 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직접적인 공격이 아닌 원거리 공격이었다.
메르시오가 낮은 자세로 팔을 교차시키며 앞으로 수차례 내뻗었고, 그 팔의 괴적을 따라 땅 위로 은빛의 빛줄기가 달려 나갔다.
메르시오의 팔이 흔들리는 수에 따라 계속해서 늘어난 은빛 빛들은 빠른 속도로 바하잔을 향해 반원을 그리며 몰려들었다.
그 빛은 하나하나는 그렇게 강력한 것이 아니었으나 한꺼번에 몰려오는 위용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젠장, 이 검과도 안녕이군….. 웨이브…”
바하잔은 들고 있는 검에 강력한 마나를 집어넣고는 앞으로 내던져 버렸다.
그리곤 곧바로 뒤를 향해 외쳤다.
“아무나 검!! 빨리…”
콰과과과광……
투둑……두둑…….
뒤로 물러나며 외치는 바하잔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하잔의 뒤로 날아간 마나를 머금은 검이 땅에 박히며 담고 있던 마나를 마치 거대한 파도가 치듯 주위로 개방해 버린 것이었다.
그로 인해 마나의 파도와 은빛의 빛이 정면 충돌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한순간의 격렬한 폭발이 있고 주위로 소리가 줄었을 때 바하잔에게 들려오는 답이 있었다.
“받아요.”
“헛!!!!!”
바하잔은 낭랑한 어린 목소리와 함께 자신에게 날아오는 롱소드도 레이피어도 아닌 검을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그리곤 얼굴에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띠고 검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바하잔의 예상대로 이드가 서 있었다.
“이… 이봐 자네… 대체,….”
“뒤에 보세요.”
바하잔은 싸워야 할 사람이 무기를 자신에게 던지면 어쩌냐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그때 들려오는 이드의 목소리에 급히 검을 제대로 잡고 뒤로 물러서며 몸을 돌려 세웠다.
꽝…….
방금까지 바하잔이 있던 자리로 마나의 구가 떨어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뒤로 메르시오가 양손에 은빛의 마나를 형성하고 달려오고 있었다.
“제길…. 자네도 싸워야 할 거 아냐…. 그런데 검을 던지면 어쩌잔 얘기야……. 하아~”
빠르게 하고 싶은 말은 한 바하잔은 이드가 던져준 검에 마나를 집중했다.
우우우우웅
마치 자신의 몸에 마나를 돌리는 듯한 그런 느낌에 바하잔은 놀라며 다시 검으로 눈길을 돌렸다.
원래는 레이피어보다 적어 보이는 검의 주위로 황금빛의 마나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검신의 주위로는 황금빛이 아닌 푸른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거기에 이어 검주의 정신을 맑게 하는 듯한 향기….
“내 검 이상의 훌륭한 검이다……”
바하잔이 이드가 던진 검이 결코 자신의 애검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꼈을 때 이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보통의 검 가지고는 바하잔 씨의 힘을 못 견뎌 또 부러진다구요, 그리고 전 검 없어도 되니까 앞이나 봐요.”
바하잔은 다시 검에 한눈을 팔고 있다가 이드의 말에 급히 검을 휘두르며 몸을 오른쪽으로 빼돌렸다.
후웅…..
방금까지 바하잔이 있던 자리로 바람이 일며 메르시오의 손이 지나갔다.
“훗, 이제 장비도 마련했으니 본격적으로 해볼까?”
그런 메르시오의 말과 함께 메르시오의 팔에 물들어 있던 은빛이 점점 번져 팔 전체를 휘감더니 더 나가 그의 윗몸 전체를 휘감고 돌았다.
그리고 은빛이 완전히 몸을 휘감았을 때 그의 몸이 잔잔한 모래바람과 함께 꺼져 버렸다.
후아아아앙
그로 인해 순간적으로 메르시오를 놓쳐버린 바하잔이 심히 당황해할 때 이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뛰어!!(웬 반말^^)!”
“헛!”
바하잔은 이드의 말에 거의 본능에 가깝게 몸을 회전시키며 빼올렸다.
그리고 본래의 자리에서 3m 정도 떨어진 곳에 떨어져 내렸다.
그런 후 자신이 있던 자리를 바라본 바하잔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고 있는 메르시오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엄청난 속도다…”
비록 메르시오의 변화에 잠시 당황했지만 순간적으로 그의 모습을 완전히 놓쳐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때 당황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을 거란 확신은 없는 바하잔이었다.
그리고 그런 메르시오의 움직임을 간파한 이드…..
“…..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봐서는 모르는 거야…. 나도 이제 정신 차려야겠군…. 저 녀석의 장단에 맞추려면… 하~합!!”
우우우웅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바하잔의 주위로 황금빛이 아닌 이제는 거의 백금색이라 불릴 그런 빛이 검을 휘감고 바하잔의 몸에 은은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의 그런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린 이드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메르시오 등 모든 이들의 시선이 바하잔에게 모여들었다.
“소울 오브 아머(영혼의 갑옷)”
“큿, 꽤 무리하는군…. 실버 쿠스피드(은빛 송곳니)”
메르시오의 말과 함께 그의 말에 돌던 은빛이 나선 모양으로 회전하더니 마치 송곳니와 같이 뾰족한 모양을 취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채 완전해지기도 전에 메르시오는 몸을 움직였다.
한편 멍하니 이때까지 이야기 외에는 접해보지 못한 전투를 거의 고요와 같은 침묵 속에서 바라보던 일행들은 바하잔이 백금빛의 마나에 둘러싸이고 메르시오가 은빛의 송곳니를 형성하자 바빠지기 시작했다.
“빨리 실드의 출력을 올려…. 킬리, 앞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앞에서 충격파에 대비해… 젠장, 이런 상황만 아니면 평생 있을까 말까 한 구경거리인데….”
“지금 그런 말 할 때인가? 자네도 준비해, 전원 밀집 대형을 이뤄라…”
레크널은 용병들을 모이게 한 후 자신 역시 검을 뽑아 들고 언제 닥칠지 모를 쇼크웨이브(shock wave: 충격파)에 대비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