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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49화


“예!!”

기사의 명령에 큰 소리로 대답한 학생들은 각 파트별로 전공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직 가디언과 스피릿 가디언 파트는 오른쪽에 마련되어 있는 자리로, 가디언 프리스트와 연금술 서포터 파트는 대회장의 왼쪽 편에 마련되어 있는 자리로 향했다.

양측의 자릿수는 각각 오십 개씩으로 총 백 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 시험 칠 인원이 모두 합해 구십일곱 명이란 것과 곧 있을 시험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나이트 가디언 파트의 스물아홉 명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여유로운 자릿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리가 남아도는 것은 가디언 프리스트 파트뿐이었다. 옆에 남아도는 의자들을 모두 가디언 프리스트 파트 쪽으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중앙으로 네모 반듯한 블록으로 깔끔하게 꾸며 놓은 가로 세로 십여 미터에 이르는 네 개의 시험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 시험장 앞으로는 나이트 가디언 파트의 아이들이 학년별로 나누어 서고 있었다.

“일 학년…… 사 학년….. 이상하네, 형. 왜 시험장이 네 개뿐이죠? 가이디어스는 다섯 개 학년으로 나누어져 있잖아요. 저렇게 되면…. 오 학년들은 시험을 어떻게 치라고요.”

시험장 앞으로 아이들이 나누어 서는 모습을 보고 있던 천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물음에 부채질을 하며 덥다고 투덜대던 남손영이 대회장 쪽을 힐끔 바라보고는 투덜거리는 투로 대답했다.

사실 지금 두 사람은 완벽하게 냉방이 되고 있는 천막 안이 아니라 그 옆에 설치된 차양막 아래 앉아 있었다. 천막 안에서는 시험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천화의 고집 때문이었다.

그러니 갑작스레 특석에서 끌려나온 남손영으로서는 신경질이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쳇, 가이디어스에 들어온 지 보름이나 됐다는 녀석이 그것도 아직 모르고 있었냐? 승급 시험은 말 그대로 가이디어스 내에서의 승급일 뿐이야. 네 말대로 다섯 개 학년으로 나누어지는 가이디어스에 오 학년 위에 뭐가 있다고 승급 시험을 치겠냐? 오 학년까지 마친 녀석들은 각 전공 선생님들의 허락을 받아서 가디언 본부로 직접 출두한 후에 가디언으로서의 시험을 치게 되는 거야. 여기서 시험을 치는 게 아니란 거지.”

“아…. 그렇군.”

천화가 자신의 말에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남손영은 차양막을 뚫고 들어오는 작은 빛줄기들을 바라보더니 천화를 향해 애교조의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천화야…. 우리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가자. 응? 여긴 너무 덥다구. 천막 안에서도 시험장 두 개는 볼 수 있잖아. 안 그래? 천화 너도 더운 건 싫지?”

그러나 천화는 그의 말에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내려 오른손 약지에 끼어 있는 세 개의 나뭇가지를 꼬아 놓은 모양의 붉은색 반지를 쓰다듬었다.

이 세계로 오기 직전에 세레니아에게서 받았던 발열과 발한의 마법이 걸려있는 반지였다. 그리고 지금, 아주 약하게 반지의 발한(發寒)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천화였다.

한마디로 더위를 피해 천막 안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천화였기에 남손영의 바람과 반대되는 말을 간단하게 내뱉을 수 있었다.

“아니요. 저는 별로 상관없는데요. 지금보다 더 더워도 상관없어요.”

“이…. 이익….. 야 임마! 내가 덥단 말이다. 내가. 시원하게 천막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 그럼 천막 안으로 들어가면 되잖아요. 내가 못 들어가게 막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끌고 나온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소리 지르고 그래요? 더워서 천막 안으로 들어가고 싶으면 그냥 들어가면 되잖아요.”

자신의 고함 소리에 날카롭게 대답하는 천화의 말에 남손영은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했다.

천화의 말 중에 잘못된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단순히 천화가 밖에서 보겠다고 하길래 따라 나온 것뿐이었는데….. 생각하자니 이상했다.

‘내가 왜 저 녀석에게 매달려서 들어가자고 졸랐던 거지?’

스스로의 정신 상태에 이상을 느낀 남손영은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천막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혹시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더위를 먹은 것일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그럼 난 천막에 들어가 봐야겠다. 아무래도 시원한데 있다 갑자기 더운 곳에 나와서 열을 받은 모양이야….”

천화는 허탈한 표정으로 천막 안으로 들어서는 남손영의 모습에 피식 웃어 버리고는 시험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미 네 개의 시험장 위에는 한 명씩의 아이들이 올라서 있었다.

“그럼 대련 시험을 위한 대련 상대자들은 지금 시험장 위로 나서 주십시오.”

낭랑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대회 진행을 위해 움직이던 무리들 중 네 명이 앞으로 나와 시험장 위로 올라섰다.

그들은 각각 3, 4, 5학년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과 가디언 나이트의 선생이었다.

가이디어스의 승급시험은 거의가 대련 위주의 시험이었다.

가디언의 일이란 것이 대부분 몬스터와의 전투이기에, 대련을 통해 나타나는 실력을 보고 승급 결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중 1, 2, 3학년을 상대하는 것이 지금 올라온 세 명의 학생들이었다.

원래는 모두 선생님들이 상대를 했었지만, 칠 회 때부터 학생들의 대련 경험을 늘이자는 의견 하에 학생들이 동원된 것이다.

그러나 시험이라고는 하지만 진검이 오고 가고 강력한 마법이 오고 가는 자리이기에, 양측의 안전을 위해 시험치는 학생보다 두 학년 위의 학생들을 대련 상대로 하고, 그에 해당되지 못하는 4학년들을 선생님이 맞는 것으로 하고 있었다.

“시험을…. 시작합니다!!”

천화의 귓가로 시작 신호가 떨어졌다.

그와 함께 네 개의 시험장 위에서 대치하고 있던 여덟 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劍)과 검(劍), 도(刀)와 창(槍), 권(拳)과 각(脚),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발소리가 시험장 위를 난무했다.

“대단하네….. 상당한 실력들이야…..”

잠시 네 개 시험장을 바라보던 천화의 평이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네 명은 승급을 위해 최대한 실력을 쌓았고, 그들의 상대들 역시 자기 학년의 최고 실력자들 중 하나이다.

형편없는 실력이라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그러길 잠시, 네 개의 시합 중 특히 천화의 눈에 띄는 두 개의 시합이 있었다.

검과 검이 부딪히는 시험장과 연녹색 채대와 검이 부딪히고 있는 시험장이었다.

“한쪽은 이제 곧 끝이 나겠고…. 한쪽은 상당히 치열하게 끌겠는데….”

촤촤앙….

천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날카로운 소성이 울려 퍼졌다.

이어 허공 높이 떠오르던 검은 한 차례 눈부시게 빛을 뿜은 후 힘없이 떨어져 땅에 꽂혔다.

그리고 그 주인 역시 시험장 위에 쓰러져 콜록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에 이어 곧 결과를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1번 시험장. 응시자 1학년 조성완. 5분 49초 패(敗). 심하진 않지만 부상을 입은 듯합니다. 가디언 프리스트의 시험을 담당하시고 계신 선생님께서는 학생의 부상 정도를 파악하시고, 승급 시험을 치뤄주십시오.”

“에? 그게 무슨 말이야? 가디언 프리스트의 시험이라니…. 이제 나이트 가디언 파트가 시험을 시작했는데…..”

천화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이해할 수 없는 진행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1번 시험장 쪽을 바로 보았다.

그런 천화의 눈에 1번 시험장으로 올라오는 네 명의 인물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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