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86화
잠시 동안 지켜본 바로는 인형이 휘둘려지고 난 뒤의 빛의 궤적을 따라 꼭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이 이드가 서 있던 곳의 땅이 엄청난 속도로 치솟아 올랐다가 내려갔다.
“휴~ 대단한데… 그냥 당했으면 10여 장(丈: 30미터 정도)은 그냥 날아갔겠는데… 근데 라미아 저거 마법 맞아? 시동 어도 없는데…”
이드는 허공에 뜬 상태에서 운룡번신(雲龍飜身)의 수법으로 몸을 비틀어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로 사뿐히 내려서며 라미아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이드가 본 마법이란 것들은 거의가 시동 어가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물론 마법 진과 정령 마법 등을 제하고 말이다.
[시동 어가 없지만 마법이 맞아요. 무언가 할 때마다 곰 인형을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마도 저 곰 인형이 자아를 가진 에고이거나 곰 인형 자체에 마법을 걸어 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드는 라미아의 말에 모르카나의 품에 안겨 있는 갈색의 평범한 곰 인형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미아의 말이 확실한지는 모르지라도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처음 전장에 도착해서 볼 때에도 항상 곰 인형을 움직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드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 때였다. 모르카나의 품에 안겨 있던 곰 인형의 팔이 다시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는 것이 이드의 눈에 들어왔다.
“쳇, 또야… 핫!”
이드는 이번엔 또 땅이 어떻게 공격할지 생각하며 제운종 신법으로 몸을 뛰어 올렸다. 그리고 이번엔 무슨 공격인가 하는 생각에 시선을 방금 전까지 자신이 서 있던 땅으로 돌리던 이드는 땅 위로 솟아 있는 흙으로 된 막대와 같은 모습의 십여 발의 그라운드 스피어, 그것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순식간에 라미아를 휘둘러 십여 가닥의 검기를 뿌렸다. 라미아에게서 뿌려진 은백색의 무극검강(無極劍剛)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그라운드 스피어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가는 것을 본 이드는 그대로 몸을 회전시켜 소녀가 서 있는 방향을 향해 검강을 날렸다. 자신을 공격한 이상 귀여운 소녀라는 모습은 생각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디 한번 해보자… 무형일절(無形一切)!!”
라미아의 검끝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 휘잉하는 소리와 함께 은백색의 반달형의 검기가 밑에 서 있는 모르카나를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어 버릴 듯한 기세로 주위의 대기를 가르며 뻗어 나갔다. 그런 검기의 모습에 주위에 있던 병사들과 기사들이 기겁을 하며 뒤로, 뒤로 물러났다. 방금 전 이드가 이곳 모르카나가 있는 곳까지 해쳐 들어옴 자신들에게 펼쳤던 끔찍한 기술 중의 하나라는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검강의 목표가 되고 있는 모르카나는 전혀 당황하거나 긴장하는 표정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강을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강이 가까이 다다랐을 때.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곰 인형의 팔이 수평으로 휘둘러졌다.
두두두둑……
곰 인형의 팔이 휘둘린 것과 같이 해 그의 앞쪽의 땅에서 강한 진동음과 함께 조금 전 기사들의 앞에 나타났던 흙의 벽, 지금은 돔 형태로 된 벽이 나타나 순식간에 검강의 진로를 가로막아 버렸다.
콰콰콰….. 쾅……
“흙의 장벽이라… 아까 전꺼보다 반응이 빠… 뭐, 뭐야…!!”
이드는 처음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형성되어 자신의 검강을 막아 버린 흙의 장벽을 보고 투덜거리다 검강과 충돌하여 튀어 오르는 흙먼지 사이로 쏘아져 오는 수십 발에 이르는 그라운드 스피어와 그라운드 에로우를 볼 수 있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이미 피하긴 늦었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라미아의 검신 위로 은백색이 아닌 핏빛과도 같은 붉은 검기를 덮어 씌었다.
“간다. 수라섬광단(壽羅閃光斷)!!”
순간 이드의 외침과 함께 마치 번개와 같은 빠르기로 휘둘러진 라미아의 궤적을 따라 촘촘한 그물과도 같은 검기의 무리가 펼쳐졌다. 하늘로 치솟는 황색의 길고 짧은 막대로 그것들 위로 내려 않는 붉은 색의 그물…
[완전히 그물로 고기 잡는 모습인데요.]
라미아가 현재 자신들의 앞에 상황을 한마디로 일축하자 이드도 저절로 웃음이 삐져 나올 정도였다.
“맞아, 맞아… 자, 그럼 이번엔 내가 공격이다. 조심해라 꼬마야. 운룡유해(雲龍流海)! 수라참마인(壽羅斬魔刃)! 무형대천강(無形大天剛)!!”
라미아에게 그렇게 대답한 이드는 운룡대팔식의 일식인 운룡유해식으로 허공 중에 뜬 상태에서 몸을 앞으로 전진시켜 돔형의 흙벽에 보호되지 않는 모르카스의 모습이 보이는 곳까지 이동했다. 이어 이드의 외침에 따라 라미아로부터 붉은 광선과도 같은 검강이 날았고 그 뒤를 열 개에 달하는 커다란 원통과도 같은 모양의 무형대천강이 펼쳐졌다. 그 모습 멀리선 본다면 붉고 가는 빛 속으로 하얀색의 성스런 별이 떨어지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진 파괴력과 결과는 결코 아름다운 것이 되어 주지 못했다. 그 두 가지 검강이 땅에 부딪히며 지금까지 이드들의 앞과 뒤에서 들려왔던 굉음에 두 세 배에 이르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굉음의 뒤를 잇는 커다란 쇼크 웨이브(충격파)와 대기의 흔들림마저도 말이다.
쿠콰콰쾅…. 쿠쿠쿠쿵쿵….
그 폭발과 함께 미처 멀리 물러서지 못했던 몇몇의 기사들과 병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그 피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면, 폭발로 날아온 거대한 흙덩어리를 그대로 맞은 사람.
“으….으악..!!!”
이어지는 폭풍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날아가는 사람.
“자, 잡아 줘…”
그리고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쇼크 웨이브를 보며 몸을 숙이거나 자신이 들고 있는 검에 검기를 일으키는 기사….
“이런 개 같은…. 제길..”
땅으로 사뿐히 내려서며 여기 저기서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았지만 현재 이드로서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현재 자신의 적이고 할 수 있는 소녀, 모르카나가 타격을 받았는지 어떤지가 흙먼지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시오와 같은 상대였다면 상대의 기를 읽어 어느 정도 알아차리겠지만… 지금과 같이 마법사 그것도 어린아이라면 그것이 조금 힘들다. 특히 방금 전의 강력한 내가 공격으로 주위의 마나가 흩어져 있는 지금에는 말이다.
“후~ 그럼 먼지를 걷어 봐야겠지? 실프.”
이드는 자신의 얼굴 앞에 소환되어 고개를 숙여 보이는 귀여운 모습의 실프를 보며 앞에서 일고 있는 먼지 바람의 제거를 부탁했다. 그러자 실프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람을 일으키려는 듯 손을 흔들려 할 때였다.
발 밑으로 흐르던 자연의 토기가 이상하게 흐르는 것을 느낀 이드는 본능적으로 모르카스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으로 보아 이미 피하기도 늦었다 생각한 이드는 손에 들고 있던 라미아를 그대로 땅에 박아 넣었다.
“황석진결(黃石眞決) – 폭강쇄(爆岡碎)!!”
이드의 기합성과 함께 라미아의 검신이 잠깐이지만 황색을 뛰었고 박혀 있던 땅에서 저절로 밀려 뽑혀 버렸다. 그와 함께 이드가 디디고 있던 땅이 푹 꺼지면서 마치 바닷가의 모래사장처럼 변해 버렸다. 그에 이어 이드가 방금 전에 느꼈던 이상한 기운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와 함께 앞쪽에서도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을 느끼며 일어서려던 이드는 자신의 주위가 다시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라미아를 굳게 잡고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눈에 자신을 향해 사방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땅의 파도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