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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193화


630화

지금 소드 팰러스에서 이드에 대한 소식은 크든 작든 가장 핫한 뉴스거리였다. 그에 따라 워스의 방문도 순식간에 알려졌다.

그런데 이 핫이슈는 이드에게 뜻하지 않은 골칫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이드가 워스의 대결 요구를 피했다. 역시 마르텔을 이긴 것도 우연이다.’라는 소문을 믿고 이드의 명성을 빼앗기 위한 도전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소문은 게일 파에서도 거의 손을 놓은 작전에 의해서 태어난 헛소문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수련생을 통해 워스의 방문이라는 핫이슈와 합쳐져서 기묘한 외골수들을 불러내 버린 것이다. 그들은 지독할 정도로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며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이드의 저택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이드의 실력을 알거나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이드의 존재감을 조금이라도 맛본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어이없어했고, 심지어 소문을 만들어 낸 게일 파에서도 바보들의 등장에 황당해했다. 이 소동으로 이드의 이름은 또다시 소드 팰러스를 휩쓸었다.

이제는 진짜 말하지 못하는 아기를 제외하고 이드의 이름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게일 파에서도 슬슬 역효과를 보이는

소문의 등장에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이드를 깎아내리기는커녕 그 유명세만 더해 주고 있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게일 파는 그날로 여론 조작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괜히 이드의 유명세를 증명하는 꼴이 되어 버린 소문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저택 앞에 늘어서기 시작한 꼴통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후, 신청서 다음에는 도전자야? 진짜 골 때리네, 소드 팰러스!”

이드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소드 팰러스를 저주했다. 이들이 당당히 이드에게 도전하는 이유는, 허락만 받으면 누구와도 대련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는 소드 팰러스의 방침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사정을 알지 못한 이드가 한두 명을 직접 상대했다.

오히려 사검왕이란 명성에 기죽지 않고, 검을 들고 찾아온 용기에 감탄했다. 다만 쉽게 스스로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아서 이상하기는 했다.

그러나 곧 저택 앞에 줄을 서는 도전자들의 등장에 일이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한 이드는 이를 갈고 도전을 받아 주지 않았다.

그러자 이자들이 자신들이 무서운 것이냐며 저택 밖에서 시위를 해 댔다. 정말 예의고 체면이고 없는 자들이 아닐 수 없었다.

권리를 행사하는 듯한 막무가내 요구에 이드도 질려 버렸다.

잠시 고민하던 이드는 생각을 바꾸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귀찮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써먹을 데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케마란과 네리베르에게 다양한 경험이 필요했는데, 거기 써먹으면 되겠네.”

이드는 자신과의 대련을 위한 일차 관문으로 두 사람을 이겨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도전자들을 두 사람의 실력 향상용 제물로 삼아 버렸다. 이런 일은 대련 요청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지만, 이미 이드에게 들어오는 대련 요청부터가 예의와 체면을 던져 버린 행동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요즘 두 사람끼리만 대련하느라고 서로 지겨웠을 거야. 재정리한 자신의 무공, 제대로 한번 발휘해 봐. 저렇게 바보처럼 보여도 모두 기사로 가져야 할 기본 실력이 있는 자들이니까 방심하지 말고, 무조건 최선만 다해. 전쟁터도 아니고, 이런 무한 대련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없다.” 

“옙!”

“다섯 번 너희들이 다섯 번 패배하면 이 대련은 끝이야. 그 뒤에는 저 바보들을 몽땅 불러서 한 번에 저택 밖으로 날려 버릴 거야. 그렇게 되면 아무리 바보들이라도 그 꼴들이 참 볼만할 거야.”

음험한 표정으로 내뱉는 이드의 발언에 케마란과 네리베르가 바짝 조여든 얼굴을 했다. 일대일 대련도 아니고, 한 번에 그렇게 쓸려 나가는 건 기사의 타이틀을 가진 그들에게는 일생의 망신일 것이다.

이드는 침을 꼴깍 삼키는 두 사람을 보다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이제 저들의 체면은 너희들에게 달린 거야. 다섯 번이다. 오늘 하루 다섯 번만 지지 않으면 저 꼴통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너희들에게 빚을 지게 되는 거라고. 그러니 열심히 해 봐!”

“에엑!”

난데없이 대련 상대의 체면을 책임지게 되어 버린 두 아가씨의 얼굴이 아연하게 변했다.

이드는 끌끌 웃으며 대련장 한쪽에 편히 앉아서 도전자들을 입장시켰다.

대련은 특이하게 이 대 이로 이루어졌다. 같이 싸워도 되고 따로 싸워도 된다.

이드는 두 수련생이 자신들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분노하는 도전자들을 보며 대련을 시작시켰다. 

“아하하하, 이드 님의 수련장에는 참 재미있는 일이 많아.”

쉴라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 스폴의 보고 겸 수다를 들으며 크게 웃었다.

“그렇죠. 지금 소드 팰러스에서 거기보다 재미있는 곳이 없다니까요. 단장님이 그곳으로 보내 주지 않으셨으면 아쉬울 뻔했어요.”

쉴라는 하루하루 즐겁다고 말하며 웃는 스폴의 얼굴을 보고 빙글 웃었다. 처음에는 이드와 일리나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허락하더니 이제는 정말 마음에 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카린 경이 보이지 않네요?”

많이 회복된 카린이었지만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위해서 쉴라의 옆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녀는 수련장에서 한창 땀 흘리고 있을 거다. 곧 증인으로서 정식으로 출두해야 할 일들이 많을 테니, 그 전에 심신을 조율해 두어야지.”

“카린 경의 회복이 빨라서 다행이네요.”

스폴이 안도하며 말했다.

집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에서인지 화원으로 돌아온 카린의 회복은 눈에 보일 정도로 빨라서 하루하루가 달랐다.

쉴라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런데 케마란 양과 네리베르 양이 벌써 그만큼 실력이 늘었다니 놀랍네. 이전에 두 사람을 보았을 때보다 또 실력이 늘었나 봐?”

쉴라는 두 귀여운 수련생들이 아슬아슬하게 네 번의 패배를 기록하며 꼴통들의 체면을 지키는 일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전부터 두 사람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처음 대면하는 십수 명의 기사들을 상대로 연승을 기록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요? 둘 다 실력이 아주 대단해요. 네리베르는 기본에 충실해서 아주 단단하고, 케마란은 임기응변과 의외의 수에 강하다고요. 당장 은색 기사단에 입단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거예요.”

수업을 진행하면서 두 사람과 매우 친밀해진 스폴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자랑하며 말했다.

“스폴 경이 그렇게 자랑할 정도라니 정말 탐나는걸. 그래서 아쉽기도 하고. 이드 님께 한번 부탁드려 볼까?”

“저는 적극 찬성이에요, 단장님. 만약 두 사람이 들어오면 제 아래에 두고 무척 귀여워해 줄 거예요!”

좋아 죽겠다는 듯 두 볼을 붉히는 스폴의 모습에 쉴라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선임 기사가 신입 기사를 귀여워만 해 줘서 어쩌겠다는 건지, 정말・・・・・….”

“물론 하나하나 은색 기사로서 배워야 할 것들을 가르치는 것도 덤이죠.”

“반대겠지!”

한순간 눈썹을 곤두세운 쉴라가 피식 웃어 버렸다. 정말이지 스폴의 보고를 받는 이 시간이 가장 즐거운 요즘이었다.

무엇보다 최근 끔찍할 정도로 철저하게 이어진 포로의 심문을 지켜보는 일은, 두렵지는 않지만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었다. 수일간 처절하게 이어진 고문과 심문이었지만 결국 얻어 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이 뱉어 낸 정보라고는, 자신들이 초인들로 이루어진 비밀 단체의 요원이라는 정보와 거점의 위치, 그리고 함께 지내던 자들의 초상화 정도였다.

하지만 은밀히 살핀 거점은 이미 비어 있었고, 동료라는 자들의 얼굴은 너무나 평범했다. 당장 소드 팰러스 안을 걸어도 초상화 안의 얼굴을 수십 명은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그 초상화의 인물들이 모두 초인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알고 있는 정보는 물론, 모르던 정보까지 모두 토해 낸 후 철저할 정도로 망가진 그들은 모두 화원의 지하 감옥에 은밀히 감금되었다.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이드의 생각이 틀리는 순간이었다.

이드의 생각과는 달리 은색 기사들은 검후의 실종에 티끌만큼이라도 관련된 그들에겐 죽음도 아깝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죽일 생각이 없었다. 또, 극히 단서가 적은 상황에 확보한 포로기 때문에 비록 아는 것이 없지만 그냥 죽일 수는 없다는 집착과 고집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황궁에서 이드 님을 원하는 것 같은데, 이드 님과 클라인 백작은 어떻게 할 생각일까. 내가 알고 있는 백작이라면 이드 님을 황궁 쪽으로 모실 것 같지만.’

검후 옆에서 다른 사람들을 살필 수 있었던 쉴라의 눈은 정확하게 클라인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드가 그렇게 쉽게 클라인 백작의 생각에 따를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보기에는 두 사람 간의 상하 관계가 너무 확실하지. 도대체 이드 님은 무슨 수로 검후님밖에 모르던 클라인 백작의 무조건적인 충성을 받아 낸 걸까.”

백작뿐만이 아니었다. 이드의 저택에 들렀을 때 만났던 귀여운 두 수련생과 빤빤한 얼굴의 에단이란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가볍긴 했지만 그 뒤에는 무조건적인 존경심이 부서지지 않는 바위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쉴라는 그 존경심이 이드가 차차 밝히겠다고 했던 비밀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러고 보면 소드 팰러스에서 이야기해 주겠다는 비밀을 아직 듣지 못했다.

‘바쁜 일과 사건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조만간에 찾아가서 들어야겠어.’

쉴라는 혹시라도 이드와 클라인 백작이 황궁과 손을 잡고 소드 팰러스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떠나기 전에 그 비밀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 계속해서 이드를 믿고 함께해야 할지를 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런 논리적인 이유를 떠나서 그녀 스스로 궁금하고 기대되기도 했다.

‘저 검후님만 쫓아다니는 클라인 백작을 한순간에 돌려놓을 수 있는 비밀이 뭘까. 설마 검후님의 숨겨진 아드님이라거나…………… 아니, 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쉴라는 순간 너무 나가 버린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검후의 명성 이전에 시르피라는 여성의 명예를 어지럽히는 가정이었다. 쉴라는 순간 스친 생각에 내심 검후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때 접객실의 문이 열리며 늠름한 모습의 여기사가 들어와 기사의 예를 취했다.

“보고 드립니다. 상급 기사 페르다슈,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수고했다, 페르다슈 경.”

쉴라가 일어나 그녀의 예를 받았다. 그녀의 어깨너머로 스폴이 소리 없이 손을 흔들며 반겼지만 쉴라 앞에 선 페르다슈는 깔끔하게 무시해 주었다. 페르다슈의 임무는 이드가 포로를 생포해 온 숲에서 다시 나타날지 모를 적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지금도 은색 기사단 수십 명이 숲에 몸을 숨기고 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고할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아직인가.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지.”

요원이 잡힌 만큼 상대도 경계하고 있을 것은 분명했다. 포로 생포 당일부터 이어진 잠복이지만 아직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정처 없이 제국을 떠도는 것보다 분명한 목표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일 전 상급 기사 산드라가 놓친 정체불명의 은밀한 기척은 은색 기사단을 더욱 집착하게 만들었다.

“이후 산드라 경과 임무를 교대하겠습니다.”

“음?”

쉴라는 페르다슈의 말에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본래는 그녀의 복귀와 동시에 대기하고 있던 산드라 상급 기사가 바로 숲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 산드라 경이라면 지금 카린 경의 수련을 봐 주고 있을 거야. 그녀가 기다리고 있지 않아서 놀랐겠군.”

“임무에 차질이 있다는 점이 신경 쓰일 뿐입니다. 즉시 산드라 경에게 임무 교대를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산드라 경은 그냥 둬. 그녀가 임무 시간을 잊었다면 카린 경의 회복에 중요한 순간이 찾아온 건지도 모르니까. 오늘은 내가 가지.”

“단장님께서 직접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검후님을 위한 일이야. 나도 빠질 수 없는 것 아니겠어?”

검을 들고 가볍게 몸을 일으킨 쉴라는 페르다슈에게서 텔레포트를 위한 키를 건네받았다.

“스폴 경은 산드라 경에게 카린 경을 돌볼 수 있도록 조용히 알리도록.”

“네, 다녀오세요. 단장님!”


똑똑똑똑.

“실례하겠습니다.”

급한 듯한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보통 때라면 라울의 허락을 기다렸을 비서가 말이다.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비서를 알아본 라울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소식을 가져왔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 그녀에게 맡겨진 일은 오직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귀한 은의 레이디가 드디어 행차하신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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