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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15화


그리고 그때쯤 그들의 눈에 정원의 반이 날아가 버린 거대한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음… 케이사 공작님의 저택… 저기에도 피해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네, 하지만 정원의 반만 날아 갔을 뿐 저택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으니 그만해도 다행이지요. 전투의 여파가 여기까지 미치고 끝났을 때는 케이사 공작님도 살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 쉬시더군요.”

이드는 스이시의 말에 케이사 공작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들 자신의 집이 부셔지는 걸 보고 싶어하겠는가. 거기에 안에 사람들까지 있다면 더욱이 말이다. 그런데 아슬아슬하게 저택에서 3, 40m 떨어진 곳에서 전투의 충격파가 멈춘 듯 하니… 공작이든 황제든 기뻐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저택을 잠시 바라보던 이드는 황궁으로 가던 발길을 돌려 케이사 공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이드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황궁으로 곧바로 가지 않는 것에 의아해 하는 일리나와 세레니아에게 그곳에 이번에 동행했었던 용병들과 황궁으로 독바로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 플레이스가 있다고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조금 더 걸은 일행들은 저택의 정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문의 문과 벽의 일부분은 볼 수 없었고 그 앞으로 지키는 세 명의 경비병만을 볼 수 있었다. 충격파로 인해 정원과 같이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정문으로 다가서는 이드들의 모습에 경비병들이 막아 서는 듯 했으나 곧 이드와 스이시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길을 열어 주었는데, 이드에게는 “빨리 오셨군요.” 라면서 슬쩍 인사말까지 건네는 것이었다. 사실 스이시는 얼굴을 알아 보았다기 보다는 그의 갑옷을 보고 누군지 알아본 것이었지만 이드는 이곳에 몇 일이지만 머물렀었기에 경비병들이 이드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드가 공작의 저택에 머물 때 이드는 그 얼굴 덕분에 저택 내에서 꽤나 조용한 유명세를 치루었으니, 경비병들이 이드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경비병들의 인사를 받으며 저택 안으로 들어선 이드는 얼마 들어가지 않아 엉망이 된 정원에서 바쁘게 저택의 하인들과 인부들을 부려 복구작업이 한창인 두 사람, 집사인 씨크와 그의 아들이자 부집사인 마르트가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 역시 정문에서 다가오는 이드를 알아본 듯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이드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아, 바쁜 일로 미처 마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빨리 오셨군요.”

“네, 공격받는 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한 발 늦었더군요. 근데, 이곳에 있던 용병들과 케이사 공작님의 가족분들은 안전하신가요?”

“네, 수도에 반란군이 들어서던 날 주인 마님과 메이라 아가씨, 그리고 그 아라엘이라는 소녀는 주인님과 같이 황궁으로 피하셨기 때문에 안전하십니다. 그리고 용병분들도 모두 무사하십니다. 한때 그 쇼크 웨이브라는 것 때문에 당황하긴 했지만 다행히 정원만 파괴하고 더 이상 들이 닥치지 않아 저택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벌써 식사 시간이군요. 식사 전이시라면 용병 분들과 같이 식사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이드는 씨크의 말에 일리나와 세레니아를 바라보며 허락을 구하고 다시 씨크에게 물었다.

“음… 공작님 내외 분과 메이라 아가씨는요?”

“아, 그분들은 오늘도 들어 오시지 않으실 겁니다. 공작님은 수도의 피해 복구와 아직 붙잡지 못한 반란군들 처리 때문에 바쁘시고, 주인 마님과 아가씨는 혹시 반란군들이 저택에 침입할지도 모르기에 몇 일간 궁에 머무르신다고 하셨습니다. 때문에 지금 저택에는 저희 하인들과 경비 무사들, 그리고 용병분들 뿐이지요.”

씨크의 대답에 크게 바쁠 것도 없다고 생각한 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의 대답에 집사인 씨크는 마르트를 시켜 사 인분의 식사를 더 준비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스이시가 원래 근무지로 돌아가 봐야 한다면서 자리를 뜨는 모습에 다시 삼인분으로 바뀌어야 했다.

“그럼 들어 가시지요. 마르트, 이드님과 손님분들을 접대실까지 안내해라. 다른 용병분들도 거기 머무르고 계실 것이다. 마르트를 따라 가시십시요.”

“네, 그럼…”

씨크에게 수고하라는 말을 해준 이드는 앞서 가는 마르트의 뒤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잡담 중이던 가이스와 타키난, 보크로 등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이어서 일리나와 세레니아의 소개가 이어지고 아나크렌으로 출발하고 난 후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식사 시간까지 시끌벅적하게 보낸 이드는 씨크에게 이야기해서 텔레포트 플레이스로 일리나와 세레니아와 함께 황궁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우우우웅…

이드는 은은한 기성과 함께 눈앞을 가리던 빛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서너 번이나 봤던 정자에 서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케이사 공작의 저택에서 저녁까지 먹고 왔기 때문에 이미 해가 지고 없지만, 여기저기 걸려 빛을 발하고 있는 라이트 볼 덕분에 전혀 어둡게 느껴지질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환한 정자 주변을 돌아보던 이드의 눈에 하나의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달빛을 닮은 듯한 은은한 은백색의 드레스를 걸치고 은은한 미소를 뛰고 있는 소녀.

“메이라…? 메이라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이드는 자신이 처음 이 텔레포트 플레이스를 이용했을 때처럼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메이라의 모습에 의아한 듯이 물었다. 이드의 물음에 이드의 뒤에 서 있는 일리나와 세레니아를 바라보며 묘하게 미소짓고 있던 메이라가 다소곳이 대답했다.

“후훗… 그야 크레비츠님과 바하잔님, 그리고 아버님께서 기다리고 계신 곳으로 안내해 드리기 위해서지요.”

“그런 건 궁에 있는 하인들을 시켜도 될 텐데요. 뭐 때문에 이렇게 직접 나오셨어요? 수고스럽게.”

이드가 메이라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자 메이라가 마치 기다렸던 말이라는 듯이 사르르 달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호호… 이드 얼굴을 빨리 보고 싶어서요. 그래서 제가 일부러 나온 거예요.”

“…. 그게… 무슨…”

라이트 볼 아래에서 양 볼을 살짝 발그스름하게 붉히며 말하는 메이라의 모습에 이드는 한순간 멍해져 버렸다. 빨리 보고 싶다고 말하며 얼굴을 붉히는 게 무슨 뜻인가. 하지만 그런 이드의 생각도 라미아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이드 옆으로 바짝 붙어서는 일리나의 움직임 덕분에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저, 저 여자가 감히 누구한테…]

‘라, 라미아…. 그렇게 소리 지르면 내 머리가 울린다구…’

[하지만 저 메이라가 하는 말을 들어 보시라구요.]

‘몰라, 몰라….’

라미아의 말에 내심 고개를 내젔던 이드는 자신의 오른쪽 팔에 무언가 와 닿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고는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일리나가 옆에 바짝 붙어서 있는 것이었다. 이드가 이런 쪽으로 둔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이 정도의 분위기라면 이드보다 더욱 둔한 사람도 모를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이해되자 요즘 들어 일리나가 자신의 옆에서 떠나지 않고 자신을 챙기는 이유도 이해가 가는 이드였다. 하지만…

‘지금 이런 분위기는 좀….’

그렇게 생각한 이드가 옆에 서 있는 세레니아에게 도움을 청하듯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런 이드의 눈길을 받은 세레니아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알았다는 듯이 윙크해 보이고는 자신의 말과 함께 이드 옆으로 붙어서는 일리나의 모습에 상당히 어색한 미소를 띠우고 있는 메이라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메이라라고 했던가요?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세레니아라고, 여기 이드의 친척이 되죠. 그리고 저쪽은 하이엘프인 일리나라고 하구요. 그리고 서로 인사도 된 것 같은데… 안내해 주시겠어요?”

세레니아는 메이라의 경계의 눈길을 받고 싶지 않은지 일찌감치 이드의 친척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장내의 분위기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친척이라는 말에 안도하고 하이엘프라는 말에 놀라고 있던 메이라가 고개는 다시 한번 이드의 옆에 서 있는 일리나를 바라보고는 일행들을 황궁의 내궁(內宮) 쪽으로 안내해 가기 시작했다.

이드는 메이라가 앞장서서 걷는 것과 함께 옆에 바짝 붙어서 있던 일리나가 다시 조금 떨어지지는 것과 머릿속에 들려오던 라미아의 씩씩거리는 소리가 잦아드는 것을 듣고는 세레니아 쪽을 바라보며 고맙다는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하나 걱정이 되는 이드였다.

내궁, 외궁과는 달리 왕족들이 기거하고 생활하는 이곳은 저번에 보았던 라일론의 직선적이고 단순한 외궁과 비슷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궁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치장된 곳이 많았고 부분부분 부드러움이 많이 가미되어 있는 모습을 엿보였다. 하지만, 딱딱함 중에 숨어 있듯이 가미되어 있는 부드러움은 오히려 더 은은한 느낌을 주어 아나크렌의 화려한 황궁보다 더욱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메이라를 따라 그런 내성의 한 복도를 걷던 이드들은 잠시 후 복도의 끝에 위치한 꽤나 부드러운 분위기의 서재와 같은 곳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는 서재에 들어선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한 명의 중년 여성과 세 명의 중년 남성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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