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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50화


그런 천화의 눈에 1번 시험장으로 올라오는 네 명의 인물이 들어왔다.

그들은 들것을 든 두 명의 학생과, 방금 전까지 아이들을 이끌고 있던 가디언 프리스트의 선생들이었다.

시험장 위에 올라선 두 선생이 쓰러져 있는 조성완이라는 학생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성완의 상태를 확인한 선생 중 한 명이 뒤에 있는 두 학생을 불러 쓰러져 있는 조성완을 옮기도록 했다.

그리고 시험 진행석 쪽을 바라보며 보고하는 양으로 크게 외쳤다.

“환자 조성완 학생의 상태 확인 결과 손목과 가슴 부위의 심한 타박상과 근육통 확인했습니다. 부상 정도로 볼 때 가디언 프리스트의 1학년 응시자의 시험 대상으로 활용 가능 확인. 곧바로 시험에 들어갑니다.”

선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진행석 쪽의 스피커가 웅웅 울리며 자신의 기능을 수행했다.

“네, 접수했습니다.”

“무, 무슨 말이야…..???”

천화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오고 가는 사이, 들것에 들려나간 조성완이란 학생은 가디언 프리스트들의 옆에 놓여진 의자 위에 들것 채로 놓여졌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가디언 프리스트의 학생들 중 가장 우측에 앉아 있던 한 학생이 들것 옆으로 다가가 조성완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천화로서는 가렵지도 않은 머리를 긁적이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천화가 모르는 이 상황은 가이디어스의 승급 시험 중 가디언 프리스트 파트의 승급시험으로 일명 ‘재활용 시험’이라고도 불려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이디어스의 시험 중 세 개가 대련을 통한 시험이기 때문에, 위와 같이 한 번의 시험에서 한두 명의 부상자는 당연한 것이었고, 부상자가 나온 만큼 부상자의 치료가 이어져야 했다.

그리고 가디언 프리스트는 학생들의 신성 치유력을 시험하기 위해 부상자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시험을 위해 멀쩡한 사람을 일부러 상처 입힐 수는 없는 일.

해서 생각해 낸 것이 부상자의 치료와 부상자의 필요를 한 번에 해결하는 ‘실시간 재활용 시험 방식’이란 것이었다.

이 방식은 말 그대로 시합 중간마다 실시간으로 생겨나는 부상자를 가디언 프리스트 파트의 시험 진행을 담당한 선생이 확인하고, 그 부상 정도에 맞추어 승급 시험을 대기 중인 가디언 프리스트 파트의 학생들에게 치료를 맡기는 것으로 한마디로 대련으로 생기는 부상자를 가디언 프리스트의 시험 대상으로 재활용한다는 말이다.

물론, 학생들의 수준에서 치료할 수 없는 상처의 경우는 대기 중이던 선생님들이 나서지만, 그런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하여간 그런 식으로 가디언 프리스트의 시험 대상 70~80%가 확보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모르고, 또 물어볼 사람도 없는 천화로서는 대략적인 상황을 짐작할 뿐이었다.

더구나 그런 일보다 더욱 시선을 잡아끄는 시험이 한창인 덕분에 천화의 시선은 곧 연녹색 천이 너울거리는 3번 시험장으로 옮겨졌다.

천화가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험장이었다.

그리고 과연 그 시험장은 현재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시험장 위로는 3학년으로 보이는 검을 든 남학생과 5학년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올라 있었는데, 그녀는 지금 한창 주위로 연녹의 체대를 뿌려가며 자신을 향해 찔러오는 검의 검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티티팅…. 티앙……

연녹의 체대와 검이 부딪힐 때마다 도저히 천과 검이 부딪힌다고 볼 수 없는, 마치 쇠와 쇠가 부딪히는 것과 같은 맑은 소성이 주위를 울렸다.

그것은 체대를 사용하고 있는 그녀가 5학년이란 이름답게 그 하늘거리는 체대에 내력을 주입한 덕분에 나는 소리였다.

하지만 아직 그 실력이 완벽하지는 않은지, 검과 부딪힌 체대의 곳곳이 잘려 나가고 찧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실력임에도 그녀를 바라보는 천화 등의 몇몇은 그녀의 실력을 검기를 사용하는 학생들 이상으로 보고 있었는데, 바로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무기인 체대로 인한 평가였다.

체대란 물건 자체가 내력을 잘 받지 못하는 것으로서, 검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람이라야 사용할 만한 무기였던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체대에 내력을 불어넣어 검처럼 사용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천의 부드러움을 그대로 살려 내기 위해서는 그것 이상의 노력과 컨트롤 능력을 필요로 하는데, 지금 그녀는 그것을 완벽하진 않지만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대를 상대로 저 정도로 상대해 나가는 저 녀석도 상당한 실력이야.”

확실히 그랬다. 그런 뛰어난 상대와 싸워 저렇게 선전하는 남학생 역시 상당한 실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니었는지, 이내 천화의 입가로 작은 미소가 어리었다.

“하지만….. 아직 이길 정도의 실력은…….. 아니란 말이지……”

어느 한 순간을 맞추려는 듯이 말을 늘인 천화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검을 들고서 연신 공격해 들어오는 남학생에게서 한순간 헛점을 발견한 순간, 연녹색의 체대가 순식간에 검을 감아 들며 그 남학생의 팔을 비틀어 버렸다.

“허어억…..”

한순간 허술해진 방어 때문에 순식간에 자신의 팔을 감아 들어오는 체대에 남학생은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다급한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남학생은 조금은 거칠게 들려오는 선배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몸에서 힘을 빼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가망 없는 반항은 포기하고 부상만이라도 최소화하자는 생각에서였다.

“공격은 훌륭했어…… 하지만 방어가 조금 허술해. 후배님…. 옥룡회(玉龍廻)!”

여학생의 기합성과 함께 녹색의 용이 회를 치듯 크게 출렁인 체대는 크게 열려진 남학생의 가슴을 묵직한 소리가 날 정도로 두드려 버렸다.

순간 “크어헉” 하는 기성을 토한 남학생의 몸은 이상할 정도로 쉽게 시험장 밖으로 나가 떨어져 버렸다.

천화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 판단이 빠르군. 되지도 않는 걸 억지로 버텼다간 갈비뼈 한두 대는 나갔을 텐데, 자신을 내던지는 힘에 반항하지 않은 덕분에 팔을 제외하면 큰 부상은 없겠어.”

천화는 너무 쉽게 날아가 버리는 남학생의 모습에 그의 의도를 알아챈 것이다.

이어 시험 진행석에서 결과를 알리는 방송이 흐르고, 가디언 프리스트의 선생이 나오는 장면이 다시 한번 되풀이되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되풀이 십수 번. 이제 막 네 번째로 시험 칠 네 명의 학생이 나서려 할 때쯤이었다.

진행석 쪽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오는 소리를 듣던 천화는 자신의 뒤쪽에서 살금살금 느껴지는 인기척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살기나 투기는 없는 것이 아무래도 자신을 놀래켜 주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마무리되자 천화의 얼굴 위로 자연스레 벙긋한 웃음이 떠올랐다.

왠지 모를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

사박사박….. 어느 한순간 들리던 발걸음 소리가 끊어졌다.

‘그렇다는 것은…..’

천화는 한순간 고개를 휙하고 돌려 자신의 등 뒤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왁!!!!”

“히…. 히익….. 껠럭껠럭…..”

천화 뒤에 서서 심하게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해대는 이는 다름 아닌 연영이었다.

처음 천화와 라미아, 두 사람과 같이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던 연영이었지만 시험이 진행될수록 그녀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연영으로서는 상당한 불편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는 네 개의 시험장이 한눈에 보이면서도 시원한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소위 명당자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 자리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앉아 있던 자리가 불편해진 연영은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좋은 자리를 물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연영의 눈에 든 것이 차양막 아래 앉은 천화였고, 놀래켜 주자는 생각에 살금살금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천화의 실력을 잠시나마 망각해 버린 연영의 실수였다.

놀래켜 주려는 마지막 순간 갑자기 돌아보며 “왁!!!!” 하고 소리치는 천화에게 되려 놀라 심한 사레가 들려버린 것이다.

자기 꽤에 자기가 넘어간 연영의 모습에 천화가 고소하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하하하하하….. 누나, 상대를 보고 장난을 쳐야죠. 보통 때는 내가 당했겠지만 이런 종류의 장난에는 나는 무적이라구요. 괜히 가디언으로 인정받았겠어요. 쿠!하!하!하!하!”

“껠럭껠럭….. 흠, 나도… 험험…. 나도 깜박했어. 쳇. 평소엔 항상 당하던 것만 봐서 내가 당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 아아… 이제 좀 낫다. 그만 두드려도 돼.”

기침을 가라앉힌 연영의 말에 천화는 손을 거두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내가 언제까지 당할 줄 알았어요. 맬롱이다.”

연영은 자신을 향해 혀를 낼름거리는 천화의 볼을 손가락으로 폭 찔러 버린 다음 시험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 네 번째 시험은 연영이 신경 쓰고 있던 시험이었던 것이다.

바로 그녀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학생이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아, 나왔다. 엉뚱한 짓 하지 말고 봐봐. 천화야. 태윤이 나왔어.”

“에? 태윤이요? 그 녀석도 이번 시험에 나와요? 난 몰랐는데……”

마침 손가락으로 연영을 겨냥하고 있던 천화는 그녀의 말에 급히 고개를 돌려 2번 시험장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 시험장 위로 커다란 덩치를 가진 김태윤이 올라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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